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 - 저항과 혁명의 포스터 -

옘마 골드만(66-67p)
맬컴 엑스(132-133p)
무하마드 알리(136-1337p)
전국농민총연맹(218-219p)

1999년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WTO 반대 시위는 이메일과 인터넷 포스팅으로 조직된 초기 형태의 전 지구적 행동 중 하나였다. 한국과 프랑스, 미국 서부에서 온 사람들이 시애틀에 모여서 세계를 팔아먹는 회의를 몸으로 막고, 함께 위험과 희망을 공유하며 저항했다. 몸으로 체현된 민주주의다. 이것 역시 거리의 포스터로 드러냈다.

조지 오웰은 에스파냐 내전 시기의 바르셀로나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모든 곳에 혁명 포스터가 붙어 있다. 벽에서 선명한 붉은색과 푸른색의 불길이 타올라, 몇 장 남아 있는 광고 포스터가 마치 진흙 칠을 한 것처럼 너저분하게 보인다.” - 리베카 솔닛

20년 전 그 날 이후 포스터는 미국의 수십 개 도시에 붙여졌고, 지금도 포스터는 기숙사, 아파트, 지역 센터, 교실의 벽과 도시의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2~5달러하는 포스터는 그동안 수십만 장이 팔렸다. 작업은 항상 집단적이었다. 거의 100여 명의 작가가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고, 여러 곳의 인쇄소에서 포스터를 찍었다. 수십, 수백 명이 밤새 도시와 건설 현장에 포스터를 붙이며 돌아다녔고, 수천, 수만 장의 포스터를 전 세계로 배포했다.

CHP 포스터는 대부분 2도 인쇄로 값싼 무광 용지에, 대개 오래된 아날로그 오프셋 장비로 인쇄됐다. 매끈한 광택지에 인쇄된 고급 디지털 이미지와 달리, 입체감이 있어 손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식으로 만든 포스터는 파업 중인 학생이 운영하는 작업장의 거친 스크린 인쇄물이거나 라틴아메리카의 혁명가가 지하 인쇄소에서 급하게 제작했을 법한 불법 포스터와 같은 맥락을 갖는다.

포스터를 만드는 데 바친 지난 20년은 ‘자유와 평등을 위해 투쟁해왔지만 주류 역사 기술에서 배제된 개인과 집단의 이야기’였다. 동시에 역사는 단지 전문 역사가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 의해 쓰이는 것임을 증명하는 20년이었다.
- 조시 맥피

글 : 레베카 솔닛  
Rebecca Solnit
1961년에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캘리포니아 대학교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부터 인권운동, 기후변화 문제,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지권 반환운동, 반전운동, 반핵운동 등의 현안에 참여해왔고, 2011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한 대중적 지식인이다. 지은 책 가운데 국내에 소개된 것으로 『걷기의 역사』와 『어둠 속의 희망』이 있고, 그 밖에도 예술·생태·장소·정치 등에 관한 책 10여 권을 저술했다. 그중에 『그림자의 강(River of Shadows)』은 전미도서상, 래넌 문학상, 마크 린턴 역사상 등을 수상했다. 1988년부터 여러 유력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고, 다수의 전시 카탈로그에 글을 썼다. 현재 [하퍼스 매거진]의 편집기자로 일하면서, 진보적 독립 언론매체인 ‘톰디스패치닷컴’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 활발하게 글을 기고하고 있다. 2010년 미국의 대안잡지 [유튼리더]에서는 솔닛을 ‘당신의 세계를 바꿀 25인의 선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했다.

편저 : 조시 맥피 

Josh MacPhee
디자이너이자 화가, 활동가. 저스트시즈 예술가협동조합(Justseeds Artists’ Cooperative Justseeds.org)의 조합원이며, 『변화의 징후: 사회운동문화, 1960년대에서 지금까지(Signs of Change: Social Movement Cultures 1960s)』의 공동 저자이며, 『신호: 국제정치 그래픽 문화 저널(Signal: A Journal of International Political Graphics and Culture)』의 공동 편집자다. 현재 사회운동이 생산한 문화 자료의 공적 컬렉션인 인터피어런스 아카이브(Interference Archive, InterferenceArchive.org)의 운영을 돕고 있다.InterferenceArchive.org)의 운영을 돕고 있다.

역 : 원영수

1982년 대학 입학 이후 학생운동, 노동운동, 좌파정치운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1997년 이후 국제 연대 활동에 주력해왔으며,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국제기획실장, 『노동자의힘』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제포럼 운영위원, 도서출판 타흐리르 편집장으로 일한다. 옮긴 책으로 『지금 건설하라, 21세기 사회주의』, 『세계화의 가면을 벗겨라』, 『한국의 민중봉기』와 『아시아의 민중봉기』가 있다.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Revolution and Protest: 1500 to the Present』(2009)의 ‘한국 사회운동’ 관련 항목에 기고했고, 해외 좌파 웹 사이트에 한국의 상황과 운동에 대한 영문 기사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