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드러난 태도와 숨겨진 감정을 통해 인간의 본연에 다가서기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책의 첫 머리에서 차별 문제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이는 “머리로는 차별 문제를 알면서도 자신은 안전지대에 있다고 믿기에, 자신이 피차별자가 되는 일은 영원히 없으리라 자만하는 사람들”과 “직접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들”을 향한 포고이기도 하다.
차별 감정은 무뢰한이나 무자비한 냉혹한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이나 좋은 사람에게도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차별 없는 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일에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차별이 만연한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는 일에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차별 감정이야말로 우리 일상에 파고든 핵심 감정이며, 타인에 대한 불쾌, 혐오, 경멸, 공포 등의 감정을 단 한 순간도 느끼지 않고 보내는 하루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하여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차별 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방편으로 ‘선의’를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선한 마음과 태도에 깃든 숨겨진 악의들을 찾아내 낱낱이 일별하면서 “인간을 무너뜨리”는 악과 “인간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악을 구분하고, 인간의 본연에 깃들어 있는 악의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나아가 “온갖 악의와 그 표출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떠올리며 현실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자리 잡은 악의와 끊임없이 싸우며 그것이 폭주하지 않도록 단단히 제어”할 것을 당부하고, “이러한 노력 속에서 생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악의 매력·다양성·필요성과 더불어 그 폭력성·살육성의 양면 모두를 정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일침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악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선을 갈구하는 데 있으며, 남을 속이고 상처주고 이용하고 파괴할지언정 ‘상냥함’과 ‘배려’를 완전히 버릴 수 없는 데 있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차별 감정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선의’가 가진 ‘자기기만’을 발견하고 성찰하는 데서 시작해야 함을 역설한다. 그럴 때 우리는 가까스로 차별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다고 말이다.
‘선량한 시민’이 생산하는 차별 감정
“양심의 가책 없이 당당하게 죄책감 없이 더욱 가혹하게”
나카지마 요시미치가 지목하는 ‘선량한 시민’은 다름 아닌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다.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선량한 시민’이 차별 감정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은 일상에서 사소한 것들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사소한 것들로 끊임없이 타인을 경멸한다. 그리하여 ‘좋은’ 사람이 갖춰야 할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죄책감이 강하고 소심하고 선량한 시민들이 어떻게 차별 감정으로서의 경멸에 매달리고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예민하게 약자와 소수자를 돌아보고 명민하게 인권 감수성을 높여 온 독자라 하더라도 《차별 감정의 철학》을 따라 다시금 점검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차별 감정을 생산하는 데 동참해 온 자신을 발견하고 놀랄 것이다.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차별로 괴로워하는 사람과 ‘대등한 위치’에 이를 때까지” 사유를 밀고 나가면서, ‘악의 없는 농담’과 ‘별 생각 없는 자랑’과 ‘순수한 향상심’마저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사회를 살아가는 절망감 속에서 《차별 감정의 철학》은 더 깊이 절망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아무리 겉보기에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일지라도 동시에 얼마나 더러울 수 있는”지를 자각하고, “‘자기비판 정신’과 ‘섬세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제안”하는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사유는 이로써 깊은 울림을 자아낸다.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 혹은 칭찬 받아 마땅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 겸허한 것만큼 쉬운 일”이 없음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이들이 겸허한 것은 열성형질을 가진 사람, 일에서 실패한 사람, 인생에서 행복에게 버림받은 사람이, 비굴해지지 않고, 자살하지 않고, 범죄에 물들지 않고 사는 것에 비한다면 무한대로 쉬운 일”이라는 것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우리는 적어도 ‘선의’로 믿고 행해 온 차별과 혐오를 당장 멈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나카지마 요시미치
일본의 철학자, 작가. 전공은 독일철학, 시간론, 자아론. 특히 칸트 전문가로 유명하다. 1948년에 태어나 도쿄 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전공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논문 〈칸트의 시간 구성 이론〉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집필 활동은 칸트 철학을 알기 쉽고 명료하게 읽어 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37세가 될 때까지 일정한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지냈던 자신의 체험이 가미된 독특한 처세서 《일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책》으로 유명해졌다. 일본 전기통신대학교 인간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지냈고, 은퇴한 후 철학 공부에 뜻을 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철학 학원 칸트’를 주재하고 있다.
《칸트 입문학》 《칸트의 시간론》 《칸트의 자아론》 《칸트의 인간학》 《칸트를 읽는 법》 《차별감정의 철학》 《후회와 자책의 철학》 《밝은 허무주의》 《대화 없는 사회》 《에고이스트 입문》 《사람을 싫어한다는 것》 《인간 증오의 법칙》 《고독에 대하여》 《악에 대하여》 《인생은 살 가치가 없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죽는 거, 왜 지금 죽으면 안 되는 걸까》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싫은 당신에게》 등 다수의 책을 썼다.
국내에는 《철학의 교과서》 《인생 반 내려놓기》 《우리가 정말 사랑한 걸까》 《일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책》 《화내는 기술》 《시간을 철학한다》 등이 소개되었다.
역 : 김희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한 후 NGO에서 한일 교류 사업을 담당했다. 전문적인 번역가가 되기 위해 글밥아카데미에서 일본어 번역가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 등이 있다.
목 차
1장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 · 25
불쾌 · 30
혐오 · 47
경멸 · 73
공포 · 93
2장 자신에 대한 긍정적 감정 · 103
자부심 · 107
자존심 · 122
귀속의식 · 136
향상심 · 150
3장 차별 감정과 성실성 · 163
시선의 차별 · 168
차별어 · 176
성실성(1) · 188
성실성(2) · 197
대답들 어떻게 할 것인가 ·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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