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
노영일
‘풀꽃도 꽃이다’는 소설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노작가의 탄식이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인 남자 아이 하나와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 딸을 키우고 있는 세 아이의 아빠로서 자식들의 교육과 관련된 작은 희망의 단서라도 하나 잡아보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손에 들었지만, 다 읽고 난 뒷맛은 여전히 개운하지 않고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출판에 즈음하여 조정래 작가가 독자들을 향해 던진 소설 속 주인공격인‘강교민’선생의 이름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맞혀 보라는 퀴즈의 정답은 이미 인터넷에 많이 떠돌고 있듯이‘강한 교육의 민주화’라고 알려져 있고 책 말미에 인용된 문병란 시인의‘민주주의는 교실에서부터’라는 시를 통해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교육마저도 정치적인 해법에 의존해야 하는가라는 회의감이 먼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진보성향의 교육감을 뽑아서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의 형태로 운영이 된다면 지금 겪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좌절과 고통이 모두 해소될 수 있을까? 하나의 대안으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교육의 문제를 교육제도나 교육행정의 시스템 안에서 해결해 보려는 시각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한숨을 푹 내쉬게 했던 대목이 있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재균 선생의 제자 하나가 친구 아버지의 직업인 대장장이가 되겠다고 하자 제자의 편이 되어 부모를 설득하는 장면이었다. 대장장이가 되겠다는 자식 때문에 패닉 상태가 되었던 부모가 생각을 달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대장장이를 해도 1년에 1억은 저축한다는 친구 아버지의 자부심 섞인 증언때문이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진로에 대한 충고의 말을 적고 있다.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
결국 사회적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일일지라도 돈만 잘 벌면 괜찮은 직업이라는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설득력을 불어 넣을 수는 없었을까? 비단 소설 속의 한 대목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들이 진심으로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올바르게 심어 주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중학교의 일정 학기를 자유학기제로 운영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부모의 입장에서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은 이런 좋은 제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내용이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느냐 보다는 이런 일을 해서도 돈을 많이 버는구나 라는 걸 깨닫게 하는 식으로 변질되어 버리면 어쩌나 하는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계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서툴거나 엉뚱한 목적에 사용하면 흉기가 될 수 있듯이 교육시스템을 아무리 개선해 두어도 그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자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가령 진보교육감들이 내세우는 혁신학교처럼 학생들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통해 학생들에게 중요한 의사결정을 맡긴다고 해도 그것을 운영하는 학생들의 가치관이 이미 왜곡되어 있거나, 올바른 가치관으로 견제와 조언을 해야 할 교사들이 사명감을 잃고 방관자로 물러 나 버리면 거기서 오는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학생들, 아이들의 고통은 이미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진단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맞벌이 부부는 맞벌이여서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 줄 여유가 없이 학원을 뺑뺑이 돌리며 퇴근시간까지의 공백을 메꾸기 바쁘고, 외벌이 가정은 외벌이 가정대로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에 아이들을 살갑게 대할 마음 상태가 아닌데, 그렇게 정서적으로 멍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 보라고 학교와 교육자들에게만 호소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교육(education)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말하고 있듯이 진정한 교육은 무엇인가 아이들에게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속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해서 끄집어 내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아이들을 지켜보는 사려 깊고 충분한 관찰이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결국, 학교보다는 좀 더 폭넓은 시각에서 ‘양육’에 관한 가정과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에 골고루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전인교육이라는 이상적인 목표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게중심이 너무나 학교 교육의 운영측면으로 기울어 있는 이 소설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작가가 3년에 걸쳐 준비한 훌륭한 작품에 대해 이 정도 감상밖에 못 적는 것이 크게 결례인줄은 알지만, 세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의 미래와 현재를 좀 더 행복하게 해 줄 그런 근본적인 해결책, 풀꽃도 꽃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고민의 성과들이 좀 더 나와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Chapter
- 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정유진 / <채식주의자>를 읽고 -
- 대상(학생부) - 이한나 / 부산 동여고2학년 <카피책>을 읽고
- 금상(일반부) - 박영숙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 -
- 금상(일반부) - 임가영 / <채식주의자>를 읽고
- 금상(학생부) - 강우림 / 목포 덕인고2학년 <1그램의 용기>를 읽고
- 금상(학생부) - 이소현 / 제주 함덕고2학년 <7년의 밤>을 읽고
- 은상(일반부) - 박희주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
- 은상(일반부) - 임문호 /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최윤하 / <채식주의자>를 읽고
- 은상(학생부) - 박준영 / 여명중학교 3학년 <바그다드 우편배달 소년>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임승민 / 경주고등하교 2학년 <1%로 승부하라>를 읽고
- 은상(학생부) - 조용준 / 서령고등학교 1학년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기>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노영일 /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백선영 /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서진주 / <완벽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손혜미 / <채식주의자>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조민정 / <채식주의자>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명현 / 초연중 3학년 <카피책>을 읽고
- 동상(학생부) - 임하진 / 예원초4학년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읽고
- 동상(학생부) - 정다혜 / 장유초5학년 <공자 아저씨네 빵가게>를 읽고
- 동상(학생부) - 장유진 / 개금여중3학년 <7년의 밤>을 읽고
- 동상(학생부) - 조수빈 / 예원초 6학년 <구름>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