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정택의 성으로 본 인문학

유사 이래, 생명의 탄생 이래
성(性)은 영원한 화두가 되고 있다.
신비로움, 호기심, 생리적 욕구의 중심에 있다.
개인의 삶도, 나라의 역사도,
인류의 문화도 밑바탕에는
성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한의사 이정택의 성으로 본 인문학]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욕구는 생존, 생존을 위한 방식으로 공동체의 삶이 필요했고 최소한의 공동체는 생식이라는 과정을 통한 가족의 형성이었다. 그 가족이 모여 지역공동체, 지역공동체가 모여 국가를 이루고 세력을 갖게 된다. 즉 생식과정의 핵심인 성의 교환은 인류가 덩어리를 이루고 세력을 만드는 첫 번째 단추이다. 역사라는 강물이 큰 줄기를 이뤄 하나로 흐르지만, 강물을 이루는 수많은 작은 지류들의 첫 출발이 바로 남녀 간의 교감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처음 한의학을 배우기 위해 대학 문을 두드렸을 당시부터 막연하지만, 성의학을 공부하고 다른 이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싶었다. 10년 넘게 조루, 발기부전 같은 성 기능 질환을 진료하면서 본질적인 욕구의 충족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남성의 가슴앓이를 보았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앞둔 21세기 현시점에서도 사회에 드리워진 성에 대한 편견은 ‘퇴폐적’, ‘어둠’, ‘변태적’ 등과 같은 폐쇄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성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사건으로 치부되기 일쑤이고 성에 대한 담론은 대부분 비도덕적이며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인정받곤 한다. 성은 사람이 밥을 먹고 일을 하는 것처럼 인류가 행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행위의 하나이다. 인류의 보존을 위해 남녀가 나눌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교류의 모습이다. 그리고 남과 여가 살면서 지향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하기에 역사와 문학 속에서 빠질 수 없었던 성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발굴해서 소개하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 선뜻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막연한 자료를 주변의 도움으로 조금씩 모으기 시작하고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해보려고 부족한 식견을 짜 내보기도 했다. 인터넷 신문에 정기적으로 기고를 약속하고 진행한 지 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자료를 정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이 매 번 큰 숙제처럼 다가왔고 만만찮은 부담이 됐다. 주변의 많은 격려와 도움이 큰 힘이 되었고 어렵사리 마칠 수 있었다. 최근 봄날의 꽃 빛이 유난히 아름답다. 겨울의 마르고 추운 시절을 잘 견뎌준 땅과 온기가 더해진 햇살과 가지를 스쳐 살랑살랑 겨울잠을 깨우는 바람과, 촉촉한 봄 빗줄기가 협업한 결과다. 이 책도 부족한 필자 이름을 달고 출간이 되지만 음양으로 도움이 돼 주셨던 많은 분의 노력이 함께 한 협업의 결과물이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 들께 감사를 전한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