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판타지와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파란만장하게 펼쳐지는 이야기
30여 년 전, 신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주도한 제10회 86아시안게임이 열리며 대한민국의 국가폭력이 완성되어 가던 시대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TV 드라마에서는 이른바 ‘응답하라’ 시리즈로 낭만과 풍요의 시대로 추억되는 1980년대이지만, 작가 정창영은 그 시절 10대를 거쳐오며 내내 정체 모를 공포에 시달렸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특히 학교와 군대에서 줄곧 느꼈던 그 공포가 국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이 소설은 원자력발전소가 가까운 경남의 한 지방 소도시 지하실에서 다방을 하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 열일곱 살 소년 조성재의 내밀한 생활을 따라 전개된다. 성재가 다니는 고등학교와 생활을 하는 지하 다방집 모두 소년 성재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는 장소들이다.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한 국가폭력과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소년의 공포가 버물어져 그것이 극도로 발현될 때, 성재는 죽음을 무릅쓴 한판 결투를 벌인다. 성재는 어린 시절 우연히 자신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갈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목숨을 건 승부를 벌여 사람의 목숨을 제거할 수도 있음을 알고는 분노를 넘어선 살의의 욕망에 시달리며 지낸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된, 86아시안게임을 10여 일 앞둔 어느 날, 팝스타 마돈나를 닮은 미스 나 누나가 다방집 레지로 오고부터 점점 더 묘한 일들이 성재의 일상에서 벌어진다.
어릴 적 홀로 선술집을 하며 아이를 키우던 엄마를 성추행한 손님을 일거에 제거해 버리며 ‘요물’로 불리기 시작한 소년과 온통 비밀로 가득한 미스터리한 엄마, 이계와 현세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아버지의 존재가 엮어내는 판타지와 역사적 사실이 교차되며 소년의 파란만장한 생활이 펼쳐진다.
퇴폐적이자 무정부주의적 공간인 동시에 소년이 성장하는 공간, 다방집
이 소설의 주된 공간인 다방집은 성재와 그의 엄마가 삶을 살아가는 곳이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차를 파는 곳이다. 1980년대의 다방은 서양의 카페처럼 커피 한 잔 놓고 담소와 휴식을 취하는 달콤한 공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접대 여성들이 웃음과 애교를 팔고 심지어 일부에서는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연히 성매매가 이루어지던 퇴폐의 온상이기도 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인 지하 다방집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성재 엄마 이화순 여사가 곧잘 법을 어기며 돈을 버는 퇴폐적 공간이면서, 성재가 다방에 배달되는 5대 일간지를 탐독하고 새벽까지 컬러TV로 AFKN을 시청하고, VHS 비디오로 다양한 영화들을 보며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학교 교육에서 배울 수 없었던 지식과 통찰력을 습득하며 성장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결국 다방집은 폭력적인 국가주의를 주입하는 학교를 대신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질문을 통해 성재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야 하는 아이러니의 공간이다. 오히려 성재가 다니는, 비평준화 지역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모인 남녀공학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사소한 지각에도 뺨을 때리는 등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행사하는 국가 권위를 상징하는 폭력적 공간이자 성적에 따른 분명한 계급이 존재하는 곳으로 묘사된다.
로봇 집사 바봇의 일대기를 담은 정창영 작가의 전작 《바봇》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신박한 이야기지만, 한 단계 나아가는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다뤘다는 점에서 성장소설로도 구분될 수 있다.
작가 소개
평생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만들었지만 시나리오는 20대부터 무수히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매번 첫 열 페이지를 고치고 고치다 결국 시나리오 한 편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러다 시나리오 전 단계인 트리트먼트를 잘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야장천 그걸 또 고치고 고쳐 썼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고 싶었는데 그 답을 찾기란 무척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안에 쌓여 있던 이야기를 소설로 연재했다. 그리고 비로소 나만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어쩌면 미련한 마음으로 꾸준히 ‘재미있는 스토리’를 쓰는 게 목표다. 파리 8대학 영화과 대학원 졸업 후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에 선 인생〉을 연출했고, 2017년 SF 소설 《바봇》을 썼다.
목 차
다방집 소년 7
작가의 말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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