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의 인문학 - 문화적 상상력으로 즐기는 춘향전 10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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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현주
출판사항아카넷, 발행일:2017/10/09
형태사항p.327p. 46판:20CM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7335727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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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춘향전의 독자이자 작자는 바로 나
춘향전은 긴 시간 구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지어낸 공동의 창작물이다. 또 이 작품을 읽고 향유하면서 시대의 정서와 다채로운 정보와 지식을 호흡해왔다. 그런 만큼 우리 삶의 모습과 문제의식이 춘향전에 투영되었으며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이 주조되었다. 내가 곧 춘향전의 독자이자 작자라는 것은 아주 평범한 사실이지만, 춘향전이 그저 문학 텍스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의 텍스트임을 일깨우는 비범한 진술이 된다. 또 춘향전을 춘향전답게 읽어내는 출발점이 된다.

이 책은 춘향전을 춘향전답게 읽으려면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 고민의 하나는 춘향전에서 열녀담론 같은 걸 읽어내는 그런 관습적인 춘향전 읽기에 대한 회의였고, 다른 하나는 춘향전의 이야기 골격을 요약해서 추려내는 메마른 읽기에 대한 회의였다. (「머리말」에서)

춘향전을 춘향전답게 읽어내는 출발점
춘향전의 백미는 작품 속에서 구사되는 언어에 있다. 우리말을 다채롭게 비벼내는 솜씨가 뛰어나서 욕설조차도 정감과 유머로 다가온다. 춘향전에는 또한 집단의 심리가 반영되었다. 그래서 역사보다 더 역사적인 기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춘향전의 인문학’이 보여주는 최고의 절정은 등장인물들의 호흡과 감정, 그 안에 깃든 우리의 의식과 정서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춘향전은 독자들을 ‘문화적 상상력’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이 상상력은 춘향전 문면 너머에 있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 삶의 적나라한 실제 모습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힘이다.

욕쟁이 춘향이에서 정절녀 춘향이까지

그런데 고사인물도가 춘향 방 네 벽에 잔뜩 붙어 있는 가운데 거기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 있다. 바로 춘화(春?)다. 춘향은 지금 대비정속까지 하고 여공에 힘쓰며 예절서도 읽으면서 현숙한 여염처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생뚱맞게 무슨 춘화란 말인가? …… 그것은 춘향의 갈등하는 내면의 모습이다. (「고사인물도와 춘화가 함께 걸린 까닭」에서)

등장인물의 시선과 해설자의 시선이 일치될 때 작품은 더 풍요롭게 읽힌다. 고사에 나오는 위인들의 고결한 삶을 그려낸 인물도와 욕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춘화가 춘향 방에 함께 걸린 것은 춘향 내면의 갈등하는 모습을 반영한다. 기생이라는 태를 벗고 정숙한 규수가 되기 위한 도정에 있으나 퇴기의 딸로서 태생적 한계를 절감하는 춘향의 고뇌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방자에게 입에 담기 힘든 거친 욕을 쏟아내는 춘향이의 언설에서부터 미인도와 비교를 통해 그려내는 결기 어린 춘향의 외모에 이르기까지 책에는 입체적인 해설이 담겨 있다. 또한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이 남원으로 내려오는 여정을 김정호의 『대동지지』와 비교한다거나 신관사또의 부임 장면을 김홍도의 〈안릉신영도〉와 비교하는 해설은 시선의 일치를 넘어 당대와 깊이 호흡하는 데 이른다.

춘향전은 성희의 국민 교과서
춘향전에서는 주요 인물만 중요성을 갖는다거나 주요 사건만 핵심을 이루지 않는다. 거기에는 영웅적인 삶과 함께 소시민적인 삶의 모습들이 그대로 녹아 있고, 바로 그 점이 춘향전을 더 중요하고 유의미하게 만든다. 춘향전이 당대에 발칙하고 불순하다 여기던 성과 같은 소재조차 스스럼없이 발랄하게 드러낸 것도 바로 이런 특성에서 비롯한다.

춘향전은 판소리 중에서도 성 지식을 가장 체계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작품으로서 우리 민족의 성 지식 함양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남녀가 만나는 방식에서부터 이성을 다루는 방식, 성적 교합을 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과정 하나하나가 정밀하게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춘향전은 성희의 국민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춘향전은 성희의 국민 교과서」에서)

사회윤리적 효능만을 두고 얘기하던 유교사회의 접근에서 벗어나서 성 지식의 보급 차원에서 작품을 평가하자는 것이다. 춘향전이 방각본으로 찍어 대량으로 보급되었다는 점과 판소리로 불리며 대중에게 전파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파격적 주장에 더욱 수긍이 간다. 음란 교과서라는 오명에서 긍정적 역할의 국민 교과서로 기존의 시각을 뒤집는 발칙한 해설은 춘향전이 우리 민족 모두가 함께 짓고 즐기던 문학을 넘어서 삶의 문제를 다루는 인문학의 산물임을 알게 해준다. 또 이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춘향전을 새삼 다시 집어 들 이유가 된다.

인문교양서로는 처음 읽는 춘향전
이렇듯 아는 것에 의문을 던지고 주목하지 않은 것들에 관심을 가질 때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작품 읽기가 가능하다. 같은 내용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작품이 다가오는 것이다. 현대어로 표기하여 원전의 맛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기존의 춘향전 도서들과 ‘춘향전의 인문학’이 차별되는 점도 여기에 있다. 관습적 작품 읽기에서 벗어나 “춘향과 무언의 약속”을 지키듯 써냈다는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인문교양서로는 처음 접하는 춘향전으로 다가설 것이다. 춘향전 10장면에 해당하는 원문을 발췌하여 제시하고 작품 읽기와 연관되는 풍부한 도판을 컬러로 실은 것은 이 책의 덤이다.

 

작가 소개

저 : 김현주

김현주는 서강대학교 대학원에서 「춘향전의 연행론적 연구」(1992)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같은 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경희대학교에 재직할 때 ‘판소리 이본전집’과 ‘판소리 역주’ 작업을 공동 진행하면서 춘향전을 포함해 숱한 판소리 이본들 속에 묻혀 산 적이 있다. 그동안 한국 고전문학을 문화론적으로 확장 해석하는 논문들과 저서들을 써왔으며, 특히 춘향전 사설들을 읽으면서 풍속화가 강하게 연상되는 경험을 바탕으로 『판소리와 풍속화, 그 닮은 예술세계』(2000)를 썼다. 그 밖의 주요 저서로는 『판소리 담화분석』(1998), 『구술성과 한국서사전통』(2003), 『고전서사체 담화분석』(2006), 『고전문학과 전통회화의 상동구조』(2007), 『토테미즘의 흔적을 찾아서』(2009), 『연행으로서의 판소리』(2011) 등이 있다.

 

 

목 차

머리말

장면 1 숙종대왕 즉위 초에 성덕이 넓으시사
1. 숙종은 왜 시대 배경에 들어오게 되었나?
2. 여성의 계보부터 얘기하는 파격
3. 판각본 서체에 담긴 집단의 심리

장면 2 그네 타는 춘향의 치맛자락이 펄렁펄렁
1. 경처 소개에 동원되는 고지도의 상상력
2. 성애적 상징이 풍부한 광한루와 오작교
3. 〈단오풍정〉의 풍속화적 상상력이 끼어들다

장면 3 오만방자와 욕쟁이, 한판 붙다
1. 정감 있고 유머러스한 욕설의 향연
2. 진경문화의 호사장식 취향과 색채 감각
3. 우리말의 율동과 때깔을 비벼내는 솜씨

장면 4 사또 자제가 야밤에 기생집 출입이 될 말이오?
1. 혜원 풍속화의 유흥 향기가 나다
2. 민화적 상상력으로 가득 찬 춘향 집 후원 묘사
3. 고사인물도와 춘화가 함께 걸린 까닭

장면 5 열여섯 살 먹은 것들이 해괴망측하게시리
1. 본능적 욕망을 발견하다
2. 몸에 기억을 새기는 노래, 사랑가
3. 춘향전은 성희의 국민 교과서

장면 6 춘향이 명기라는 소문이 어떻게 한양까지?
1. 춘향을 그린 미인도가 있었을까?
2. 점심 먹고 자고, 점심 먹고 잔다는 노정기
3. 신임부사는 시끌벅적하게 부임해야

장면 7 쑥대머리에 귀곡성, 나 죽을 꿈이로다
1. 민족의 심금을 울린 임방울의 ‘쑥대머리’
2. 형벌은 수령 방백 마음대로 하나
3. 꿈은 반대로 해석해야 좋다?

장면 8 장모는 거지 사위를 제일 싫어해
1. 장모가 거꾸로 신 신고 뛰어나간다 하였으나
2. 알고 보면 월매는 얼간이 탐정
3. 정정렬 나고 춘향가 다시 났다

장면 9 흥겹게 노는 생신 잔치에 한시 짓기는 안 어울려
1. 지방 수령의 생신연이 너무 거창해
2. 위신도 세우고 흥을 돋우는 음악 편성
3. 한시 짓기는 놀이와 풍자를 함께

장면 10 민중의 소망으로 정렬부인 납시오
1. 독자의 욕망이 춘향 신분을 밀어 올리다
2. 삶의 위로를 넘어서는 해피엔딩
3. 역사보다 더 역사적이라는 역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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