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시니어 세대에게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순서만 잘 지키면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누구나 시니어 세대가 되면 한 번은 자기 역사를 쓰는 일에 도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역사를 쓰지 않으면 자기라는 인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 수강생
이케다 치카코 씨의 자기 역사 머리말 중에서
자기 역사를 쓰고자 하는
모든 세대를 향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제안
자서전 쓰기가 인기다. 공공 도서관마다 자서전 쓰기 강좌가 열리고, 하나의 장르가 된 글쓰기 책은 ‘자서전 쓰기’를 통해 영역을 분화·발전시키고 있다. 자서전 쓰기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며 희로애락을 다시금 정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하게 인식하게 된다. 자서전 쓰기의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삶을 회상할 때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아픈 상처와 대면하게 되고, 그 상처를 직시하고 적나라하게 기록함으로써 트라우마가 치유된다는 점이다.
분야를 넘나들며 방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선보이는 일본의 지(知)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그는 자기 자신만의 희로애락이 담긴 ‘개인사’ 서술을 넘어 각각의 개인이 살아온 ‘시대의 역사’를 반영한, 즉 역사적 사건에 눈을 돌려 함께 투영해 보는 진중한 작업을 제안한다. 개인이 살아낸 시대의 역사적 흐름까지 반영해 ‘사회사’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명칭도 자서전 쓰기가 아닌 ‘자기 역사 쓰기’이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개인의 역사가 곧 세계사”라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믿음이 녹아 있는 책이다.
“개인의 역사가 곧 세계사다”
생각해 보면 모든 인간의 역사는 ‘세계사’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세계사 속에 개인의 역사가 속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에 따르면 “개인의 역사 자체가 곧 세계의 역사”이다. 숱한 영웅과 유명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의 역사를 움직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질곡 많은 ‘자기 역사’가 없었다면, 격동의 세계 역사도 없었다는 것이 다치바나 다카시의 생각이다. 다카시는 이를 “세계 기억 네트워크”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소개한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한 인간의 죽음과 함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기억을 잃게 된다. 그 사람의 기억을 잃음과 동시에 그 사람의 기억과 이어져 있던 기억 네트워크의 해당 부분이 빠져 나가고 만다. 세계는 만물의 집합체로서 존재하며, 동시에 동시대를 구성하는 많은 인간들이 공유하는 장대한 기억의 네트워크로서 존재하고 있다. 이 세계의 주요한 구성 요소로 장대한 전 인류적 기억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한 인간이 죽으면 그 사람의 뇌가 담당하고 있던 장대한 세계 기억 네트워크의 해당 부분이 소멸하고 만다. 한 인간 몫의 구멍이 생긴 기억 네트워크는 이전과 같을 수 없다. 세계 기억 네트워크의 콘텐츠는 세계의 구성원들이 하나씩 시시각각 빠져 나갈 때마다 조금씩 변해 간다.”
인식할 수 없지만, 모든 인간은 세계 기억 네트워크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면 세계 기억 네트워크는, 아주 미세한 부분이겠지만, 이전의 그것일 수 없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자기 역사’가 곧 세계사이며, 그것을 온전하게 이뤄내는 글쓰기 행위가 바로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다.
자기 역사를 쓰는 일은 개개인에게는 개인적인 의미의 문제로 끝날 때가 많다. 하지만 자기 역사를 쓰는 행위는 집합체로서 동시대의 민족사 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민족의 역사라도 미시적으로 살펴보면, 민족 구성원이 가진 자기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역사의 큰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역사의 실상을 들여다 볼 수가 없다. 미시적인 부분에도 눈을 돌려서 그 시대를 구성하고 있던 민족의 전 구성원 개개의 생각까지 포함한 자기 역사의 집합체로서 역사를 다룰 때, 비로소 진정한 민족의 역사가 된다.
“누구나 자기 역사를 쓸 수 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는 자기 역사를 쓰는 방법 외에도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으로 폭넓고 새로운 저널리즘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글쓰기 노하우도 다수 담겨 있다.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에서 그는 “단락을 나눈다”는 행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글은 불가사의한 면이 있는데, 단락만 나뉘어져 있어도 읽는 사람의 머리가 자동적으로 환기된다. 갑자기 전혀 다른 새로운 글이 시작되더라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온 약속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단락만 나뉘어져 있으면 글의 연결이 아무리 좋지 않다고 해도 모두 그대로 읽어 내려간다.”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예외 없이 원활하게 단락 나누기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이런 이들에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을 고민한다”면서 세계의 역사이기도 한 자기 역사를 주저하지 말고 시작할 것을 권한다. ‘자기 역사’라는, 어쩌면 조금 거창해 보이는 수사에 겁먹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인 셈이다.
한 가지 더 용기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자기 역사의 내용이 “기본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자기 역사는 “자기 자신이라는 ‘인간’이 어떻게 완성되어 왔는가, 바로 자기 자신의 ‘메이킹 오브’(making of)”이다. 글감은 이미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다카시가 제안하는 순서에 따라 쓰기만 한다면 누구나 쉽게 글을 완성할 수 있다. 글을 수정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점도 자기 역사 쓰기 작업의 장점이다. 완성된 글을 보고 수정하고 편집하고, 다시 추가하기도 하면서, 자기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직조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
자기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직조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콘티를 만들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콘티가 절반이라는 말이 있는데, 자기 역사를 쓰는 데도 콘티를 만드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 역사의 콘티는 다름 아닌 ‘자기 역사 연표’이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의 가장 큰 미덕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자기 역사를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는 점이다. 특히 “인생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콘티”인 ‘자기 역사 연표’의 경우 릿교대학에서 자신의 강좌 [현대사 속의 자기 역사]를 수강했던 사람들의 것을 첨부해 이해도를 극대화한다. 다양한 출신 배경, 직업, 사회적 경험이 녹아든 자기 역사 연표는 개개인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독자들이 곧바로 응용하기에도 용이하다.
“형식은 자유이다. 몇 가지 모델 유형을 살펴보고, 그 다음은 자기 나름의 방법을 궁리해서 자신의 연표를 만들면 된다. 이때 궁리의 포인트는 짜임새이다. 연표의 기본적인 형식은 연 단위의 시간축에 맞추어 그 해에 일어난 일을 순차적으로 기록해 가는 것이다. 여기서 고려해야만 하는 짜임새란 “내용을 각각 달리 한, 시간축을 몇 개나 나열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표현을 달리하면, 자기 역사 전체를 거시적으로 바라볼 때에 어떠한 구조적 시점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가장 적당한가 하는 점이다.”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자기 역사 쓰기는 한 번에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정을 계속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늘 쓴 자기 역사와 내일 쓴 자기 역사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일어난 사건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오늘 나의 시점과 내일의 나의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강의에 참석한 한 수강생을 이렇게 고백한다.
“지금 나는 63세이다. 63세인 나 자신이 바라본 나의 과거를 써 보았다. 10년의 시간이 지나 내 나이 73세가 되었을 때에 다시 한 번 자기 역사를 쓰고 싶다. 그때 63세 이전이 어떻게 보이는지, 63세 때에 바라본 것과 73세가 되었을 때 바라본 나의 과거가 얼마나 달라질지, 아주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인생 60이 되면 자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단계의 인생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자기 역사를 쓰는 이유라면 꼭 60세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살아낸 자신의 삶 속에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자 할 경우, 길든 짧든 자신의 삶의 역사를 그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 정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기 역사를 쓰는 일은 모든 세대를 위한 일이다.
작가 소개
저 : 다치바나 다카시
Takashi Tachibana,たちばな たかし,立花 隆,본명 : 橘 隆志
1940년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 출생. 어릴 시절 아버지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거주했던 적도 있고, 주로 일본 이바라기 현에서 성장했다. 이바라기 사범학교 부속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으며 1959년 동경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 입학, 1964년에 졸업하였다.
이후「문예춘추」에 입사하여 『주간문춘』의 기자가 되었으나 1966년 퇴사하여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입학, 재학 중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고 1970년 대학을 중퇴하였다. 특히,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인맥과 금맥」에서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후 사회적 문제 외에 우주, 뇌를 포함한 과학 분야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 왔다.
지知의 거장이자 우리 시대 최고의 제너럴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는 『뇌를 단련하다』,『21세기 지의 도전』,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등 일련의 저작들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정한 교양과 지식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해왔다. 근본적으로는 지적 호기심, 특히 '인간과 문명에 대한 관심'이 그를 현대 문명의 핵심인 자연과학과 기술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그의 '현대 교양과 지식의 필수 아이템'에는 '조사하고 작성하는 능력'과 함께, 현대 교양의 핵심으로 '인공물학, 뇌과학, 생명과학, 정보학 등 21세기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한 사람의 저널리스트에서 지금은 '일본 사회를 대표하는 지성인'으로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변신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 첫 계기는 『우주로부터의 귀환』(1982), 『뇌사』(1985), 『원숭이학의 현재』의 성공이었다. 다치바나식 과학저널리즘의 기본 방법론은 '대화 형식'이다. 그는 전문가의 육성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쉽게 전해주는 '대화의 형식' 즉 인터뷰를 시도한다. 이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대신해 기초적인 질문부터 차례차례 하여 본질적인 의문으로 옮겨가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서술방식이다.(출처: 다치바나 다카시의 탐사저널리즘, 황영식, 2000)
그의 저서『뇌를 단련하다』에서는 지성을 단련하지 않는 학생들과 함량 미달의 대학 교양 교육을 향해 매서운 일갈을 하고 있다. 저자는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도쿄대 교양학부에서 '인간의 현재'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으며, 이 책은 그때의 강의록을 묶은 것이다. 수업 시간.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읽어본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그 책 페이지에 나오는 "인간은 정신이다. 정신은 무엇인가? 정신이란 자기다."라며 자기를 단련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다. 대학 4년을 보내고 난 뒤 전장과도 같은 사회에 투입될 학생들은 '지의 전체상'을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문과형·이과형 인간 등 몇 분야에만 걸친 공부는 절반의 인간형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아직은 '노 바디(nobody)'인 대학 초년생. '썸바디(somebody)'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의 지도'를 그리는 법이 자세히 적혀 있다. 최근에 출간된 『지식의 단련법』은 일본에서 출간된 지 20년만에 번역된 책으로, 정보의 입력과 출력에 대해 작가가 '어떻게 정보(지식)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가공해 왔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1979년 『일본공산당연구』를 발표하여 고단샤講談社 논픽션상 수상, 1983년 '철저한 취재와 탁월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보다 넓은 뉴저널리즘을 확립한 문필 활동'을 인정받아 문예춘추사가 수여하는 기쿠치 간菊池寬상 수상, 1998년 제1회 시바료타로司馬遼太郞상을 수상하였다. 또 다른 저서로 『사색기행』,『천황과 도쿄대』,『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등이 있다.
역 : 이언숙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학교 대학원 동양사학과에서 일본사를 전공하였고,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국사학과에서 일본중세사를 전공하여 연구생 과정을 마쳤다. 현재 외교통상부, 국제교육진흥원,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일 역사교사 교류회 심포지엄 등에서 한일 학술문화 교류 관련 통역 요원으로 활동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음악사의 진짜 이야기』 『오케스트라의 비밀』 『일등 국가의 조건』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일본인에게 역사란 무엇인가』 『에도의 패스트푸드』 『사건과 에피소드로 보는 도쿠가와 3대』 『일본사 개설』 『읽기의 힘, 듣기의 힘』 『대한제국 황실 비사』 『대단한 책』 『멸망하는 국가』, 『대단한 책』, 『만들어진 나라 일본』 등이 있다.
목 차
제1장 자기 역사란 무엇인가?
글을 길게 쓸 수 있는 가장 큰 비결
‘머리말’과 ‘후기’ 쓰는 방법
자기 역사를 기록하는 두 가지 의의
‘트라우마’를 기록해 자신을 치유하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
자기 역사의 모델, 니혼케이자이 신문 ‘나의 이력서’
글 첫머리를 쓰는 방법
자기 역사는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제2장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
연표는 자기 역사의 콘티
자신의 인생을 크게 구분해 본다
자료를 정리하면 기억이 되살아난다
인생을 네 개의 축으로 표현한 연표
인생의 충실도를 그래프로 표현한 연표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정교한 작업 연표
독특한 ‘차력’ 연표
제3장 무엇을 쓸 것인가?
많이 쓰고 많이 읽는다
세대를 반영한 자기 역사의 좋은 예
* 사례 1 부모와 자녀 2대가 함께 쓴 자기 역사
* 사례 2 사이타마 판 24개의 눈동자
* 사례 3 전공투?고도 경제성장의 시대를 살아내다
‘가족’과 ‘연애’에 대해 쓰는 방법
* 사례 4 연애 그리고 가족사의 모델
* 사례 5 독특한 인생관과 미래의 자기 역사
인간관계 클러스터 맵
결국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다
결말을 쓰는 방법
인생에서 진정으로 이기는 방법
맺음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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