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공기와 꿈』 국내 출간 20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리커버 개정판!
『공기와 꿈』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문학 연구가로서 남긴 후기 저술에 속하는 작품으로서, 바슐라르가 질료에 관한 상상력 연구(『물과 꿈』)에서 운동에 관한 상상력 연구(『공기와 꿈』)를 거쳐 상상력의 현상학(『공간의 시학』, 『몽상의 시학』)으로 도약하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책에서 바슐라르는 시인들이 단어 속에 감춰놓은 아름답고 내밀한 공기적 이미지가 어떻게 우리 정서에 희망을 주고 우리 삶에 활력을 북돋워주는지, 어떤 힘으로 우리의 내적 영혼을 바꾸어놓는지를 생생하게 조명한다.
『공기와 꿈』 국내 출간 20주년을 기념하여 새롭게 선보이는 이 리커버 개정판에서는 원문의 단어 하나하나를 되짚어보면서 본문을 다듬고 고쳤으며, 각주 운용을 보완하고 용어 통일에도 힘썼다. 이 개정판을 통해 독자들이 다시 한번 바슐라르와 함께 꿈꾸며 그의 상상력의 철학을 제대로 누리길 바란다.
상상력의 철학자 바슐라르가 펼치는
공기에 관한 역동적 상상력
바슐라르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되는 과학철학자, 문학 비평가이자 시인이다. 학문적 이력상으로는 과학철학자로서의 모습이 두드러지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의 면모는 무수한 시와 문학작품들을 읽고 상상력의 역동성과 창조성에 대해 꿈꾸며 일구어낸 문학 연구가로서의 자취이다. 이성을 믿는 과학철학자로서 먼저 뚜렷한 업적을 남긴 바슐라르는 인식론적 성찰 과정에서 과학적 인식의 방해물로만 여겨져온 인간의 정신 활동인 몽상, 즉 상상력의 활동과 그것의 가장 뛰어난 표현인 문학작품의 매력에 사로잡힌다. 이후 『불의 정신분석』의 집필을 경계로 과학적 이성에서 시적 상상력으로 탐구 영역을 옮겨 온 바슐라르는 항상 이성을 인간 정신의 중추로 간주하는 서구의 철학적 전통에 반기를 들며 오랫동안 거짓과 오류의 원흉으로 낙인찍혀 폄하되어온 상상력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상상력이 현실 세계의 변형과 변모를 가능하게 하는 놀라운 창조성을 지닌 것으로 새롭게 인식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 바슐라르는 인간 정신의 인식에 있어 흔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교되는 전환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중요한 사상가이다.
'반反정신분석', '문학하는 인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바슐라르의 독창적 비평
『공기와 꿈』에서 바슐라르는 프로이트의 결정론적 정신분석학에 의거한 텍스트 이해를 거부하고 '반反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정신분석학을 시도한다. 이 책 제1장에서 공중을 나는 꿈에 대한 바슐라르의 분석은 고전적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상징론을 뒤집는 반정신분석으로 시작된다. 그의 심리학은 '콤플렉스'나 '꿈'과 같은 겉보기에는 프로이트적인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신분석을 지향한다.
이처럼 이미 하나의 체계로 확립되어 적용되기만을 기다리는 이론을 거부하고 창조적인 이미지들 각각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다각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바슐라르의 철학은 인간의 운명 또한 새롭게 파악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바슐라르의 철학이 도출해내는 인간 고유의 모습은 호모사피엔스도, 베그르손이 말하는 호모파베르(연장을 가지고 일하는 인간)도 아니다. 그 모습은 명상과 표현의 합체, 사유와 꿈의 합체인 '문학하는 인간'이다. 이 상상력의 철학자는 물질적 상상력, 역동적 상상력에 대한 단순한 발견을 넘어서 이성보다 상상력이 우위를 차지하는 인식의 새로운 방법론을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안하고 있다. 그리하여 문학을 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변모를 꾀하고, 정서적 공감의 비평이라 이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비평의 한 경지를 열어 보인다. 장 이폴리트가 '상상력의 철학자', '지성의 낭만주의'라는 말로 바슐라르를 부르는 것도 바로 이러한 모습을 주목해서일 것이다.
최근 세계적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가 영화와 함께한 자신의 인생을 풀어낸 다큐멘터리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2015, 칸 국제 영화제 명예황금종려상 수상작)에서 바슐라르를 언급한 바 있다. "소르본대학에서 철학자 바슐라르의 열띤 강의를 들었는데, 그는 『공기와 꿈』, 『물과 꿈』,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 『대지와, 의지의 몽상』이라는 상상력의 철학서의 저자이다." 바슐라르의 주요 작품 제목을 나열하며 이 상상력의 철학자를 자신의 영화예술 영감의 원천으로 회고하는 바르다를 통해 문학 세계를 바라보는 바슐라르의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시각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제1장 공중을 나는 꿈」에서 바슐라르는 역동적 몽상에 관련된 구체적인 예들을 제시한다. 공중을 나는 꿈의 체험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보편적이며, 그것은 종종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우리 사유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2장 날개의 시학」에서는 역동적 상상력이 우리에게 인위적인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구별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저 모방이나 하는 시인과 상상력의 창조적 힘으로 진실로 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시인을 구별하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제3장 상상적 추락」에서는 긍정적인 상승의 심리학에 관한 충분한 예를 제시하며 정신적 추락에 대한 모든 은유를 그 부정적인 형태하에 심리학적으로 특징짓고자 한다.
「제4장 로베르 드주아유의 작업」에서 바슐라르는 심리학자이자 임상의였던 드주아유의 작업을 통해 중력에 대항하여 수직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살아가는 용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제5장 니체와 상승적 정신 심리」에서는 위대한 사상가이자 시인인 니체를 전형으로 삼아 상승의 역학에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그의 모든 상징을 통합한다. 이 장에서 독자들은 니체가 얼마나 쉽고 자연스럽게 사유를 상상력에 접합시키는지를, 또 상상력이 어떻게 사유를 생산해내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이어지는 짤막한 장들을 통해 바슐라르는 '푸른 하늘'(제6장), '별자리들'(제7장), '구름들'(제8장), '성운'(제9장)에 관한 빼어난 시적 이미지들 속에 담겨 있는 공기적 상상력을 알아본다. 그리고 한 장을 할애하여 '공기 나무'(제10장)를 다루며 대지에 속하는 존재라도 공기적으로 꿈꿔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제11장 바람」에서는 난폭한 공기, 즉 격노한 바람에 관한 몇몇 자료를 제시한다. 그러나 관련 시적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바탕으로 난폭함은 공기적 심리에는 잘 들어맞지 않으며, 공기적 역동성은 부드러운 숨결의 역동성이라는 결론을 도출한다.
「제12장 소리 없는 낭독」에서 바슐라르는 한 존재가 몸과 영혼을 다해 공기적 상상력의 특성에 자신을 의탁할 때 얻게 되는 활력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결론 1부 문학 이미지」에서는 이 책 전체에 흩어져 있는 문학적 이미지의 진정한 특성에 관한 바슐라르의 관점을 요약하였으며, 「결론 2부 기계론적 운동론과 역동론적 철학」에서는 기계론적 운동론과 역동론적 철학을 대립시키면서 지속으로서가 아니라 단절된 틀의 연계로 운동을 파악하는 단속적 관점의 철학으로는 공기적 상상력의 역동성을 그려 보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가스통 바슐라르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문학 비평가, 시인으로 프랑스 현대 사상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샹파뉴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우체국에서 근무하면서 이과대학 과정을 독학으로 마쳤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자신이 다닌 바르쉬르오브 중학교의 물리, 화학 교사로 일하던 중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일반상대성이론의 영향 아래 철학에 깊이 경도된 바슐라르는 철학 석사에 이어 학사원상을 수상한 논문 「물리학의 한 문제의 진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디종대학의 철학 교수를 거쳐 소르본대학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강의하였으며, 1960년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고, 1961년에는 국가문학대상을 수상했다.
과학철학에 관한 그의 저작들 (『새로운 과학 정신』, 『과학 정신의 형성』, 『부정의 철학』 등)은 영미권 과학인식론과는 다른 프랑스 과학인식론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특히 그의 '인식론적 단절' 개념은 조르주 캉길렘,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르, 피에르 부르디외와 같은 후대 철학자들이 사유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힌 시학에 관한 일련의 저술, 시적 이미지와 상상력에 관한 일련의 연구(『불의 정신분석』, 『물과 꿈』, 『공기와 꿈』, 『대지와 의지의 몽상』, 『대지와 휴식의 몽상』)는 '테마비평'이라는 문학 비평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
옮긴이 : 정영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과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푸아티에대학교에서 수학한 후(D.E.A. 취득), 파리 제10대학교에서 「베르나노스 소설 세계의 풍경과 인물 ― 惡의 해석학에서 希望의 해석학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이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전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대지 그리고 휴식의 몽상』(2002),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2009), 앙리 보스코의 『반바지 당나귀』(2014), 『이아생트의 정원』(출간 예정) 등이 있다. 공저 논문집으로는 『프랑스 현대소설 연구』(1987), 『프루스트와 현대 프랑스 소설』(1998) 등이 있다.
목 차
서론 상상력과 가동성
제1장 공중을 나는 꿈
제2장 날개의 시학
제3장 상상적 추락
제4장 로베르 드주아유의 작업
제5장 니체와 상승적 정신 심리
제6장 푸른 하늘
제7장 별자리들
제8장 구름들
제9장 성운
제10장 공기 나무
제11장 바람
제12장 소리 없는 낭독
결론 1부 문학 이미지
결론 2부 기계론적 운동론과 역동론적 철학
옮긴이의 말
2000년 새 번역에 임하여
2020년 개정판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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