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타인에 대한 인류의 두려움을 탐구하는 세계적 석학의 지혜로운 시선
현대 사회, 고속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아메리칸 드림의 종말과 노동자 계급의 절망, 최근 전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의 공포 앞에서 민주주의는 과연 후퇴하고 있는가, 전진하고 있는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시민들은 불확실한 삶 앞에서 쉽사리 두려움이란 감정에 잠식당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종종 타인(기득권 또는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 분노, 비난과 뒤섞인다. 이성적 사고와 건설적 협력 대신 손쉬운 타자화 전략을 선택해 나와 타인의 날선 경계를 짓게 한다.
성별, 종교, 직업, 나이, 장애, 성적 지향 등 다양한 사회적 편 가르기의 근본에는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배어 있다. 계급 계층 간 갈등, 여성 혐오, 진보와 보수의 대립 등 이러한 정치적 감정들은 늘 이면의 권력자들에 의해 교묘히 조종되어왔다. 세계적 석학이자 정치철학자인 저자 마사 누스바움은 2016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 밤 느꼈던 통렬한 무력감을 기반으로 이 책, 『타인에 대한 연민(원제: The Monarchy of Fear)』을 써내려갔다.
“정치는 필연적으로 감정적일 수밖에 없다” 철학, 심리학, 고전으로 재발견하는 정치적 감정들
현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마사 누스바움은 오래도록 ‘정치적 감정’이라는 표현으로 인류 사회에 현미경을 들이대왔다. 그간의 역작인 『정치적 감정』, 『혐오와 수치심』, 『혐오에서 인류애로』의 연장선인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철학자들의 사상과 현대 심리학자들의 언어를 빌려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인 두려움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미지의 생 앞에서 한없이 불안해진 개인이 어떻게 이를 타인에 대한 배제와 증오로 발산하고, 나아가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지 그 내면의 지도를 그려낸다. 또한 기존의 학자적 시선을 확장해, 이 책을 읽는 이들의 실제 행동을 독려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저자는 두려움이 어떻게 시기와 분노라는 유독한 감정들로 번져 가는지, 대중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현대 민주주의를 좀먹는 과정을 냉철하게 진단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인종 차별,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등의 사례들이 나열된다. 이는 미국의 이야기지만 극심한 기시감을 준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과연, 이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가. 두려움, 분노, 혐오가 쌓아 올린 ‘트럼프주의’로부터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의 추천의 글을 쓴 홍성수 교수는 “한국은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욱 취약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의 사회적 불안과 두려움이 누스바움이 얘기하는 것처럼 증오, 혐오, 분노로 연결되는 사례들이 무수히 많이 목격되고 있다. (…) 이 미국의 노철학자의 간절한 호소가 한국 사회에도 큰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응답했다.
“나의 고통은 결코 타인의 탓이 아니다” 언젠가 연대할 ‘우리’를 위하여
암울한 혐오의 시대를 넘어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서, 저자는 인문학과 예술에서 희망의 실마리를 찾으려 애쓴다. 누군가를 맹렬히 비난하는 일보다,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어렵고 지난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저자이지만 전 세계를 위협하는 정치적 위기 앞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함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그 무엇보다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과 존중을 외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원천을 찾기 위해 저자는 독자에게 다양한 예술 작품, 합리적 토론,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 단체, 비폭력주의로 행동하는 연대 단체, 숱한 학자들이 집대성한 ‘정의’에 대한 이론을 실생활에서 접하도록 권유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은 인간 내면의 아주 조그마한 감정의 변화로부터 시작됨을 거듭 말한다. 타인에 대한 연민, 인류애에 기반한 연대를 주장하는 냉철한 학자이면서 휴머니스트인 저자의 차갑고도 뜨거운 시선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한 발짝씩 걸어가고 있다는 믿음을 멈추지 않는다. 결국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우리’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마사 C. 누스바움
세계적으로 저명한 법철학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 고전학자, 여성학자로서 뉴욕대학교에서 연극학과 서양 고전학으로 학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고전 철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시카고대학교 에른스트 프룬드 법윤리학 종신교수 겸 철학부 교수다. 노엄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등과 함께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선정하는 ‘세계 100대 지성’에 선정되었다.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 『시적 정의』 『혐오와 수치심』 『감정의 격동』 『역량의 창조』 『혐오에서 인류애로』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 『인간성 수업』 『분노와 용서』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등 수많은 책을 썼다.
미국철학학회의 헨리 M. 필립스상, 아스투리아스공상, 프레미오 노니노상, 교토상,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의 돈 M. 랜들상, 최고의 철학가와 사상가에게 주어지는 베르그루엔 철학상 등 세계 각국에서 철학 및 법학 분야의 저명한 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 임현경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연극 무대에 섰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전문 번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나치게 불안한 사람들』, 『불안에 서툰, 당신에게』, 『제3의 식탁』, 『No Baggage, 여행 가방은 필요 없어』, 『설득의 재발견』, 『마즐토브』,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속도에서 깊이로』 등을 번역했다.
목 차
추천의 글_세상을 바꾸는 단초
서문_2016년 11월, 그날 밤
1장 오해 아닌 이해를 위하여
-아메리칸 드림에서 깨어난 미국
-두려움 옹호자와의 대화
-철학은 사회를 구할 수 있는가
-우리는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2장 생애 최초로 마주한 두려움
-인간은 무력하게 태어난다
-두려움이 정치에 이르기까지
-유치한 나르시시즘을 벗어나
-무슬림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고통은 타인의 탓이 아니다
3장 두려움이 낳은 괴물, 분노
-항상 분노하는 나라에서
-부당함이란 뿌리에서 자라난 분노
-분노의 몇 가지 오류들
-보복 없는 저항을 향해
4장 혐오와 배제의 정치학
-하찮은 집단은 없다
-원초적 혐오는 죽음을 향한다
-투사적 혐오와 편 가르기
-우리가 진실로 혐오하는 것
-왜, 지금, 혐오인가
5장 시기심으로 쌓아 올린 제국
-시기는 비판이 될 수 없다
-불확실성에서 태어난 감정
-혁명가들의 선택지
-로마 제국은 재현되지 않는다
6장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
-유독한 감정들의 혼합
-성차별과 여성 혐오
-여성을 가두려 하는 이들
-두려움이 만든 모든 감정을 넘어서
7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아간다
-감정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유익한 희망이란
-두려움 뒤에는 희망이 있다
-인간을 포용하는 예술적 발걸음
-철학자들은 항상 말한다
-품위 있는 투쟁
-주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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