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1세기 성차별과 안티 페미니즘의 본질을 밝히다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관한 잘못된 통념을 체계적으로 비판
여성을 공격하는 전형적 논리를 사회심리학의 실증적 연구로 대응
“페미니즘은 할 일을 다 했다”는 모함에 대한 대답
“평등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지난 수십 년간 페미니즘 운동이 이룬 긍정적인 성과들이 있으니, 이제 페미니즘 운동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포스트 페미니즘’의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페미니즘 이론과 실천이 급증하는 이때 오히려 페미니즘의 종말 선언, 안티 페미니즘은 심화하고 있다. 포스트 페미니즘은 미국 여성의 취업자 수와 대학 졸업자 수를 근거로 젠더 평등이 확실히 달성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이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성차별의 희생자가 남성이 되었다고 본다. 현대 여성혐오의 바탕에는 이런 정서가 놓여 있다. 그러나 사회심리학자 크리스틴 앤더슨에 따르면 평등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 성차별은 깊숙한 곳에서 여전히 존재하며 과거와 달리 매우 교묘하고 은밀해졌다. 이 책은 현대의 여성혐오가 무엇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함의가 무엇인지 다루며 페미니즘 운동을 지속하는 것의 의미를 드러낸다.
저자는 공공연하고 극단적인 편견과 차별도 물론 여전하지만, 이 시대의 많은 편견과 차별은 미묘하고 은근하며 때로 무의식적이라고 보았다. 일상적이고 악의 없어 보이는 미묘한 편견은 숨을 쉬듯 어디에나 있다. 이 책은 이에 관한 이론과 연구를 바탕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현대의 여성혐오를 분명히 드러냄으로써 포스트 페미니즘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를 위해 사회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의 여러 실험 데이터를 활용했으며 심리학, 교육학, 인문학에서 사용하는 설문조사, 초점 집단, 인터뷰 등의 자료도 대거 인용된다. 전반에 걸쳐 성차별의 본질과 현대 안티 페미니즘의 특징을 다룬 이후에는 포스트 페미니즘의 시대인 오늘날 페미니즘의 역할이 무엇인지, 페미니즘이 실제 여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사회운동과 저항 대신 개인주의와 소비주의로
포스트 페미니즘 시대, 안티 페미니즘의 정체
페미니즘이 자기 몸에 관한 영역에서의 통제력, 직장 내 임금 격차와 차별 문제를 중시했다면 포스트 페미니즘은 개인적인 삶, 자기표현과 주체성의 수단인 소비 능력을 기르라고 권한다. 사회 변화가 아닌 자기 자신의 변화를 추구하라는 메시지다. 저자는 페미니즘의 목표를 폄하하는 이런 공격을 “동화 같은 것”으로 일축한다. 포스트 페미니즘이 서구 중상류층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를 신자유주의와 잘 어울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성 자신의 ‘임파워먼트’가 진보로 간주되는 개인주의와 소비주의로 이동하고 있는 현실은 대중문화와 정치의 측면에서 두루 나타난다. 포스트 페미니즘은 집단행동과 저항을 멀리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소비주의적인 윤리를 받아들이며, 소녀와 여성을 과도하게 성애화하는데 이때 여성은 자신이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날 여성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노력하면 보상받는다고 낙관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개인의 어깨에 지운다. 이는 포스트 페미니즘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불공평한 사회 구조를 정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이 책에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포스트 페미니즘을 내면화한 여성들은 자신이 피해자로 여겨지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불평등을 인식하지 않거나, 이를 불평하면 책임감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주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종류의 페미니즘은 나아가 사회에도 영향을 끼친다. ‘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담론과 마찬가지로 공감 능력과 타인의 시점을 수용하는 능력이 젊은 세대에서 크게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포스트 페미니즘의 의제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는 데에 9.11 테러도 역할을 했다. 이후 10년 동안 미국에 존재하던 보수적 의제가 강화되었고, 젠더 역할은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이던 시기로 빠르게 회귀했다. 집단적 충격과 위기는 시민권과 진보적인 젠더 정치가 얼마나 취약한지, 얼마나 쉽게 후퇴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고 여성은 무력한 희생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여성을 성애화하거나 희생자화하는 것은 모순돼 보이지만 이 고정관념은 함께 작동한다. 그리고 오늘날 포스트 페미니스트 여성은 섹시하고 자유로운 여성, 순종적이고 가정적인 여성이라는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지나친 평등의 추구로 이제 성차별의 희생자는 남자다”
무대의 센터 자리를 지키려는 지배 집단의 분노
“성희롱 관련 법률, 차별 금지 법률이 제정되었고 여성이 군대와 모든 직장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여성은 불평할 것이 없다, 그런데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계속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남성의 우위에 서고 싶어 하는 남성 혐오자들이다.” 저자는 ‘페미니스트는 남성을 혐오한다’는 통념이 19세기 여성운동 때부터 존재한 끈질긴 믿음이라고 한다. 페미니스트 중 여성 우월주의자가 있어 이들이 페미니즘 운동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어느 안티 페미니스트는 “이길 게 확실한데 무승부에 만족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현대의 여성혐오를 구성하는 핵심이다. 잘못되었지만 사라지지 않는 이 관념은 아주 강력해서 사람들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연구들에 따르면 페미니스트가 비페미니스트보다 남성에 부정적이라는 통념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없었다. 오히려 페미니스트는 비페미니스트보다 남성에 대한 적의가 덜했다. 여성과 남성이 근본적으로 다르고 그 차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페미니스트가 아닌 안티페미니스트였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페미니스트의 경향은 기존 젠더 질서에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 ‘현대에는 소년과 남성이 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남성의 종말/소년의 위기 레토릭을 반박한다. 대중문화의 양상과 교육 현장에서의 조사 연구에 따르면 소년과 남성은 여전히 중심에 있다. TV프로그램과 광고, 어린이 방송, 영화 등 모든 곳에서 남성 캐릭터가 지배적이었다. 커리큘럼은 남성 중심적이었고 교사와 부모는 딸보다 아들이 더 지적일 것을 기대한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더 높은 것을 들어 남학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전세계적인 문제라고 하는 안티 페미니스트의 주장은 세계 문맹 인구의 3분의 2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무대 중앙 문제’로 설명한다. 자신들(남성)만 오를 수 있던 무대의 센터를 소녀와 여성이 강탈했다는 인식이다. 불공평하게 많은 혜택을 누려온 지배 집단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려는’ 노력이 자신의 권리에 대한 근본적 침해라고 여긴다. 중앙에 있는 것이 너무나 익숙했던 집단은 스포트라이트가 잠시라도 주변을 비추면 이를 커다란 위협으로 느낀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은밀하고 교묘해진 현대의 여성혐오,
그러므로 페미니즘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양가감정은 적대적 성차별과 온정적 성차별로 분류된다. 따뜻하고 현명하다는 여성에 대한 긍정적 감정은 아주 좁게 규정된 역할에 순응하는 전통적 여성에 국한된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여성은 사회적 처벌에 노출돼 있다. 적대적 성차별은 여성을 경멸적인 존재로 그려 남성 권력, 전통적 젠더 역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착취하는 것을 정당화한다. 온정적 성차별은 좀 더 까다롭다. 겉보기에는 긍정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성을 아랫사람으로 대하고 여성의 권력을 약화하는 태도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온정적 성차별 덕분에 남성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누려 마땅한 것, 나아가 자신의 책임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두 성차별은 협력 관계다. 여성을 좋은(전통적인) 여성과 나쁜(비전통적인) 여성으로 나눔으로써 좋은 여성에게는 상을 주고 나쁜 여성에게는 벌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페미니스트, 성적으로 적극적인 여성, 운동선수, 군인 등에게는 적대적인 성차별적 태도를 취하고, 가정주부, 비서 등에게는 온정적인 성차별적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비전통적인 여성에 대한 처벌의 극단적 형태는 성폭력이다. 남성이 여성을 강간할 때 강간범들은 피해자가 강간당할 만한 행동을 했다는 강간 신화와 피해자를 비난하는 이데올로기를 고수함으로써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합리화한다. 독립성이든 성적 주체성이 든 군 복무든 여성에게 “알맞은” 영역을 벗어난다고 생각되는 행위라면 무엇이든 피해자 비난에 사용될 수 있다. 여성을 하위 유형들로 분할하는 것의 중요한 심리적 기능 중 하나는 온정적 성차별주의자와 적대적 성차별주의자가 자신은 여성에 아무런 편견도 없고 오직 젠더 규범을 위반하는 여성에 대해서만 편견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로써 사람들 은 자신이 편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성차별적인 생각을 계속할 수 있으며 여성에 대한 양가적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것이 젠더 위계질서의 지속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비전통적 여성을 모욕하고 악마화하는 동시에 전통적 여성을 추켜세우는 방식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작동하고 있지만, 페미니즘은 여전히 활기차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책의 마지막장에서는 페미니즘적 사고방식이 개인의 수많은 긍정적 심리적 특성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페미니즘적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들은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들보다 자율성, 개인적 성장, 삶의 목적에 대한 의식 등의 심리적 안녕 수준이 더 높았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규정하는 여성은 단지 페미니즘 친화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보다 심리적 안녕과 자기효능감의 수준이 더 높았으며, 자기 신체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질 가능성도 더 높다.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보면 여성은 그들이 겪는 편견과 차별의 경험을 이해할 인지적 틀을 얻을 수 있으며, 사회와 젠더 억압을 꿰뚫어보게 된다. 따라서 현대의 여성혐오에 맞서 강력한 페미니즘 운동과 저항이 계속되어야 하고 또 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크리스틴 J. 앤더슨
휴스턴-다운타운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며 동대학 비판적 인종 연구센터의 회원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캠퍼스에서 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의 중심 연구 주제는 “자애로운” 편견(benign bigotry), 즉 미묘한 형태의 차별과 편견이다.
옮긴이 : 김청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고용 불안정과 자살의 관계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에서 자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옮긴이 : 이덕균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철학과에서 칸트의 실천철학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현재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언어가 어떻게 억압과 차별의 도구로 쓰일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관심이 있다.
목 차
감사의 말
들어가며: 페미니즘의 중요성
1장 소비주의, 개인주의, 안티 사회운동
2장 9.11 테러 이후의 포스트 페미니즘
3장 남성 혐오 페미니즘 만들기
4장 남성의 종말과 소년의 위기
5장 여성은 훌륭하다, 하지만 대부분 미움받는다
6장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유익한가
결론
역자 후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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