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활자유랑자 금정연을 사로잡은 34개의 문장
눈을 감고도 쓸 수 있는 소설의 첫 문장 “오래전부터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왔다”(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부터 읽기만 해도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았던 카뮈의 문장들, 멋진 서문들, 교양 있게 욕지기를 내뱉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의 제목들, 작가들이 말하는 글쓰기의 비밀, 매너리즘에 빠진 서평가를 다시 글 쓰게 만드는 문장까지. 소설·에세이·인문·실용 분야를 막론하고, 그가 꼽은 완벽한 문장들로부터 어쩌면 문장 쓰는 법을 배울 수 있고 문장 보는 눈을 기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글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찾는 하나의 완벽한 문장이 “그 문장을 다른 맥락 속에 위치시킬 때, 다른 문장들과 만나게 할 때, 완벽함이 생각만큼 대단한 가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된다. 소설가 김중혁은 이 책의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글을 읽는 데 계속 실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실패한 후 도착한 곳이 훨씬 마음에 들 것이라고도.
읽는다는 것, 쓴다는 것, 산다는 것
그러니까 실패하고 또 실패한다는 것
그의 서평을 읽고 있자면, 그가 책을 소개하려고 이 글을 쓴 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낸 삶을 들려주고 있다는 생각이 종종(실은 문장 건너 문장마다) 든다. 삶의 노정 중간에서 새로운 형식의 글을 시도했던 롤랑 바르트,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잡문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다고 자평한 폴 오스터, 서평자로 살며 대개 영양실조 상태거나 간혹 숙취 상태라고 고백한 조지 오웰, “남의 말은 그만 인용해”라는 충고를 들은 비평가 라이히라니츠키까지. “남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쓰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
2010년 초봄, 그는 온라인 서점 MD로 일하며 쏟아지는 신간 속에서 책을 읽지도 못한 채 책과 싸우는 날들을 거듭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날로부터 8년차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지금, 그의 세 번째 서평집이 나왔다. 꼭지들 말미에 붙은 게재 지면의 면면을 살펴보자. [시사인] [기획회의] [인물과사상] [프레시안] [한국일보] [행복한 동행] [앰블러] [보그걸] [오설록]… 등등. 연도와 월은 표기했지만 일자는 생략했다. 왜냐하면 깜짝깜짝 놀라다 눈물이 고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글이 있다. 금정연이 쓴 것과 금정연이 또 쓴 것.”
그렇다. 이 책에는 “숨죽이며 책장을 넘기던 오직 매혹만이 존재하던 순수한 독서의 시간”은 가고 “마감에 쫓기느라 밤잠을 설치는” “수없이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하루”들로 가득한 생계형 서평가의 기록이 오롯이 담겼다. 그럼에도 우리는 농담과 유머로 가득한 그의 글을 읽으며 울기보다 웃기를 더 자주 할 것이다. 얼핏 시니컬한 듯 보이지만 삶에 다정한 그의 태도 또한 그가 강탈한 문장들로부터 나온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말이다.
“나는 마감에서 마감으로 끊임없이 돌을 굴려 올리며 하루하루를 산다. 나는 지금도 가끔 카뮈와 그의 시지프를 생각하지만 그건 예전과는 다른 부분이다. 카뮈는 책의 한 문장을 이렇게 썼다. ‘우리는 행복한 시지프를 마음속에 그려보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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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성공한 만화가 중 한 명인 찰스 슐츠에 대해 쓴 글 ‘항상 패배하는 성숙한 사람’에서 금정연은 이렇게 말했다.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에서 볼 수 있는 건 창작의 비밀이 아니다. 숨겨진 뒷이야기도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평생 고군분투한 한 만화가의 모습이다. 그는 성숙한 사람이었고 성숙한 만화를 그렸다. 고마워요, 찰스 슐츠!” 그리고 이 책『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에서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만 말하자. 그는 성숙한 사람이었고, 성숙한 글을 썼다.
작가 소개
저 : 금정연
마감에 허덕이는 프리랜서 서평가. 그전에는 온라인 서점 인문 분야 MD로 일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출근하기 싫어서 아침마다 울었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원고를 쓰기 싫어서 밤새도록 울었다. 마감과 마감 사이, 글감을 떠올리는 고통스러운 시간과 허겁지겁 초침에 쫓기며 밤새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을 단순 왕복하며 살던 중 일상을 이루는 최소한의 리듬, 반복되고 예측 가능한 하루의 회복을 꾀하며 일상기술 연구소의 고문연구원으로 합류했다.
일상기술 연구소를 통해 주어진 트랙을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경로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들의 건강함에 매번 깜짝깜짝 놀라며 반성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여전히 마감이 코앞에 닥친 후에야 화들짝 놀라 글쓰기를 시작하곤 하지만 글이 쓰기 싫어 울지는 않는다.지은 책으로 『서서비행』, 『난폭한 독서』, 『문학의 기쁨』(공저),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등이 있다.
목 차
Intro
1부 삶과 문장 사이에서
나는 실패한다 /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한 구절을 떠올렸다 / 완벽한 첫 문장을 찾는 데 실패했다면 / 눈을 감고도 쓸 수 있는 소설의 첫 문장 / 그 문장들을 읽으면 멋진 사람이 될 줄 알았지 / 여전히 빛나는 서문들 / 때때로 입안에서 맴도는 제목들 /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팔아버릴걸 / 잃어버리기 위해 있는 것 / 우리 삶의 노정 중간에서 / 항상 패배하는 성숙한 사람 / 먹고살기 위해 경험한 것을 기록했을 뿐 / 이름 없는 것들에게도 삶은 있다 /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 모르셨다면 이제 아시면 됩니다 / 앎으로도 어쩔 수 없을 때
2부 독자와 작가 사이에서
귀를 가진 사람의 할 일 / 제발 조용히 좀 해요 / 세상의 모든 요청을 거절하는 것 / 있는지 없는지조차 더는 알 수 없는 구원자에게 / 좋은 선생도 없고 선생 운도 없는 당신에게 / 진정성 있는 글을 기대한 독자에게 / 시큰둥한 독자에게 / 오직 매혹만이 존재하던 순수한 독서의 시간 / 앞으로도 읽지 않을 독자에게 / 좋은 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 당신이 읽은 책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 대체 무엇이 끊임없이 글을 쓰게 만드는지 / 매너리즘에 빠진 서평가가 다시 글을 쓰는 법 / 서평가의 손버릇 / 어떤 탈출 / 남의 말은 그만 인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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