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성마른 욕망과 비통한 감정으로 써 내려간
찬연한 젊음과 무상한 세월의 기억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적 근원
“프루스트는 『질투의 끝』을 통해서 인간이라는 다면체의 허위를 모조리 벗겨 내어 세상에 던져 놓는다.” -박상영(소설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기에 앞서 『질투의 끝』을 접한다는 것은 인간 탐구라는 영원한 문학적 주제에 다가서고자 먼저 시금석을 활용해 보는 일이다.” -정재곤(정신 분석학자, 『나를 엿보다』의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 책에서 탐구하고 묘사해 낸 인간의 고통, 인간 본성이 상상해 낸 작위적 고통은 대단히 흥미롭고 소중하다.” -아나톨 프랑스(노벨 문학상 수상자)
“세속적인 사건들, 섬세한 이야기, 선율처럼 감미로운 문장, 우아하기에 미묘한 단편들. 그야말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모든 매력을 한데 모아 둔 작품집이다.” -레옹 블룸(문학 비평가, 프랑스 총리)
‘20세기 최대의 문학적 사건’이라 불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이자 심화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심리와 감정을 정교하게 묘파해 낸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예술적 근원을 살펴볼 수 있는 단편집 『질투의 끝』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극진한 사랑 속에 성장한 마르셀 프루스트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섬세한 감수성 덕분에 일찍이 문학과 예술에 경도되었다. 명망 높은 의사이자 고지식한 학자였던 아버지는 아들이 번듯하게 자리 잡기를 바라며 법학을 권하지만, 애당초 생계와 그럴싸한 명함에 무관심했던 마르셀은 온갖 살롱과 극장을 드나들며 예술가로서 길을 닦아 나간다. 물론 유력한 집안의 자제들과 어울리며 번잡한 사교계를 기웃거리고, 한가한 독서와 여행에 심취해 있었으므로 항상 마르셀 곁에는 ‘딜레탕트’라는 이름표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주변의 고까운 시선과 달리, 마르셀에게 문학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고 어쩌면 삶 자체, 그보다 더 영속적이고 궁극적인 대상이었다.
영국의 문예 비평가 존 러스킨의 글을 탐독하고, 동시대 예술과 고전을 속속들이 탐구하며 자기만의 문학을 정립해 가던 마르셀은 마침내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바로 『쾌락과 나날(Les Plaisirs et les Jours)』이라는 제목의 작품집으로, 그동안 마르셀이 집필해 온 시와 산문, 소설 들이 빼곡히 들어찬, 화려한 삽화와 아나톨 프랑스의 서문까지 곁들인 야심 찬 책이었다. 비록 성공적이지는 못했지만, 헤시오도스의 『노동과 나날』을 비튼 듯 보이는 『쾌락과 나날』은 당대 문단을 풍미하던 사실주의, 자연주의 색채의 작품들과 전혀 다른 문학적 정경을 펼쳐 내며 마르셀 프루스트 특유의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자신의 체험과 기억 속에서 길어 올린 첫 작품집 속의 이야기들, 특히 이번에 『질투의 끝』으로 엮어 낸 네 편의 단편 소설들은 속물들의 허영, 나약한 인간의 속된 마음(질투, 의심, 기만……), 무저갱의 죄의식, 검은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멜랑콜리를 정치(精緻)하게 그려 내는데, 훗날 완성될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밑그림이라 여겨도 무방할 정도다. 이를테면 우리는 이 초기 작품들 속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깃든 어머니를 기다리던 침상에서의 애절한 시간, 조가비 모양의 마들렌, 여름의 그림자, 소돔과 고모라의 정념, 사랑과 절망과 집착과 질투와 상실, 비로소 작가로서 재탄생하는 화자 ‘마르셀’의 결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위대한 작가’로 남은 마르셀 프루스트 역시 실패한 예술가(딜레탕트)에 머물지도 모른다는 불안, 뒤틀린 콤플렉스, 소중한 대상을 잃어 가는 상실과 타자의 불가지성에 늘 두려워했지만 끝내 그 전부를 문학으로 끌어안았고, 용기 있게 수복해 냈다. 『질투의 끝』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르는 첫 관문이기도 하지만, 마르셀 프루스트가 작가로서 성취해 낸 ‘첫 승리’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날 이후 오노레의 삶이 바뀌었다. 뷔브르가 건넨 많은 말 중에서도 유독 그 말, 지금껏 별생각 없이 자주 들었고 또 자기 입으로 직접 해 본 적 있는 그 말이 이제는 혼자 있는 낮 동안, 그리고 밤새도록 그의 귓가에 쉼 없이 들려왔다. 벌써 프랑수아즈에게 곧바로 물어보았다. 그녀는 너무도 사랑하는 상대의 슬픔에 마음이 아파서, 정작 자신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연인에게 화를 낼 생각조차 못 했다. 그저 그를 속이고 다른 남자를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앞으로도 없으리라고 맹세했을 뿐이다. -「질투의 끝」에서
「비올랑트 혹은 사교계의 삶」은 프루스트가 제일 처음 쓴 단편 소설로, 아이러니로 충만한 한 편의 동화처럼 읽힌다. 잘생기고 활발한 아버지와 자애심 많고 너그러운 어머니의 장점을 골고루 물려받은 주인공 ‘비올랑트’의 삶은 그녀의 유일한 단점인 의지 결핍과, 습관의 엄중한 위력 때문에 차차 불행으로 나아간다. 인간을 타락시키는 의지 결핍과 습관의 힘은 「어느 아가씨의 고백」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사악한 청년에게 이끌려 타락의 길로 들어선 주인공 ‘아가씨’는 잘못임을 자각하면서도 비행을 멈추지 못하고, 결국 어머니-죄의식에 사로잡혀 극단적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한편 「실바니아 자작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과 「질투의 끝」은 마르셀이 『쾌락과 나날』을 출간하면서 책의 제일 앞과 뒤에 각각 배치한 작품인데, ‘발다사르’와 ‘오노레’라는 두 남자 주인공을 내세워 사랑과 질투, 삶과 죽음, 시간과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우선 「실바니아 자작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은 필멸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조건을 보여 주면서, 생명의 불꽃이 점차 사그라져 가는 ‘발다사르’와 이제 막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한 조카 ‘알렉시’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생사의 진실을 돋우어 낸다. 그리고 「질투의 끝」에서는 연인 프랑수아즈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언젠가 변할까 봐 두려워하는 주인공 오노레의 복잡한 내면, 모순적인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누군가의 하잘것없는 한마디에 의혹이 싹트고, 난폭하게 자라난 질투는 급기야 사랑의 자리마저 차지해 버리는데, 결국 오노레는 망상 속을 헤매다가 정작 현생의 기쁨을 저버리고 만다. 또 이들 작품에 더해서 소설가 박상영의 추천의 말, 정신 분석학자 정재곤의 해설도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더욱 풍요롭게 ‘마르셀 프루스트’를 만나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르셀 프루스트
1871년 7월 10일 파리 16구 오퇴유 지역의 라퐁텐가(街) 96번지에서 태어났고, 1922년 파리 16구의 아믈랭가 44번지에서 오십일 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부유한 부르주아 가정에서 자랐는데, 저명한 위생학 의사인 아버지 아드리앵 프루스트는 파리 의과대학의 교수이자 국제위생단체의 총감이었다. 프루스트는 어려서부터 귀족들의 살롱에 드나들었고, 사교계 인사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수많은 예술가와 작가 들을 만났다. 여러 편의 짧은 산문과 시, 단편소설을 썼고(『기쁨과 나날들』), 기사와 모작 들을 묶은 『모작과 잡문』을 펴냈으며, 존 러스킨의 『아미앵의 성경』을 영어에서 프랑스어로 번역했다. 또한 1895년에 첫 소설 『장 상퇴유』의 집필을 시작했으나 포기하고 마는데, 이 소설은 그의 사후인 195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1907년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기 시작했고, 일곱 권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1913년에서 1927년 사이에 출간되었다. 소설의 첫번째 권인 『스완네 집 쪽으로』는 세 부분(「콩브레」 「스완의 사랑」 「고장의 이름: 이름」)으로 되어 있다. 소설의 두번째 권인 『활짝 핀 아가씨들의 그늘에서』는 1919년 공쿠르 상을 수상했으며, 소설의 마지막 세 권은 프루스트 사후에 출간되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소설 전체가 일인칭으로 서술되는데, 화자가 태어나지 않았거나 아주 어린 나이였으리라 간주되는 1880년대의 파리를 무대로 펼쳐지는 「스완의 사랑」만이 예외이다. 몸이 허약했던 마르셀 프루스트는 평생토록 중증의 천식으로 고생했다. 1922년 10월, 그는 에티엔 드 보몽 백작을 만나러 가던 중 감기에 걸리고, 결국 11월 18일에 기관지염이 도져 사망했다. 그는 파리의 페르라셰즈 공동묘지에 묻혔다.
옮긴이 : 윤진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강의를 했고,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문학이론서인 르죈의 『자서전의 규약』, 마슈레의 『문학 생산의 이론을 위하여』, 소설로는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 베르나노스의 『사탄의 태양 아래』, 곰브로비치의 『페르디두르케』, 모파상의 『벨 아미』, 졸라의 『목로주점』, 유르스나르의 『알렉시? 은총의 일격』, 코엔의 『주군의 여인』, 콜레트의 『파리의 클로딘』, 킴 투이의 『루』, 뒤라스의 『태평양을 막는 제방』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 뒤라스의 『물질적 삶』, 바타유의 『에로스의 눈물』, 모드 쥘리앵의 『완벽한 아이』 등을 옮겼다.
목 차
추천의 말(박상영)
실바니아 자작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비올랑트 혹은 사교계의 삶
어느 아가씨의 고백
질투의 끝
해설(정재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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