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 <바느질 소녀>를 읽고 -
영도초등학교 6학년 김민지
얼마 전 나를 무척 사랑해주던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조그마한 가게에서 옷 수선을 하던 우리 할머니다.
나에게는 뭐든지 넘치게 줬지만 할머니는 습관처럼 모든 것을 아끼며 모았다.
바늘과 실로 눈 깜짝할 사이 옷과 이불 등을 만들었다.
구멍이 나거나 헌 옷은 물론이고 쓸모없어 버려지는 자투리 천마저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처럼 또 다른 멋진 모습으로 태어났다.
나에게 있어 바느질을 하던 할머니의 모습은 이 책 속의 거지 소녀만큼이나 신비로운 존재였다.
하루 종일 앉아 일하는 할머니였지만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했고 웃음도 잃지 않았다.
더구나 시비를 걸거나 트집 잡는 사람, 반말하는 나이 어린 사람, 길을 묻는 사람에게도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상냥하게 대했다.
옆에서 보는 내가 화가 날 정도로 말이다.
새총으로 사람을 쏘며 재미있어 하는 한태와 허리가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기는커녕 보행보조기를 몰래 치워버리는 은비 엄마가 동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거지 소녀를 나쁜 아이라고 소리칠 때도 나는 활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하듯 화가 치밀었다.
그래도 힘들고 지친 우리 할머니에게 말동무를 해주던 다정한 이웃처럼 거지 소녀를 고마운 마음과 함께 친구로 생각하며 먹을 것을 주고 줄넘기를 가르쳐주는 수지와 준하, 수목이를 보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이처럼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마음 착한 사람이 더 많이 살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겉모습이나 확실하지 않은 소문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는 것일까?
수수한 옷을 입고 허름한 가게에서 일하는 할머니라고 모든 것이 서툴고 무식하지는 않다.
비록 거지처럼 생활했지만 거지 소녀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직접 보면서도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아주 뛰어난 재주와 능력을 말이다.
은비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물론이고 몸통에 붙은 구름이의 뒷다리, 멜론의 실명한 눈 그리고 죽은 도사견 돌격이를 살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음 또한 넓고 착했으며 소박했다.
난동을 피우던 재호 때문에 손에 상처를 입어도 동네 사람들이 누명을 씌워 경찰에 잡혀가도 베풀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그 마음이 나쁜 짓만 일삼던 이기적인 정태를 준하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했던 것이다.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한 뒤 토라졌던 우리 가족들도 할머니를 모셔 둔 납골당에 가면 따뜻한 햇볕에 얼음이 녹듯이 사르르 마음이 풀어져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한다.
마치 거지 소녀가 바느질로 아픈 상처를 고쳐주듯이 할머니가 금이 가고 울퉁불퉁한 우리들의 마음을 바르게 잘라 곱게 이어주는 것 같았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우리들 곁에서 말없이 상처 난 마음을 고쳐주는 할머니.
이제는 어느 한적한 공원에서 수목이와 함께 상처 입고 힘든 동물과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을 거지 소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그들처럼 되고 싶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도 또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윙윙 부는 바람 속에 거지 소녀의 피리소리가 섞여 있는지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들어본다.
Chapter
- 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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