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미식의 시대에 염증을 느끼다
이제 매일 아침 가십기사에서 ‘셰프’(요리사라고 하면 절대 안 된다)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어떤 음식평론가, 어떤 셰프가 최근에 뜨는 셰프를 ‘디스’했다거나, ‘허세’를 지적했다거나, 혹은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폄하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실 그보다 더 많이 나오는 기사는 맛집, 새로운 요리, 요리 비법 등에 관한 것이다.
셰프들은 연예인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리얼리티 쿡킹쇼를 보여 주고, 심지어는 일상을 보여 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까지 등장한다. 슬슬 이제 먹방과 쿡방이, 텔레비전을 틀면 어디든 나오는 셰프가 지겹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음식이 대세다! 아니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미식 쇼쇼쇼 ― 가식의 식탁에서 허영을 먹는 음식문화 파헤치기》에 나오는 영국의 사례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먹방과 쿡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이러한 요리는 어떠한가?
“새 속에 새를 넣어 17마리의 새들로 속을 채운 요리” 즉 “들칠면조 속에 칠면조를 채우고, 그 속에는 거위를 넣고, 그 속에는 꿩을 넣고, 그 속에는 닭을 넣고, 그 속에는 오리를 넣고, 그 속에는 뿔닭을 넣고, 그 속에는 작은 오리인 쇠오리를 넣고, 그 속에는 누른도요새를 넣고, 그 속에는 자고새를 넣고, 그 속에는 검은가슴물떼새를 넣고, 그 속에는 댕기물떼새를 넣고, 그 속에는 메추라기를 넣고, 그 속에는 개똥지빠귀를 넣고, 그 속에는 종달새를 넣고, 그 속에는 멧새를 넣고, 그 속에는 정원솔새를 넣고, 그 속에는 올리브를 넣는”(100쪽)
혹은, 저자가 경험한 한 식당에서의 코스.
마늘로 조리한 새하얀 밤, 사과 맛이 나는 감자 면과 가늘고 길쭉한 송어, 게살 크로켓, 달걀 노른자를 ‘소금에 절여 가늘게 채 썰어 뿌리고’ 토치로 겉면을 익힌 숭어 요리, ‘건초 위에서 훈제한’ 씨앗 한 움큼, 돌 위에 버섯과 함께 놓은(다소 외로운) 새우, 소금에 절인 대구 한 조각(포르투갈 요리인 바칼랴우 버전), 적양배추 초콜릿 소스를 곁들인 희귀한 비둘기 고기 두 점, 한가운데 삶은 달걀 슬라이스가 (놀랍게도!) 숨겨진 아주 작은 치킨 파르페 샌드위치를 맛보는 경험도 했다. 아이스 오이와 쫄깃쫄깃한 밀감 아이스크림, 버섯향이 나는 초콜릿 트러플 …… 식사 말미에는 웨이터가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피어나는, 설탕을 뿌린 아몬드 몇 개를 가지고 온다. ‘즉시 드시길 권합니다. 얼린 상태거든요.’ …… 액화 질소로 냉각해 만든 아이스크림이라는 그것은 매우…… 기름지다.(51-52쪽)
그렇다. 저자는 음식에 지나칠 정도로 몰두해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상당히 날카롭고 풍자적인 언어로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흥분한 개처럼 군침을 흘리고 과도한 음식을 소화하느라 끈적끈적 느리게 흐르는 혈액 때문에 두뇌가 굼떠지지만 않았다면 자신의 시간과 창의적인 에너지를 분명 다른 곳에 쓸 수 있을 텐데도, 그저 음식에 심취해 음식에 관해 열변을 토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36쪽)
정치인, 종교인보다 요리사를 믿는 시대
그러나 저자가 단순히 사람들이 음식에 몰두해 있는 상태, 셰프가 스타가 되는 세태만을 꼬집는 것이 아니다. 그는 ‘섹스’ ‘언어’ ‘진정성’ ‘자연’ ‘유행’ ‘가상’ ‘영혼’ 등의 키워드 등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인 언어와 문화를 잘 엮어 가며 그 ‘문화’ 속에 감추어진 심리, 역사, 정치, 경제 등의 문제를 들추어내고 있다.
유명 요리사들은 자신이 만든 기이한 민스 파이(헤스턴 블루먼솔)나 청동틀로 만든 파스타(제이미 올리버)에 상표를 붙여 슈퍼마켓에서 팔아 댄다. 그리고 시카고에서 코펜하겐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비싼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은 진지한 잡지와 신문의 인물 섹션에서 마치 성인聖人이라도 되는 듯 소개된다. 음식 축제는(굳이 ‘축제’라고 하자면), 음, 그러니까 요리하는 모습을 전율 넘치는 라이브 공연으로 보여 주는 새로운 록 페스티벌이다.(17쪽)
음식과 요리가 사회 전반에 어머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미식의 시대를, 저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당신의 건강은 정말로 당신의 손에, 당신의 부엌에 달렸다.’ …… 당신이 아프면, 틀림없이 당신 잘못이라는 뜻이다.(28쪽)
2011년, 영국의 슈퍼마켓 웨이트로즈의 런던 지하철 광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음식을 사랑하라. 인생을 사랑하라.’…… 이러한 명령조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문이 함축되어 있다. 음식을 사랑해야, 그렇게 해야만 올바른 방식으로 인생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41쪽)
현대의 음식 관련 책은 요리에 대한 열망을 채워 주기보다는 형이상학적이거나 라이프 스타일 관련한 열망을 충족하려 존재하고, 유명 요리사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현대 문화에서 음식에 관한 화려한 미사여구와 이미지는 영양이나 환경에 대한 합당한 관심사와 단절된 채 영성주의의 대용품이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정치인이나 종교인을 믿지 않는다. 이제 요리사들이 이 두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한다.(18쪽)
저자는 (제3세계) 농민들의 생존이나 연대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그저 자신의 건강에만 신경 쓰거나 혹은 정치적 올바름을 드러내는 간편한 기표가 된 로컬푸드와 유기농을 비판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일종의 유행으로서 거짓 로컬리즘을 내세우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스타일 증보판에 눈에 띄는 컬러판으로 두 쪽에 걸쳐 소개된 맨해튼의 커플 기사가 바로 그런 거짓 로컬리즘의 사례라 하겠다. “이 커플은 이웃한 근처에서 물건을 산다는 의미에서 로커보어다. 그들은 염소젖으로 만든 체다와 솔 그란 퀘소 같은 치즈는 ‘머레이 치즈 전문점’에서 구매하고, 파스타는 ‘라페토’에서 구매하며, 돼지 안심 같은 고기류는 ‘파이코’로 사러 간다.” 이는 로커보어가 단지 현지의 고급 전문점에서 음식을 사는 이들을 뜻한다는 거고, 그렇다면 그 의미가 축소되었음을 인정하는 게 아닌가.(179쪽)
물론, 저자가 음식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을, 모든 요리 행위를, 음식의 중요성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옮긴이가 다음과 같이 지적했듯이 말이다.
그가 이 책을 통해 가족을 위해 정성스레 차린 따뜻한 밥상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매일매일 밥상을 차리는 수고에서 벗어나(비록 돈을 내긴 하지만) 전문 요리사가 차려 준 요리를 맛보는 외식의 기쁨을 앗아 가려는 것은 아니다.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음식의 준비와 소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을 일컫는 푸디즘과 그 신봉자들인 푸디스트이다. 이들은 음식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 그릇된 우월감을 키우고 뒤틀린 욕망을 부추긴다. 저자는 이러한 푸디스트들의 행적을 집요하게 쫓으며 그들의 이면을 낱낱이 보여 준다.(248쪽)
결국에는 그저 음식뿐?
그렇다면, 저자가 바라는 음식의 풍경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일까? 저자는 한 세기 전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길버트의 글을 인용하며 나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우리 시대의 광적인 푸디즘을 가장 지혜롭게 바로잡으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한 세기 전 W. S. 길버트가 남긴 격언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식탁 위에 무엇이 올라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자 위에 누가 앉는지가 중요하다.’(226쪽)
결국 저자는, 빡빡한 일상, 부족한 영양, 몸이 아니라 가상이 지배하는 업무 환경과 문화, 농민과의 연대는 간 곳 없이 고급 식재료로만 인식되는 유기농과 로컬푸드…… 이러한 현실의 반대편에서 열심히 먹는 것만 생각하는 푸디들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있는 다음의 풍경은 그 염려를 정리해서 보여 준다.
그리하여 직장에서도, 먹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이 시대 사람들은 저녁에는 가상의 먹기가 펼쳐지는 텔레비전을 뚫어져라 보고, 주말이면 훨씬 심화된 가상의 먹기를 생생한 실물로 지켜보고자 ‘마스터셰프 라이브’로 순례를 떠나고,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하면 먹는 행위를 훨씬 잘 즐길 것인지 합리적인 계획을 짜려고 전시회장의 여러 가판대를 드나든다. 그러다 보니 영광스런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어 여기서 얻은 수익을 요리 준비 시간과 장인 정신이 깃든 로컬 농산물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이로써 미래의 어느 날,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오로지 일과 먹는 것에 대한 생각만으로 완벽하게 머릿속을 채우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정신 상태를 이루게 되어 마침내 지상에서의 시간을 마음껏 삼켜 버리며 낭비하게 된다면, 도리어 훨씬 좋다고들 할 것이다.(244쪽)
책의 첫머리를 “그러나 누군가는 우리처럼 요리를 하거나 음식에 관해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지랄’을 부린다고 (정기적으로) 일러 주어야 한다.”라고 유명 요리사 앤서니 보댕의 말을 인용해서 시작한 저자는, 또 한 명의 유명 요리사인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결국에는 그저 음식뿐이다, 그렇지 않나? 오로지 음식뿐.”이라는 말로 책을 맺는다. 음식만이 전부라는 뜻인지, 음식의 진짜 본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인지, 이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 아닐까.
음식과 요리가 정언명령이 된 이 시대,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 것 아닐까?
‘섹스가 흘러넘치는 접시’ 위에 놓인 ‘소울 푸드’ ‘언어로 만든 수프’를 먹고
‘유행을 집은 포크’를 들어 ‘자연에 미쳐’ ‘미식의 이상향’을 향해
‘진짜라 내세우며’ ‘역사마저’ ‘먹어야 한다’고 외치고
‘대탈출’을 감행해 ‘신사 분들, 마칠 시간입니다’라는 종언에도 불구하고
‘가상의 먹기’를 감행하는 이 미식의 ‘예술가들’이여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은 아니다’
▣ 작가 소개
저 : 스티븐 풀
Steven Poole
1972년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디펜던트》, 정치·학예주간지 《뉴 스테이츠먼》 등 유수의 신문·잡지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 비평 및 서평을 비롯하여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써 왔다. 특히,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4권의 책을 펴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정치인의 언어를 다룬 《언스피크Unspeak》와 비디오 게임을 미학적 차원의 논의로 끌어올린 《트리거 해피Trigger Happy》가 있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문학 축제 중 하나인 시드니 작가 페스티벌(2006)과 비엔나에서 열린 게임 컨퍼런스(2008)에 초청받아 기조연설을 했으며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역 : 정서진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전공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스파이스 : 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이 만든 욕망의 역사》, 《식량의 제국》,《미식 쇼쇼쇼》가 있으며, 대학로에서 공연된 연극 《아메리칸 환갑》(공역)과 《외계인들》을 번역했다.
▣ 주요 목차
서문 : 푸드 레이브 8
01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은 아니다 15
02 소울 푸드 37
03 단식 예술가들 49
04 언어로 끓인 수프 65
05 섹스가 흘러넘치는 접시 83
06 유행을 집은 포크 103
07 역사마저 먹다 117
08 진짜라 내세우다 133
09 자연에 미치다 149
10 미식의 이상향 171
11 대탈출 185
12 신사 분들, 마칠 시간입니다 197
13 먹어야 한다 215
맺음말 : 가상의 먹기 228
옮기고 나서 : 먹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을 때 246
참고문헌 252
원주 258
원어 표기 277
미식의 시대에 염증을 느끼다
이제 매일 아침 가십기사에서 ‘셰프’(요리사라고 하면 절대 안 된다)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어떤 음식평론가, 어떤 셰프가 최근에 뜨는 셰프를 ‘디스’했다거나, ‘허세’를 지적했다거나, 혹은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라고 폄하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사실 그보다 더 많이 나오는 기사는 맛집, 새로운 요리, 요리 비법 등에 관한 것이다.
셰프들은 연예인들과 함께 요리를 하고, 리얼리티 쿡킹쇼를 보여 주고, 심지어는 일상을 보여 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까지 등장한다. 슬슬 이제 먹방과 쿡방이, 텔레비전을 틀면 어디든 나오는 셰프가 지겹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음식이 대세다! 아니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미식 쇼쇼쇼 ― 가식의 식탁에서 허영을 먹는 음식문화 파헤치기》에 나오는 영국의 사례들을 보면, 대한민국의 먹방과 쿡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이러한 요리는 어떠한가?
“새 속에 새를 넣어 17마리의 새들로 속을 채운 요리” 즉 “들칠면조 속에 칠면조를 채우고, 그 속에는 거위를 넣고, 그 속에는 꿩을 넣고, 그 속에는 닭을 넣고, 그 속에는 오리를 넣고, 그 속에는 뿔닭을 넣고, 그 속에는 작은 오리인 쇠오리를 넣고, 그 속에는 누른도요새를 넣고, 그 속에는 자고새를 넣고, 그 속에는 검은가슴물떼새를 넣고, 그 속에는 댕기물떼새를 넣고, 그 속에는 메추라기를 넣고, 그 속에는 개똥지빠귀를 넣고, 그 속에는 종달새를 넣고, 그 속에는 멧새를 넣고, 그 속에는 정원솔새를 넣고, 그 속에는 올리브를 넣는”(100쪽)
혹은, 저자가 경험한 한 식당에서의 코스.
마늘로 조리한 새하얀 밤, 사과 맛이 나는 감자 면과 가늘고 길쭉한 송어, 게살 크로켓, 달걀 노른자를 ‘소금에 절여 가늘게 채 썰어 뿌리고’ 토치로 겉면을 익힌 숭어 요리, ‘건초 위에서 훈제한’ 씨앗 한 움큼, 돌 위에 버섯과 함께 놓은(다소 외로운) 새우, 소금에 절인 대구 한 조각(포르투갈 요리인 바칼랴우 버전), 적양배추 초콜릿 소스를 곁들인 희귀한 비둘기 고기 두 점, 한가운데 삶은 달걀 슬라이스가 (놀랍게도!) 숨겨진 아주 작은 치킨 파르페 샌드위치를 맛보는 경험도 했다. 아이스 오이와 쫄깃쫄깃한 밀감 아이스크림, 버섯향이 나는 초콜릿 트러플 …… 식사 말미에는 웨이터가 드라이아이스 연기가 피어나는, 설탕을 뿌린 아몬드 몇 개를 가지고 온다. ‘즉시 드시길 권합니다. 얼린 상태거든요.’ …… 액화 질소로 냉각해 만든 아이스크림이라는 그것은 매우…… 기름지다.(51-52쪽)
그렇다. 저자는 음식에 지나칠 정도로 몰두해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상당히 날카롭고 풍자적인 언어로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흥분한 개처럼 군침을 흘리고 과도한 음식을 소화하느라 끈적끈적 느리게 흐르는 혈액 때문에 두뇌가 굼떠지지만 않았다면 자신의 시간과 창의적인 에너지를 분명 다른 곳에 쓸 수 있을 텐데도, 그저 음식에 심취해 음식에 관해 열변을 토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36쪽)
정치인, 종교인보다 요리사를 믿는 시대
그러나 저자가 단순히 사람들이 음식에 몰두해 있는 상태, 셰프가 스타가 되는 세태만을 꼬집는 것이 아니다. 그는 ‘섹스’ ‘언어’ ‘진정성’ ‘자연’ ‘유행’ ‘가상’ ‘영혼’ 등의 키워드 등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인 언어와 문화를 잘 엮어 가며 그 ‘문화’ 속에 감추어진 심리, 역사, 정치, 경제 등의 문제를 들추어내고 있다.
유명 요리사들은 자신이 만든 기이한 민스 파이(헤스턴 블루먼솔)나 청동틀로 만든 파스타(제이미 올리버)에 상표를 붙여 슈퍼마켓에서 팔아 댄다. 그리고 시카고에서 코펜하겐에 이르기까지 엄청나게 비싼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은 진지한 잡지와 신문의 인물 섹션에서 마치 성인聖人이라도 되는 듯 소개된다. 음식 축제는(굳이 ‘축제’라고 하자면), 음, 그러니까 요리하는 모습을 전율 넘치는 라이브 공연으로 보여 주는 새로운 록 페스티벌이다.(17쪽)
음식과 요리가 사회 전반에 어머어마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이 미식의 시대를, 저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당신의 건강은 정말로 당신의 손에, 당신의 부엌에 달렸다.’ …… 당신이 아프면, 틀림없이 당신 잘못이라는 뜻이다.(28쪽)
2011년, 영국의 슈퍼마켓 웨이트로즈의 런던 지하철 광고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음식을 사랑하라. 인생을 사랑하라.’…… 이러한 명령조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문이 함축되어 있다. 음식을 사랑해야, 그렇게 해야만 올바른 방식으로 인생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41쪽)
현대의 음식 관련 책은 요리에 대한 열망을 채워 주기보다는 형이상학적이거나 라이프 스타일 관련한 열망을 충족하려 존재하고, 유명 요리사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현대 문화에서 음식에 관한 화려한 미사여구와 이미지는 영양이나 환경에 대한 합당한 관심사와 단절된 채 영성주의의 대용품이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정치인이나 종교인을 믿지 않는다. 이제 요리사들이 이 두 역할을 해 주리라 기대한다.(18쪽)
저자는 (제3세계) 농민들의 생존이나 연대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그저 자신의 건강에만 신경 쓰거나 혹은 정치적 올바름을 드러내는 간편한 기표가 된 로컬푸드와 유기농을 비판하는 데에도 거침이 없다.
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일종의 유행으로서 거짓 로컬리즘을 내세우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스타일 증보판에 눈에 띄는 컬러판으로 두 쪽에 걸쳐 소개된 맨해튼의 커플 기사가 바로 그런 거짓 로컬리즘의 사례라 하겠다. “이 커플은 이웃한 근처에서 물건을 산다는 의미에서 로커보어다. 그들은 염소젖으로 만든 체다와 솔 그란 퀘소 같은 치즈는 ‘머레이 치즈 전문점’에서 구매하고, 파스타는 ‘라페토’에서 구매하며, 돼지 안심 같은 고기류는 ‘파이코’로 사러 간다.” 이는 로커보어가 단지 현지의 고급 전문점에서 음식을 사는 이들을 뜻한다는 거고, 그렇다면 그 의미가 축소되었음을 인정하는 게 아닌가.(179쪽)
물론, 저자가 음식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을, 모든 요리 행위를, 음식의 중요성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옮긴이가 다음과 같이 지적했듯이 말이다.
그가 이 책을 통해 가족을 위해 정성스레 차린 따뜻한 밥상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매일매일 밥상을 차리는 수고에서 벗어나(비록 돈을 내긴 하지만) 전문 요리사가 차려 준 요리를 맛보는 외식의 기쁨을 앗아 가려는 것은 아니다. 그가 비판하는 대상은 음식의 준비와 소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을 일컫는 푸디즘과 그 신봉자들인 푸디스트이다. 이들은 음식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 내 그릇된 우월감을 키우고 뒤틀린 욕망을 부추긴다. 저자는 이러한 푸디스트들의 행적을 집요하게 쫓으며 그들의 이면을 낱낱이 보여 준다.(248쪽)
결국에는 그저 음식뿐?
그렇다면, 저자가 바라는 음식의 풍경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일까? 저자는 한 세기 전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길버트의 글을 인용하며 나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우리 시대의 광적인 푸디즘을 가장 지혜롭게 바로잡으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한 세기 전 W. S. 길버트가 남긴 격언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식탁 위에 무엇이 올라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자 위에 누가 앉는지가 중요하다.’(226쪽)
결국 저자는, 빡빡한 일상, 부족한 영양, 몸이 아니라 가상이 지배하는 업무 환경과 문화, 농민과의 연대는 간 곳 없이 고급 식재료로만 인식되는 유기농과 로컬푸드…… 이러한 현실의 반대편에서 열심히 먹는 것만 생각하는 푸디들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 있는 다음의 풍경은 그 염려를 정리해서 보여 준다.
그리하여 직장에서도, 먹는 일에서도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이 시대 사람들은 저녁에는 가상의 먹기가 펼쳐지는 텔레비전을 뚫어져라 보고, 주말이면 훨씬 심화된 가상의 먹기를 생생한 실물로 지켜보고자 ‘마스터셰프 라이브’로 순례를 떠나고,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떻게하면 먹는 행위를 훨씬 잘 즐길 것인지 합리적인 계획을 짜려고 전시회장의 여러 가판대를 드나든다. 그러다 보니 영광스런 생산성은 크게 향상되어 여기서 얻은 수익을 요리 준비 시간과 장인 정신이 깃든 로컬 농산물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게 되고, 이로써 미래의 어느 날, 깨어 있는 시간 내내 오로지 일과 먹는 것에 대한 생각만으로 완벽하게 머릿속을 채우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정신 상태를 이루게 되어 마침내 지상에서의 시간을 마음껏 삼켜 버리며 낭비하게 된다면, 도리어 훨씬 좋다고들 할 것이다.(244쪽)
책의 첫머리를 “그러나 누군가는 우리처럼 요리를 하거나 음식에 관해 글을 쓰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지랄’을 부린다고 (정기적으로) 일러 주어야 한다.”라고 유명 요리사 앤서니 보댕의 말을 인용해서 시작한 저자는, 또 한 명의 유명 요리사인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결국에는 그저 음식뿐이다, 그렇지 않나? 오로지 음식뿐.”이라는 말로 책을 맺는다. 음식만이 전부라는 뜻인지, 음식의 진짜 본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인지, 이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 아닐까.
음식과 요리가 정언명령이 된 이 시대,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 것 아닐까?
‘섹스가 흘러넘치는 접시’ 위에 놓인 ‘소울 푸드’ ‘언어로 만든 수프’를 먹고
‘유행을 집은 포크’를 들어 ‘자연에 미쳐’ ‘미식의 이상향’을 향해
‘진짜라 내세우며’ ‘역사마저’ ‘먹어야 한다’고 외치고
‘대탈출’을 감행해 ‘신사 분들, 마칠 시간입니다’라는 종언에도 불구하고
‘가상의 먹기’를 감행하는 이 미식의 ‘예술가들’이여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은 아니다’
▣ 작가 소개
저 : 스티븐 풀
Steven Poole
1972년 런던에서 태어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인디펜던트》, 정치·학예주간지 《뉴 스테이츠먼》 등 유수의 신문·잡지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화 비평 및 서평을 비롯하여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써 왔다. 특히,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4권의 책을 펴낸 저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정치인의 언어를 다룬 《언스피크Unspeak》와 비디오 게임을 미학적 차원의 논의로 끌어올린 《트리거 해피Trigger Happy》가 있다.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문학 축제 중 하나인 시드니 작가 페스티벌(2006)과 비엔나에서 열린 게임 컨퍼런스(2008)에 초청받아 기조연설을 했으며 BBC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역 : 정서진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 번역을 전공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스파이스 : 향신료에 매혹된 사람들이 만든 욕망의 역사》, 《식량의 제국》,《미식 쇼쇼쇼》가 있으며, 대학로에서 공연된 연극 《아메리칸 환갑》(공역)과 《외계인들》을 번역했다.
▣ 주요 목차
서문 : 푸드 레이브 8
01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은 아니다 15
02 소울 푸드 37
03 단식 예술가들 49
04 언어로 끓인 수프 65
05 섹스가 흘러넘치는 접시 83
06 유행을 집은 포크 103
07 역사마저 먹다 117
08 진짜라 내세우다 133
09 자연에 미치다 149
10 미식의 이상향 171
11 대탈출 185
12 신사 분들, 마칠 시간입니다 197
13 먹어야 한다 215
맺음말 : 가상의 먹기 228
옮기고 나서 : 먹는 게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을 때 246
참고문헌 252
원주 258
원어 표기 277
01. 반품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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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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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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