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시아 해양문학의 한 획을 그은 샤만 란보안의 이야기!
[노인과 바다]에 견줄 아시아의 최대작!
타이완 다우족 작가의 다우족 문화와 정신세계에 대한 진술
해양문학의 진수
샤만 란보안은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을 갖춘 작가이다
(행정원 문화건설위원회 주임 겸 인류학자인 천치난[陳其南]의 극찬)
현대인은 언제부턴가 그냥 흐르는 세월에 인생을 맡긴 채 멍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온몸을 바쳐 사랑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사랑하는 것 없이 살아왔다면, 이제 두 눈 부릅뜨고 『바다의 순례자』를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어두운 인생길을 헤매는 우리에게 나만의 바닷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등대 역할을 할 것이다.
『바다의 순례자』는 온몸을 바쳐 바다를 사랑한 타이완 다우족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샤만 란보안은 타이완 란위섬에서 출생한 다우족 작가이다. 그는 란위섬에서 태어나 그곳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몸으로 익히고 자랐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바다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잘 녹아 있다. 이것이 바로 서양 해양문학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야생 그대로 받아들인 바다의 생태계와 바다에 대한 깊은 사랑은 총 13편의 단편 소설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타이완은 1949년 중국 장제스의 국민당과 함께 이주해온 외성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이완에는 중국 한족이 오기 전에 살았던 원주민이 있는데, 현재 14개 종족이 있고 샤만 란보안은 14개 원주민 가운데 하나인 다우족인이다.
샤만은 타이완에서 교육을 받다가 란위섬으로 귀향하여 바다 사냥꾼으로 훈련받는다. 그의 소설에는 다우족의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바다에 대한 깊은 사랑이 전달된다.
서양의 문학과 사상에 잘 길들어진 우리에겐 란위섬의 미신들이 낯설다 못해 신비롭게 느껴지는데, 소설에는 미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부모가 살아 있는 남자라면 오후 늦게 홀로 잠수하러 들어가면 안 되고, 물고기를 잡을 때는 꼭 노인어, 여인어, 남인어를 골고루 잡아와야 하며, 악령의 유혹일 수도 있기에 대어는 잡지 않는 것이 좋다는 금기. 소설의 첫 단편 「찬 바다 깊은 정」은 이러한 미신들로 시작한다.
해가 어둑해질 때, 샤만은 바다에 깊이 빠져 하염없이 물고기를 잡으며 행복에 젖어 있고 가족들은 악령을 물리치는 투구와 갑옷을 걸친 채 샤만을 찾아 헤매었다. 오래된 기침 소리에 뒤섞인 어머니의 푸념에 샤만은 가슴 깊은 곳이 쓰라리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그의 바다 사랑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샤만의 밤바다 잠수 사건으로 한 가문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여기서 노인들이 주고받는 시는 다우족의 문화를 경이롭게 보이게 하는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다. 시로 마음을 주고받는 노인들. 샤만의 밤바다 잠수를 걱정하면서도 어쩌면 바다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내심 이해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들도 바다와 함께한 세월,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바다 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란위섬의 젊은이들이 전통을 모르고 한족화한 사람이 되었음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샤만이 다우족의 전통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이라 기대한다.
이 전통과 현대의 가치 충돌은 다시 ‘잘 사는’이라는 뜻의 가치 충돌로도 연결된다. 샤만이 대학을 나왔으니 돈을 벌러 타이완으로 가라는 아내. 이제 물고기 맛을 다 보았고 효도도 받았으니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내지로 가라는 부모님. 구겨진 빵점자리 시험지로 평가 받는 다카안. 잘 산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때 되면 대학가고 취직하여 결혼하는 것일까? 샤만은 이런 가치관이 현실에서 위협당할 때에 그저 홀로 끊임없이 바다만을 바라본다. 바다에는 ‘전통’도 ‘현대’도 ‘잘 사는 것’도 넘어서는 다우족 만의 깊은 정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단편 「바다의 순례자」는 제목처럼 바다를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바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에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샤만은 처음에 바다 사냥을 힘과 기술로 하려고 했다. 그러다 바다를 알아가면서 이러한 생각도 차츰 변화되기 시작한다. 달이 차고 기울 때의 조수 변화 및 여름과 겨울의 조류에 밀려온 부유생물을 관찰하고 섬 근해의 잠수 환경 등을 관찰하며 샤만은 바다와 함께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을 보게 된다.
한쪽은 무서울 정도의 거친 파도가 일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보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해역이었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춘 채 양쪽이 확연히 다른 해역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때 홀연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는 손에 작살을 움켜쥔 채 물결이 부서져 내리는 해안에 우뚝 서 있었다.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이 사람이 대체 누굴까 생각해보았다. 그때 시각은 벌써 오후 4시, 그는 솟구쳐 밀려오는 파도를 가슴으로 맞부딪치더니, 밀려오는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pp. 141~142)
이 남자는 샤만의 사촌 형이었다. 그는 온몸으로 파도를 맞으며 바다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모한 사랑이 아니었다. 바다의 환경과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몸을 던진 것이다. 샤만은 이때부터 바다 사냥꾼의 경험을 늘리며 온몸으로 바다를 이해하고 배우며 어엿한 바다 사냥꾼의 모습을 갖춘다.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사냥꾼이 된 샤만. 그는 사람 크기만 한 무명갈전갱이를 작살 하나로 낚기도 하고 모두가 무서워하는 상어, 가오리를 만나기도 하며 날치철에 모두가 부러워할 대어를 가져오기도 한다. 대어들을 만난 바다 사냥꾼의 장면 묘사는 사진을 보듯 상세하고 흥미롭게 서술되며 어느새, 우리도 바다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사냥꾼에게는 먹여 살릴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세대에 누가 먹기만 하겠는가. 교육도 받아야 하고 문화 활동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이제 바다 사냥꾼도 현실을 돌아보며 돈을 벌어야 했다. 부모님도 아내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샤만에게 타이완으로 돈을 벌러 가라 한다. 이제는 아이들마저도 아버지의 엉덩이를 툭툭 찌르며 돈을 벌라 한다. 샤만은 마지막 사냥이라 생각하고 해가 어둑해질 즈음 다시 바다로 간다. 하루에 두 번 바다에 나가선 안 된다는 금기를 어기는 행위였다. 어두운 바닷속에 손전등을 비추며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바다의 어느 구석에 깊이 잠긴다 해도 난 원망도, 후회도 없을 것이다. 비록 예금통장에는 한 푼도 남아 있지 않고, 자신의 황금 시절을 바다에 다 쏟아 부었지만, 난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253p)
그리고 이제 바닷물고기를 잡는 걸 잊은 채 바다를 관찰한다. 각양각색의 물고기들, 그리고 초대형 무명갈전갱이. 그는 소형 작살총으론 어림도 없는 무명갈전갱이를 사냥하지 않고, 다만 그의 옆에 서서 녀석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감상한다.
“내 영혼의 벗, 너를 사랑해. 네 비늘 하나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다음에는 네 반쯤 크기의 같은 종인 무명갈전갱이를 내게 보내줘, 알았지?”(생략)
손전등의 빛은 줄곧 녀석을 따라 먼바다 쪽까지 쭉 나아갔지만, 일망무제의 깊은 바다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새카만 해저 세계는 손전등의 빛이 미치는 곳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나의 친구, 은백색의 대어는 갈수록 작아지더니, 손전등의 빛이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서 마침내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사라져 버렸다.(생략)
오늘 밤 녀석을 해치지 않았던 것은 잠수 사냥을 다닌 최근 몇 년 동안의 가장 영광된 순간이며, 한 오라기의 후회도 없었다.(257p)
이렇게 그는 원망도 후회도 없이 바다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의 자전적 소설에 별명 하나를 붙인다면 ‘살아 있는 소설’일 것이다. 그는 살아 있는 글로 이전에 본 적 없었던 해양문학의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바다의 순례자』를 읽고 나면 누구라도 나만의 바다로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한 가지 질문이 우리의 마음을 꿰찰 것이다.
녹록한 현실이 삶에 자리 잡고 있을지라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생을 걸고 사랑하는 것이 있는가?
▣ 작가 소개
저자 : 샤만 란보안(夏曼 藍波安, Syman Rapongan)
1957년 타이완 남동쪽에 위치한 란위섬에서 출생한 다우족 작가이다. 단쟝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칭화대학교 인류학연구소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 겸 인류학자로서 다우족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국가실험연구원 해양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바다이만의 신화(八代灣的神話)』(1991), 『찬 바다 깊은 정(冷海情深)』(1997), 『까만 날개(黑色的翅膀)』(1999), 『바다의 바람(海洋的風)』(2001), 『바닷물결의 기억(海浪的記憶)』(2002), 『하늘의 눈(天空的眼睛)』(2012) 등이 있다.
역자 : 이주노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현대문학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현대문학과의 만남』(공저, 동녘), 『동아시아의 생사관』(공저, 전남대학교출판부)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는 『중화유신의 빛 양계초』(공역, 이끌리오), 『걸어서 하늘 끝까지』(공역, 어문학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글판 서문 ―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자서
찬 바다 깊은 정
구로시오의 마상이
날치의 외침
바다의 신령에 대한 경외
바다의 순례자
무명갈전갱이
날치 철 - Arayo
무명갈전갱이와 두 마리 상어
딸의 생일
가오리
타이완에서 온 화물선
샤번 미도리의 이야기
원망도…… 후회도 없이
역자후기
아시아 해양문학의 한 획을 그은 샤만 란보안의 이야기!
[노인과 바다]에 견줄 아시아의 최대작!
타이완 다우족 작가의 다우족 문화와 정신세계에 대한 진술
해양문학의 진수
샤만 란보안은 노벨문학상을 받을 자격을 갖춘 작가이다
(행정원 문화건설위원회 주임 겸 인류학자인 천치난[陳其南]의 극찬)
현대인은 언제부턴가 그냥 흐르는 세월에 인생을 맡긴 채 멍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온몸을 바쳐 사랑하는 무언가가 있는가? 사랑하는 것 없이 살아왔다면, 이제 두 눈 부릅뜨고 『바다의 순례자』를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어두운 인생길을 헤매는 우리에게 나만의 바닷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등대 역할을 할 것이다.
『바다의 순례자』는 온몸을 바쳐 바다를 사랑한 타이완 다우족 남자의 이야기이다.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샤만 란보안은 타이완 란위섬에서 출생한 다우족 작가이다. 그는 란위섬에서 태어나 그곳의 문화와 아름다움을 몸으로 익히고 자랐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바다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잘 녹아 있다. 이것이 바로 서양 해양문학과 차별되는 지점이다. 야생 그대로 받아들인 바다의 생태계와 바다에 대한 깊은 사랑은 총 13편의 단편 소설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타이완은 1949년 중국 장제스의 국민당과 함께 이주해온 외성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이완에는 중국 한족이 오기 전에 살았던 원주민이 있는데, 현재 14개 종족이 있고 샤만 란보안은 14개 원주민 가운데 하나인 다우족인이다.
샤만은 타이완에서 교육을 받다가 란위섬으로 귀향하여 바다 사냥꾼으로 훈련받는다. 그의 소설에는 다우족의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바다에 대한 깊은 사랑이 전달된다.
서양의 문학과 사상에 잘 길들어진 우리에겐 란위섬의 미신들이 낯설다 못해 신비롭게 느껴지는데, 소설에는 미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부모가 살아 있는 남자라면 오후 늦게 홀로 잠수하러 들어가면 안 되고, 물고기를 잡을 때는 꼭 노인어, 여인어, 남인어를 골고루 잡아와야 하며, 악령의 유혹일 수도 있기에 대어는 잡지 않는 것이 좋다는 금기. 소설의 첫 단편 「찬 바다 깊은 정」은 이러한 미신들로 시작한다.
해가 어둑해질 때, 샤만은 바다에 깊이 빠져 하염없이 물고기를 잡으며 행복에 젖어 있고 가족들은 악령을 물리치는 투구와 갑옷을 걸친 채 샤만을 찾아 헤매었다. 오래된 기침 소리에 뒤섞인 어머니의 푸념에 샤만은 가슴 깊은 곳이 쓰라리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그의 바다 사랑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샤만의 밤바다 잠수 사건으로 한 가문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여기서 노인들이 주고받는 시는 다우족의 문화를 경이롭게 보이게 하는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다. 시로 마음을 주고받는 노인들. 샤만의 밤바다 잠수를 걱정하면서도 어쩌면 바다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내심 이해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들도 바다와 함께한 세월,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바다 사랑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란위섬의 젊은이들이 전통을 모르고 한족화한 사람이 되었음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샤만이 다우족의 전통을 이을 수 있는 사람이라 기대한다.
이 전통과 현대의 가치 충돌은 다시 ‘잘 사는’이라는 뜻의 가치 충돌로도 연결된다. 샤만이 대학을 나왔으니 돈을 벌러 타이완으로 가라는 아내. 이제 물고기 맛을 다 보았고 효도도 받았으니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내지로 가라는 부모님. 구겨진 빵점자리 시험지로 평가 받는 다카안. 잘 산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때 되면 대학가고 취직하여 결혼하는 것일까? 샤만은 이런 가치관이 현실에서 위협당할 때에 그저 홀로 끊임없이 바다만을 바라본다. 바다에는 ‘전통’도 ‘현대’도 ‘잘 사는 것’도 넘어서는 다우족 만의 깊은 정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단편 「바다의 순례자」는 제목처럼 바다를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바다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가치에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샤만은 처음에 바다 사냥을 힘과 기술로 하려고 했다. 그러다 바다를 알아가면서 이러한 생각도 차츰 변화되기 시작한다. 달이 차고 기울 때의 조수 변화 및 여름과 겨울의 조류에 밀려온 부유생물을 관찰하고 섬 근해의 잠수 환경 등을 관찰하며 샤만은 바다와 함께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을 보게 된다.
한쪽은 무서울 정도의 거친 파도가 일고 있는데, 다른 한쪽은 보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해역이었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춘 채 양쪽이 확연히 다른 해역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때 홀연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그는 손에 작살을 움켜쥔 채 물결이 부서져 내리는 해안에 우뚝 서 있었다.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 이 사람이 대체 누굴까 생각해보았다. 그때 시각은 벌써 오후 4시, 그는 솟구쳐 밀려오는 파도를 가슴으로 맞부딪치더니, 밀려오는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pp. 141~142)
이 남자는 샤만의 사촌 형이었다. 그는 온몸으로 파도를 맞으며 바다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모한 사랑이 아니었다. 바다의 환경과 변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몸을 던진 것이다. 샤만은 이때부터 바다 사냥꾼의 경험을 늘리며 온몸으로 바다를 이해하고 배우며 어엿한 바다 사냥꾼의 모습을 갖춘다.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사냥꾼이 된 샤만. 그는 사람 크기만 한 무명갈전갱이를 작살 하나로 낚기도 하고 모두가 무서워하는 상어, 가오리를 만나기도 하며 날치철에 모두가 부러워할 대어를 가져오기도 한다. 대어들을 만난 바다 사냥꾼의 장면 묘사는 사진을 보듯 상세하고 흥미롭게 서술되며 어느새, 우리도 바다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사냥꾼에게는 먹여 살릴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세대에 누가 먹기만 하겠는가. 교육도 받아야 하고 문화 활동도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이제 바다 사냥꾼도 현실을 돌아보며 돈을 벌어야 했다. 부모님도 아내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샤만에게 타이완으로 돈을 벌러 가라 한다. 이제는 아이들마저도 아버지의 엉덩이를 툭툭 찌르며 돈을 벌라 한다. 샤만은 마지막 사냥이라 생각하고 해가 어둑해질 즈음 다시 바다로 간다. 하루에 두 번 바다에 나가선 안 된다는 금기를 어기는 행위였다. 어두운 바닷속에 손전등을 비추며 그는 생각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바다의 어느 구석에 깊이 잠긴다 해도 난 원망도, 후회도 없을 것이다. 비록 예금통장에는 한 푼도 남아 있지 않고, 자신의 황금 시절을 바다에 다 쏟아 부었지만, 난 원망도,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253p)
그리고 이제 바닷물고기를 잡는 걸 잊은 채 바다를 관찰한다. 각양각색의 물고기들, 그리고 초대형 무명갈전갱이. 그는 소형 작살총으론 어림도 없는 무명갈전갱이를 사냥하지 않고, 다만 그의 옆에 서서 녀석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감상한다.
“내 영혼의 벗, 너를 사랑해. 네 비늘 하나 다치게 하지 않을 거야. 다음에는 네 반쯤 크기의 같은 종인 무명갈전갱이를 내게 보내줘, 알았지?”(생략)
손전등의 빛은 줄곧 녀석을 따라 먼바다 쪽까지 쭉 나아갔지만, 일망무제의 깊은 바다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새카만 해저 세계는 손전등의 빛이 미치는 곳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나의 친구, 은백색의 대어는 갈수록 작아지더니, 손전등의 빛이 닿지 않는 깊은 골짜기에서 마침내 모습이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사라져 버렸다.(생략)
오늘 밤 녀석을 해치지 않았던 것은 잠수 사냥을 다닌 최근 몇 년 동안의 가장 영광된 순간이며, 한 오라기의 후회도 없었다.(257p)
이렇게 그는 원망도 후회도 없이 바다 순례자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그의 자전적 소설에 별명 하나를 붙인다면 ‘살아 있는 소설’일 것이다. 그는 살아 있는 글로 이전에 본 적 없었던 해양문학의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바다의 순례자』를 읽고 나면 누구라도 나만의 바다로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한 가지 질문이 우리의 마음을 꿰찰 것이다.
녹록한 현실이 삶에 자리 잡고 있을지라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생을 걸고 사랑하는 것이 있는가?
▣ 작가 소개
저자 : 샤만 란보안(夏曼 藍波安, Syman Rapongan)
1957년 타이완 남동쪽에 위치한 란위섬에서 출생한 다우족 작가이다. 단쟝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국립칭화대학교 인류학연구소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 겸 인류학자로서 다우족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국가실험연구원 해양과학기술연구센터 연구원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바다이만의 신화(八代灣的神話)』(1991), 『찬 바다 깊은 정(冷海情深)』(1997), 『까만 날개(黑色的翅膀)』(1999), 『바다의 바람(海洋的風)』(2001), 『바닷물결의 기억(海浪的記憶)』(2002), 『하늘의 눈(天空的眼睛)』(2012) 등이 있다.
역자 : 이주노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현대문학 분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현대문학과의 만남』(공저, 동녘), 『동아시아의 생사관』(공저, 전남대학교출판부)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는 『중화유신의 빛 양계초』(공역, 이끌리오), 『걸어서 하늘 끝까지』(공역, 어문학사)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글판 서문 ―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자서
찬 바다 깊은 정
구로시오의 마상이
날치의 외침
바다의 신령에 대한 경외
바다의 순례자
무명갈전갱이
날치 철 - Arayo
무명갈전갱이와 두 마리 상어
딸의 생일
가오리
타이완에서 온 화물선
샤번 미도리의 이야기
원망도…… 후회도 없이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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