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의사,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가정과학자, 육아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미국의 역사적 전환기에 등장한 이른바 과학적 전문가들이 지난 2세기 동안 여성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으며, 여성의 본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주입시켰는지를 추적한다. 저자들은 의료의 역사, 심리학의 역사, 아동의 역사, 가정의 역사가 사회·경제적 변화와 어떻게 교차하는지, 그 속에서 여성의 본성과 의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출판물, 회고록, 잡지, 편지, 강연, 팸플릿 등 각종 문헌자료를 통해 세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직장에서 남자처럼 경쟁해서 승자가 되는 법, 가정의 여신이 되는 법, 성공하는 자녀를 키우는 법, 실연에서 회복하는 법, 몸무게를 줄이는 법, 불면증·불안·조울증에 대처하는 법과 같은 조언산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번창하고 있다. 재테크를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자녀 교육을 위해 상담을 받고, 경력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직업 상담과 코칭을 받는 것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조언은 더욱 세분화되고 구체적인데 정리정돈은 이렇게 하라, 가구는 이렇게 배치하라, 거실에는 이런 그림을 걸고 침실에는 저런 그림을 걸어라 등등. 보지 않고 듣지 않으려 해도 TV와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조언은 도처에 차고 넘치고, 그러한 조언은 여성의 할 일을 지시할 뿐 아니라 은연중에 바람직한 여성상을 함의한다.
여성은 허약하다는 신화와 그 해법으로 제시한 가정중심성, 나아가 육아와 부부관계에 이르기까지 매 단계마다 내려진 과학적 처방은 그 직업의 역사적 욕망과 결부돼 변덕스러웠고, 결국은 여성의 독립에 반대하는 편견으로 오염된 가짜 과학임을 드러낸다. 생물학적 어머니가 아닌 다른 사람의 돌봄 속에서 자란 아이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전쟁고아에 대한 연구를 왜곡하고 남용한 이유는 여성이 있었으면 하는 자리와 여성이 기꺼이 떠맡아 줬으면 하는 일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 편견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혼인할 만한 남자가 없어도 결혼하기를,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더라도 일하기를 독촉 받는 여성들은 실제로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으며 ‘핑크칼라게토(pink-collar ghetto)’에서 일 하면서 가사노동과 양육, 가족관리의 대부분을 떠맡은 채 경제적·성적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직업, 배우자, 자녀 모두를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일·가정 양립’이라는 그럴듯한 시도는 하면 할수록 일과 가정 양쪽에서 더 큰 착취만 당할 뿐인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이 책은 여성학, 의료, 순수과학, 가정학, 정신분석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역사와 여성의 삶 전반에 끼친 남성과 과학, 그리고 시장의 영향력을 추적할 수 있다. 여성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 지식을 과학을 등에 업은 남성이 어떻게 탈취해 갔는지, 그리고 여성을 어떻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 아무 할 일도 없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는지를 풍부한 문헌과 자료,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보여 준다. 각 장의 주제에 대해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여성 문제와 관련된 학술적 목적뿐만 아니라 산업화 시기를 전후한 사회문화적 변동과 가족 변화 간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바버라 에런라이크를 읽을 때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
“여성의 역사, 미국의 의료와 심리학의 역사, 아동의 역사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한다.”
_에이드리엔 리치
긍정주의와 행복 전도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린 책(『긍정의 배신』)으로 국내에서 주목받게 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전작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미국 진보주의 사회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 작가인 에런라이크는 미국에서 비정규노동자의 삶을 3년간 직접 체험한 뒤 2001년 워킹푸어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탐사보도 『니켈 앤 다임(Nickel and Dimed)』(국내에서는 『빈곤의 경제』(2002, 청림출판), 『노동의 배신』(2012, 부키)으로 번역 출간됨)으로 유명한 작가이다. 에런라이크의 책은 미국에서만 150만 부가 팔리고, 미국 연방정부로 하여금 최저임금을 인상하게 만들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200년 동안의 거짓말: 과학과 전문가는 여성의 삶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는 에런라이크와 오랫동안 공동 작업을 해 온 UC 버클리 대학 교수(저널리즘대학원)이자 역시 페미니스트 작가인 디어드러 잉글리시의 초기 작품이다. 두 저자가 대학원생 때 소책자로 만들었던 『마녀, 산파, 간호사: 여성 치료의 역사』와 『불평과 장애: 병의 성 정치학』이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키자 이를 더욱 보강하여 책을 출간한 것이다. 500쪽이나 되는 분량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분야를 넘나드는 전문성과 광범위하고 치밀한 자료 조사, 그 방대함에도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위트 있는 문장과 ‘사이다’ 같은 직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페미니즘 바람을 더해 줄 수준 높은 교양서
“이 획기적 작업은 우리가 이전에 의사들과 과학자들에 대해 믿었던 모든 것을 바꾼다.
『여성의 신비』 이래 여성에 대한 가장 중요한 저작이다.”
_클라우디아 드레퓌스, 『몸의 압류: 여성건강관리의 정치학』 저자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불고 있는 페미니즘 바람이 심상찮다. 이 많은 목소리들이 그동안 어디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서점과 소셜 미디어에는 세상의 절반 여성들의 억눌려 있던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여성혐오 이슈에 대한 즉흥적 대응이 아니라 200년 동안 탄탄하게 쌓여 온 여성 혐오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일독할 만하다.
이 책은 역사적 국면마다, 또 여성의 삶의 매 단계마다 간섭하고 개입해 온 과학적 전문가들의 200년 동안의 조언이 과학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지만 성차별적 편견으로 가득했으며, 정말 여성을 위했다기보다는 엘리트 직업의 특권과 직업의 역사적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폭로한다. 저자들은 여성의 권리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21세기 현재의 여성해방은 여전히 미완의 ‘모호한 해방’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에 비해 훨씬 짧은 압축적 산업화와 그에 따른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거친 탓에 저자들이 5장에서 8장까지 설명한 상황―가정의 수호신, 아동의 세기를 지탱하는 과학적 양육자, 성적 쾌락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성적 시장 등―들이 한국에서는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다.
한때 “취집”이라는 말로 여성들을 노동시장 진입 경쟁에서 배제하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이제 여성의 직업은 결혼 시장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조건이 됐다. 그러나 노동시장 진입 후에는 여전히 ‘유리천장’에 부딪히거나 ‘선택적 이탈’을 해야 하고, 결혼 후에는 자녀 양육을 위해 책과 TV와 인터넷의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지한 채 자녀 최우선주의 삶을 사는 모습이 이 책에 등장하는 미국 중서부 도시 ‘미들타운’의 100년 전 어머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 놀라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디어드러 잉글리
페미니스트 작가이자 교수로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진보 좌파 성향의 잡지 ≪마더 존스≫의 편집장이었으며 ≪네이션≫,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일요신문≫, ≪보그≫ 등 많은 잡지와 텔레비전 및 라디오 다큐멘터리 작가 및 컨설턴트로 활동해 오고 있다. 현재 UC 버클리 저널리즘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역자 : 강세영
미국 텍사스대학교(오스틴)에서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옮긴 책으
로는 『가부장제의 창조』(2004), 『페미니즘과 관료제』(공역, 2009)가 있으며, 여성과 일, 성별과 조직, 여성정책이 주 연구 분야이다.
역자 : 신영희
계명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를 수료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여성노동, 모성, 여성교육이 주 연구 분야이다.
역자 : 임현희
계명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를 수료했고 여성노동, 젠더와 미디어, 여성정책이 주 연구 분야이다.
목 차
여성 문제/새로운 남성우위론/페미니스트 해법과 가정적 해법/과학 그리고 가정중심성의 승리
전문가의 등장
제2장 마녀, 치료사, 신사 의사
마녀사냥/미국으로 건너온 치료권 투쟁/상품이 된 치료/대중건강운동/경쟁에 참가한 여성 의사들
제3장 과학 그리고 전문가의 부상
의료의 도덕적 구원/실험실의 신비/의료와 큰돈/산파 쫓아내기
전문가의 지배
제4장 병의 성 정치학
불가사의한 유행병/결혼: 성적·경제적 관계/질병으로서의 여성성/남자는 진화하고 여자는 퇴화한다/난소의 독재/자궁 대 뇌/안정요법/환자 역할 뒤집기: 히스테리
제5장 세균과 가사노동의 생성
가정의 공허함/가정의 낭만/가정과학자들이 집을 관리하다/세균박멸운동/새로운 과업의 생성/페미니즘, 가정과학을 받아들이다/빈민가에서의 “올바른 생활”/과학 없는 가정중심성
제6장 아동의 세기
아동의 발견/“아동 문제”와 여성 문제/어머니운동/전문가가 들어오다
제7장 병리적 모성
전문가가 아동과 동맹을 맺다/의사들이 관대함을 요구하다/리비도적 모성/나쁜 엄마들/
“엄마중심주의”와 위기에 처한 미국의 남성성/의무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공산주의와 지나친 관대함의 위기
전문가의 추락
제8장 피학적 모성에서 성적 시장으로
세기 중반의 마조히즘/심리요법으로서의 부인과학/피학적 엄마의 반란/독신 여성의 부상/
독신 문화의 확산/대중심리학과 독신 생활양식
후기: 로맨스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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