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마도 진짜 이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시작되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끝날 것이다.”
―너를 기억하는 나의 이야기.
오로지 내가 너를 기억하는 힘으로 써내려간 우리의 이야기.
“나를 라애라고 부른 사람은 세상에 세 사람 있었다.” 소설의 화자 ‘나애’의 과거를 지배하는 세 사람, 도이, 상, 종려할매다. 가족과 떨어져 ‘병원집’에서 살게 된 어린 시절 나애를 지켜준 사람들이기도 하다. 도이, 상과는 유치원 시절, 그들 사이에 ‘문자도 없던 시절’ 우연히 만났다가 헤어진 뒤 아홉 살에 또다른 우연으로 만났다. “세상에 들어오기 전에, 우린 거기서 함께했다”고 그 시절을 술회하는 나애. 공고하고 비밀스럽고 무구하고 강렬한 유년의 추억이다. 종려할매는 ‘병원집’의 별채에 기거하며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인물. 나애의 버팀목이 되어 부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어머니의 자리를 채워주었다.
풍요보다는 결핍이, 꿈보다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 삶을 지배하던 1970년대의 풍경 속 그 추억은 반짝 빛나지만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뜻하지 않게 마주한 불운 모두 자신의 탓은 아니지만, 상은 폭력을 쓰는 세계로, 도이는 폭력을 당하는 세계로 멀어져갔다. 종려할매와는 작별 인사도 못한 채 헤어져버렸다. 끝내 상은 젊은 나이에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도이는 요양병원에 입원하였으나 외려 비로소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언젠가 할말이 있었다. 도이야, 너를 줄곧 생각했다.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 말이었다. 사람이 줄곧 그것을 생각할 수는 없다. 이따금 생각한 것이다. 늘 잊고 살다가 문득문득 생각한 것이다. 평생 그럴 것이다.(36쪽)/ 기억한다. 나의 진실은 이것뿐이다. 기억이란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영상들, 끊어지는 장면들, 흩어지는 표정들. 그러나 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깊다. 나는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모른다. 다만 줄곧 도이를 생각해온 것만 같다.(74쪽)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애가 도이를 떠올리고 생각하는 대목. 따라 읽다보면 그것이 도이를 살게 한 원동력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린 시절 도이와 상이 나애를 살게 한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도이와 상이라는 축이 없었다면, 나의 유년 세계는 기억으로 구성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수많은 나날이 유실되었듯이, 어딘가로 빠져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니 아무 일도 없이”(73쪽)라는 나애의 말처럼, 우리는 나 하나로 온전히 나일 수 없는 존재이며, 우리의 세계는 서로의 기억 속에 살고 기대며 구성된다. 삶을 이어가는 힘이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이다.
2010년대를 사는 현재의 나애에게는 강과 희도가 있다. 십 년을 안정적으로 만나온 강과는 강의 옛 연인 허윤주가 찾아오며 기묘한 삼각관계를 이어가다가―나애는 강과 허윤주 사이의 아이의 대모가 되었다―결별하였다. 희도와는 삼 년을 ‘임시 동거인’처럼 만났다. 나애와 희도는 많은 시간과 경험을 공유했지만 “둘 사이에는 어느새 최초의 간격으로 돌아가는 탄성이 있었다.”(10쪽) 그런 희도와 나애는 결국 서로를 떠나보내려 하는데…
상실은 두려우면서도 친숙했다. 언젠가 몇 번이고 겪었던 일이 또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잃어버릴 때 안심하는 것일까. 왜 잃어버린 것들이 오히려 더 안전하게 느껴질까. 오히려 더 확고하게 나의 것 같을까. 현실은 여기까지이다. 여기서 끝이 난다. 희도는 떠나지만, 이제 현실의 이름을 지우고 내 안의 세상을 살 차례였다. 나의 안에는 그런 장소가 있다. 한번 일어난 일은 영원히 복기되는 곳, 그곳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49쪽)
도이, 상, 종려할매, ‘병원집’의 다른 사람들, 엄마, 그리고 강. 소중한 사람들을 차례로 잃어갔던 나애의 경험과 기억은, 그녀가 품어온 근원적인 고독은, 결국 이렇게 희도 역시 떠나보내는가. 공항의 출국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기는 나애의 모습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나애는 어디로 향할까. “때로 어딘지 모를 그 멀고 낯선 여행지는 기억과 망각이 뒤섞인 자신의 가장 안쪽일 수도 있다. 자신의 고독을 받아들이고 침묵할 때 부유하는 여행은 끝나고 삶이 시작된다.”(243쪽)
‘감수성의 작가’ 전경린은 내면 깊은 곳의 감정을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것이 어떻게 생겨나 자라는지, 변하는지, 소멸해가는지, 그 감정의 일생을 씀으로써 인간의 가장 여리고 섬세한 특질을 애틋하게 부각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이끈, 누군가의 삶을 지배하게 된 운명으로 우리를 조용히 안내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밀려오는 저마다의 기억 속에 가만히 들어앉아 소중했던 이름들, 나를 소중히 여겼던 이름들을 곱씹어볼 일이다. ‘너를 기억하는 힘으로’라고 되뇌며 그 이름들로 이루어진 지금의 나를 새삼 돌이켜보면, 마음 한구석에서부터 벅차오르는 묘한 감정에 휩싸일 터이다. 그것이 바로 위태롭고 공허한, 때때로 버거운 삶을 감싸안는 전경린식 위무이리라.
작가 소개
저 : 전경린
全鏡潾, 본명:안애금
흔히 '귀기의 작가' '정념의 작가'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전경린은 이미지의 강렬함과 화려한 문장으로 기억된다. 서른 세 살. 아이와 피와 심지어 죽음조차 삶이 모두 허구라는 것을 느낀 작가는 허구가 아닌 삶의 실체를 갖고자 소설을 쓰기로 시작했다.
1993년 작가의 가족은 마산 옆 진양의 외딴 시골로 이사를 갔다. 꽤나 적적한 곳이었지만 여기서 전경린은 `뭔가가 밖으로 표출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3년 가까이 사람들과 인연을 끊다시피 하고 들어앉아 많은 글을 써냈다. 자기 욕망에 충실한 내면적 세계와 질서화 되고 체제화 된 바깥 세계 사이의 작용과 긴장과 요구 속에서 갈등하는 여성과 여성적인 삶이 문학적 관심사다.
작가의 본명은 안애금. 전혜린을 연상시키는 전경린이라는 이름은 옛날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 임시로 지었다. 당시 누가 `린'이라는 화두를 주었고, 차례대로 `경'과 `전'을 추가해서 `전경린'이라는 이름을 완성시켰다. 작가도 물론 `전혜린'을 떠올렸다. 작가는 전혜린을 좋아한다. 그리고 전혜린뿐 아니라 나혜석, 윤심덕 더 올라가서 황진이까지 소위 강한 자의식 때문에 고통 받고 분열될 수밖에 없었던 선각자적 여성을 좋아하고 흠모한다.
1963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으며 경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산 KBS에서 음악담당 객원 PD와 방송 구성작가로 근무했다. 그 후 운동권이었던 남자와 결혼하여 딸과 아들을 낳고 평범한 주부로 살다 둘째를 낳은 후인 1993년부터 본격적인 습작에 들어갔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부문에 「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하였으며 1997년 「염소를 모는 여자」로 제29회 한국일보 문학상, 1997년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로 제2회 문학동네 소설상, 1998년 단편소설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으로 21세기 문학상, 2004년 단편소설 「여름휴가」로 대한민국소설문학상 대상, 2007년 단편소설「천사는 여기 머문다」로 제3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열정의 습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황진이』, 『엄마의 집』과 어른을 위한 동화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 『붉은 리본』, 『나비』 등이 있다.
전경린의 베스트셀러인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은 2002년 변영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가정의 틀안에서 안주하던 한 여성이 내면에 지닌 혼란스런 욕구를 발견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나타나는 일탈과 매혹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천사는 여기 머문다」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섬세한 문체와 절제된 기법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삶의 현실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내면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작품 『엄마의 집』에서는 처녀의식을 가진 엄마들에게 “미스 엔”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다. 아버지에게도 남편에게도 자식에게도 종속당하지 않는 미스 엔이 그녀의 소설 속에서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여성들의 욕망에 주목해 온 작가답게, 현실의 엄마가 놓인 지형을 넘어서는 대안적이고 이상적인 집의 전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목 차
임시 동거인
반지를 빠뜨린 구멍
흔한 이별
병원집
봄장미가 밍크고래에게 한 말
나애, 단 하나의 원본
엘로이
나를 라애라고 부르는 세 사람
너를 기억하는 힘으로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선수
토마토처럼 깨어지는 얼굴
악어가 등뒤로 지나갈 때
예레바탄 사라이, 땅에 가라앉은 궁전
가라앉은 궁전
가정의 전설
이제 필요한 건 우연을 관리하는 능력
상자 속의 동화
고독의 질서
에필로그│내가 거기로 갈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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