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김웅기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구성이 흥미롭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저자의 서예와 문인화 작품을 함께 싣고 있다. 표제작인 「아버지의 저녁」은 저자가 직접 원고지에 쓴 육필 원고를 그대로 싣고 있다. 다섯 편의 작품들은 담백하면서도 우리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아버지의 저녁」은 외국산 포도를 수입하는 가락시장 상인이 화자인 소설로 수입농산물 반대를 둘러싼 갈등을 바탕으로 평생 포도 농사를 지어 가족을 부양해온 아버지의 인생을 들여다본다. 화자가 외국산 포도수입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누군가가 포도상자에 살모사를 넣어놓기도 한다. 그런 환경에서도 버티던 화자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고향집에 내려가 ‘세상 사람들이 다 병들어 죽는다’ 해도 죽지 않고, 바위 같고 강철 같았던 아버지가 이제 인생의 저녁을 앞둔 모습을 보며 포도 수입을 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어미를 잡아먹은 살모사의 의미를 깊이 자각한다. 아버지 시간의 흔적과, 그 시간을 채우던 온갖 감정의 결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호흡 깊은 감동이 전달되는 작품이다. 「공연」은 다방에서 배달 일을 하면서 몸을 팔기도 하는 여자의 삶을 걸죽한 입심으로 맛깔나게 풀어내고 있다. ‘몸이 재료고 재료가 곧 돈’이 되는 다방 여자들의 현실을 눈에 보일 듯이 생생하게 그리면서도 그들의 슬픔이 애잔하게 전달된다. 자식을 대하는 여자의 태도가 인상적인데 그것은 삶의 구체적인 현실과 거기에 동반되는 음습하고 질척한 것들을 마주보는 여자의 당찬 자세 때문이다. 「거미」는 평생 아버지의 작은댁으로 살다가 죽은 샘터 댁의 삶을 곡진하게 그리고 있다. 아들을 낳지 못한 어머니의 처지와 평생 작은댁으로 살아야 했던 샘터 댁의 처지, 그리고 화자의 처지를 그려나가는 풍경이 정갈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해답이 주어지는 듯하지만 그 답 역시 수수께끼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거미라는 상징과 어울리는 서사 전개가 돋보인다. 「지구재활용」은 저수지 공사를 둘러싼 마을사람들의 갈등과 사연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형상이 끌로 세긴 듯이 명확하게 돋음질 되어, 그 인상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인물들 모두의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이익을 취하는 것도 아니고, 내 일만 신경 쓰고 싶다는 심리의 간극을 절묘하게 파고든다. 「쌔무워커」는 군대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만석꾼 집안의 아들인 화자와 만석꾼 집안의 마름겸 일꾼의 딸인 명자의 인연을 통해 들여다보는 삶의 이면을 군대라는 공간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속도감이 인상적인 이 작품은 자신도 몰랐던 마음의 진실을 마구 토해내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규범이나 가치가 어떻게 시험받는가를 묻고 있다.
김웅기 작가는 『아버지의 저녁』을 통해 타자를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일이 얼마나 오만한지를 보여주고, 우리 자신의 모순을 발견하게 만들면서도 한걸음 더 나아가 현실의 단단한 벽을 향한 모종의 시위를 하고 있다.
작가 소개
영주 부석 출생.
<월간문학> 등단.
목 차
아버지의 저녁
공연
거미
지구재활용
쌔무워커
서예와 문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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