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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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나시앵 알퐁스 프랑수아 드 사드
출판사항도서출판B, 발행일:2018/12/13
형태사항p.463 46판:19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703666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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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포르투갈 시인 페소아는 수많은 이명(異名)을 갖고 시를 썼다. 단지 여러 필명으로 시를 썼던 것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에게 새로운 성격과 개성과 문체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놀랍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한 생애 동안 여러 사람이 되어보고, ‘나’와 다른 수많은 인생을 살아본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페소아만의 것일까? 한 작가의 경험과 그 작가만의 문체로 표현되는 문학의 영역은 좁다. 작가는 나를 완전히 잊을 줄 알고, 그 무(無)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상상하고 그려내고 결국 마치 현실 속에 실제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문학 작품에서 우리는 한 명의 영웅, 한 명의 선인(善人), 한 명의 특이한 자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나를, 우리를, 인류 전체를 발견해낸다.
그런 점에서 사드는 ‘이명’의 저자라는 점에서 페소아를 훨씬 앞선다. 그의 작품에서 일관된 문체, 통일적인 사상을 발견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 있다. 먼저 작가로서의 야망을 가진 문인 사드가 있다. 그는 특히 극작가로 성공하고 싶어 했다. 돈과 명예가 따르는 일이어서만은 아니었다. 문학이야 말로 그를 감옥에서의 삶도, 프랑스혁명기에서의 삶도 견뎌내게 했던 유일한 분야였다.
그러나 문인이 되고자 하는 야망은 좌절되었고 그는 곤궁과 비난을 견뎌내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혁명기에 대귀족의 후손이었던 그의 출신 성분이 의심되었다. 그가 혁명기 파리를 구성했던 마흔여덟 개 지부 중 한 군데였던 피크 지부에 참여하여 지부의장까지 지냈을 때 그를 혁명의 스파이로 의심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과연 사드는 20세기 초반의 급진적 예술가들의 시각대로 ‘혁명적’이었을까? 아니면 사드는 그저 타협했던 것일까?

≪규방철학≫은 공포정치를 지휘했던 로베스피에르에 의해 그의 귀족신분과 정치적 온건주의가 문제가 되어 다시 옥살이를 했던 사드가, 폭군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하고 석방된 이후에 쓴 저작이다. 사드는 이 작품에서 몰락한 과거의 방탕한 귀족들을 규방으로 불러내어 그들 스스로 그들만의 ‘축제’를 열어준다. 그들은 한 젊은 처녀를 유혹하는데, 그들의 목적은 그녀의 육체뿐 아니라 정신까지 그들을 닮은 방탕한 자로 교육하는 데 있었다. 그들의 ‘이론’과 ‘실천’은 어리숙한 외제니를 쉽게 그들의 지지자로 만들고, 어쩌면 그녀는 그들보다 더욱 사악하고 더욱 방종한 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끔찍한’ 이야기 뒤에 사드는 그가 창조한 귀족들이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지 감추지 않는다. 그들의 악행과 범행은 그저 그들이 갇혀 있는 ‘규방’에서나 모의되는 것일 뿐이다. 그들은 혁명이 두렵고, 분노하는 민중을 끔찍해하면서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할 수도 없는 무력한 자들이다.

사드는 ≪규방철학≫의 주인공들을 그렇게 조롱하고 있지만 결국 그 역시 그들과 다름없는 무력한 존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자신의 귀족 출신을 부정하는 걸까? 계급을 폐지하고 국왕을 끌어내 기요틴에 올린 혁명의 과격파와 민중의 편에 선 것일까? 확실히 아폴리네르와 20세기 초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사드는 어느 쪽에도 설 수 없었고, 어느 쪽도 믿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적절한 해석일 것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지만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주저한 사람이 사드만은 아니었다. 사드는 구체제를 되돌리려고 하는 모든 반동적인 시도를 조롱했다. 그러나 구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삶의 형식과 정치적 이상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였다. ≪규방철학≫과 같은 해에 출간된 그의 ≪알린과 발쿠르≫에서는 어느 정도 그런 새로운 삶의 형식과 정치적 이상이 드러나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어느 쪽도 진짜 사드의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동시에 두 작가로 모순되기까지 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으며, 이후 ≪누벨 쥐스틴≫, ≪쥘리에트 이야기≫, ≪사랑의 죄악≫에서는 또 다른 입장을 들고 나온다. 이것이 사드를 한 가지 이념으로 환원할 수 없는 이유이고, 바로 이런 이유로 사드를 그저 흔하디흔한 포르노 작가로, 혁명의 대변자이자 투사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사드는 18세기 말의 수많은 이념과 이상을 매번 다른 방식으로 제시했으며, 이것이 그의 문학이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 원천이었음이 분명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D. A. F. 드 사드
유서 깊은 프로방스 지방 대귀족 가문의 자제로 태어나 장래가 촉망받는 군인으로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2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불같은 기질과 극단을 탐하는 상상력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격리가 요망되는 이단아의 삶을 살게 된다. 평생 두 번의 사형선고와 15년의 감옥살이, 14년의 정신병원 수감 생활을 거치면서, 최소 열한 곳 이상의 감금 시설을 전전했다. 이는 프랑스대혁명을 통한 구체제의 충격적인 붕괴와 피비린내 나는 공포정치, 혁명전쟁 그리고 나폴레옹의 등극과 몰락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격동기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험난한 삶을 헤쳐가며 그가 써낸 엄청난 분량의 기상천외한 글은 상당수가 압수당하거나 불태워졌고, 그나마 발표한 작품들도 명성보다는 오명으로 그의 운명을 구속했다. 사후에 혜안을 지닌 극소수 작가들이 진가를 알아보았으나, 20세기 초현실주의의 정신 혁명을 만나기 전까지 100여 년 간 그는 이상성욕을 발광하는 일개 미치광이 작가로 줄곧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했다. 필리프 솔레르스는 이렇게 말했다. "18세기를 휩쓴 자유의 파도가 사드를 태어나게 했다. 19세기는 그를 검열하고 잊어버리느라 무진 애를 썼다. 20세기는 야단법석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를 드러내는 데 아주 열심이었다. 이제 21세기는 명확한 의미로 그를 고찰하는 일에 매진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그의 이름은 문학뿐 아니라 언어학, 철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의학, 신학, 예술 등 인간을 논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담론에 등장하고 있다. 이는 그의 독보적 상상력이 펼쳐 보인 전인미답의 세계가 인간의 가장 심오하면서 치명적인 영역의 비밀들을 폭로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뜻에서 '우리 모두가 사드적(sadique)이다'라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아마, 아직까지도, 그는 사람들이 작품을 잘 읽지 않는 작가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또한 중요한 작가일 것이다.

 

옮긴이 : 이충훈 
서강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 파리 제4대학에서 「단순성과 구성: 루소와 디드로의 언어와 음악론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양대 프랑스언어문화학과 조교수로 있다. 사드의 <규방철학>, 디드로의 <미의 기원과 본성>, 장 스타로밸스키의 <장 자크 루소 투명성과 장애물> 등 여러 권의 번역서가 있다.

목 차

옮긴이의 말‥11

리베르탱들에게‥23


규방철학 혹은 부도덕한 선생들
 젊은 처녀들의 교육을 위한 대화

 첫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미르벨 기사‥29

두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45

세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돌망세‥47

네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돌망세, 미르벨 기사‥170

다섯 번째 대화
 돌망세, 미르벨 기사, 오귀스탱, 외제니, 생탕주 부인‥181

‘프랑스인이여, 공화주의자가 되기 위해 좀 더 노력을’‥231

여섯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미르벨 기사‥337

마지막 일곱 번째 대화
 생탕주 부인, 외제니, 미르벨 기사, 오귀스탱, 돌망세, 미스티발 부인‥341

 |부록| 사드의 정치 저작
1. 한 프랑스 시민이 프랑스 국왕에게 보내는 글‥365
 2. 자선시설 행정회의에 제출한 보고서‥379
 3. 법을 비준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385
 4. 파리 지부에서 국민공회에 보내는 청원서 초안‥401
 5. 파리 지부에서 국민공회에 보내는 청원서‥407
 6. 피크 지부 상설 총회 의결 기록부 발췌문‥413
 7. 피크 지부에서 샤랑트 앵페리외 도 생트 소재 자유와 평등의 협회의 형제와 동지들에게 보내는 편지‥421
 8. 피크 지부의 시민이자 인민협회 구성원 사드가 마라와 르 펠르티에의 넋을 기리기 위해 본 지부가 마련한 축제에서 낭독한 논고‥425
 9. 마라의 흉상에 부치는 시‥433
 10. 피크 지부에서 프랑스 인민의 대표자들에게 보내는 청원서‥435
 11. 피크 지부 상설 총회가 코뮌위원회에 보내는 편지‥441

 |해설|
사드와 프랑스혁명‥451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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