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칼럼

*제10회 - " 많이 움직이자 2만 년 전 우리 조상들처럼 "

영광도서 0 555
1994년에 대입 체력장, 이듬해 고입 체력장이 차례로 폐지됐다. 입시 부담이 이유였다. 개인적으로 정책상의 커다란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체력장이 사라진 학교에서 자란 20대의 체력이 중국·일본 동년배보다 형편없이 처진다는 국민체력조사결과(2009년)가 기억난다. 조사에서 20대 초반의 악력은 같은 한국인 40대 초반에도 뒤졌다. 그나마 체육 수업마저 집중이수제 탓에 단기간에 몰아쳐 끝내는 학교가 아직 많다.

 ‘위생의 역설’이란 가설도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하다. 회충·요충과 더불어 살던 60년대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장내 기생충에 감염된 베트남 농촌 학생, 아마존강 인디언들은 서구인과 달리 알레르기가 없었다. 우리 몸은 2만 년 전 원시인 조상과 다름없는데 환경과 먹거리만 급속도로 달라져 갖가지 부작용이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성인의 몸에는 10조~100조 개, 종류로는 1000종 이상, 총무게 1.3㎏의 세균세포가 살고 있다. 지나치게 깨끗하려 들면 균형이 깨질 위험도 커진다.

 제일 큰 문제는 활동 부족에 따른 체력 저하. “물고기였을 때, 우리는 고대의 바다와 강을 누비는 활동적인 포식자였다. 양서류·파충류·포유류였을 때, 온갖 먹이들을 사냥하는 활동적인 생물이었다. 영장류였을 때는 과일과 이파리들을 먹으며 나무에서 사는 활동적인 동물이었다. 초기 인류는 활동적인 수렵채집인이었고, 나중에는 활동적인 농부가 되었다. 역사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활동적인’이라는 단어다.”(닐 슈빈, 『내 안의 물고기』)

 현대인은 원시인에 비하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편안함에 젖게끔 키우고 있다. 학부모들은 초등생 자녀의 책가방이 무겁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가방이 체중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상식처럼 통한다. 2008년 독일 자르브뤼켄대 연구원들이 상식을 뒤집었다. 평균 몸무게 27㎏의 초등생들에게 체중의 17.2%인 가방을 메게 하고 통학로 왕복에 해당하는 장애물 경주를 시켰다. 몸 근육과 뼈에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가방 무게를 체중의 3분의 1가량으로 올리자 비로소 자세가 불안정해졌다. 웬만한 책가방은 오히려 아이들의 근력 강화에 도움이된다는 뜻이다. 사실 ‘몸무게 10%’라는 기준은 1차대전 이전 독일군 신병이 20㎞를 행군한다는 전제로 만든 것이었다(데트레프 간텐 외, 『우리 몸은 석기시대』).

 우리 몸은 아직 자동차·비행기에는 맞지 않는다. 2만 년 전 원시인처럼 들판을 걷고 뛰고 달리는 데 더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가능한 한 조상님들처럼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나도 헬스클럽에서 아침 운동을 한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달린 후 정작 아파트 17층 집에는 엘리베이터로 오르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중앙일보[2012.05.22.분수대-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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