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9126

광인, 그들에게 묻다 - <광인 수술 보고서>를 읽고 -

 

                                                                                                                                             해연중학교 3학년 이은혜

 

우리 주위에는 많은 광인들이 존재한다. 사전적 의미로써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른 사람’인 광인(狂人)은 우리와 ‘다른 사람’이다. 인류는 예부터 자신과 ‘다른’ 이들을 경계해 왔었다. 가진 것이라곤 몸 밖에 없던 우리 조상에게는 ‘다름’은 ‘변화’를 상징했고 이것은 그들에게 크나큰 두려움을 동반했다. 인류가 무수히 많은 발전을 해왔어도 ‘다름’은 우리에게 원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아이들은 모두 이방인이다”라고 말하였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있는 부모들은 설렘과 동시에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낀다. 이 작은 생명체로 인하여 예전과 달라질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옛날과 달리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신병원’이다. 정신병원은 다른 병원과 달리 감옥을 연상시키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 병원의 환자들은 단지 몸이 아픈 ‘병자’가 아닌 정신에 이상이 있는 ‘광인’들이다. 광인들은 약물과 일정한 생활을 통하여 정상인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원한다. 

 

책 속에 나오는 환자인 ‘이연희’는 사춘기 이후 심한 강박 증세를 드러내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김광호’로부터 광기 말기를 판정받은 전형적인 ‘광인’이다. 광기 말기의 끝은 인간이 아닌 짐승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짐승은 인간이 될 수 없지만 인간은 짐승이 될 수 있기에 결국 그녀의 부모님은 한때 광인 이였던 김광호 선생의 도움으로 광인 수술을 시작하게 된다. 아마 예전에 광인 이였기에 그는 환자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범한 학생에 불과 했던 그녀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선 광인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책 속의 그녀인 ‘이연희’ 외에도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광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난 후 불현 듯 떠오른 한 광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그 ‘아이’는 다른 이들과 남달랐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순박한 눈동자는 언제나 총기 하나 없이 흐리멍덩했다. 때때로 수업시간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선생님께 반말을 해서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하던 그 아이의 행동은 날이 갈수록 익숙해져가기만 했다. 하지만 이따금씩 내보이던 발작 증세는 그 아이가 생활을 하며 겪었을 아픔을 격렬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였다. 선생님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의미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아이는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인 할머니가 교실에 들어서도 이상 행동을 계속 하였다. 결국 체육선생님이 반으로 내려오셔서 제압을 한 후 밖으로 끌고 나간 뒤가 되어서야 소란스러움이 멈췄다. 며칠 뒤 아이는 학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만이 학교를 떠돌아 다녔다. 아이는 어린 나에게 ‘광인과 정상인은 공존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졸업 앨범에도 남아있지 않는 아이의 사진은 책 속의 이연희를 보여주는 듯하여 가슴이 무거워졌다. 책에서 이연희는 김광호에게 “나는 잠깐 보아야할 것과 계속해서 보아도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 말해야 할 것과 더 말해도 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광인으로 판정받은 건지도 몰라요.”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처럼 세상은 우리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광인과 정상인으로 구분하는 것 일지도 모른다. 남들과 조금 다른 말을 한다고 하여, 남들과 조금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하여 이연희와 그 아이는 사람들로부터 평등하지 못한 대우를 받아야만 했다. 과연 그들이 보고 느끼던 세계는 어떤 세계였을까. 우리와 똑같은 세계일 수도 있으며 좀 더 아름답거나 아니면 조금 더 더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광인인 그들의 눈에는 우리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그들에게 필요하지 않는 기준을 세워 체면을 세우던 우리야 말로, 그들의 눈에 광인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어쩌면 광인들은 병리학적으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사회가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도록 몰아가 사회라는 조직 안에서 탈락한 이들 일수도 있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사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 대상이 어른일지 아이일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우리는 충분히 미쳤다는 사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은 더 이상 우리의 관심을 끌지 않는다. 더욱더 우리의 엔도르핀을 자극시키기 위하여 사람들은 '좀 더' 외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야지만 우리는 ‘충족’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있을까? 어쩌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광인일 수도 있다. 이연희가 말한 “도대체 이 수술은 어떤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거지요? 누가 광인이고 누가 정상인이라는 걸까요? 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은 개 짖는 소리를 내다가 심지어 쥐를 물어오기까지 한 내 자신이 아니라, 그런 나를 보며 즐거워한 우리 반 아이들이 아닌가요?”의 물음은 많이 부족한 내가 그녀에게 답변을 해주고 싶다. 광인 수술을 받아야하는 것은 네가 아니라고, 너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비웃은 아이들이야 말로 수술이 필요한 광인(狂人)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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