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시, 사람, 사랑에 관한 그녀만의 기억 저장법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시인의 첫 산문집
제목을 ''각설하고,''라고 지은 데는 내가 내 무릎을 찍게 될 때마다 그 구부러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빈번히도 불러다 앉힌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라 함은 결국 내게 자주 필요한 말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터닝 포인트, 인생 팔십이라 친다면 나는 이제 구십 도로 구겨질 일만 남았다. 절반가량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4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출간하며 솔직한 언어와 역동적인 감각으로 주목받아온 시인 김민정의 첫 산문집 《각설하고,》가 출간되었다. 등단 후 근 14년간 여러 매체에 연재했던 글 가운데서 묶어낸 이 책은 책을 쓰는 삶(시인)과 책을 만드는 삶(편집자)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녀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순간순간들의 등짝에다 찍찍 포스트잇을 붙여야 했’던 것들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시, 사람, 그리고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픽 웃기다가 쓸쓸하기도 하고 통쾌하다가 울컥하는 그녀의 글은 맛깔 난다. 경쾌한 문체와 리듬감 있는 그녀의 문장들은 때론 유머스러운 말장난처럼, 때론 한 편의 시처럼 읽는 사람의 가슴을 간질인다.
1부 [말이란 말이다]와 2부 [용건만 간단히]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벌어지는 사건사고 앞에서 느끼는 분노와 불안한 안도감,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부대낌과 연대감, 다정한 사람들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고마움의 글들을 담았다. 3부 [시다, 수다]는 그녀가 시를 쓰게 된 시작부터 시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와 마음을 풀어놓고, 4부 [시적인 순간들]에는 일상의 찰나에서 시로 뒤바뀌는 순간들, 5부 [그 사랑, 그 사람]에서는 사랑에 대한 영감을 준 시 혹은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그리는 사랑의 여러 정의를 살피는 글들을 모았다. 김민정의 시와 또 다른, 일상의 언어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산문 세계가 처음 열리는 순간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안도와 절망의 사다리 타기…….
시인의 눈에 비친 사회, 그 안의 당신과 나의 안부를 묻다
김민정의 글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두 가지 풍경 위로 등장한다. 눈 오는 날이면 아침저녁 눈 쓰느라 바쁜 경비 아저씨, 전화 한 통이면 세제든 과일이든 작은 봉지에 담아 들고 현관 앞에 서 있던 슈퍼 아저씨, 늘어진 뱃살 그대로 드러내는 흰 속옷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던 동네 빵집 아저씨, 집안 대소사를 서로 챙겨가며 슈퍼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동네 어른들이 등장하는, 사람 냄새 폴폴 풍겨가며 함께 살아가는 다정한 풍경이 그 첫 번째다.
가겟집 아줌마는 누가 누구네 아이인지 다 알았다. 그래서 외상을 달아도 부끄럽지 않았고 소풍날 아침 껌을 살 때면 콜라나 사이다도 덤으로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역으로 가겟집 아줌마네 아들이 고등학교에 갈 때는 이 집 저 집 사전을 사다 안겼고 그가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면 이 집 저 집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따끔하게 혼을 냈다. 친척보다 더 자주 보고 사는 이들이 가겟집 식구들이었다. 동네 엄마들은 늘 그곳에서 콩나물이며 두부며 고등어 같은 찬거리를 함께 사며 친목계를 결성하기에 이르렀고, 동네 아빠들은 퇴근길 파라솔 아래 색색의 플라스틱 의자를 서로 당겨줘가며 맥주에 마른 멸치를 곁들인 채 서로의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친목계를 두텁게 다져나갔다.
[그 많던 한아름 슈퍼, 다 어디로 갔나] p.50-51.
다음 풍경은 사뭇 다르게 그려진다. 경비 아저씨가 미처 쓸지 못한 눈길에 애가 넘어져 다쳤다고 항의하는 이웃,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큰소리부터 치고 보는 사람들, 전기세가 아까우니 배달사원은 계단을 이용하라는 아파트 주민들, 응급실에서 마주한 시큼하고 퀴퀴한 죽음의 노숙자,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유서를 남긴 노부부, 돼지 300여만 마리를 한꺼번에 살처분하는 사람들,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현 시대의 살벌한 풍경이 그녀의 눈에 비친다.
목숨을 버린 노부부의 사연에 가슴이 뜸뜬 것처럼 뜨거워진 건 그들의 유서를 본 순간이었다. 시작이 그랬다지.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라고. 그 첫 줄은 읽자마자 화살표가 되어 내게 꽂혔다. 요즘의 내 화두 또한 그렇듯 삶의 부질없음 언저리를 뱅뱅 돌고 있는 탓이었다.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대학병원에 원하던 시신 기증도 할 수 없게 된 노부부. 소리 나는 대로 적어나갔기에 마치 노인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처럼 들렸던 글줄 사이에서 나는 노인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엿보이던 한 문장을 찾아냈다. “부부가 살면서 빚은 한 푼도 없지만 살아 있는 집 보증금은 삼백만 원뿐이다.” 돈을 만든 우리들이 돈에 어쩌지 못해 스러져가는 나날……. 슬프다 진짜.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p.121
그녀는 솔직히 고백한다. 자신 또한 다르지 않은 한통속이라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에도 시간을 할애하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그리고 다짐한다. 눈 쌓일 때면 피로회복제 들고 경비실을 찾아가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 부지런히 정리해 주변에 나누고, 무엇보다 훗날 누군가에게 시로 남을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로.
허무로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으로써의 글쓰기
김민정 시인은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에서 “내가 맘껏 뜯어먹을 수 있게 나를 구워준 나의 오븐이자 빵이며 우물거리는 입인 아빠 엄마, 당신들 덕분에 이리 배부른 나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책 3부 [시다, 수다]에 실린 그녀의 시론을 살펴보면, 아빠 엄마로부터 기인한 어린 시절의 정서부터 전공을 소설에서 시로 바꾸고 시와 함께 놀게 된 그 시작을 기록한다.
어느 날 누구 씨, 하기에 뒤돌아보니 글쎄 시라는 놈이 거기 턱 하고 서 있는 거예요.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그대로 멈춰라, 하고 얼음땡을 제안했고 시와 나의 놀이는 시작부터가 난장질이었지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순간의 얼음과 땡, 술래와 숨은 아이 사이의 역전을 모두 경험하며 나는 시라는 어떤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시를 말하라 할 때마다 내 머릿속과 가슴속은 엉킨 철수세미처럼 얼마나 거칠거칠했던가요. 온갖 생채기는 당연한 수순이니 해져 너덜거리는 정신머리로 나는 말을 낳고 말을 타고 말을 죽이느라 또 얼마나 새하얗게 밤을 지새워야 했던가요. 어김없이 창밖으로 계절은 오고 가고 꽃은 피었다 지고 사랑은 머물다 흐르고 물결을 따라 낳고 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게 절실하지 않은 건 엄살에 불과했으므로 나는 그 기막힌 풍경들은 달력 그림으로 벽에 걸어놓은 채 오로지 내 온몸의 통점을 통과해가는 만물의 심박동에만 귀 기울여나갔어요. 그러니까 네 시는 시가 아니야. 그럼 내 시가 소설이냐. 그렇게 말 많은 네 시는 시가 아니라고. 그럼 네 시는 말줄임표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데 여자인 ‘나’만의 이야기라니, 이해가 아닌 해석으로 마음이 아닌 콘택트렌즈로 시를 보는 사람들의 오만을 오판 삼아 나는 그들의 ‘말씀 그 가르침’을 반사하는 놀이에 늘 시를 초대했지요. 초대받은 이들이여, 고맙게도 시작은 당신 때문이라고 말하겠어요.
[소요에서 고요로 - 시론이랍시고] p.149-150.
이름 끝에 시인이라 이름을 단 이후 14년이 흘렀건만 그녀에게 시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매 순간 두려우면서도 시를 써야 하고 또 다른 시인의 시를 묶어 시집을 만드는 일은 그녀에게 그저 사랑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런 시와 함께, 그녀가 쓰는 모든 글은 밥을 먹다가도 김밥 단면이 화려하게 핀 꽃처럼 보이는, 산책길에 만난 어린이 자전거들을 보며 다채로운 아이들의 취향을 만나게 되는 순간의 경이를 선물한다. 이런 글쓰기는 자신의 삶이 제 속도보다 빠르게 지나갈 때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해 곁에 두고 꼭 끌어안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국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맞는 말을 찾아가는 여정
어린 시절 부부싸움을 하며 때리고 맞던 방앗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며칠 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함께 밥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을 목격한 충격, 푸세식 화장실 안에서 교복 입은 채로 입맞춤 삼매경이던 고등학생들을 몰래 쳐다본 추억 등 그녀가 아직 사랑을 몰랐을 시절에 기억하는 사랑이란 이상하고도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후 치과 의사에게 애원해 발치한 사랑니를 선물로 건넸던 첫사랑까지 지나고 그녀는 사랑에 관한 단상들을 곳곳에 적어둔다.
좋아한다는 건 다시 말해 신뢰한다는 것,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든 다 맛있을 거란 기대 속에 밥상 앞에 앉게 하는 엄마처럼.
[뒤로 걷기의 건강법], p.108
그리하여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사랑이라 하면 손이라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안녕하고 다가오기에 잡고 보니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었고, 마지막으로 안녕하고 멀어져 가기에 놓고 보니 그것이 사랑의 끝이었기에 나는 그 손으로 서로의 뺨을 매만지거나 서로의 뺨을 후려치는 과정 속에서 두어 번 사랑을 살아냈던 것도 같습니다.
[이게 다예요], p.241
그녀에게 사랑의 모습을 들킨 사람들도 있다. [내외]라는 시를 쓴 윤성학 시인의 부부는 캠퍼스 커플 시절,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게 선이 선연하게 드러나게’ 손을 붙잡고 다니는 모습을 들켰다. 그 모습에서 그녀는 사랑을 할 때 ‘보일락 말락 들릴락 말락 그래서 들킬락 말락 그런 말락 내외처럼 절로 벌어지는 거리 안에서 서로에게 자유로워지고 볼 일(p.213)’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 직장에서 같이 일을 하던 소설가 박민규와 그의 아내 사이의 사내 연애담은 더욱 말랑하다. 남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대로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고 여자의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조이는 남자, 하루에 하나씩 뭐라도 여자에게 건네는 남자가 소설가 박민규다. 그들의 사랑 앞에서 그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대답을 준비한다. “사랑은 ‘너’가 아니라 사랑은 오래도록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중이라고요(p.237).”
또 그의 기원인 엄마 아빠의 사랑도 기록되어 있다. ‘누가 이 남자 집에 들어와 살까, 나라도 이 남자를 구제해야겠다, 결심을 했던’ 오지랖 넓은 엄마와 ‘누가 이 여자를 미용실에 보내줄까, 나라면 이 여자를 호강시켜 줄 수 있겠다, 용기를 냈던’ 아빠. 그들의 사랑을 기록하며 그녀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내 인생에 철수를 만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내가 영희가 될 수 있다면 혹여 일흔두엇쯤에는 수줍은 듯 말할 수 있을까요. 유행가 노랫말처럼 부부는 사랑이 아니라 정 하나로 살아온 세월이라고. 아무려나 철수와 영희가 그러했듯 엄마를 만난 아빠가, 아빠를 만난 엄마가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고!
- [철수 짝 영희, 영희 짝 철수], p.253.
그래 맞다. 사람들 때문에, 가 아니라
사람들 덕분에, 나는 여기 있는 것이다
시인 김민정의 글 속에는 사람을 향해 끝도 없는 애정을 보이는 그녀가 보인다. 그리고 그 곁에 역시 그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있다. 선거 때는 마주치면 싸우지만 매일 아침 모닝콜을 책임져주는 아빠는 물론이고, 춤 못 추는 엿장수 삼돌이 앞에서 한 수 가르쳐준다며 어깨를 들썩이는 함민복 시인, 좋은 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만들라는 고마운 말씀 남겨주신 故 신현정 시인, 사람과 사물과 계절을 살피는 시인의 눈을 보여준 정현종 시인, 늘 주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곁에 있는 황인숙 시인, 휴대전화에 ‘언니’라 저장해놓은 이성복 시인, 친정 오라비 같은 큰오빠 장석남 시인, 시를 쓰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최승호 시인…….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오롯이 언니만을 떠올려보자, 이 발상을 언니에 대한 나만의 보속(補贖)으로 삼고자 작정한 연유이기도 했다. 처음 언니와 나를 이어준 건 고양이 두 마리였다. 누군가 키울 수 없게 된 그 녀석들을 안고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하다가 결국 내가 넘겨받게 되었던 것이다. 늦은 밤 내 집에 들른 언니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우르르 쏟아지던 밤식빵이며 사과며 꽤나 많던 각종 화장품에 향수 샘플이라니. 선물이라면 백화점에서 작정하고 골라 리본 묶은 네모상자로만 알던 나는 그 앞에서 절로 벌어진 수국처럼 환히 웃더랬다. 서로의 시는 봐왔으나 서로의 얼굴은 봐온 적 없는 우리는 그날부터 언니는 늘 주는 사람, 나는 늘 받는 사람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시인 황인숙 언니] p.109
이렇듯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도 그는 꼼꼼하게, 시시콜콜 글로 저장해둔다. 언제든지 갚을 기회가 생기면 당장 달려갈 자세로다가!
▣ 작가 소개
저 : 김민정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가 있다. 2007년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월간지 만드는 일에 뛰어들어 몇 군데 잡지사의 에디터를 거쳤고, 2004년부터 마흔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산토끼를 닮은 고양이 무구와 둘이 산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1부 말이란 말이다
이토록 사소한 다짐 하나
착한 척하려면 눈이 조금, 필요합니다
브라보, 내 젊은 아빠들이여!
네가 누구인지는 네가 잘 아실 문제
걱정과 낭만 사이
다정한 약속일수록 왜 연약할까
있을 때 잘해, 나는 돼지야
내가 가장 나종 지니인 집
솔직해집시다
가만 좀 내비두는 것의 미학
실은 우리 매일같이 시를 산다
그 많던 한아름 슈퍼, 다 어디로 갔나
실은 저도 입을 고민합니다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러너다
화성에서 온 딸, 금성에서 온 아빠
댁의 여름은 안녕하십니까?
책책책, 이제 책 좀 읽읍시다
친구란 고로 조각이불 같은 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그 흥!
시인으로 살다 죽다 시가 되는 일
2부 용건만 간단히
아프니까 사람이지
고로 세상의 친정아비들이란
저 늙는 것은 모르고
왕따가 왕따에게
꽃보다 사람
너는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배울 건 배웁시다
복싱이 화두다
솔직히 좀 너무하잖아
말은 이렇게 단련된다
나라면 잘랐다
소가 개나 같아야 키우지
이제 와 붓 치라는 얘긴 아니고
엄마밥, 엄마의 존재
돈이냐 돌이냐
사소한 외로움에 답함
레고 아님 말고
질문이 너무 어렵잖아
성진 물텀벙이를 지나며
끼리끼리 자매끼리
‘까까보까’가 어때서
고수 너머 고수 찾기
사기 너머 사기 치기
집착이라도 좋아
벼룩만 뛰랴, 뛰니까 애지
너, 네가 젤로 무서워!
자연은 자연스럽게
거기 돈가스가 맛있긴 해요
간직하면 비싸져요
뒤로 걷기의 건강법
시인 황인숙 언니
하여튼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버리는 일의 버거움
촌스러워서 못 살겠다
카페는 아무나 하나
빵은 나누는 거라 그렇게 배웠거늘
씁쓸하구만
경찰서여, 안녕
강정이 기가 막혀
유구무언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네 할머니 내 할머니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고개 숙이면 고개 부러지나
죽게는 말아야지요
장화론
그래야 부자되나 봐
한 사람을 탓하려네
편의점이 왜 많겠냐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3부 시다, 수다
밤에 뜨는 여인들 - 시 쓴답시고
소요에서 고요로 - 시론이랍시고
면사(綿絲)로 팽팽히 당긴 두 개의 종이컵
전화기처럼, - 시담이랍시고
우리들은 그저 아름다운 불구들일 뿐 - 시 안답시고
시심애심 - 시집 만든답시고
4부 시적인 순간들
성복이 언니
개 말고 게처럼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일까요
사랑, 무엇으로 배우셨나요
소용을 대입하면 무용이 나오는 것, 인생
때론 식탐도 배움이지요
삽질, 거 괜찮아요
핑계 있는 무덤
서른아홉
색즉시공공즉시색
난 잘 살 거야……
아무거나, 거나, 아니거나
‘경이’라는 말의 경이
석남 장씨
여전히 컹컹
나날이 동물원 나들이
이래서 마술이란 거예요
명명쟁이 엄마
세컨드가 퍼스트야
헛질의 아름다움, 헛발질
사단이고 사랑이라니까요
내 자유
다 꽃에 홀려 그래요
천국이네 김밥
내가 의자 사들이는 이유
일상다반사
왕십리
젖 달렸다고 다 엄마인가요
이상형이요? 나무지요!
사랑의 다른 말들
무구야, 순리야
모포 자랑 좀 하자면요
안경집, 왜 많겠어요
배하고 추의 맛이요
무릇 된장녀 말고 순정녀의 변이라 함은
있을 때 잘해, 엄마는 봉이야
저마다 구근 하나씩 숨기고 살지요
그 떡이 그 떡이 아니더라고요
아픔
이래서 밥을 보약이라 하나 봐요
죽음도 연습이 필요해요
곁이라는 거리
새라고 뭐 울기만 하겠어요?
내와 외
응답하라 1995
귀이개 안 보이면 미쳐 죽는 날 있어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뒤로 돌아
완전한 사육이란 없지
지금껏 모르고 산 일
이런 ‘들''
5부 그 사랑, 그 사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런 줄? 그럴 줄!
사랑은 취미가 아니잖아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거 다예요
언제까지나 입맞춤 중일 사람들
지도에 없는 생을 가리키는 것, 여행
철수의 짝 영희, 영희의 짝 철수
여보라는 아름다운 재료
사랑이 오리
시, 사람, 사랑에 관한 그녀만의 기억 저장법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시인의 첫 산문집
제목을 ''각설하고,''라고 지은 데는 내가 내 무릎을 찍게 될 때마다 그 구부러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빈번히도 불러다 앉힌 말이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라 함은 결국 내게 자주 필요한 말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터닝 포인트, 인생 팔십이라 친다면 나는 이제 구십 도로 구겨질 일만 남았다. 절반가량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4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를 출간하며 솔직한 언어와 역동적인 감각으로 주목받아온 시인 김민정의 첫 산문집 《각설하고,》가 출간되었다. 등단 후 근 14년간 여러 매체에 연재했던 글 가운데서 묶어낸 이 책은 책을 쓰는 삶(시인)과 책을 만드는 삶(편집자)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녀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순간순간들의 등짝에다 찍찍 포스트잇을 붙여야 했’던 것들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시, 사람, 그리고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픽 웃기다가 쓸쓸하기도 하고 통쾌하다가 울컥하는 그녀의 글은 맛깔 난다. 경쾌한 문체와 리듬감 있는 그녀의 문장들은 때론 유머스러운 말장난처럼, 때론 한 편의 시처럼 읽는 사람의 가슴을 간질인다.
1부 [말이란 말이다]와 2부 [용건만 간단히]에서는 자고 일어나면 벌어지는 사건사고 앞에서 느끼는 분노와 불안한 안도감,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부대낌과 연대감, 다정한 사람들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과 고마움의 글들을 담았다. 3부 [시다, 수다]는 그녀가 시를 쓰게 된 시작부터 시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와 마음을 풀어놓고, 4부 [시적인 순간들]에는 일상의 찰나에서 시로 뒤바뀌는 순간들, 5부 [그 사랑, 그 사람]에서는 사랑에 대한 영감을 준 시 혹은 이야기와 함께 그녀가 그리는 사랑의 여러 정의를 살피는 글들을 모았다. 김민정의 시와 또 다른, 일상의 언어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산문 세계가 처음 열리는 순간이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안도와 절망의 사다리 타기…….
시인의 눈에 비친 사회, 그 안의 당신과 나의 안부를 묻다
김민정의 글에는 수많은 인물들이 두 가지 풍경 위로 등장한다. 눈 오는 날이면 아침저녁 눈 쓰느라 바쁜 경비 아저씨, 전화 한 통이면 세제든 과일이든 작은 봉지에 담아 들고 현관 앞에 서 있던 슈퍼 아저씨, 늘어진 뱃살 그대로 드러내는 흰 속옷 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던 동네 빵집 아저씨, 집안 대소사를 서로 챙겨가며 슈퍼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던 동네 어른들이 등장하는, 사람 냄새 폴폴 풍겨가며 함께 살아가는 다정한 풍경이 그 첫 번째다.
가겟집 아줌마는 누가 누구네 아이인지 다 알았다. 그래서 외상을 달아도 부끄럽지 않았고 소풍날 아침 껌을 살 때면 콜라나 사이다도 덤으로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역으로 가겟집 아줌마네 아들이 고등학교에 갈 때는 이 집 저 집 사전을 사다 안겼고 그가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면 이 집 저 집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따끔하게 혼을 냈다. 친척보다 더 자주 보고 사는 이들이 가겟집 식구들이었다. 동네 엄마들은 늘 그곳에서 콩나물이며 두부며 고등어 같은 찬거리를 함께 사며 친목계를 결성하기에 이르렀고, 동네 아빠들은 퇴근길 파라솔 아래 색색의 플라스틱 의자를 서로 당겨줘가며 맥주에 마른 멸치를 곁들인 채 서로의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친목계를 두텁게 다져나갔다.
[그 많던 한아름 슈퍼, 다 어디로 갔나] p.50-51.
다음 풍경은 사뭇 다르게 그려진다. 경비 아저씨가 미처 쓸지 못한 눈길에 애가 넘어져 다쳤다고 항의하는 이웃,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큰소리부터 치고 보는 사람들, 전기세가 아까우니 배달사원은 계단을 이용하라는 아파트 주민들, 응급실에서 마주한 시큼하고 퀴퀴한 죽음의 노숙자,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유서를 남긴 노부부, 돼지 300여만 마리를 한꺼번에 살처분하는 사람들, 있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현 시대의 살벌한 풍경이 그녀의 눈에 비친다.
목숨을 버린 노부부의 사연에 가슴이 뜸뜬 것처럼 뜨거워진 건 그들의 유서를 본 순간이었다. 시작이 그랬다지.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라고. 그 첫 줄은 읽자마자 화살표가 되어 내게 꽂혔다. 요즘의 내 화두 또한 그렇듯 삶의 부질없음 언저리를 뱅뱅 돌고 있는 탓이었다.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대학병원에 원하던 시신 기증도 할 수 없게 된 노부부. 소리 나는 대로 적어나갔기에 마치 노인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처럼 들렸던 글줄 사이에서 나는 노인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엿보이던 한 문장을 찾아냈다. “부부가 살면서 빚은 한 푼도 없지만 살아 있는 집 보증금은 삼백만 원뿐이다.” 돈을 만든 우리들이 돈에 어쩌지 못해 스러져가는 나날……. 슬프다 진짜.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p.121
그녀는 솔직히 고백한다. 자신 또한 다르지 않은 한통속이라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일에도 시간을 할애하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그리고 다짐한다. 눈 쌓일 때면 피로회복제 들고 경비실을 찾아가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 부지런히 정리해 주변에 나누고, 무엇보다 훗날 누군가에게 시로 남을 수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로.
허무로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으로써의 글쓰기
김민정 시인은 첫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에서 “내가 맘껏 뜯어먹을 수 있게 나를 구워준 나의 오븐이자 빵이며 우물거리는 입인 아빠 엄마, 당신들 덕분에 이리 배부른 나입니다.”라고 밝혔다. 이 책 3부 [시다, 수다]에 실린 그녀의 시론을 살펴보면, 아빠 엄마로부터 기인한 어린 시절의 정서부터 전공을 소설에서 시로 바꾸고 시와 함께 놀게 된 그 시작을 기록한다.
어느 날 누구 씨, 하기에 뒤돌아보니 글쎄 시라는 놈이 거기 턱 하고 서 있는 거예요.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그대로 멈춰라, 하고 얼음땡을 제안했고 시와 나의 놀이는 시작부터가 난장질이었지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순간의 얼음과 땡, 술래와 숨은 아이 사이의 역전을 모두 경험하며 나는 시라는 어떤 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시를 말하라 할 때마다 내 머릿속과 가슴속은 엉킨 철수세미처럼 얼마나 거칠거칠했던가요. 온갖 생채기는 당연한 수순이니 해져 너덜거리는 정신머리로 나는 말을 낳고 말을 타고 말을 죽이느라 또 얼마나 새하얗게 밤을 지새워야 했던가요. 어김없이 창밖으로 계절은 오고 가고 꽃은 피었다 지고 사랑은 머물다 흐르고 물결을 따라 낳고 지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게 절실하지 않은 건 엄살에 불과했으므로 나는 그 기막힌 풍경들은 달력 그림으로 벽에 걸어놓은 채 오로지 내 온몸의 통점을 통과해가는 만물의 심박동에만 귀 기울여나갔어요. 그러니까 네 시는 시가 아니야. 그럼 내 시가 소설이냐. 그렇게 말 많은 네 시는 시가 아니라고. 그럼 네 시는 말줄임표냐.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데 여자인 ‘나’만의 이야기라니, 이해가 아닌 해석으로 마음이 아닌 콘택트렌즈로 시를 보는 사람들의 오만을 오판 삼아 나는 그들의 ‘말씀 그 가르침’을 반사하는 놀이에 늘 시를 초대했지요. 초대받은 이들이여, 고맙게도 시작은 당신 때문이라고 말하겠어요.
[소요에서 고요로 - 시론이랍시고] p.149-150.
이름 끝에 시인이라 이름을 단 이후 14년이 흘렀건만 그녀에게 시라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매 순간 두려우면서도 시를 써야 하고 또 다른 시인의 시를 묶어 시집을 만드는 일은 그녀에게 그저 사랑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다. 그런 시와 함께, 그녀가 쓰는 모든 글은 밥을 먹다가도 김밥 단면이 화려하게 핀 꽃처럼 보이는, 산책길에 만난 어린이 자전거들을 보며 다채로운 아이들의 취향을 만나게 되는 순간의 경이를 선물한다. 이런 글쓰기는 자신의 삶이 제 속도보다 빠르게 지나갈 때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해 곁에 두고 꼭 끌어안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결국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맞는 말을 찾아가는 여정
어린 시절 부부싸움을 하며 때리고 맞던 방앗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며칠 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함께 밥상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을 목격한 충격, 푸세식 화장실 안에서 교복 입은 채로 입맞춤 삼매경이던 고등학생들을 몰래 쳐다본 추억 등 그녀가 아직 사랑을 몰랐을 시절에 기억하는 사랑이란 이상하고도 부끄러운 것이었다. 이후 치과 의사에게 애원해 발치한 사랑니를 선물로 건넸던 첫사랑까지 지나고 그녀는 사랑에 관한 단상들을 곳곳에 적어둔다.
좋아한다는 건 다시 말해 신뢰한다는 것,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든 다 맛있을 거란 기대 속에 밥상 앞에 앉게 하는 엄마처럼.
[뒤로 걷기의 건강법], p.108
그리하여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사랑이라 하면 손이라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 안녕하고 다가오기에 잡고 보니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었고, 마지막으로 안녕하고 멀어져 가기에 놓고 보니 그것이 사랑의 끝이었기에 나는 그 손으로 서로의 뺨을 매만지거나 서로의 뺨을 후려치는 과정 속에서 두어 번 사랑을 살아냈던 것도 같습니다.
[이게 다예요], p.241
그녀에게 사랑의 모습을 들킨 사람들도 있다. [내외]라는 시를 쓴 윤성학 시인의 부부는 캠퍼스 커플 시절, ‘아주 가깝지도 아주 멀지도 않게 선이 선연하게 드러나게’ 손을 붙잡고 다니는 모습을 들켰다. 그 모습에서 그녀는 사랑을 할 때 ‘보일락 말락 들릴락 말락 그래서 들킬락 말락 그런 말락 내외처럼 절로 벌어지는 거리 안에서 서로에게 자유로워지고 볼 일(p.213)’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한 직장에서 같이 일을 하던 소설가 박민규와 그의 아내 사이의 사내 연애담은 더욱 말랑하다. 남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대로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고 여자의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조이는 남자, 하루에 하나씩 뭐라도 여자에게 건네는 남자가 소설가 박민규다. 그들의 사랑 앞에서 그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대답을 준비한다. “사랑은 ‘너’가 아니라 사랑은 오래도록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중이라고요(p.237).”
또 그의 기원인 엄마 아빠의 사랑도 기록되어 있다. ‘누가 이 남자 집에 들어와 살까, 나라도 이 남자를 구제해야겠다, 결심을 했던’ 오지랖 넓은 엄마와 ‘누가 이 여자를 미용실에 보내줄까, 나라면 이 여자를 호강시켜 줄 수 있겠다, 용기를 냈던’ 아빠. 그들의 사랑을 기록하며 그녀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내 인생에 철수를 만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내가 영희가 될 수 있다면 혹여 일흔두엇쯤에는 수줍은 듯 말할 수 있을까요. 유행가 노랫말처럼 부부는 사랑이 아니라 정 하나로 살아온 세월이라고. 아무려나 철수와 영희가 그러했듯 엄마를 만난 아빠가, 아빠를 만난 엄마가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고!
- [철수 짝 영희, 영희 짝 철수], p.253.
그래 맞다. 사람들 때문에, 가 아니라
사람들 덕분에, 나는 여기 있는 것이다
시인 김민정의 글 속에는 사람을 향해 끝도 없는 애정을 보이는 그녀가 보인다. 그리고 그 곁에 역시 그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있다. 선거 때는 마주치면 싸우지만 매일 아침 모닝콜을 책임져주는 아빠는 물론이고, 춤 못 추는 엿장수 삼돌이 앞에서 한 수 가르쳐준다며 어깨를 들썩이는 함민복 시인, 좋은 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만들라는 고마운 말씀 남겨주신 故 신현정 시인, 사람과 사물과 계절을 살피는 시인의 눈을 보여준 정현종 시인, 늘 주는 사람으로 지금까지 곁에 있는 황인숙 시인, 휴대전화에 ‘언니’라 저장해놓은 이성복 시인, 친정 오라비 같은 큰오빠 장석남 시인, 시를 쓰기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최승호 시인…….
언니를 기다리는 동안 오롯이 언니만을 떠올려보자, 이 발상을 언니에 대한 나만의 보속(補贖)으로 삼고자 작정한 연유이기도 했다. 처음 언니와 나를 이어준 건 고양이 두 마리였다. 누군가 키울 수 없게 된 그 녀석들을 안고 이 사람 저 사람을 통하다가 결국 내가 넘겨받게 되었던 것이다. 늦은 밤 내 집에 들른 언니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우르르 쏟아지던 밤식빵이며 사과며 꽤나 많던 각종 화장품에 향수 샘플이라니. 선물이라면 백화점에서 작정하고 골라 리본 묶은 네모상자로만 알던 나는 그 앞에서 절로 벌어진 수국처럼 환히 웃더랬다. 서로의 시는 봐왔으나 서로의 얼굴은 봐온 적 없는 우리는 그날부터 언니는 늘 주는 사람, 나는 늘 받는 사람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시인 황인숙 언니] p.109
이렇듯 주변 사람들과의 인연도 그는 꼼꼼하게, 시시콜콜 글로 저장해둔다. 언제든지 갚을 기회가 생기면 당장 달려갈 자세로다가!
▣ 작가 소개
저 : 김민정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가 있다. 2007년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월간지 만드는 일에 뛰어들어 몇 군데 잡지사의 에디터를 거쳤고, 2004년부터 마흔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산토끼를 닮은 고양이 무구와 둘이 산다.
▣ 주요 목차
작가의 말
1부 말이란 말이다
이토록 사소한 다짐 하나
착한 척하려면 눈이 조금, 필요합니다
브라보, 내 젊은 아빠들이여!
네가 누구인지는 네가 잘 아실 문제
걱정과 낭만 사이
다정한 약속일수록 왜 연약할까
있을 때 잘해, 나는 돼지야
내가 가장 나종 지니인 집
솔직해집시다
가만 좀 내비두는 것의 미학
실은 우리 매일같이 시를 산다
그 많던 한아름 슈퍼, 다 어디로 갔나
실은 저도 입을 고민합니다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러너다
화성에서 온 딸, 금성에서 온 아빠
댁의 여름은 안녕하십니까?
책책책, 이제 책 좀 읽읍시다
친구란 고로 조각이불 같은 거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그 흥!
시인으로 살다 죽다 시가 되는 일
2부 용건만 간단히
아프니까 사람이지
고로 세상의 친정아비들이란
저 늙는 것은 모르고
왕따가 왕따에게
꽃보다 사람
너는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배울 건 배웁시다
복싱이 화두다
솔직히 좀 너무하잖아
말은 이렇게 단련된다
나라면 잘랐다
소가 개나 같아야 키우지
이제 와 붓 치라는 얘긴 아니고
엄마밥, 엄마의 존재
돈이냐 돌이냐
사소한 외로움에 답함
레고 아님 말고
질문이 너무 어렵잖아
성진 물텀벙이를 지나며
끼리끼리 자매끼리
‘까까보까’가 어때서
고수 너머 고수 찾기
사기 너머 사기 치기
집착이라도 좋아
벼룩만 뛰랴, 뛰니까 애지
너, 네가 젤로 무서워!
자연은 자연스럽게
거기 돈가스가 맛있긴 해요
간직하면 비싸져요
뒤로 걷기의 건강법
시인 황인숙 언니
하여튼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버리는 일의 버거움
촌스러워서 못 살겠다
카페는 아무나 하나
빵은 나누는 거라 그렇게 배웠거늘
씁쓸하구만
경찰서여, 안녕
강정이 기가 막혀
유구무언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네 할머니 내 할머니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고개 숙이면 고개 부러지나
죽게는 말아야지요
장화론
그래야 부자되나 봐
한 사람을 탓하려네
편의점이 왜 많겠냐고
그러게나 말입니다
3부 시다, 수다
밤에 뜨는 여인들 - 시 쓴답시고
소요에서 고요로 - 시론이랍시고
면사(綿絲)로 팽팽히 당긴 두 개의 종이컵
전화기처럼, - 시담이랍시고
우리들은 그저 아름다운 불구들일 뿐 - 시 안답시고
시심애심 - 시집 만든답시고
4부 시적인 순간들
성복이 언니
개 말고 게처럼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일까요
사랑, 무엇으로 배우셨나요
소용을 대입하면 무용이 나오는 것, 인생
때론 식탐도 배움이지요
삽질, 거 괜찮아요
핑계 있는 무덤
서른아홉
색즉시공공즉시색
난 잘 살 거야……
아무거나, 거나, 아니거나
‘경이’라는 말의 경이
석남 장씨
여전히 컹컹
나날이 동물원 나들이
이래서 마술이란 거예요
명명쟁이 엄마
세컨드가 퍼스트야
헛질의 아름다움, 헛발질
사단이고 사랑이라니까요
내 자유
다 꽃에 홀려 그래요
천국이네 김밥
내가 의자 사들이는 이유
일상다반사
왕십리
젖 달렸다고 다 엄마인가요
이상형이요? 나무지요!
사랑의 다른 말들
무구야, 순리야
모포 자랑 좀 하자면요
안경집, 왜 많겠어요
배하고 추의 맛이요
무릇 된장녀 말고 순정녀의 변이라 함은
있을 때 잘해, 엄마는 봉이야
저마다 구근 하나씩 숨기고 살지요
그 떡이 그 떡이 아니더라고요
아픔
이래서 밥을 보약이라 하나 봐요
죽음도 연습이 필요해요
곁이라는 거리
새라고 뭐 울기만 하겠어요?
내와 외
응답하라 1995
귀이개 안 보이면 미쳐 죽는 날 있어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뒤로 돌아
완전한 사육이란 없지
지금껏 모르고 산 일
이런 ‘들''
5부 그 사랑, 그 사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그런 줄? 그럴 줄!
사랑은 취미가 아니잖아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이거 다예요
언제까지나 입맞춤 중일 사람들
지도에 없는 생을 가리키는 것, 여행
철수의 짝 영희, 영희의 짝 철수
여보라는 아름다운 재료
사랑이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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