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익숙한 문학에서 더 넓은 문학까지
세계문학이라는 단어에서 쉽게 연상하는 것은 서구권 문학, 특히 유럽 중심의 문학이다. 누구든 익숙한 이름이 한둘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넓은 세계문학]에서 다루는 ‘세계’란 그런 식으로 익숙하지만은 않다. 책의 절반은 이미 널리 알려진 유력한 작품이 차지하고 있지만 절반은 아니다. 시험에도 추천도서 목록에도 여간해서는 나오지 않는 대만, 일본, 쿠바 등지의 문학이다. 아마도 낯설다. 그래서 재미있다. 초면이라고 겁낼 필요는 없다. 처음 만나는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서 세상에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음미해 신기하고, 다르게 접근해 신선한 세계문학의 맛이 여기 있다.
연구하는 선생님들의 가장 쉬운 대중 강연
문학을 강연으로 접하는 일에는 묘미가 있다. 바로 ‘함께 읽기’라는 감각이다. 강연은 혼자 써내려간 글을 혼자 읽고 이해하는 배움과는 다르다.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독서이기 때문이다. 강연은 고전 속의 그때 그곳으로 우리를 안내하기도, 오늘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 책에 담긴 것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인 한국근대문학관이 2013년부터 5년 간 기획·진행하고 국내외의 내로라하는 연구자들이 나선 강연이다. 연구자와 일반 독자가 함께 읽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문학-인문학 분야의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강연자가 준비한 내용뿐 아니라, 현장에서 나온 날카로운 질문들까지 모두 본문에 녹였다. 저자와 독자가 함께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강우성 교수가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로 아메리카 식민지 시대의 모순을 말한다. 인천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는 김용민 교수가 『악의 꽃』과 보들레르의 삶을 통해 불후의 고전이 된 시인의 우울을 얘기한다. 타이완을 연구하고 중국 현대문학을 가르치는 송승석 교수가 식민시기를 지나오며 ‘고아’가 된 타이완문학을, 일본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심원섭 교수가 근대 일본의 두 시인이 얼마나 다른 필치로 가난과 생의 고난을 그려냈는지 소개한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행복한 것만 보이는 법일까요. 모토마로는 찢어지게 가난하게 사는 와중에 이런 시를 썼답니다. 가장이 바깥에서 일 보고 돌아오는 길이에요. 수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알 수 없죠. 거리로 마중을 나온 부인과 포대기에 싸여 업힌 아기. 추울까봐 포대기로 단단히 감싸인 채 어둠 속에 꽁꽁 숨어 있던 과일 같은 그 아기의 얼굴. 아비가 온 걸 보고는 얼굴을 내밀고 방긋하고 미소짓는 거예요.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있었던 겁니다. ―7강 중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 번역가로도 유명한 우석균 교수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라는 두 거장의 ‘마술적 사실주의’에 대해 쉽게 알려준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현실주의와 마술적 사실주의가 어떻게 닮았고 어떻게 다른지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민족문학에 깃든 신비성을 파헤친다. 그런가 하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의 저자이자 러시아에서 오랜 시간 문학을 연구한 이병훈 교수는 러시아의 두 문호, 도스토옙스키와 솔제니친의 걸작을 다루며 비슷한 점이 많은 두 사람의 인생역정까지 얘기한다. 얼어붙은 전제정치 속에서 러시아 민중의 영혼이 문학에 담긴 내력을 들어볼 수 있다.
하루가 끝나고 이반 데니소비치가 잠에 들려는 그 순간,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공친 날은 아니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독백을 합니다. 수용소에서 9년 째 살아가고 있는 한 인물이 잠들기 전에 하는 생각입니다. 국가라는 거대하고 견고한 체제가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개인을 가둔 지 9년 째 되지만, 그러나 얼마가 지나든 우리의 멍청한 이반 데니소비치는 아직도 인간으로서 살아있다는 얘기입니다. ―4강 중에서
입말로 풀어 쓴 여덟 번의 강연을 통해 거장들의 삶과 글을 쉽게 읽는다. 작가를 길러낸 시대적 배경에서부터 걸작을 탄생시킨 영혼의 고난들까지 놓치지 않고 풀어낸다.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어떤 이야기는 전해들을 때 가장 재미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듣는 듯 읽으면 고전이 어렵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은 절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고전하는’ 당신을 위해
여기 도스토옙스키가 있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러시아식 이름 중 하나일 것이다. 이름만 익숙할 수도 있고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등 명작들 제목까지 줄지어 떠오를 수도 있다. 탐독한 작품을 들며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고픈 독자가 있는가 하면 아직 작품은 읽지 않았지만 얼마나 읽기 어려울지에 대해 짐작만 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작가가 쓴 어떤 작품이기에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는지 궁금한 독자. 그렇다고 줄거리를 요약한 한 장짜리 페이퍼로 작품을 이해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독자 말이다. 이 책은 ‘이제부터 고전하려는’ 그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사형장의 총구 앞에서 간신히 살아난 순간과 일생의 배필을 만난 일화를 통해서 작가의 인생을 엿본다. 또 작품 속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그들이 얼마나 현대적인 인간상이었는지, 우리가 도스토옙스키의 주인공들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살피며 독서의 실마리를 얻는다.
작가 소개
저 : 우석균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했다. 페루 가톨릭 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스페인의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집필 중 칠레 대학교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인문한국 지원사업)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잉카 IN 안데스』, 『바람의 노래 혁명의 노래』, 『라틴 아메리카를 찾아서』(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 『칠레의 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사랑과 다른 악마들』, 세르히오 밤바렌의 『꿈의 바닷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 등이 있다.
저 : 강우성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비교문학과 교수. 청교도 문학에서 시작하여 19세기까지의 미국문학을 전공했다. 번역서로 아비탈 로넬의 『어리석음』 등이 있으며 미국문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저 : 김용민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연세대를 졸업하고 프로방스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화사집』과 『악의 꽃』의 상관성에 대한 고찰」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저 : 송승석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인천에 잠든 중국인들』, 『동남아화교와 동북아화교 마주보기』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아시아의 고아』 등이 있다.
저 : 심원섭
일본 독쿄(獨協)대학 언어문화학과 특임교수. 저서로 『원본이육사전집』, 『사진판윤동주자필시고전집』, 『아베 미츠이에와 조선』, 번역서에 『일본근대사상사』, 『김사량평전』 등이 있다.
저 : 이병훈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 부교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러시아문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젊은 의사의 수기·모르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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