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세기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가 구현한 모더니즘 소설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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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실험적 모더니스트이자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의 장편소설 《등대로》가 2022년 1월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새롭게 런칭하는 세계문학전집 ‘에세(ESSE)’의 제1권으로 출간됐다.
버지니아 울프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르셀 프루스트와 《율리시스》의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장을 연 작가다. 인간의 의식과 심리를 포착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기법, 특히 ‘의식의 흐름’ 수법을 사용해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함으로써 전통적 소설 기법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삶의 실재와 의미에 가까이 다가서고자 했다.
1927년에 출간된 《등대로》는 “1910년에서 1920년 사이 램지 부부와 여덟 명의 아이들로 이루어진 램지 가족과, 그들이 여름 별장이 있는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에서 지낼 때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문체와 풍부한 상징이 특징인 이 소설은 의식의 흐름 기법이 가장 탁월하게 사용된 울프의 대표작이자, 유년 시절의 자전적 요소가 매우 강하게 투영된 작품이다. 울프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여 소설가 정영문이 원문의 문체를 살리며 섬세하게 옮겼다.
인간 내면을 정교하게 표현한
‘의식의 흐름’ 기법의 완성
작가는 이 소설을 “하나의 복도로 결합된 두 개의 구획”으로 설계할 것을 계획했고, 이에 따라 《등대로》는 1부 ‘창문’, 2부 ‘시간은 흐른다’, 3부 ‘등대’로 구성되었다.
“그래, 물론이지, 내일 날씨가 좋으면.” 램지 부인이 말했다. “하지만 종달새와 함께 일어나야 할 거야.” (…) “하지만” 하고 아버지가 응접실 창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날씨는 좋지 않을 거야.”_9-10쪽
1부는 일종의 도입부로, 램지 가족, 화가 릴리 브리스코, 학자 찰스 탠슬리, 식물학자 윌리엄 뱅크스, 시인 어거스터스 카마이클, 민터 도일과 폴 레일리 커플 등 여러 등장인물들이 소개된다. 램지 부인이 아들 제임스에게 이튿날 외딴 바위섬에 있는 등대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램지 씨가 날씨가 좋지 않아 갈 수 없을 거라며 아이를 실망시키는 것으로 시작하는 1부는 각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의식의 흐름이 정교하게 묘사되는, 램지 부인이 준비한 저녁 만찬 자리의 ‘순간적인’ 화합으로 끝이 난다.
모든 것에 일관성과 안정성이 있었다. 흐르고, 날아가고, 환영 같은 것들의 표면 속에서 뭔가가 루비처럼 불변하며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는 반사광으로 물결치는 창문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 밤 또다시 그녀는 이미 오늘 한 번 느꼈던 평화와 휴식의 감정을 가졌다. 그러한 순간들에서 그 후로 영원히 남는 것이 만들어진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것이 남을 것이라고._181쪽
짧은 분량이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2부에서는 램지 부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끝나며, 램지 부인의 딸 프루와 아들 앤드루가 젊은 나이에 죽는다.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간적 삶의 흔적을 지워가는 자연과 시간의 파괴성을 보여준다.
[어느 어두운 아침 램지 씨는 양팔을 뻗고 복도를 비틀거리며 갔지만, 전날 밤 램지 부인이 다소 갑작스럽게 죽어, 뻗은 팔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_222-223쪽
다시 침묵이 내렸고, 그러고는 밤마다, 또 때로는 장미가 환하고, 빛이 그 형상을 벽 위에 분명하게 비추는 한낮에도 뭔가가 쿵 하고 이 침묵 속으로, 이 무관심 속으로, 이 완결성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_230쪽
종결부에 해당하는 3부는 램지 씨가 10년의 시간이 흐른 끝에 마침내 아들 제임스와 딸 캠과 함께 등대에 도착하고, 릴리 브리스코가 10년에 걸쳐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림을 완성하며 자신만의 예술적 비전을 찾는 것으로 끝난다.
예술과 삶의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는
놀라운 상상력과 정확한 시적 묘사
기억과 망각과 상실, 삶과 죽음과 예술을 바라보는 여러 화자들의 다층적 시점이 교차하는 이 소설은 개인적인 가족사와 사소한 일화들을 바탕으로 가장 보편적이고 종합적인 주제를 다룬 걸작으로 평가된다. 보통의 것에서 예외적인 것을 찾아내는 놀라운 상상력과 정확하고 예리하면서도 아름다운 시적 묘사를 통해, 대립되고 모순되는 파편적 요소들이 화합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예술과 삶의 심층적 의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댈러웨이 부인》 이후 작가의 모더니즘 예술가로서의 역량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쓰인 《등대로》는 특히 자전적 요소를 예술로 승화시킨 “탁월한 재능을 잘 보여주는, 울프를 제대로 알고 울프의 매력에 빠지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버지니아 울프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이자 의식의 흐름 장르를 탄생시키고 완성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13살 때인 1895년 어머니가 사망하면서 정신질환 증세가 처음 나타나 평생을 따라다녔으며, 1897년에서 1902년까지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그리스어, 라틴어, 독어, 역사 수업을 받은 2년 뒤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증세는 악화되었다.
1904년 경제학자 존 케인스와 미술평론가 로저 프라이, 소설가 에드워드 포스터 등과 결성한 블룸즈버리 클럽을 통해 당시 사회의 관행과 가치관을 거부하며 자유롭고 진보적인 의식을 갖게 되었고, 이 안에서 문학적 자양분을 섭취했다. 나중에 남편이 된 레너드 울프도 이 모임에서 만났다. 1912년에 레너드 울프와 결혼한 후 1917년부터 함께 출판사를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여러 작품을 펴냈다. 59세 때인 1941년 3월 28일, 전쟁에 반대해 온 울프는 독일의 영국 침공이 예상되면서 정신질환이 재발할 것을 우려해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작품으로는《출항》(1915) 《밤과 낮》(1919) 《제이콥의 방》(1922) 《댈러웨이 부인》(1925) 《등대로》(1927) 《올랜도》(1928) 《파도》(1931) 《세월》(1937) 《막간》 외에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자기만의 방》과 속편《3기니》 등이 있다.
옮긴이 : 정영문
1965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작가세계』에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등단 후 삼 년 만인 1999년 첫 소설집인 『검은 이야기 사슬』로 “언술의 명확한 지시성과 사실적 이미지로부터 일탈하는 글쓰기 형식으로 죽음과 구원 등과 같은 인간 본연의 문제를 천착했다”는 평을 받으며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뒤 네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중편소설을 발표하며 성실하게 작품세계를 일구어나가던 정영문은 2012년 장편소설 『어떤 작위의 세계』로 “사실과 허구 사이를 절묘하게 얽혀드는 세계를 그리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평과 함께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같은 해 동인문학상과 대산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소설집 『검은 이야기 사슬』 『나를 두둔하는 악마에 대한 불온한 이야기』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꿈』 『목신의 어떤 오후』 『오리무중에 이르다』, 중편소설 『하품』 『중얼거리다』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 『핏기 없는 독백』 『달에 홀린 광대』 『바셀린 붓다』 『어떤 작위의 세계』 등이 있다.
여섯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연작 장편 『달에 홀린 광대』(2004)는 불안과 권태와 냉소와 유머로써 삶을 바라보는 정영문 소설의 독특한 시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지 않고 끊임없이 샛길로 빠져드는 화자를 내세움으로써 천천히 에둘러 가는 산책의 시간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는 삶의 풍경을 매력적으로 담아낸다.
목 차
1부 창문 · 7
2부 시간은 흐른다 · 215
3부 등대 · 247
옮긴이의 말 · 356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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