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행동주의를 창시한 왓슨보다 유명한 행동주의자인 스키너는 “자기 세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실험심리학자”이자 “프로이트 이래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심리학자”였다. 그의 연구는 심리학이 현실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높였으며, 인간의 본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또 그는 객관적이고 엄격한 실험을 통해 심리학이 과학임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심리학자이면서 정작 인간의 심리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으며 인간의 자유 의지를 무시하고 인간 행동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분석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스키너는 인간의 행동을 예측, 조작, 통제할 수 있는 ‘행동 공학’을 구상했다. 그의 소설 『월든 투』는 행동 공학의 이상을 담은 것으로서 긍정적 강화를 통해 모든 사람의 행동을 세심하게 통제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사회를 그렸다. 처벌이나 혐오스러운 통제 없이 모든 사람이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이 작품을 발표하고 스키너는 전체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1971년에 출간한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스키너는 인구 과잉, 환경오염, 핵전쟁의 위기 앞에서 인류의 미래는 과학 기술이 아니라 바로 ‘인간’에게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인간을 다르게 행동하게 만들려면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스키너가 인간을 환경에 지배받는 수동적 존재로 본다고 분노했지만, 그것은 인간이 환경을 통제한다는 스키너의 전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었다. “행동주의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라는 평가를 받은 『스키너의 행동심리학』은 스키너가 자신의 행동주의에 쏟아진 온갖 오해에 대해 내놓은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왓슨 이래 행동주의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감정을 무시한다.” “실험자와 실험 대상의 관계를 조종하기 때문에 반민주적이다.”와 같은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 책에서 스키너는 정신분석학이나 인본주의 심리학 같은 다른 심리학 학파와 행동주의의 차이, 초기 행동주의자들의 이론과 자신의 ‘급진적 행동주의’의 차이점을 명쾌히 정리한다. 나아가 행동주의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스키너의 ‘급진적 행동주의’
스키너는 자신의 연구를 ‘급진적 행동주의(radical behaviorism)’라고 불렀다. 급진적 행동주의는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을 과학주의에 입각하여 총체적으로 규명하려 한 과학 철학이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세계관이다. 스키너는 언어, 감정, 감각을 비롯해 흔히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과정이라 불리는 것도 행동의 차원에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자들이 감정, 감각, 생각과 그 밖에 심리적 삶의 다른 특징들을 부정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방법론적 행동주의와 일부 논리실증주의 유파는 개인적 사건은 그 타당성에 대해서 공적 합의가 있을 수 없다고 보아 아예 배제해버렸다. 내성은 과학적인 것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빌헬름 분트나 티치너 같은 사람들의 심리학은 몹시 두들겨 맞았다. 그렇지만 급진적 행동주의는 노선을 달리한다. 급진적 행동주의는 자기 관찰이나 자기 지식(self-knowledge)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것이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느껴지거나 관찰되는 것, 그로써 알게 되는 것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 24쪽
(급진적 행동주의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리가 느끼는 것, 내적으로 관찰한 것은 의식, 마음, 정신적 삶 같은 비물질적인 세계가 아니라 관찰자 우리 자신의 신체다. 뒤에서 보여주겠지만, 이 말은 내성(內省, introspection)이 일종의 생리학적 탐구라는 뜻도 아니고, (이것이 핵심인데) 우리가 느끼는 것, 내적으로 관찰한 것이 행동의 원인이라는 뜻도 아니다. 생물은 자신의 현재 구조에 걸맞게 행동을 하지만 그 구조는 대부분 내성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때 우리는 방법론적 행동주의자가 주장하는 대로 개인의 유전적 ? 환경적 이력들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내적으로 관찰된 것은 이러한 이력들의 부산물 같은 것이다. - 25쪽
사람들은 왜 행동의 원인을 내면에서 찾는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 모를 때 행동 직전에 느낀 감정이나 감각 따위를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스키너는 사람은 행동의 이유를 모를 때 행동 원인을 지어내기 쉽다고 지적한다. “내가 그렇게 한 걸 보면,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게지.” 수많은 신화들은 아무 근거 없는 미신적 행동에 관해서 지어낸 원인들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어떤 행동이 일어나게 된 환경이다.
내적 원인으로 가정되는 많은 것, 가령 태도, 의견, 성격상의 특징, 철학은 거의 전적으로 추리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이 노동자 친화적이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계획이다, 똑똑하다, 자유주의자다, 실용적이다, 라고 할 때 이 사실은 그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언행으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상의 특징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행동 설명에 기탄없이 쓰인다. 어떤 정치가가 공직에 출마하는 이유는 ‘야심’ 때문이고, 수상쩍은 거래를 하는 이유는 ‘탐욕’ 때문이며, 차별 철폐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는 ‘도덕적 무감각’ 때문이며, 그래도 지지자들의 성원을 받는 이유는 ‘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적 원인들은 증거를 제시할 수 없으며, 그저 이러한 원인들에서 나왔다는 행동이 있을 뿐이다. - 196~197쪽
마음의 정서적이고 동기적인 삶을 탐구하는 것이 사상사의 위대한 업적에 속하는 양 이야기되는데, 오히려 그것이 가장 큰 재앙일 수도 있다. …… “총이 아니라 마음이 죽인 것이다.” 라는 주장은 총을 못 쓰게 한다고 해서 암살자들을 통제할 수 없음을 강조할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이 죽인 것이라는 설명을 받아들이는 한, 다른 통제 수단들은 간과되고 말 것이다. 마음의 내적 작용을 반박하는 이유는 그러한 작용을 검토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더 중요한 것들을 검토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203~204쪽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
스키너는 감정, 생각, 감각, 의식 같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말로써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행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그 행동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면”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감정을 살피지 않고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행동주의 분석에서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냥 그의 현재 행동과 과거 행동을 안다는 것, 혹은 그가 장차 할 행동을 안다는 것이고 유전적 자질과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왜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설명해준다. 우리 힘으로 파악할 수 없는 관련 사실들도 많고 한 사람 한 사람은 분명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한 소임은 결코 녹록지 않다. 우리가 물리학과 생물학의 세계에서 알고자 하는 것을 다 알지는 못하듯이, 이 분야에서도 알아야 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아예 성격 자체가 달라서 알려지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도 종종 예측과 통제에 필요한 정보가 없어서 해석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조건에서 가능했던 예측과 통제가 우리의 해석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 218쪽
윤리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은 어떻게 가능한가?
비탄에 빠진 자를 위로하고, 병든 자를 고쳐주고,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유가 그런 불행한 이들에게 공감하고 감정을 함께 나누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스키너는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며, 그렇게 감정과 결부된 행동이 생존에 가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잘 대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위로하고, 공감하고, 나누는 이타적인 행동 역시 스키너는 역통제를 받아서 조정되는 행동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남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삼가는 이유는 ‘그들이 상처받으면 어떤 기분일지를’ 알아서가 아니다. 같은 종 안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상처를 입히면 종의 생존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고, 남을 상처 입혔을 때 나도 상처 입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죄를 짓기 때문에 죄악의 존재인가, 아니면 죄악의 존재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인가? 마르크스도 비슷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인간의 의식이 그의 실존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실존이 인간의 의식을 결정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도 정서 영역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이상의 세 진술은 모두 중요한 세부 사항 하나가 빠져 있다. 상태 ‘그리고’ 행동, 이 양쪽 모두의 원인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도덕적 인간인가, 도덕적 인간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둘 다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사람은 특수한 환경에 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우리가 그를 도덕적이라 일컫는 것이다. - 240~241쪽
행동주의는 무의식을 다룰 수 없다?
정신분석학자들은 행동주의가 무의식을 다룰 수 없다고 곧잘 지적한다. 스키너에 따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유전 및 환경 변수들과 행동 사이의 관계는 우리가 관찰하지 않는 한 무의식적이다. 프로이트는 이 관계가 관찰되지 않더라도(즉, 의식적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효력을 지닐 수 있다고 강조한 장본인이다.” 행동주의가 거부하는 것은 무의식 자체가 아니라 무의식을 인간 행동의 주체로 보는 것이다.
행동주의가 거부하는 것은 행위 주체(agent)로서의 무의식이다. 물론, 행동주의는 의식(conscious mind)을 행위 주체로 보는 것도 거부한다. 어떤 무함마드 평전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함마드가 들었다는 말이 …… 무함마드 본인의 무의식이 불러준 것에 불과할 터요…… 알라의 목소리도 사실은 무함마드의 무의식의 목소리일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다면 그 사람은 무함마드 자신이고, 그가 본인의 행동을 관찰하지 못했더라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 행동을 설명하려면 파편적인 내적 행위 주체 따위가 아니라 인간 무함마드, 그가 무함마드로서 존재하게 한 (개인의) 역사를 봐야 한다. - 190쪽
행동주의는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기계처럼 여긴다?
행동은 사람의 성취다. 우리가 행동의 근원으로 환경을 지목하다 보니 인간의 천성적인 몫을 박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인간을 비인간화하지 않는다. 인간을 호문쿨루스처럼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본질적인 쟁점은 자율성이다. 인간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다스리는가,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과학적 분석이 인간을 승리자에서 피해자로 바꾸어놓았다는 주장도 대개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지금까지 그래 왔던 대로일 것이며 인간의 가장 뚜렷한 성취는 자신을 제약에서 해방시키고 운신 범위를 크게 확장해주는 세계를 설계하고 구성했다는 데 있다.
- 295~296쪽
그러나 심리학자이면서 정작 인간의 심리는 제대로 다루지 못했으며 인간의 자유 의지를 무시하고 인간 행동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분석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스키너는 인간의 행동을 예측, 조작, 통제할 수 있는 ‘행동 공학’을 구상했다. 그의 소설 『월든 투』는 행동 공학의 이상을 담은 것으로서 긍정적 강화를 통해 모든 사람의 행동을 세심하게 통제하는 이상적인 공동체 사회를 그렸다. 처벌이나 혐오스러운 통제 없이 모든 사람이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이 작품을 발표하고 스키너는 전체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1971년에 출간한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스키너는 인구 과잉, 환경오염, 핵전쟁의 위기 앞에서 인류의 미래는 과학 기술이 아니라 바로 ‘인간’에게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인간을 다르게 행동하게 만들려면 환경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스키너가 인간을 환경에 지배받는 수동적 존재로 본다고 분노했지만, 그것은 인간이 환경을 통제한다는 스키너의 전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었다. “행동주의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라는 평가를 받은 『스키너의 행동심리학』은 스키너가 자신의 행동주의에 쏟아진 온갖 오해에 대해 내놓은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왓슨 이래 행동주의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감정을 무시한다.” “실험자와 실험 대상의 관계를 조종하기 때문에 반민주적이다.”와 같은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이 책에서 스키너는 정신분석학이나 인본주의 심리학 같은 다른 심리학 학파와 행동주의의 차이, 초기 행동주의자들의 이론과 자신의 ‘급진적 행동주의’의 차이점을 명쾌히 정리한다. 나아가 행동주의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스키너의 ‘급진적 행동주의’
스키너는 자신의 연구를 ‘급진적 행동주의(radical behaviorism)’라고 불렀다. 급진적 행동주의는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간 행동을 과학주의에 입각하여 총체적으로 규명하려 한 과학 철학이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세계관이다. 스키너는 언어, 감정, 감각을 비롯해 흔히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과정이라 불리는 것도 행동의 차원에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자들이 감정, 감각, 생각과 그 밖에 심리적 삶의 다른 특징들을 부정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방법론적 행동주의와 일부 논리실증주의 유파는 개인적 사건은 그 타당성에 대해서 공적 합의가 있을 수 없다고 보아 아예 배제해버렸다. 내성은 과학적인 것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빌헬름 분트나 티치너 같은 사람들의 심리학은 몹시 두들겨 맞았다. 그렇지만 급진적 행동주의는 노선을 달리한다. 급진적 행동주의는 자기 관찰이나 자기 지식(self-knowledge)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것이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느껴지거나 관찰되는 것, 그로써 알게 되는 것의 본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 24쪽
(급진적 행동주의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리가 느끼는 것, 내적으로 관찰한 것은 의식, 마음, 정신적 삶 같은 비물질적인 세계가 아니라 관찰자 우리 자신의 신체다. 뒤에서 보여주겠지만, 이 말은 내성(內省, introspection)이 일종의 생리학적 탐구라는 뜻도 아니고, (이것이 핵심인데) 우리가 느끼는 것, 내적으로 관찰한 것이 행동의 원인이라는 뜻도 아니다. 생물은 자신의 현재 구조에 걸맞게 행동을 하지만 그 구조는 대부분 내성으로 파악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때 우리는 방법론적 행동주의자가 주장하는 대로 개인의 유전적 ? 환경적 이력들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내적으로 관찰된 것은 이러한 이력들의 부산물 같은 것이다. - 25쪽
사람들은 왜 행동의 원인을 내면에서 찾는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 모를 때 행동 직전에 느낀 감정이나 감각 따위를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스키너는 사람은 행동의 이유를 모를 때 행동 원인을 지어내기 쉽다고 지적한다. “내가 그렇게 한 걸 보면,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게지.” 수많은 신화들은 아무 근거 없는 미신적 행동에 관해서 지어낸 원인들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어떤 행동이 일어나게 된 환경이다.
내적 원인으로 가정되는 많은 것, 가령 태도, 의견, 성격상의 특징, 철학은 거의 전적으로 추리에 따른 것에 불과하다. 어떤 사람이 노동자 친화적이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계획이다, 똑똑하다, 자유주의자다, 실용적이다, 라고 할 때 이 사실은 그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언행으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상의 특징을 가리키는 단어들이 행동 설명에 기탄없이 쓰인다. 어떤 정치가가 공직에 출마하는 이유는 ‘야심’ 때문이고, 수상쩍은 거래를 하는 이유는 ‘탐욕’ 때문이며, 차별 철폐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는 ‘도덕적 무감각’ 때문이며, 그래도 지지자들의 성원을 받는 이유는 ‘리더십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적 원인들은 증거를 제시할 수 없으며, 그저 이러한 원인들에서 나왔다는 행동이 있을 뿐이다. - 196~197쪽
마음의 정서적이고 동기적인 삶을 탐구하는 것이 사상사의 위대한 업적에 속하는 양 이야기되는데, 오히려 그것이 가장 큰 재앙일 수도 있다. …… “총이 아니라 마음이 죽인 것이다.” 라는 주장은 총을 못 쓰게 한다고 해서 암살자들을 통제할 수 없음을 강조할 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이 죽인 것이라는 설명을 받아들이는 한, 다른 통제 수단들은 간과되고 말 것이다. 마음의 내적 작용을 반박하는 이유는 그러한 작용을 검토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더 중요한 것들을 검토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 203~204쪽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
스키너는 감정, 생각, 감각, 의식 같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말로써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행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그 행동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면”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감정을 살피지 않고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
행동주의 분석에서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냥 그의 현재 행동과 과거 행동을 안다는 것, 혹은 그가 장차 할 행동을 안다는 것이고 유전적 자질과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왜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설명해준다. 우리 힘으로 파악할 수 없는 관련 사실들도 많고 한 사람 한 사람은 분명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한 소임은 결코 녹록지 않다. 우리가 물리학과 생물학의 세계에서 알고자 하는 것을 다 알지는 못하듯이, 이 분야에서도 알아야 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아예 성격 자체가 달라서 알려지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도 종종 예측과 통제에 필요한 정보가 없어서 해석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조건에서 가능했던 예측과 통제가 우리의 해석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 218쪽
윤리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은 어떻게 가능한가?
비탄에 빠진 자를 위로하고, 병든 자를 고쳐주고,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유가 그런 불행한 이들에게 공감하고 감정을 함께 나누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스키너는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며, 그렇게 감정과 결부된 행동이 생존에 가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잘 대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위로하고, 공감하고, 나누는 이타적인 행동 역시 스키너는 역통제를 받아서 조정되는 행동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남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삼가는 이유는 ‘그들이 상처받으면 어떤 기분일지를’ 알아서가 아니다. 같은 종 안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상처를 입히면 종의 생존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고, 남을 상처 입혔을 때 나도 상처 입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죄를 짓기 때문에 죄악의 존재인가, 아니면 죄악의 존재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인가? 마르크스도 비슷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인간의 의식이 그의 실존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실존이 인간의 의식을 결정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도 정서 영역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이상의 세 진술은 모두 중요한 세부 사항 하나가 빠져 있다. 상태 ‘그리고’ 행동, 이 양쪽 모두의 원인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도덕적 인간인가, 도덕적 인간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둘 다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사람은 특수한 환경에 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우리가 그를 도덕적이라 일컫는 것이다. - 240~241쪽
행동주의는 무의식을 다룰 수 없다?
정신분석학자들은 행동주의가 무의식을 다룰 수 없다고 곧잘 지적한다. 스키너에 따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유전 및 환경 변수들과 행동 사이의 관계는 우리가 관찰하지 않는 한 무의식적이다. 프로이트는 이 관계가 관찰되지 않더라도(즉, 의식적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효력을 지닐 수 있다고 강조한 장본인이다.” 행동주의가 거부하는 것은 무의식 자체가 아니라 무의식을 인간 행동의 주체로 보는 것이다.
행동주의가 거부하는 것은 행위 주체(agent)로서의 무의식이다. 물론, 행동주의는 의식(conscious mind)을 행위 주체로 보는 것도 거부한다. 어떤 무함마드 평전은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무함마드가 들었다는 말이 …… 무함마드 본인의 무의식이 불러준 것에 불과할 터요…… 알라의 목소리도 사실은 무함마드의 무의식의 목소리일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야기를 했다면 그 사람은 무함마드 자신이고, 그가 본인의 행동을 관찰하지 못했더라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 행동을 설명하려면 파편적인 내적 행위 주체 따위가 아니라 인간 무함마드, 그가 무함마드로서 존재하게 한 (개인의) 역사를 봐야 한다. - 190쪽
행동주의는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기계처럼 여긴다?
행동은 사람의 성취다. 우리가 행동의 근원으로 환경을 지목하다 보니 인간의 천성적인 몫을 박탈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인간을 비인간화하지 않는다. 인간을 호문쿨루스처럼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본질적인 쟁점은 자율성이다. 인간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다스리는가,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과학적 분석이 인간을 승리자에서 피해자로 바꾸어놓았다는 주장도 대개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지금까지 그래 왔던 대로일 것이며 인간의 가장 뚜렷한 성취는 자신을 제약에서 해방시키고 운신 범위를 크게 확장해주는 세계를 설계하고 구성했다는 데 있다.
- 295~296쪽
작가 소개
저 : B. F. 스키너
B. F. Skinner
미국의 심리학자이다. 스키너상자, 티칭머신의 고안으로 유명하며 가설의 구성이나 설명보다도 조작주의적 분석에 의해, 선행 조건과 귀결과의 관계만을 기술하는 입장을 주장하여 스키너학파를 이루었다. 스키너는 해밀턴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1931∼1936년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으로 있다가 1936∼1945년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를 역임하였다. 1945∼1948년 인디애나대학교 교수를 거쳐 1948∼1974년 하버드대학교 교수, 1974년부터 명예교수로 있었다. C.L.헐, E.C.톨먼 등과 함께 신행동주의자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진다. 주요저서로는 『The behavior of organism』(1938), 『월든 투』(1948),『Science and human behavior』(1953),『언어적 행동』(1957),『Beyond Freedom and Dignity』(1971),『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등이 있다.
역자 : 이신영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심리학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들어가는 글
1장 행동의 원인
2장 살갗 안의 세계
3장 선천적 행동
4장 조작적 행동
5장 지각
6장 언어 행동
7장 생각
8장 원인과 이유
9장 앎
10장 동기와 정서의 내면 세계
11장 자기와 타자들
12장 통제의 문제
13장 살갗 안에 무엇이 있는가?
14장 요약
참고문헌
찾아보기
1장 행동의 원인
2장 살갗 안의 세계
3장 선천적 행동
4장 조작적 행동
5장 지각
6장 언어 행동
7장 생각
8장 원인과 이유
9장 앎
10장 동기와 정서의 내면 세계
11장 자기와 타자들
12장 통제의 문제
13장 살갗 안에 무엇이 있는가?
14장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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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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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