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일찍이 오스카 와일드는 ‘댄디’처럼 화려하게 차려입고, 여러 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특유의 재치와 글재주로 문단과 사교계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그는 존 러스킨, 월터 페이터 등 최신의 심미주의, 이른바 ‘유미주의’에 심취해 있었고, 이 같은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기조 아래 자신의 삶과 작품을 조형해 나갔다. 대학교 시절에 시 「라벤나」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와일드는 1888년 동화집 『행복한 왕자』로 명성을 공고히 하고, 단편과 희곡, 비평 등 여러 작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당대 예술계의 총아로 군림한다. 인기가 절정에 다다르던 1890년,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재능과 예술관을 종합하고자(총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게 되었고, 마침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세상에 선보인다.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발표되었음에도 ‘도리언 그레이 스캔들’은 금세 영국에까지 번져, 곧장 커다란 논란과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자체에 대한 비평을 넘어서 주제와 캐릭터, 특히나 이야기 속에 감도는 ‘동성애적 암시’를 겨냥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와일드는 여러 비평가, 유수 언론사와 일일이 겨루며 자기 작품과 예술관을 굳세게 옹호했으나, 결국 1891년에 단행본으로 새로이 펴내면서 많은 부분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일종의 자기 변론으로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의 서문도 이때 집필했다. 그런데 ‘중대 외설죄(당시 영국에서는 동성애를 범죄로 여기며 처벌했다.)’를 의식한 까닭인지, 작가 스스로 원고를 전면적으로 고치면서 유독 ‘동성애적 묘사’를 대거 삭제했다. 훗날 오스카 와일드를 몰락하게 한 ‘재판’ 중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890』의 내용이 일부 인용되었다는 상황을 되돌아볼 때, (개고 과장에서 지워진) 도리언 그레이를 향한 바질 홀워드의 순수한 애정이 얼마나 치명적인 사랑(“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 속에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전부 쏟아부었거든.”)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동성애 혐의로 강제 노역형을 선고받은 뒤, 한때 문단과 예술계를 호령했던 오스카 와일드는 완전히 잊힌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 이를테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최초의 고백(커밍아웃)이었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숱한 검열과 편집 속에서 본래의 목소리를 잃어 갔지만, 여전히 해방과 자유에 이르는 귀중한 발자취로서 우리 앞에 또렷이 남아 있다. 이제라도 그 흩어진 목소리와 부정당한 사랑을 되찾아 줘야 하지 않을까?
“정말 슬픈 일이야!” 도리언 그레이가 여전히 자신의 초상화에 시선을 고정한 채 중얼거렸다. “정말 슬픈 일이에요! 나는 나이 들어 끔찍하고 추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이 초상화는 영원히 젊음을 잃지 않겠지요. 이 6월의 어느 날에서 단 하루도 더 늙지 않을 거예요……. 서로 반대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영원히 젊음을 잃지 않는다면, 그 대신 이 초상화가 나이 들어 끔찍하고 추해진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난 뭐든 바칠 거예요! 그래, 뭐든 바치지 못할 게 없어요!” -본문에서
찬란한 어느 여름날, 재능 있는 화가 바질 홀워드는 필생의 역작,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다. 그의 캔버스 건너편에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이자 미(美)의 정수를 구현해 놓은 듯한 청년, 도리언 그레이가 나른한 모습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던 중, 해리 워튼 경이 돌연 아틀리에에 나타난다. 냉소적인 쾌락주의자 해리 경은 미모의 도리언 그레이를 목격하자 곧장 매료되고, 자신의 아름다움조차 모르던 순수한 도리언의 귓가에 꿀처럼 달콤하고 극약처럼 치명적인 말들을 속삭이기 시작한다. 그제야 스스로의 아름다움과 찰나의 젊음을 깨닫게 된 도리언은 깊은 절망에 빠지고, 자기 대신에 바질이 그려 낸 ‘도리언 그레이’가, 저 완벽한 초상화가 늙고 추악해지기를 광적으로 열망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정녕 기적처럼, 아니 저주처럼 도리언의 소망이 이루어진다! 그의 모든 악덕과 잔혹하고 무자비한 행위는 도리언에게 아무런 흔적도, 세월의 풍진조차 남기지 않지만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혐오스럽게 더럽히고 부패시킨다. 끔찍한 두려움과 달콤한 환희가 얽히고설킨 운명 속에서, 이제 도리언 그레이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1854년 10월 16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벨벳 재킷과 검은 실크 스타킹을 화려하게 차려입고, ‘예술을 위한 예술’을 기치로 삼는 유미주의의 사도를 자처하며 사교계의 총아로 이름을 날렸다. 옥스퍼드 대학교 시절에 발표한 시 「라벤나」(1878)로 뉴디게이트 문학상을 받고, 시집과 희곡을 집필했다. 1882년, 일 년 동안 미국을 순회하며 자신의 미학을 설파했고, 동화집 『행복한 왕자』(1888)를 출간하며 작가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890년에 유일한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월간 리핀콧≫에 게재하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듬해 ‘동성애적 암시’를 대폭 걷어 낸 다음 새로이 단행본으로 펴냈다. 그러나 오스카 와일드는 “모든 예술은 정말이지 쓸모없다.”라고 선언하며 끝까지 자신의 문학과 예술을 옹호했다. 1891년, 단편집 『아서 새빌 경의 범죄』와 『석류나무 집』을 출간하고, 1892년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 1894년 또 다른 문제작 「살로메」, 1895년 「이상적인 남편」과 「진지함의 중요성」 등 여러 희곡 작품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며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이때 동성애 혐의로 고소당하면서 파산과 함께 명성을 잃었고, ‘강제 노역형’을 선고받은 뒤 수감됐다. 출소 후에 시집 『레딩 감옥의 노래』(1898)를 자신의 수인 번호로 발표했고, 교도소에서 쓴 『심연으로부터』(1905)는 사후에 출간됐다. 그 뒤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떠돌다가 1900년 11월 30일, 파리의 한 호텔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 임슬애
고려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공부하고,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레이첼 커스크의 『영광』, 엘리너 데이비스의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니나 라쿠르의 『우리가 있던 자리에』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추천의 말(정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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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크로니클》 리뷰
오스카 와일드의 응답
환상 소설이라는 불가능의 세계(줄리언 호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대하여(월터 페이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1) 서문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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