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8434

읽기 쉬운 글, 짓기 쉬운 글 - <카피책>을 읽고 - 

                                                                                                                                        부산동여자고등학교 2학년 이한나

 

 

 

시선이 곧 실적이 되는 마케팅 업계에서 글자는 대사이고 그림은 장면이다. 달랑 한 장의 포스터이지만 그 속은 마치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처럼 강렬하게 꾸민다.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갖가지 색을 입고 치장한다. 우리는 살며 스쳐지나가듯 수많은 카피를 접해오면서 때로는 무시했고, 때로는 찔렸고, 때로는 관심을 가졌다. 관심을 가지는 것은 독자 나름이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광고가 할 몫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분야에서 자신의 회사를 홍보하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광고를 활용한다. 책에서 정철 작가는 글자를 그림처럼 만들라고 말한다. 단 한 번의 시선이 좌우하는 광고에서 글자는 마치 한 컷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효과를 줄 때가 있다. 사실은 글보다야 그림이 훨씬 한 번의 눈길에 적합하지만, 그림은 상징적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난잡한 글은 시선을 떼어낸다. 그렇기에 시선을 끌기에 가장 적합한, 모습과 내용의 문장이 필요하다. 그를 위해 탄생한 직업이 바로 ‘카피라이터’다. 

 

대중의 시선이라고 하면 화려한 화면 속 스타를 떠올리거나, 정치인을 떠올리는 우리. 하지만 누가 그들만이 대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직업이라 했는가? 디자이너부터 화가, 그리고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예술 업종의 대다수가 ‘시선’을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 모두 자신의 창작물이 대중의 시선을 끌어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카피라이터 또한 마찬가지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의뢰를 받은 통로를 통해서 자신의 작품을 낸다는 것. 또한 스타들이 얼굴로, 화가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명성을 내는 것과 달리 카피라이터는 그가 쓴 작품의 끄트머리에 작가의 이름을 볼 수 있는 일이 흔하지 않다. 단 한 번의 강렬함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시선을 뺏을 수는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점에서 카피라이터는 각박한 직업이다. 그래도 작가는 자신이 쓴 카피가 당당하게 현수막으로 걸린 것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먹고 사는 직업은 언제나 어렵다. 혼자가 아닌 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혼자 잘한다고 해서 결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남과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혼자서 성공했을 때는 가질 수 없는 감정을 받고 느낄 수 있다. 존경심이나 남에 의한 자부심 등이 그렇다. 꼭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해도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행동을 바꾼다면 얼마나 뿌듯할지, 한 번 쯤은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종류와 목적의 글이 있고 그 때마다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카피책’은 그런 의미에서 사실은 참고용으로만 여겨질 수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직접적으로 글쓰기 팁을 가르쳐 준다는 책은 흔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말 순수하게 글을 잘 쓰는 방법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잠시 내려놓았으면 한다. 이 책은 그야말로 ‘정철’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유명한 사람인만큼 글 또한 설득력 있고, 그렇기에 이 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독자가 분명히, 사실은 많을 것이다. 책 말머리에서부터 두고두고 작가가 받아들이기는 독자 나름이고, 꼭 내가 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책을 읽은 뒤에 자신이 쓰는 글에 당장 적용해 보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듯싶다. 사실 이 점에서는 나도 뜨끔하다. 이 책을 읽고, 당장 글을 쓰면서 책에서 나왔던 방법대로 하면 어떨지 생각해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좋은 현상인 것 같지만, 방법의 이름을 떠올리고 자각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하고 내가 의식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지 않다. 직접적인 방법이 적혀 있기에 직관적으로 당장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정해진 답이 없는 글쓰기에서 개인마다의 문체는 별개이다. 문체란 그 사람의 생각이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그 사람만의 습관이다. 그렇기에 만약 글을 쓰는 방법을 찾아 이 책을 읽었고 그 방법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단어를 외우는 것처럼 많이 읽고, 많은 예제를 많이 보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글을 쓰는 일은 어렵다.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대화나 관계의 어려움과는 또 다르게, 글쓰기나 연설 같은 일방적인 활동은 자기 자신에게 있어 만족감의 기준에 의해 좌우되기에 자신이 만족하는 것을 채우지 못한다면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렇기에 카피라이터는 수없이 고치면서도 적절할 때 끊을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마케팅의 가장 기본인 대중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바로 ‘재치’다. 정철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소개하며 재치 있게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많은 카피 중에서도 시선을 끌기 위해 노력한 티가 다분히 나는 글이 있는 반면, 자연스러운 재치로 녹아드는 글귀도 있다. 그 차이가 바로 재치라니, 간단명료하지만 다방면의 지식과 어휘력을 필요로 하는 조건이 아닌가 싶다. 언제나 명대사를 만들어내기 위해 글을 쓰는 카피라이터에게 존경의 말 한마디를 건넨다. 

 

명대사는 수많은 대사 속에서 흐름 적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카피라이터는 그 반대다. 단 하나의 문장을 갖고 다듬어야 한다. 비유하자면 수많은 평범한 돌덩이 중에서 하나의 예쁜 조약돌이 발견되는 것과, 한 돌덩이를 집어 들고 그것을 조약돌로 만들어내는 것의 차이랄까. 그리고 그 결과물의 차이는 돌을 깎는 도구가 아닌 손기술에 달렸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 얼마든지 카피를 쓰는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다. 내게 언어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 정철의 ‘카피책’. 누구든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한다..

Chapte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