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상은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이 소설은 파격인가, 도발인가, 아니면 고발인가
『댓글 부대』,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의 문제적 데뷔작 『표백』 리커버 출간
이 시대 청년의 허무와 열패를 사실적이고도 치밀하게 드러낸 충격적인 데뷔작, 소설가 장강명의 『표백』이 리커버로 독자들에게 다시 찾아온다.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당시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이라는 감탄을 자아냈던 『표백』은 한겨레문학상의 대표 작품으로 꾸준히 거론되며 수상 후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새로운 세대 담론이 출현할 때마다 논의의 중심으로 어김없이 소환되며 시대의 자화상으로 자리매김하였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최진영,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코리안 티처』의 서수진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많은 작가들을 배출해왔다. 『표백』의 장강명은 2011년 240여 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들은 ‘한국문학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뛰어난 작품’, ‘몇 년 사이 읽은 소설 중 가장 문제적인 작품’, ‘이 시대 텅 빈 청춘의 초상, 섬찟하면서 슬프다’라는 평을 내놓으며 새로운 소설가 장강명의 탄생을 알렸다.
소설가는 사회의 위험을 감지하는 ‘탄광의 카나리아’
『표백』은 절망의 기록, 그러나 동시에 절박한 희망의 구조 요청
추구할 만한 거대 이데올로기도 성취할 만한 역사적 임무도 없는, 너무 완벽해서 더 보탤 것이 없는 『표백』의 한국 사회. 청년들은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하는 대신 기성세대가 짜놓은 틀의 유지와 보수만을 맡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가 원하는 답을 내놓기 위해 자신의 다채로운 생각을 동질적으로 하얗게 표백해야 하므로 스스로를 ‘표백 세대’로 칭한다.
『표백』의 주인공들은 사회적으로 가장 찬란한 성취를 이룬 순간에 스스로 목숨을 버림으로써 이 완벽한 세상에 다른 색의 얼룩을 남기고자 한다. 그 얼룩은 일견 굳건해 보이는 이 사회가 얼마나 흔들리기 쉬운지를 알리는 경고의 메시지이며, 오로지 ‘시장가치’로만 자신의 존재를 평가당하는 청년들의 허무와 고통을 알리는 비명이다.
1978년 이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유지·보수자의 운명을 띠고 세상에 났다. 이 사회에서 새로 뭔가를 설계하거나 건설할 일 없이 이미 만들어진 사회를 잘 굴러가게 만드는 게 이들의 임무라는 뜻이다. 이들은 부품으로 태어나 노예로 죽을 팔자다. 나는 여기서 나를 포함해 이런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 세대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해서 만성적인 좌절감에 빠지는지 밝히고, 그런 좌절감이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원인에서 기인한 근본적인 문제임을 증명해보겠다. _186쪽
작가는 한겨레문학상 수상 이후 장편소설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 등 한국사회의 문제의식을 관통하는 작품을 쏟아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의 위험을 미리 감지하여 문학으로 알리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는 작가. ‘탄광의 카나리아’로서의 소설가 장강명의 임무는 『표백』을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이다.
[작가의 말]
나는 지금의 20대에게는 ‘언젠가는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허락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을 글감으로 삼아 이 소설을 썼다. 정말 그런 희망이 허락되지 않은 걸까? 이 소설에서 세연이 펼치는 주장을 어떻게 반박해야 할까?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이 다루는 가능성은 20대를 옹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사실에 나는 약간 죄책감을 느낀다. 이것도 일종의 착취에 해당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어쩌면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위대한 과업이란 철저히 개인화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위대하다는 개념이 변질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위대함의 본질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고, 스토리텔링 기법으로만 묘사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20대가 스스로 자신의 과업을 찾아주길 바란다. 내게 20대는 여러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일 뿐이다. 반면 젊은이들에게는 과업을 찾는 일이 바로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길이다. 이 책에서도 인용한 새뮤얼 헌팅턴의 말처럼, 사람은 적수가 누구인지 알 때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다. 20대를 정의하는 각종 담론이 대체로 공허한 이유는 그 청년세대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들의 과업을 찾는 것이 바로 지금의 20대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임무인지도 모르겠다.
작가 소개
장강명
연세대 공대 졸업 뒤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장편소설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 단편 <알바생 자르기>로 젊은작가상, 단편 『현수동 빵집 삼국지』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그 외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호모도미난스』,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 『팔과 다리의 가격』, SF소설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 『책, 이게 뭐라고』를 썼다.
목 차
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007
2부 코마 화이트 211
작가의 말 341
작가의 말 -10쇄 출간을 맞아 345
추천의 말 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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