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저자는 일방적으로 니체를 매도하지 않는다. 저자가 보기에 니체의 선배들도 니체만큼이나 베일에 싸여 있고, 그들의 사상에서 좋은 점만 비춰졌다. 대표적으로 칸트가 그렇다. 니체는 칸트를 싫어하고 그의 윤리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나, 영향력이 상당했던 칸트가 당대 독일의 반유대적인 분위기에 일조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칸트 역시 반대유주의적 편견에 사로잡힌 글을 썼다. 칸트의 진정한 후배라고 자처한 피히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군사주의자였던 피히테는 독일 청년들을 전쟁으로 인도하기 위해 당당히 연설대에 섰다.
대표적으로 니체의 그리스·로마 찬양은 반민주주의적인 측면을 가장 잘 드러낸다. 그리스는 여성과 노예를 시민취급하지 않는 사회였다. 심지어 니체는 민주주의를 앞세운 아테네보다 남성적 훈육과 전사 양성을 강요한 스파르타를 선호한다. 그의 로마찬양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로마의 공화정적 정치요소를 높이 사는 게 아니라 로마의 귀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높이 산다. 이처럼 『비극의 탄생』에서부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유고』에 이르기까지 니체의 반민주주의적 요소는 형태와 모습만 바꾸어 계속 주장된다.
니체는 위험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나 니체주의자들은 니체를 변호할 때 그가 ‘관점주의자’라고 말한다. 세상은 일의적인 진리가 아니라 상대적인 관점들로 구성된다고 니체는 설파한 탓이다. 하지만 분명 니체는 ‘귀족’, ‘초인’ 등의 기준을 내세워 어떤 인간형과 정치형태를 따라야하는지를 강조했다. 게다가 니체는 관점주의라는 핑계로 인간이 마땅히 따라야할 도덕마저 파괴시키는 철학을 전개한다. 이 같은 사상을 견지하는 니체는 무조건 변호해야할까? 충분히 비판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니체의 사상은 그의 사상이 또 다른 반민주주의자, 엘리트주의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살인자 레오폴드를 제외하더라도, 니체의 악마적인 후예들은 많았다. 여동생 엘리자베트 니체부터 시작해서 나치 시대의 유명 법학자 칼 슈미트, 존재론으로 철학계에 영향을 끼친 마르틴 하이데거, 인간학의 대가로 알려진 막스 셸러가 그렇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군사주의와 독일 정신, 나치를 찬양한다. 나치의 우두머리였던 히틀러도 니체에 매료되었다. 저자는 니체의 주장과 이들의 주장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유사하고, 어떤 방식으로 니체사상이 변형되어 또 다른 반민주주의적 사상으로 변모했는지를 자세히 짚어나간다.
대한민국 니체 열풍에 고한다!
저자는 대한민국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니체에 열광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독일에서보다도 높은 니체 열기에 휩싸여 있다. 독일에서는 아직까지도 히틀러 트라우마 때문에 니체를 조심스레 다루는 반면, 한국에서 니체의 권위는 무지막지하다. 니체의 모든 원고가 발간된 『니체전집』만 보더라도 니체가 얼마나 한국에서 사랑받는지 알 수 있다. 외국 철학자의 전집이 제대로 소개된 건 니체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니체전집에서는 니체의 반민주주의적 발언들에 대해 비판하는 해제를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니체의 반민주주의적 사상은 한국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엘리트주의와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 학벌주의, 성차별, 노동자차별로 얼룩져 있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니체가 초인이 되라고, 귀족이 되고 주인이 되라고 하는 말은 차별만 더욱 고취시킬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천재나 초인이 아니어도 충분히 인간답게, 인간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초인이기커녕, 대학을 나오지 않는 사람도 열심히 일하면 대학 나온 사람과 같이 인간 대접을 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니체는 항상 노예와 평등을 멸시하는 ‘초인’을 목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초인이 아니라 ‘인간’이 목표라고.
작가 소개
저 : 박홍규
朴洪圭
법학자이지만 여러 예술가들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평전과 역서들을 출간하고 있는 작가이다. 195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법대, 영국 노팅엄 대학교 법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에서 연구하고, 오사카 대학교, 고베 대학교, 리츠메이칸 대학교에서 강의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전공인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 개혁에 관한 책을 썼고,『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영국의 진보적 사상가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를 조명한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세계를 새롭게 해석한 『내 친구 빈센트』 그리고 풍자 만화의 아버지 오노레 도미에의 평전인 『오노레 도미에 - 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 고야를 반권력의 화신으로 본 『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 루쉰의 사상과 문학 전체를 넓은 시야에서 조망한 『자유인 루쉰』, 자유 학교를 위한 순교자로 알려진 페레의 생애를 쓴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무엇이 정의인가?』(공저) 등이 있다. 또한 『아나키즘 이야기』, 『플라톤 다시 보기』, 『인디언 아나키 민주주의』, 『세상을 바꾼 자본』 『리더의 철학』등의 책을 집필했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등을 처음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그 외에 『간디 자서전』, 『자유론』, 『유토피아』, 루이스 멈퍼드의 『유토피아 이야기』, 『예술과 기술』, 『인간의 전환』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 차
1. 니체의 반민주주의
황금의 야수, 니체 | 니체는 뭐라고 했나? | 니체와 한국인 | 인종주의자 니체 | 귀족주의자 니체 | 니체의 ‘주인 도덕’과 ‘노예 도덕’ | 니체의 노동자 멸시 | 니체의 제국주의 | 니체의 반여성주의와 반평화주의 | 페미니스트 니체?
2. 니체와 한국의 반민주주의
왜 다시 니체인가? | 니체, 독일, 나치스, 히틀러 소개의 문제점 | 니체와 ‘돼지 발정제’ | 한국의 니체, 톨스토이, 마르크스 | 니체와 안호상 | 니체와 박종홍 | 니체의 반민주주의에 대한 한국의 논의
3. 니체 선배들의 반민주주의
니체가 살았던 나라와 시대 | 초인사상의 계보 | 칸트와 니체 | 피히테, 헤겔, 니체 | 쇼펜하우어와 니체
4. 니체 반민주주의의 시작
니체의 성장기 | 니체의 대학시절 | 니체의 교수시절 | 니체의 철학 혐오 | 니체 반민주주의 사상의 발단 | 군인 니체 | 니체의 반민주적인 교육관과 진리관 | 니체의 반민주적 예술관
5. 니체 반민주주의의 전개
니체의 급격한 변화 | 니체 돌변의 원인 | 『반시대적 고찰』| 니체의 쇼펜하우어와 바그너 찬양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니체의 도덕, 기독교, 예술 비판 | 니체의 전쟁과 복종 찬양 | 니체주의자들의 오독 | 니체의 종교와 학문의 위선 비판 | 『아침놀』 | 『즐거운 학문』 | 니체의 프로테스탄티즘과 다윈주의 비판 | 차라투스트라 ― 사람들을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 | 니체의 초인과 영원회귀 | 니체의 정신대식 여성관 | 니체의 잡것들 | 니체의 평등 저주 | 니체의 학자 비판 | 니체가 부순 낡은 서판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독서 끝!
6. 니체 반민주주의의 절정
니체의 노골화된 반민주주의 | 『선악의 저편』 | 니체의 ‘자유정신’이란 것 | 니체의 여성 혐오 | 니체의 고귀함과 거리의 파토스 | 『도덕의 계보』 | 니체의 유대주의와 기독교관 | 니체의 관점주의 | 『우상의 황혼』 | 『안티크리스트』 | 예수 이후의 기독교 | 니체의 학문과 진리 비판 | 『이 사람을 보라』| 또 하나의 자서전, 『나의 누이와 나』?
7. 니체 후배들의 반민주주의
엘리자베트 니체 | 니체의 후학들 | 슈펭글러 | 셸러 | 하이데거 | 슈미트 | 니체-나치의 관계에 대한 세 가지 입장 | 히틀러와 니체
8. 반민주주의자 니체를 버리자!
니체의 반민주주의 체계화 | 니체의 도덕 비판 | 니체의 신이 죽고 난 뒤의 세계 | 니체에 대한 헛소문이라는 것
맺음말 - ‘초인’이 아닌 ‘인간’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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