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좀 서러워합시다

고객평점
저자김근태 아빠 외
출판사항알마, 발행일:2017/12/15
형태사항p.241 46판:20
매장위치문학부(1층)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992130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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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보일러공과 옥순이 이야기, 세상 밖으로 처음 공개되는 인재근 엄마의 편지

“나 옥순이 좋아하고 있어. 아마 사랑하고 있는 거 같아….” 1978년 봄, 보일러공이 옥순이란 여인이게 보낸 연애편지다. 당시 수배 중이었던 탓에 김근태는 월곡동의 염색공장의 보일러공이 되어야 했고, 같은 이유로 인재근의 이름은 ‘옥순이’가 됐다. 이 연애편지에는 그들의 애틋한 사랑의 언어가 녹아 있다. “옥순이와 뽀뽀를 하면 나 틀림없이 좋아할 거야….” 그해 겨울 그들은 사진관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한다.

1985년 김근태가 남영동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투옥되었을 때, 인재근의 나이는 서른셋, 아들 병준은 일곱 살, 딸 병민은 네 살이었다. 이후 몇 년간 그들의 삶은 고된 나날이었다. 인재근은 요샛말로 ‘독박 육아’와 민가협 활동으로 몸은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휘청거렸고, 남편의 건강 걱정과 옥바라지로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비 내리는 날 남편 없이 이삿짐을 옮기면서 빗물 속에 눈물을 감추어야 했고, 남편의 고문 후유증을 교도소 유리창 너머로 살펴야 했다. 그러나 인재근의 편지는 그런 아픔을 애써 감추려 한다. 오히려 “조잘이 병민이”와 “영감님 병준이” 이야기로 김근태에게 웃음을 안겨준다. 그런 어느 날, 아내의 생일을 기념해 김근태는 외워두었던 [사랑의 미로]라는 노래를 교도소 유리창 너머 인재근에게 불러주는데, 결국 눌러두었던 감정이 그만 폭발하고 만다.

“그렇게 자신 있게 불렀던 이 노래를 유리창을 통해 엄마를 마주 보면서 접견실에서 부르고자 하니까 마구 떨리는 것 아니겠니.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해도 잘 안 되고, 그래서 몇 번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목소리가 떨리고 음정은 불안해지다가 틀리고, 또 그런 중에서 목은 메어오고, 인재근 엄마의 눈에 고인 눈물이 보이고 그래서 더욱 목이 메고, 노래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된 채 끝나고 말았다.”

이 책 속의 인재근의 편지는 세상 밖으로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인재근은 교도소 간수의 말처럼, 깨알같이 써 보낸 김근태 편지와 비교해서 휘갈겨 쓴 듯한 자신의 편지가 보잘것없이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인재근의 편지는 옥중의 김근태를 버티게 한 힘이었고, 감방에 스며드는 빛 같은 것이었다. 마치 김근태가 편지에 쓴 ‘쥐들의 사랑’처럼 그들은 편지로서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가족의 안부를 묻고, 새 삶에 대한 희망을 품었던 것이다. 김병민의 말처럼, “밖에서 육아 전쟁, 군부독재와의 전쟁, 옥바라지라는 전쟁”을 치르던 인재근 엄마와 함께한 그 시절은 김병준, 김병민에겐 그들이 자란 “역사”이기도 하기에 더욱 값진 것이다.

딸 김병민과 딸 바보 김근태 이야기

“그 사람은 쏘가리야! 내가 버릇없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쁜 거야. 내가 크면 아빠처럼 민주운동가 돼서 그런 사람 혼내줄 거야.” 여덟 살 김병민이 쓴 편지다. 손꼽아 기다리던 특별 면회를 불허한 교도소장에게 일침을 날린 병민의 편지는 당시 교도관들에게도 퍼져 웃음을 짓게 했다고 한다. 그들은 특별 면회 날이 되면 설레었다. 김근태는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깨끗한 옷차림으로 가족을 맞이했다. 딸아이가 하는 고무줄놀이를 입을 헤 벌리고 바라보거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들어주었다. 김근태는 요즘 말하는 ‘딸 바보’였다. 딸에 대한 사랑은 김근태 편지의 곳곳에 나타난다.

김근태의 집에는 남녀 차별이란 없었다. 그는 딸이 당당하고 자존심 있는 여성으로 자라나길 바랐다. 누구의 아내 혹은 엄마가 아니라 호칭 앞에 언제나 이름을 불러주었고, 남자들이 가사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가르쳤으며, 딸아이의 초경을 축하 파티를 열기도 했다. 2011년, 딸 병민의 결혼식을 앞두고 가족들은 김근태의 건강에 큰 이상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된다. 파킨슨병이었다. 사람들은 고문의 ‘그림자’라고 말했다. 입원 후 한 달이 좀 지나서 김근태는 결국 저세상으로 돌아갔다. 장례가 끝나고 인재근은 아빠가 입원할 때 잠바 주머니에 있던 것이라며 병민에게 종이 두 장을 건넸다. 딸의 결혼식 청첩장과 주례사가 담긴 메모였다.

“그 종이에는 김근태 아빠가 주례를 설 때마다 가지고 다녔던 직접 쓴 메모가 있었다. ‘서로의 건강과 이웃의 평화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라’,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라’, ‘서로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여라’라는 내용이었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할 때 입고 갔던 잠바 주머니에 내 청첩장과 주례사가 접혀서 같이 들어 있었단다. 끝까지 ‘딸 바보’였던 아빠가 준 마지막 선물. 김근태의 주례사였다.”

1992년 8월, 김근태가 출소하여 그들 가족은 오랜 헤어짐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아빠와 남매는 사진관에서 기념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들의 눈물겨운 편지들은 가족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아픔과 서러움과 눈물을 가족 모두가 함께한 결과였을 것이다. 김근태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걸음걸이가 휘적휘적하게 되었을 것이요. 한두 번쯤 복받쳐오는 것이 있을 것이고, 필경 이것은 서러움이었을 게요. 뭐 반드시 서럽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태엽 풀린 유성기처럼 박자가 맞지 않는다고 난리가 날 일도 아니고, 젠장 좀 서러워합시다….”

김병준?김병민의 편지

아빠, 거기는 따뜻한가요? 등이 시려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던 이곳과는 다른가요? 발걸음은 좀 가벼워졌나요? 이젠 떨리는 손을 슬그머니 붙잡아 숨길 필요 없겠지요? 우리를 보고 있어요? 짝꿍 인재근 엄마가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나요?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는 모습도 보이나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아요. 아빠. (…)
당시 민주화운동의 대부라 해서 우린 아빠 나이가 아주 많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고작 서른아홉이었어요. 지금 우리와 같은 나이였죠. 이미 가정을 이뤄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안정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겠지요. 매 순간의 선택에 망설였을 거예요. 아내와 아들, 딸을 챙기고 사랑해주었던 김근태 아빠라서 더 두려웠을 거예요.
우리 김병준, 김병민은, 아빠의 그 망설임을 사랑합니다. 아빠의 두려움을 사랑합니다. 아빠의 나약함을 사랑합니다. 아빠의 눈물을 사랑합니다. 고민하고 흔들렸던 김근태 아빠를 사랑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김근태 아빠의 선택이 망설임 없이는 나올 수 없었던 결과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편지에 우리를 사랑하고 그 사랑은 ‘무조건’이란 말을 많이 쓰셨죠. 이제야 그 말을 돌려드립니다. 아무 조건 없이 아빠를 사랑합니다.
_「어떻게 지내고 있어?」 중에서

작가 소개

저 : 김병민

1982년 봄 인천 구월동에서 김근태와 인재근의 딸로 태어났다. 미술을 좋아했던 김근태를 따라 전시회에 다니고, 도록을 사서 펼쳐보는 것이 취미였다. 한때는 화가가 되려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소질이 없다는 미술 선생님의 말에 상처를 받고 꿈을 접었다. 인문학을 강조했던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미술사 강의를 하며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다섯 살 아들, 세 살 딸 두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허덕이는 엄마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김근태와 관련된 자료 수집에 분주하다. 더불어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목 차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당신이라는 호칭
젠장 좀 서러워합시다
거꾸로의 자유
쥐들의 사랑
1978년 봄, 연애편지
1986년 수유리 맑음
인병민 딸에게
존심이의 생일
그 사람은 쏘가리야
사랑의 미로
고무줄 여왕
남영동 1985
등대지기의 방

보일러공과 옥순 씨의 후일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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