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9810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

 

                                                                                                                                             부산국제고등학교 2학년 장서영

 

당신이 우연히 만난 백 살 넘은 노인이 자신의 친구가 프랑코 장군, 마오쩌둥, 트루먼 대통령, 유리 포포프라고 주장한다면, 또 그가 자신이 원자폭탄을 어떻게 만드는지 안다고 말한다면, 스탈린과 김일성과 만나 죽을 고비를 넘겼었다고 경험담을 늘어놓는다면, 당신은 아마 그 노인이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한 세기를 살며 세계사를 주름잡은 노인이 방금 막 요양원 창문을 뛰어넘어 이 책 안으로 쏙 들어왔다. 바로 놀라운 매력을 가진 알란 칼손이다. 스웨덴 인구 900만 명 중 100만 명이 가지고 있다는 이 책, 나도 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책장을 넘기며 칼손 노인이 들려주는 인생 얘기에 푹 빠져볼 수 있었다.

 

알란 칼손의 인생은 한 마디로 정의된다. ‘파란만장함’, 그는 매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어릴 적에 조실부모하고 스스로 화약사업을 하다가 정신병자로 오해받아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하고, 거세를 당하기도 했다. 후에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해주고, 미국과 러시아에 원자폭탄 기술을 전해주기도 하며, 블라디보스토크를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하고, 마오쩌둥의 아내의 목숨을 살려주기도 한다. 미국 스파이로 활동하며 의도치 않게 소련의 붕괴에 영향을 준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는 남들 모르게 세계 곳곳에서 세상의 흐름을 바꾼 인물이었다. 그런 그의 과거 이야기와, 창문 넘어 요양원에서 도망쳐 졸지에 ‘연쇄살인범’이 되어버린 그의 현재 이야기가 교차되어 서술되는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유쾌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게 부러웠던 점은 그가 인생을 사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는 도덕적으로 전혀 결함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롤모델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는 사람이다. 그는 원자폭탄 기술을 미국과 러시아에 넘겼으며, 백세 노인이 되었을 때 요양원으로부터 도망을 치면서 의도하진 않았지만 사람도 세 명이나 죽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잠시 그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생각은 배제하자. 그는 정말 물 흘러가듯 인생을 산 사람이다. 그가 하고 싶은 대로, 그저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엄청나게 위험한 일을 시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남한으로 넘어가기 위해 김일성을 만날 대범한 생각을 한 그는 단순하고 빈틈 많은 계획 하나 가지고 김일성을 만나 살아남았다. 그렇게 결국 그는 세계 각국의 수상들의 유쾌한 친구이자, 역사의 곳곳에 숨어 세계의 판도를 바꾼 인물로 남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인생을 산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알란 칼손을 보며 나는 생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미래에 대한 너무 많은 걱정과 생각은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어떻게든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변한다. 내가 지금 미래를 걱정한다고 해서, 미래에 그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으며, 지금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미래가 불안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알란을 보며 깨달았다. 그냥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내키지 않으면 내치면서 그렇게 살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수능이 약 60여일 남은 이 시점에서 내게 드는 생각은 ‘다음은 내 차례구나’이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앞으로 약 두 달 뒤부터 내게 붙을 ‘고3’이라는 타이틀을 어떻게 짊어져야 할 지 고민이 크다. 대학을 어떻게 가야할 지, 내가 무엇을 잘 하고 좋아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확신 없이 나는 하루하루를 불안해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칼손 노인을 만나고 나는 이런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로 한다. 내가 ‘대학 어떻게 가지?’ 하고 고민한다고 해서 내가 대학에 합격하는 것도 아니고, ‘수능 어떻게 다 1등급 받지?’ 하며 걱정한다고 해서 수능 1등급 성적표가 나에게 배달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스트레스만 쌓여서 나를 폭발 직전에 이르게 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한다. 피할 수 없는 폭풍에 가까워지는 배를 탄 기분이지만, 무섭게 다가오는 폭풍을 피할 방법이 하나도 없는 지금, 나는 그저 다가올 폭풍을 즐기기로 했다. 폭풍 안에 들어가면 배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큰 파도와 바람에 휙 뒤집힐 수도 있고, 돛이 부서질 수도 있다. 배 바닥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소중한 선원 하나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잘 버텨 폭풍 속에서 살아남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다른 경우의 수를 내 뇌 속에서 꺼내놓기로 했다. 그저 내가 폭풍 속에서 잘 살아남기를, 폭풍우가 지나고 난 뒤 뿌듯한 승자의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는 어떻게 될 지 종잡을 수 없는 미래를 항상 불안해하며 산다. 하지만 여기,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제 갓 백 살이 된 알란 칼손 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책장을 넘기며, 그의 인생을 함께 들여다보자. 어떤가, 그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삶을 살아가지 않았는가? 그는 그저 그에게 닥친 변화를 의연하게 받아들였으며, 죽음의 고비에서도 긍정적인 마음과 대담함을 가지고 살아남았다. 부정적인 생각 따윈 하지 않았으며, 그저 잘 될 것이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갔고, 결과적으로 누구보다 재밌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우리도 한 번 사는 인생, 칼손처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꽤 괜찮은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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