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성에게 더 가혹한 노동 환경
그럼에도 여성 문제가 외면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처럼 여성 문제가 심각한데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는 일은 결코 없다. 또한 여성의 빈곤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오히려 남성보다 빈곤율도 높고 상황도 더 나쁘다. 가난은 각자 사람들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지만 빈곤이 문제가 되는지 여부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더라도 부모와 함께 사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 독립했지만 미혼인 여성, 결혼한 여성, 그리고 한부모가정을 꾸린 여성의 경우가 각각 다른 생활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남성이나 노년의 빈곤이 비슷한 양상을 드러내며 사회적 관심을 받았던 것에 반해 상대적으로 여성의 빈곤과 생활상이 잘 잡히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지은이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여성들의 삶을 인터뷰를 통해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일본 역시 2000년대 이후 고용의 비정규화가 진행되면서 일하는 사람 중 3분의 1이 비정규직이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들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임금 인상을 실시하고 있으나 비정규직 고용률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특히 청년 고용의 비정규화가 현저하며, 그중 가장 심각한 지점은 젊은 여성의 비정규화다. 예전에는 10% 정도였던 젊은 여성(15~24세)의 비정규직 비율은 현재 무려 40%에 달한다. 특히 비정규직 고용률은 학력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5세부터 34세 여성 중 고졸까지(중졸, 고교 중퇴 포함)의 학력인 경우 비정규직 비율은 60%에 가까웠으나, 대졸 이상인 경우에는 30% 정도에 머물렀다. 대한민국에서도 11개월 근로 후 11개월 재계약이라는 비정상적 방법이 동원되고 있어서 현재 한국과 일본 모두 여성은 법의 영역 밖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은 임금이 낮고 해고가 쉽다. 게다가 고강도 노동이나 성희롱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취약했다. 비정규직은 계약기간 갱신이 상사의 손에 달렸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해도 어떤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
여성의 노동 환경을 파악하고 미래를 논의하다
여성의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남성과 다른 큰 특징 중 하나는 임신과 출산이다. 하지만 지금은 10대에 아이를 낳아도, 40대까지 출산을 미뤄도 비난하는 세상이다. 일본 정부 역시 출산율이 1.57까지 떨어지며 일명 ‘1.57 쇼크’를 맞은 뒤 여러 방안을 구상했다. 여러 제안이 실패한 후에야 저출산 해결을 위해선 기존의 보육 지원뿐 아니라 여성의 임금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앞에서도 말했듯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37%를 넘어섰고,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56%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만혼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저출산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지닌다. 일본 정부는 희망출산율 1.8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즉 동일임금 동일노동, 장시간 일하지 않는 새로운 노동 시장, 65세 이후의 노동 장려 등을 두루 고려하고 있다. 또한 2016년 12월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비합리적 차별을 금지’하는 정부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미혼율 증가와 저출산의 큰 요인으로는 젊은 남성의 고용 불안도 하나의 원인이다. 실제로 남성의 수입과 혼인율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입이 낮은 사람일수록 미혼율이 높으며 수입이 높은 사람일수록 미혼율이 낮다. 이 통계는 오랫동안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 일본국립인구문제연구소가 2010년 실시한 제14회 출생 동향 기본조사에서는 ‘결혼의 걸림돌’로 남녀 모두 40% 이상이 경제적 문제를 들었다. 여성의 경우 남성만큼 현저하지 않지만 정규직 여성이 비정규직 또는 무직 여성에 비해 혼인율 및 출산율이 높다. 가계경제연구소의 10년에 걸친 패널조사에 따르면, 25세일 때 미혼이었던 여성 중 정규직이었던 여성이 무직 또는 프리터였던 여성보다 결혼할 확률은 물론 출산할 확률도 높다. 이처럼 저출산을 벗어나고자 대책을 세운다면 먼저 혼외자 차별을 없애고 비혼모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여성파산》은 현재 여성의 현재 지위, 노동 현실, 삶의 고통을 인터뷰를 통해 세심하게 들여다보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개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여성의 빈곤은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는 별도로 지역 단위에서 제공 가능한 지원들도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가난함을 드러낼 수조차 없는 여성들’을 가시화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제대로 된 직장도 안 다니는 주제에, 세금도 제때 못 내는 주제에, 결혼도 안 한 주제에, 자식도 없는 주제라고 비난하는 태도를 버리고 각자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삶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회를 모두가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것은 동정이 아닌 국가의 의무이자 시민의 의무이다. 여성의 가난은 실존하고 더 이상 모른 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작가 소개
저자 : 이이지마 유코
일본에서 활동하는 르포르타주 작가. 히토쓰바시대학교에서 사회학연구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졸업 후 잡지 편집자로 활동했고 현재는 대학교의 비상근 강사로 일하며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신문과 잡지 등에 르포르타주 글을 주로 기고하는데 세심한 인물 분석을 바탕으로 한 인터뷰가 정평 나 있다. 〈빅이슈〉 일본판 및 〈부인공론〉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하고 있다. 특히 〈빅이슈〉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며 ‘일을 할수록 더 가난한’ 여성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에 4년 동안 수십 명의 여성을 인터뷰하여 이 책을 엮었다. 이 책에서는 젊은 층의 실업문제와 뿌리 깊은 남녀 차별, 그리고 이에 더해 일과 결혼, 출산과 육아까지 개인의 몫으로 짊어진 여성들의 삶을 심도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젊은 노숙자 르포』 『99명이 만드는 작은 미래』 등이 있다.
역자 : 정미애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근무했다. 우연히 번역의 매력에 푹 빠진 뒤 현재 바른번역에서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듣는 힘》 《처음 시작하는 철학 공부》 《상처 받는 것도 습관이다》 등이 있다.
목 차
01 가족이라는?위험한?안전망
부모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
패러사이트 싱글의 쇠락
바늘방석 같은 본가살이
폭력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거리를 헤매는 여성 노숙자
마음 붙일 곳이 못 되는 집
관계성의 빈곤
동거의 함정
02 ‘가사’라는?말로?포장된?가난의?그늘
중퇴를 계기로 접점을 잃은 사람들
니트족이나 은둔형 외톨이는 남자뿐인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막막해진 가족들
취업 전부터 발생하는 문제
사이타마 현의 대처
03 정규직도?고달프다
쓰러질 때까지 일할 수밖에 없는 여성의 노동 환경
신입사원을 착취하는 기업들, 미끄러지듯 추락하는 사람들
먹고살려면 결국 어쩔 수 없었어요
증가하는 정신장애와 직장 내 괴롭힘
요령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괴롭힘을 당했어요
장애인 의무고용제를 통한 취업
정규직이 되기는 했지만 비정규직보다 못한 것 같아요
04 비정규직이라는?악순환
학력이 낮으면 생존 확률이 떨어지는 사회
더욱 험난한 중퇴자의 삶
고학력 워킹푸어에 숨어 있는 현실
관제 워킹푸어
끝없는 구직 활동, 과연 끝이 있는 걸까요
불의의 질병과 비정규직 미혼 여성, 그리고 비정규직의 그늘
05 결혼과?출산의?압박
아이를 낳는 건 꿈에서나 가능할 것 같아요
오히토리사마의 등장
‘패배한 개’조차 될 수 없다
무연사회, 지진, 유대
일억총활약사회가 지향하는 ‘육아 지원’
우등생이 아니었던 여동생이 여자로서는 더 행복하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제대로 고민해야 한다
결혼조차 불리한 비정규직
극단적으로 낮은 혼외자 출생률
06 여성?분리
경력, 남편, 자식, 아무것도 없다
여성들끼리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일반직 감축이 초래한 것
여성을 위한 권리는 과연 여성을 위한 권리가 맞을까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여성들
갈수록 깊어지는 고립감
존재하지 않는 존재
위로 밀어 올리는 압력
빈발하는 정신적 문제
07 한?줄기?빛을?찾아서
‘가난하지만 충실한 삶’에 가려진 함정
빈곤이란 무엇인가?
노동 문제를 들여다보다
가족이라는 시스템에 의존하다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의 붕괴와 의식의 괴리
여성의 가난을 넘어서
맺음말 _ 고달픈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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