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갈색 종이 가방 안에 담긴 그날의 비밀
데이비는 기억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이야기는 데이비 아빠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두려울 게 없었던 가족, 서로 구속하거나 얽매지 않으며 단란하고 평화롭게 살아왔던 데이비네 가족이지만 아빠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엄마는 밤마다 온 방에 불을 켜고, 데이비는 베개 밑에 빵 칼을 숨긴 채 문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곤두세운다. 어린 남동생 제이슨은 “아빠를 쏜 사람들 말이야. 그 사람들이 돌아와서 우리까지 쏘면 어떡해?”(19면) 하고 걱정한다.
데이비는 학교에 가서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자꾸 기절을 하고, 과호흡에 시달린다. 특히 데이비가 직면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집 안 옷장에 둔 갈색 종이 가방의 존재이다. 그 종이 가방에 대체 무슨 비밀이 깃들어 있기에 그러는 걸까? 아빠가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총에 맞던 날, 데이비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주디 블룸은 자못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회복을 위해 익숙한 집을 떠나 고모네로 향하는 데이비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좇는다. 그리고 데이비가 협곡에서 친구 ‘울프’를 만나고 심리 상담도 받으면서 그동안 회피했던 기억의 빈자리를 마주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비밀스러운 종이 가방이 다시 열리는 순간이 오기까지, 데이비의 곁에서 치유의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는 작가의 자세가 미덥고 따뜻하다.
세상은 정말 위험하고 무서운 곳일까?
비극을 딛고 성장하는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포에버』가 10대의 성(性)과 사랑을 대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주디 블룸은 항상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 왔다. 10대의 고민과 경험을 현실 그대로 전하며, 기성세대의 모순이나 부조리 또한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그린다. 『호랑이의 눈』에서도 작가의 그러한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데이비의 가족이 머물게 된 고모네 집은 백인 중산층이 많은 로스앨러모스라는 도시에 있다.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환경과는 달리 최첨단 무기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특히 원자 폭탄이 처음 개발된 곳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는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두려움과 증오의 감정에 얽매여 사는지를 직접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두려움 때문에 단순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고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깨닫는다.
고모네 가족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면서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는 고모부나 백인 중산층이 아닌 타인은 으레 위험한 대상으로 규정짓고 경계하는 고모는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를 강조하며 데이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 든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협곡에 가지 마라, 데이비. 떨어지는 바위에 맞을지도 모르니까. 자전거 탈 때는 꼭 헬멧 써라, 데이비. 차에 치일지도 모르니까. 스키는 배우면 안 된다, 데이비.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르니까!”
나는 바락바락 악을 썼다.
“얘야, 데이비…….”
엄마가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뒤로 물러났다.
(213~214면)
작가 주디 블룸은 한 가정의 아버지를 앗아간 폭력 범죄와 핵무기를 만들고 소수자를 혐오하며 아이를 어른의 소유물처럼 대하는 다른 차원의 폭력을 대비해 보여 주면서 세상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데이비는 이런 세상에서 자신 또한 계속 겁에 질려서 살아갈지 아니면 더 자유롭고 용감하게 살아갈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나는 평생 두려워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진 않아.”(226면) 하고 다짐한다. 이런 데이비의 결심을 통해 작가는 세상이 아무리 복잡한 곳이라 해도 두려움에 맞서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다 괜찮을 거예요.”
호랑이의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법
한편 데이비가 삶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인 ‘울프’는 이 작품의 빛나는 조연이다. 울프는 데이비의 눈빛에 슬픔이 어려 있음을 알아채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그 덕분에 데이비는 진정 깊고 담대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한층 넓어진 이해와 용기로 삶을 아름답게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작가 주디 블룸은 두려움과 폭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성장하는 데이비의 모습을 힘 있게 전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어떤 변화는 내면 아주 깊은 곳에서 일어”난다는(289면) 데이비의 말처럼 이제 우리가 자신만의 ‘호랑이의 눈’을 찾아 나설 때이다.
데이비는 기억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이야기는 데이비 아빠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두려울 게 없었던 가족, 서로 구속하거나 얽매지 않으며 단란하고 평화롭게 살아왔던 데이비네 가족이지만 아빠의 죽음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엄마는 밤마다 온 방에 불을 켜고, 데이비는 베개 밑에 빵 칼을 숨긴 채 문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곤두세운다. 어린 남동생 제이슨은 “아빠를 쏜 사람들 말이야. 그 사람들이 돌아와서 우리까지 쏘면 어떡해?”(19면) 하고 걱정한다.
데이비는 학교에 가서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자꾸 기절을 하고, 과호흡에 시달린다. 특히 데이비가 직면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집 안 옷장에 둔 갈색 종이 가방의 존재이다. 그 종이 가방에 대체 무슨 비밀이 깃들어 있기에 그러는 걸까? 아빠가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총에 맞던 날, 데이비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주디 블룸은 자못 독자의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회복을 위해 익숙한 집을 떠나 고모네로 향하는 데이비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좇는다. 그리고 데이비가 협곡에서 친구 ‘울프’를 만나고 심리 상담도 받으면서 그동안 회피했던 기억의 빈자리를 마주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비밀스러운 종이 가방이 다시 열리는 순간이 오기까지, 데이비의 곁에서 치유의 과정을 찬찬히 따라가는 작가의 자세가 미덥고 따뜻하다.
세상은 정말 위험하고 무서운 곳일까?
비극을 딛고 성장하는 열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
작가의 또 다른 작품 『포에버』가 10대의 성(性)과 사랑을 대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주디 블룸은 항상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 왔다. 10대의 고민과 경험을 현실 그대로 전하며, 기성세대의 모순이나 부조리 또한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그린다. 『호랑이의 눈』에서도 작가의 그러한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다.
데이비의 가족이 머물게 된 고모네 집은 백인 중산층이 많은 로스앨러모스라는 도시에 있다.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환경과는 달리 최첨단 무기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특히 원자 폭탄이 처음 개발된 곳으로 유명하다. 데이비는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두려움과 증오의 감정에 얽매여 사는지를 직접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 두려움 때문에 단순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고 상처를 남긴다는 점을 깨닫는다.
고모네 가족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를 날려 버릴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면서도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는 고모부나 백인 중산층이 아닌 타인은 으레 위험한 대상으로 규정짓고 경계하는 고모는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를 강조하며 데이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려 든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위험하다! 협곡에 가지 마라, 데이비. 떨어지는 바위에 맞을지도 모르니까. 자전거 탈 때는 꼭 헬멧 써라, 데이비. 차에 치일지도 모르니까. 스키는 배우면 안 된다, 데이비. 식물인간이 될지도 모르니까!”
나는 바락바락 악을 썼다.
“얘야, 데이비…….”
엄마가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뒤로 물러났다.
(213~214면)
작가 주디 블룸은 한 가정의 아버지를 앗아간 폭력 범죄와 핵무기를 만들고 소수자를 혐오하며 아이를 어른의 소유물처럼 대하는 다른 차원의 폭력을 대비해 보여 주면서 세상의 부조리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데이비는 이런 세상에서 자신 또한 계속 겁에 질려서 살아갈지 아니면 더 자유롭고 용감하게 살아갈지를 고민한다. 그리고 “나는 평생 두려워하며 인생을 보내고 싶진 않아.”(226면) 하고 다짐한다. 이런 데이비의 결심을 통해 작가는 세상이 아무리 복잡한 곳이라 해도 두려움에 맞서 인생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걱정 마세요. 우리는 다 괜찮을 거예요.”
호랑이의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는 법
한편 데이비가 삶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인 ‘울프’는 이 작품의 빛나는 조연이다. 울프는 데이비의 눈빛에 슬픔이 어려 있음을 알아채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그 덕분에 데이비는 진정 깊고 담대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한층 넓어진 이해와 용기로 삶을 아름답게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작가 주디 블룸은 두려움과 폭력 앞에서 굴복하지 않고 꿋꿋이 성장하는 데이비의 모습을 힘 있게 전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을까? “어떤 변화는 내면 아주 깊은 곳에서 일어”난다는(289면) 데이비의 말처럼 이제 우리가 자신만의 ‘호랑이의 눈’을 찾아 나설 때이다.
작가 소개
저 : 주디 블룸
Judy Blume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고 뉴욕 대학교를 졸업했다. 어린이에서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까지 다양한 스물 한 권에 이르는 그의 작품은 무려 2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7천만 부 넘게 팔려 나갔다. 지금까지 90여 개가 넘는 각종 상을 받았으며,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어 "The Kids Fund"라는 어린이를 위한 장학 재단을 직접 설립하는 등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논픽션 작가인 남편과 함께 뉴욕의 이스트 코스트에서 살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13살 토니의 비밀』『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별볼일 없는 4학년』『엄마 다시는 그런 짓 안할 거야』『엄마처럼 난 결혼하지 않을래』등이 있다.
역 : 안신혜
숭실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국어국문학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좋은 책을 우리말로 소개하는 일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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