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문화에 깃든 감정 노동과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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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엠마
출판사항우리나비, 발행일:2019/08/23
형태사항p.115 46배판:26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684342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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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성폭력 문화’에서 ‘동의의 문화’로

 엠마는 어린 시절 귀엽다는 핑계로 자신에게 추근댔던 남자 어른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시답잖고 우스꽝스러운 언행과 불쾌한 신체 접촉을 일삼으면서도 단지 어리고 귀여워서 그런다는 이유로 이런 행동들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사회였다. 학창 시절에는 남자아이들이 몰래 뒤에서 브래지어를 풀거나 엉덩이를 슬쩍 만지는 행위를 해도 그저 장난으로만 여겼다. 전 남친은 그냥 평범한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성관계에 있어서는 도를 넘는 행위를 당연하다는 듯 요구하기도 했다. 내 의사와는 무관하게 겪어야만 했던 이런 일들은 비단 그녀 혼자만의, 혹은 일부 여성들만의 지엽적인 경험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는, 성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주로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이고, 아주 못생겼고, 위험하며, 폭력적이고, 지하 주차장이나 어두운 골목길에 숨어 있는 사람 정도로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렇게 우리 사회는 이미 은연중에 ‘성폭력 문화’가 팽배해 있었고, 반면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엠마는 이런 성폭력 문화에 대적하기 위해서는 그저 치한을 몰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다. 그녀는 이미 우리 삶 안에 들어와 있는 남자들, 즉 아버지, 오빠, 남동생, 남편, 남친 등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음을 피력한다. 이들은 자기들이 이른바 ‘성범죄자’로 여겨지는 사람들과 같은 취급을 받기를 원하지 않지만, 엠마는 남자들의 이런 불평 뒤에는 ‘서로 만들어 가는 관계’에 대한 거부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문제의 본질은 서로 간의 ‘동의 여부’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드시 무기를 들이대면서 저질러야만 범죄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야 어떻든 아랑곳 없이 내 욕구만 채우려고 드는 욕심이 문제의 핵심이며, 이는 여자의 역할이란 결국 남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일로만 생각하도록 세뇌받아 온 인류의 오랜 편견 속에서 만연된 ‘성폭력 문화’에 기인함을 지적한다.


# 보이지 않는 문제들 – 짜고 치는 고스톱

<다른 시선> 1권과 2권에서도 보았듯 엠마의 시선은 비단 여성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행해지는 부조리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심층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3권에서는 경찰 비리와 맞서 싸웠던 ‘에릭’이라는 한 경찰관과 인터뷰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에릭은 범인이 아닌 실적만 쫓는 경찰들, 시민의 안전보다는 오히려 과도한 폭력만을 일삼는 경찰들, 관내 성노동자들과의 유착 관계 등의 실태를 밝히고 개선하고자 노력했던 평범한 경찰이었다. 그러나 경찰 내부의 비리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부조리에 대해 상신을 해도 상부로부터 사건이 조용히 무마되는 등 경찰 조직은 윗선부터 이미 썩을 대로 썩어 있었고, 내부 고발자 보호 조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경찰 조직 내의 전횡을 몸소 체감한 에릭은 끝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시민들을 지킨다는 명분은 그저 선량하고 순진한 시민들을 눈속임하는 것일 뿐, 경찰에게 주어진 진짜 임무는 힘 있는 권력자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3권에서도 경찰관 에릭의 경험을 소개하는 데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하고 최대한 그리고 구체적으로 다룸으로써 공권력의 남용과 비리의 민낯을 신랄하게 보여 주고자 했던 엠마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 생산 노동 vs. 생식 및 번식 노동

 남녀가 결혼할 때 처음에는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이내 남자가 할 일과 여자가 할 일을 따로 나누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남자는 밖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이른바 ‘생산 노동’을 하게 되고, 여자는 하던 일을 잠시 접거나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생식 및 번식 노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엠마는 언뜻 보기에 정당한 역할 분담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이러한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생산 노동자’는 월급을 받고, 사회적 지위가 생기고, 퇴직 후에는 연금을 받는 반면, ‘생식 및 번식 노동자’는 알아주는 이도 없이 그 많은 일들을 그저 무보수로 할 뿐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역할 분담은 부부 사이가 지속될 때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을 그만둔 여자들은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 경제적 곤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부부 사이에 ‘의존 관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혼 후 남녀 소득의 통계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랑이 아닌 경제적 필요에 의해 부부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면 남녀 서로에게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엠마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역할 분담에 있어서 균형이 잡혀야 함을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그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각종 연구들의 성향과 흐름 전반에 대해 본인이 느낀 바를 토대로 설명하며 소개하고 있다.


# 감정 노동

 남의 기분만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내 기분이 상하는데도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자신의 기분을 남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이러한 현상을 사회학자 알리 러셀 호흐실드는 ‘감정 노동’이라 일컫는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 꼭 고객 앞에서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 즉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감정적 안락을 위해 부단히 신경을 쓴다. 회사뿐만 아니라 집에 들어가서도 감정 노동은 계속된다. 성관계 시에도 자신이 느낀 불만족이 별거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곤 한다. 남녀 사이의 성관계는 아직까지도 남자의 오르가슴과 욕정에 중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여론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 30%는 아주 정기적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척 연기를 한다고 한다. 감정 노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그들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감정이 어떤지 끊임없이 헤아리며 되도록 많은 걸 그들에게 맞추려 애쓰는 소위 ‘감정적 부하 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정 노동은 결코 잉여의 노동이거나 필요 이상의 노동은 아니다. 오히려 감정 노동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경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엠마는 이러한 감정 노동을 남녀가 잘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자들이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감정적인 면에 더 신경을 쓸 것을 촉구한다. 여자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동감하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고,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그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그러면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작가 소개

지은이 : 엠마
페미니스트이자 혁명가이며 컴퓨터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엠마는 미디어를 꼼꼼히 파헤치고 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에 관심을 갖는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이해를 돕고자 자신이 얻은 정보와 시사 문제를 함께 다루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책에는 최근 일어난 사건 사고에 대한 1년간의 관찰과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 줄 다른 시선...


옮긴이 : 강미란
프랑스 문학 및 프랑스어 교육공학 석사를 마치고 현재 교육공학 박사 과정에 있다. 프랑스 보르도에 위치한 프랑수아 마장디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마르크 레비, 마르탱 파주, 프랑수아 를로르 등의 작품들을 다수 번역했다. 유튜브에 프랑스에서 일하는 교사로서, 번역가로서 그리고 한국어 연구자로서의 삶을 담고 있는 <강미란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목 차

- 그럼 안되지, 그렇긴 한데...
- 꼭 해야 하는 역할
- 기다림
- 어느 경찰관 이야기
- 미셸
- 사랑의 힘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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