추억론

고객평점
저자구석본
출판사항지혜, 발행일:2015/02/28
형태사항p.117 A4판:29cm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7280254 [소득공제]
판매가격 9,000원   8,100원  (인터넷할인가:10%)
포인트 405점
배송비결제주문시 결제
  • 주문수량 

총 금액 : 0원

책 소개

▣ 출판사서평

구석본 시인은 1949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났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을 했다. 시집으로는 {지상의 그리운 섬}, {노을 앞에서 서면 땅끝이 보인다}, {쓸쓸함에 관해서} 등이 있고, 대한민국문학상과 대구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을 수상했다.
구석본 시인의 시는 소멸과 생성, 죽음, 허무, 관계 등 익숙한 소재와 주제들을 다룬다. 그런 연유로 해서 얼핏 평범해 보이는 그의 시들은 읽을수록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안긴다. 소재는 같을지라도 거기서 이끌어내는 결론은 같지 않다. 삶, 죽음, 관계, 허무 등의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이미지와 내용들을, 그의 시는 비껴간다. 예상되는 상식을 깨는 반전, 그것이 구석본 시의 독특함이다.
소멸이 사라짐이나 끝이 아니고 생성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각각의 생명들은 육식성을 보존함으로써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말한 구석본 시의 특징이었다. 이 특징은 색깔을 달리하여 서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시들로 재현되기도 한다. 바싹 마른 것들, 굳어있는 것들, 이미 소멸이 진행되어 죽어있는 것들. 이것들은 시인의 언어로 호명되어 다시 살아난다.

수목원을 거닐다 나무에 걸려 있는 명패를 보았다. 굵은 고딕체로 개옻나무라 쓰여 있고 그 밑 작은 글씨로 ‘추억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 고 쓰여 있다. ‘추억이 약이 된다’ 멋진 나무야,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수액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였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나는 그 명패를 ‘추억은 약이 되나 독성이 있다’로 읽기로 했다.

햇살이 영혼을 쪼아대던 봄날, 신경의 올마다 통증이 꽃처럼 피어오르면 약 대신 추억의 봉지를 뜯었다. 밀봉된 봉지에서 처음 나온 것은 시간의 몸, 시신(時身)이었다. 시신은 백지처럼 건조했다. 피와 살의 냄새조차 증발해버렸다. 그 안에 사랑과 꿈과 그리움들이 바싹 말라 부스러져 있었다. 그들의 근친상간으로 잉태한 언어들이 발화하지 못한 채 흑백사진으로 인화되어 있다.
약이 되는 것은 스스로 죽은 것들이다. 죽어서 바싹 마른 것들이다. 살아있는 것에서 독성을 느끼는 봄날이다.

약을 마신다. 정성껏 달인 추억을 마시면 온 몸으로 번지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나의 영혼이 조금씩 말라간다. 언젠가 완벽하게 증발하면 나 또한 누군가의 추억이 될 것이다.

봄날, 추억처럼 어두워져 가는 산길을 홀로 접어들어 가고 있는 나를 본다.
-''추억론'' 전문

이 시에서 포인트가 되는 것은 추억이 아니라 그것을 열었을 때 살아나는 박제된 것들이다. 추억의 봉지를 뜯으면 바싹 마른 시간들이 박제되어 있다. ''그림그리기'', ''추억론''은 생물이 소멸하고 박제되고 재생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스스로 죽은 것들’, 바싹 마른 것들이 약이 될 수 있는 것이 그 이치이다. 마른 것들은 시인의 호명을 통해 즉 시로 표현됨으로써 다시 윤기가 흐르고 형체를 갖추며 새롭게 살아난다.

내 몸이 사막이었네
끝없는 모래밭을 걷던 다리가
죽은 나무 그늘에서 모래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허벅지를 지나 가슴으로,
멀리서 환영처럼 나타나는 그대를 향하던
은밀한 눈짓까지 모래로 쌓이더니
음악의 선율처럼 몸속을 흐르던 바람도
모래로 쌓여, 스스로 사막이 되었네
이제 푸른 하늘 아래 솟아오르는 신기루를
모래 언덕으로 세우고
몸의 어두운 구석에 숨겨 둔 영혼의 우물,
그 깊은 속까지 모래로 가득 채우면
이윽고 광활한 모래의 세계가
내 몸에서 열린다네
언젠가 낙타를 몰고 사막을 지나는 그대가
내 몸의 단전(丹田)을 딛고
‘사막에는 아무 것도 없어, 바람뿐이네.’고 말하면
모래로 쌓이고 쌓이던 한 생(生)이
비로소 바람이었음을 알겠네.
- ''내 몸이 사막이었네'' 전문

잘 말려진 것들을 바라보던 시인은 스스로의 몸이 서서히 사막이 되어가는 것을 찬찬히 감지하고 있다. 모래밭을 걷던 다리가 서서히 모래가 되더니 허벅지와 가슴을 지나 눈짓까지 서서히 모래로 차오르며 몸 전체가 사막이 되어가는 모습이 마치 그래픽을 보듯이 생생하고 선명하다. 그러나 이 ‘사막화’는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자가 내 몸 안에 들어와 새롭게 사는 것이다. 내 몸이 사막이 되자 이번에는 모래들이 내 몸을 살기 시작한다(“몸의 어두운 구석에 숨겨 둔 영혼의 우물,/ 그 깊은 속까지 모래로 가득 채우면/ 이윽고 광활한 모래의 세계가/ 내 몸에서 열린다네.”).
이는 앞에서 설명한 구석본 시의 소멸과 생성, 관계라는 주제를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생물과 생물 사이의 공존과 공생은 화해와 타협, 양보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자와의 합의를 통해 조화로운 삶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인간중심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동등한 것으로 본다면, 그것들 사이의 소통은 인간 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각 생명체의 자연적인 본성에 충실한 것이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먹고 먹히는 육식성의 관계는 자연의 이치에 가장 충실한 공존의 방식일 수 있다.
구석본은 생명의 본성을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육식성으로 정의한다. 그가 생각하는 ‘관계’란 체면과 입장을 지켜가며 타협이나 조화를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본성에 충실하게 살면서 침범하고 침범당하며 먹고 먹히는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것이다. 그것은 폭력이나 살육이 아니라 소멸과 생성 혹은 몸을 바꾸며 살아가는 일의 반복이다. 한 생을 충실하게 산 생명체가 소멸하면 거기에 새로운 생명체가 들어와 터를 잡고 살아가는 것.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모든 것은 지워져가고 투명해져가고 그렇게 두터워진다. 결국 삶이란 특정 개체의 모양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순환과 교체를 받아들이고 흔적이 흔적을 지우며 투명해지는 ‘백지’와 같다. “영롱하게 반사되고 있는 저 백지, / 지우고 지워진 흔적인 투명하게 쌓인 바닥”(''백지''), 그것이 구석본의 시가 더해 놓은, 삶에 대한 해석이다.
표4의 글

햇살이 영혼을 쪼아대던 봄날, 신경의 올마다 통증이 꽃처럼 피어오르면 약 대신 추억의 봉지를 뜯었다. 밀봉된 봉지에서 처음 나온 것은 시간의 몸, 시신(時身)이었다. 시신은 백지처럼 건조했다. 피와 살의 냄새조차 증발해버렸다. 그 안에 사랑과 꿈과 그리움들이 바싹 말라 부스러져 있었다. 그들의 근친상간으로 잉태한 언어들이 발화하지 못한 채 흑백사진으로 인화되어 있다. // 약이 되는 것은 스스로 죽은 것들이다. 죽어서 바싹 마른 것들이다. 살아있는 것에서 독성을 느끼는 봄날이다. // 약을 마신다. 정성껏 달인 추억을 마시면 온 몸으로 번지던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나의 영혼이 조금씩 말라간다. 언젠가 완벽하게 증발하면 나 또한 누군가의 추억이 될 것이다.
-''추억론'' 부분

이는 앞에서 설명한 구석본 시의 소멸과 생성, 관계라는 주제를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생물과 생물 사이의 공존과 공생은 화해와 타협, 양보만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타자와의 합의를 통해 조화로운 삶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인간중심적인 발상일 수도 있다. 인간을 다른 생명체와 동등한 것으로 본다면, 그것들 사이의 소통은 인간 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각 생명체의 자연적인 본성에 충실한 것이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 먹고 먹히는 육식성의 관계는 자연의 이치에 가장 충실한 공존의 방식일 수 있다.
구석본은 생명의 본성을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육식성으로 정의한다. 그가 생각하는 ‘관계’란 체면과 입장을 지켜가며 타협이나 조화를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본성에 충실하게 살면서 침범하고 침범당하며 먹고 먹히는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것이다. 그것은 폭력이나 살육이 아니라 소멸과 생성 혹은 몸을 바꾸며 살아가는 일의 반복이다. 한 생을 충실하게 산 생명체가 소멸하면 거기에 새로운 생명체가 들어와 터를 잡고 살아가는 것.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모든 것은 지워져가고 투명해져가고 그렇게 두터워진다. 결국 삶이란 특정 개체의 모양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순환과 교체를 받아들이고 흔적이 흔적을 지우며 투명해지는 ‘백지’와 같다. “영롱하게 반사되고 있는 저 백지, / 지우고 지워진 흔적인 투명하게 쌓인 바닥”(''백지''), 그것이 구석본의 시가 더해 놓은, 삶에 대한 해석이다.
----문혜원 문학평론가, 아주대학교 교수

▣ 작가 소개

구석본
1949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났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을 했다. 시집으로는 {지상의 그리운 섬}, {노을 앞에서 서면 땅끝이 보인다}, {쓸쓸함에 관해서} 등이 있고, 대한민국문학상과 대구광역시문화상(문학부문)을 수상했다.
구석본 시인의 시는 소멸과 생성, 죽음, 허무, 관계 등 익숙한 소재와 주제들을 다룬다. 그런 연유로 해서 얼핏 평범해 보이는 그의 시들은 읽을수록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안긴다. 소재는 같을지라도 거기서 이끌어내는 결론은 같지 않다. 삶, 죽음, 관계, 허무 등의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대부분의 이미지와 내용들을, 그의 시는 비껴간다. 예상되는 상식을 깨는 반전, 그것이 구석본 시의 독특함이다.
소멸이 사라짐이나 끝이 아니고 생성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각각의 생명들은 육식성을 보존함으로써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말한 구석본 시의 특징이었다. 이 특징은 색깔을 달리하여 서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의 시들로 재현되기도 한다. 바싹 마른 것들, 굳어있는 것들, 이미 소멸이 진행되어 죽어있는 것들. 이것들은 시인의 언어로 호명되어 다시 살아난다.

▣ 주요 목차

시인의 말 5

1부

거울 12
내 몸이 사막이었네 13
그림그리기 14
엘리베이터에서 15
마네킹, 대가리가 없는 사람 16
물총고기 17
허공 18
추억론 19
백지 21
오독誤讀 22
수족관 23
풍선인형 24
가시 25

2부

정지화면 28
혼자, 꽃을 보다 29
목격자 31
식사 32
각角 33
가을산 35
낙타여행 36
그림자 37
달 38
사냥일지 39
지상의 섬 41
노을 42
허공으로 가는 계단 43

3부

화산 46
먹다 48
중심의 정체 49
바람의 증언 50
낙화 52
존재의 끝에 대한 명상 53
관계 54
마네킹의 고해 55
말의 감옥 56
그 향기 57
나무이야기 58
구두 한 켤레 59
별 60

4부

얼음조각가의 고백 62
사막 63
무덤들 64
그리움 먹기 65
알몸 67
꽃과 무덤 68
노숙자의 일기 69
마네킹의 그리움 70
비 오는 날의 산책 71
소멸 72
의자가 놓인 풍경 73
붉은 꽃 75
파도 76

5부

고흐의 달 78
기차를 타고 80
사막여행 82
러닝머신 84
산책 85
바람의 몸 86
슬로비디오 88
산으로 가는 길 90
풍문 92
몸의 노래 94
누군가의 손바닥 95
아파트와 장미 96
통화 97
봄, 진달래 98
헌화가獻花歌 99
가을바람 100

해설육식성과 투쟁의 관계, 반전의 미학문혜원 104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반품 배송비 부담자
단순변심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상품의 불량 또는 오배송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환불안내
진행 상태 결제완료 상품준비중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어떤 상태 주문 내역 확인 전 상품 발송 준비 중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환불 즉시환불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환불시점
결제수단 환불시점 환불방법
신용카드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신용카드 승인취소
계좌이체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계좌입금
휴대폰 결제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포인트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환불 포인트 적립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환불불가
상품군 취소/반품 불가사유
의류/잡화/수입명품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계절상품/식품/화장품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가전/설치상품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용품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CD/DVD/GAME/BOOK등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내비게이션, OS시리얼이 적힌 PMP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