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날,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두 청년의 모든 것을 뒤흔든다.
사랑, 우정, 그리고 다가올 삶의 풍경까지.
“스타인벡은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필립 마이어라는 이름으로.” _오스트레일리안
[워싱턴 포스트] [이코노미스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캔자스시티 스타] 선정 올해의 책(2009)
[뉴욕 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2009)
『아메리칸 러스트』는 등단과 함께 존 스타인벡, 코맥 매카시 등 미국의 위대한 작가들에 비교되며, 미국문학에 희망을 걸게 하는 재능 있는 신인 작가의 탄생이라는 평을 받은 필립 마이어의 2009년 데뷔작이다. 2010년 출판사 올에서 번역가 최용준의 번역으로 출간된 『아메리칸 러스트』를 전면 개정하여,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선보인다. 소설은 과거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미국 제조업의 몰락과 더불어 황폐화된 펜실베이니아의 가상 마을 뷰얼을 배경으로, 우발적인 살인 사건에 연루된 후 현실과 양심의 괴리 속에서 분투하는 두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뷰얼이라는 마을의 이름은 소설을 위해 창작된 것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펜실베이니아는 실제로 미국 ‘러스트 벨트’에 속한 지역이다. 러스트 벨트는 ‘녹슬어버린 지대’라는 뜻으로, 1970년대 이후 미국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대량 실직과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으며 쇠락한 중서부와 중북부 일부 지역을 가리킨다.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아메리칸 러스트』를 통해 작가는 미국 제조업의 쇠퇴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여파와, 예기치 못하게 일어난 살인 사건이 두 청년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 미치는 여파를 겹쳐놓는다. 이로써 사회적 사건은 개인적 사건이 된다. 작품 속에서 무너진 아메리칸드림은 미국적 가치를 가리키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고통받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현실’로서 그려진다.
“참으로 미국적인 현상이었다. 운이 나빴다고 자신을 탓하는 것. 사회적 힘이 자기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는 태도. 큰 문제들을 개인의 행동 탓으로 돌리는 경향. 아메리칸드림의 추악한 이면이었다.” _본문 375쪽
살인이라는 무거운 사건을 발단으로 하고 있지만, 이 작품이 관심을 갖는 것은 살인 사건 자체라기보다, 그 끔찍한 사건이 인물들의 삶에 남긴 후유증과 상처다. 가장 중심이 되는 인물인 두 청년을 비롯해 등장인물 여섯 명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 소설은, 흔들리고 번민하는 인물들의 심리를 절제된 문체로 치밀하게 좇는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묘사되는 녹슬고 버려진 공장과 건물, 떠난 자들의 흔적으로 가득한 황량한 마을의 모습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좌절, 죄책감, 희생심이 뒤섞인 처절한 내면의 풍경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심리적 무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심하게 굽어보는 거대하고 냉담한 자연의 모습은, 인간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을 상징하며 소설 전체에 음울하고 무력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결국 『아메리칸 러스트』는 모든 것이 녹슬어버린 곳에서 녹슬지 않는 인간의 가치를 찾고,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추락으로 시작해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 도달하고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내 유일한 임무는 주어진 삶을 최대한 열심히 사는 거야. 유일한 진짜 죄는 삶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고”(본문 176쪽)라는 극중 아이작의 대사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 위에서 기어이 다시 한 발을 내딛는 용기와 숭고한 의지를 함축한다.
몰락한 철강 마을 뷰얼,
녹슬어버린 도덕과 윤리가 삐걱대는 그 실패의 땅에서
흐릿한 희망의 흔적을 찾아가는 이들의 처절하고 숭고한 여정.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우울하고 사교적이지 못한 아이작과 공부와는 거리가 멀지만 학창 시절 풋볼 선수로 이름을 날린 포, 두 사람은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다. 그들이 살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뷰얼은 과거 ‘전 세계 철 생산의 심장부’라 불리던 곳이지만, 미국 제강업이 몰락하면서 15만 명 이상이 직장을 잃고 떠나 폐허가 된 마을이다. 오 년 전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을 품고 있는 아이작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아이비리그 대학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며 고향에 남는 길을 택했다.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실은 자신에게 늘 차가운 아버지의 애정과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 없는 고향의 삶에 지친 아이작은 예일대에 합격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향을 등진 누나 리처럼, 마침내 아버지의 돈 4천 달러를 훔쳐서 캘리포니아로 떠나 꿈꾸던 천체물리학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포는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기 위해, 마을 어귀까지 아이작과 동행하기로 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폐공장에서 두 사람은 부랑자 세 명과 시비가 붙는다. 아이작은 즉시 자리를 피하려 하지만 다혈질인 포는 그들과 맞서다가 붙잡혀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아이작은 포를 구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부랑자 중 한 명을 살해한다. 폐공장을 빠져나와 정신없이 도망친 두 사람은 다음날 사건 현장에 두고 온 물건을 찾기 위해 돌아갔다가, 현장을 조사중이던 뷰얼의 경찰서장 해리스와 마주친다. 해리스는 이전에 여러 번 폭력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킨 포를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포의 어머니 그레이스를 사랑하는 해리스는 그의 범행을 덮어주려고 한다.
한편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아이작은 떠나려던 계획을 다시 감행한다. 그러나 길 위에는 폭력과 굶주림과 추위만이 만연하고, 자신을 대신해 살인범으로 몰릴 것이 분명한 포를 마음 한구석에서 떨쳐내지 못한다. 같은 시각 포 역시 살인 혐의를 받고 폭력적인 재소자들로 가득한 교도소에 갇히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아이작을 차마 고발하지 못한다. 자신 앞에 닥친 끔찍한 현실과 양심의 가책, 선(善)을 행하려는 의지와 자신의 인생을 지키려는 본능이 충돌하는 속에서, 두 청년은 마침내 자신들의 미래를 결정할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
사랑과 명예와 도덕. 지켜줘야 할 사람.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너그러워지기 쉬웠다. 하지만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때가 오면 뭘 중요하게 여기는지가 드러났다. 쉬운 상황에서 바르게 행동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_본문 142쪽
『아메리칸 러스트』는 좌절된 아메리칸드림과 무너진 삶의 잔해 속에서 끝내 희망을 발견한다. 그것은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마음, 타인을 위해 운명의 무게를 짊어지려는 용기다. 인간 개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회적 변화와 가혹한 시련 앞에서 양심, 신의, 존엄과 같은 가치들은 한없이 무력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막다른 상황에서 끝까지 그 ‘무력한’ 가치를 지키려는 소설 속 인물들의 노력은 진한 감동을 준다. 그리고 작가 필립 마이어 역시 노동자 계층이 주를 이루는 볼티모어 햄든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몰락한 도시의 좌절감과 가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낸 후 이 작품을 썼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아메리칸 러스트』가 긴 여정 끝에 도달하는 그 단순하고 순수한 진실이 더 값지고 귀중하게 다가온다.
작가 소개
저 : 필립 마이어
Philipp Meyer
1974년 예술가인 어머니와 전기공 출신의 과학 강사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볼티모어의 노동자 계층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철강 산업의 붕괴로 성실한 이웃들이 범죄와 실업이 만연한 빈곤층의 ‘가난한 노동자’로 전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의 검정고시에 해당하는 GED를 통과했다. 그 후 오 년 동안 자전거 수리공으로 일하며 틈틈이 볼티모어의 트라우마 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코넬 대학에 입학해 영문학을 전공하지만, 졸업 후 산더미처럼 쌓인 학자융자금을 갚기 위해 월스트리트의 UBS에 들어가 금융파생상품 전문가로 일했다. 학자융자금을 거의 갚아나갈 즈음 미련 없이 월스트리트를 떠났고, 작가가 되려던 자신의 꿈을 좇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부모님의 지하방에서 생활하며 건설인부, 구급의료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병행하며 글쓰기를 계속했다. 어렵지만 치열했던 이 시기를 마이어는 자기 인생의 “진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오랜 기간 응답 없는 글쓰기에 지쳐 구급의료기사라는 두 번째 직업을 진지하게 고민할 즈음 미치너 작가센터의 MFA 프로그램에 선발되고, ‘맥스위니’와 ‘아이오와 리뷰’에 그의 짧은 이야기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데뷔작 『아메리칸 러스트』로 미국 문단이 가장 주목하는 신예로 떠올랐다. 작가 자신의 독특한 이력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는 이 소설은 2009년 아마존 올해의 책을 비롯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에서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2010년 4월 『LA타임스』 문학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뉴요커』가 11년 만에 발표한 ‘미국 문단을 이끌 젊은 작가 20인’에 선정되면서 그간의 격찬이 지나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0년 구겐하임 펠로십과 더비 펠로십을 받았다.
이후 마이어는 5년에 걸쳐 무려 350권의 책을 독파하고 몸소 인디언 방식의 사냥을 체험하며 텍사스의 역사와 문화, 인디언의 풍습 등을 철저하게 탐구한 끝에 대작 ?더 선?을 탈고했다. ?더 선?은 거의 2백 년에 이르는 한 집안의 파란만장한 연대기를 통해 텍사스의 역사, 나아가 미국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미국의 건국 신화를 새로 쓴”, “고전의 품격을 두루 갖춘” “역사 소설의 최고봉”이라는 평단의 극찬과 함께 “흥미진진한 인물과 플롯”을 “정확한 시대 배경 하에서 정교한 디테일”로 구현함으로써 “독서를 멈출 수 없는” 재미를 곁들였다는 독자들의 열광적인 반응까지 얻고 있다. 현재 마이어는 뉴욕과 텍사스 오스틴을 오가며 차기작을 구상 중이다.
역 : 최용준
대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이온추진 엔진에 대한 연구로 비(飛)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콜로라도 볼더에서 이온추진 엔진 및 저온 플라스마 현상을 연구한다. 옮긴 책으로는 『핑거스미스』, 『벨벳 애무하기』(세라 워터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둠즈데이 북』(코니 윌리스),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댈러스의 살아 있는 시체들』(샬레인 해리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존 르카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키리냐가』(마이클 레스닉), 『마지막 기회』(더글러스 애덤스, 마크 카워다인), 『바람의 열두 방향』(어슐러 르 귄) 등이 있다. 『이 세상을 다시 만들자』(헨리 페트로스키)로 제17회 과학기술 도서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열린책들의 『경계 소설선』, 시공사의 『그리폰 북스』, 샘터사의 『외국 소설선』을 기획했다.
목 차
2부 ... 151
3부 ... 303
4부 ... 411
5부 ... 511
6부 ... 547
감사의 말 ... 589
옮긴이의 말 ...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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