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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영광독서토론회 1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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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서 매달 열려
어제 100회… 국내 최장 독서토론광장 


20일 오후 7시 부산 서면의 영광도서 문화사랑방. 이곳의 ‘100번째 손님’이 된 현기영(玄基榮·63)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이 자신의 산문집 ‘바다와 술잔’을 들고 부산 시민 300여명과 독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날은 지난 93년 3월 부산 영광도서와 비평동인 ‘오늘의 문예비평’ 측이 소설 ‘토정비결’ 작가 이재운 씨를 초청해 시민들과 토론을 가진 이후 매달 한 번씩 열었던 ‘영광 독서토론회’가 꼭 100회를 맞는 날. 다른 서점이나 도서관에 ‘저자와의 대화’ 등 비슷한 행사는 있지만, 11년간 매달 꾸준히 행사를 열어 100번을 채운 독서토론회는 타 지역에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남송우(南松祐·51) 교수는 “작가, 평론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영광 독서토론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독서토론 광장으로, 부산의 대표적 문화행사가 됐다”며 “제대로 된 토론장 하나 없었던 지역 문화를 가꾸는 데 독서토론회가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11년 간 영광 독서토론회를 거쳐간 작품과 작가들을 보면 독서 토론회의 의미가 실제로 녹록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선택’의 이문열, ‘아리랑’의 조정래, ‘칼의 노래’의 김훈,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의 신경림,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의 이문구, ‘홍어’의 김주영, ‘해산가는 길’의 한승원, ‘남북한 반세기’의 이호철 씨 등 국내 중견·원로 작가들을 비롯, 박범신·공지영·최영미·장정일·하일지·윤대녕·유홍준·이인화·안도현·정호승·구효서·공선옥씨 등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와 시인 80여명이 이곳을 찾아 부산 독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 해 2만명에 달했고, 경남은 물론 대구와 광주 지역에서 원정오는 열성 독자까지 있었다. 

영광도서 김윤환(金潤煥·55) 사장은 “단순히 베스트셀러 판매전략으로 ‘저자와의 대화’를 가진 게 아니라 지역 문학인들과 독자들이 엄선한 작가를 모시려고 노력했고, 시민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주신 덕분에 100회까지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부산 시민들과 함께 지역사회의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4.10.21. 장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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