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청소년 소설 ‘빠순이’ 세계를 그리다
단비의 새 책 『반짝반짝』은 ‘덕질’하는 고딩 ‘빠순이’들의 성장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왕년의 ‘오빠부대’에서 ‘오빠순이’, ‘빠순이’로의 변천 과정을 거치며 탄생한 신조어인 ‘빠순이’는 극렬한 팬클럽 회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타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 신인류인 이들은, 주로 스타의 집이나 사무실 앞에서 밤샘을 하며 기다리거나 행사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 다닌다.
우리 사회에 아이돌 산업이 크게 부흥한 이래 ‘빠순이’란 개념은 청소년문화와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되었으나, ‘덕후’와는 미묘하게 다른 ‘비하’와 ‘혐오’의 정서 때문인지, 그 수나 세에 비해 이들을 진지하게 다룬 문학 작품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단비의 이번 신간 『반짝반짝』이 더욱 반가운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청소년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흐름인 ‘팬덤 문화’. 그러나 공부를 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쓸모없는 ‘팬질’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빠순이’의 세계를 신예 작가 차윤미가 깊이 있게 파고들어 무게감 있는 소설로 형상화했다.
현실에서 유일하게 도망칠 수 있는 길을 향해
나를 대신해서 빛나는 ‘별’을 사랑하는 고딩 ‘덕후’들의 이야기
입시 경쟁의 현실 안에서 하루하루 쳇바퀴 굴리듯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친구’라는 관계마저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듯하다.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계에서 아이들은, 경쟁상대인 ‘친구’는 물론 ‘자신’마저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다. “최고의 권력은 결국 1부터 9까지의 숫자 놀음 중 오직 1이 찍힌 성적표”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아이들의 하루하루는 ‘사랑’이나 ‘행복’ 따위의 단어와는 너무도 멀다. 그들의 일상은 끊임없는 비교와 인격 모독 수준의 잔소리로 점철되어 있을 뿐이다. 그뿐인가, ‘가족’이라는 굴레 안에서 선택 불가의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기도 한다.
이 끔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나를 대신해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사랑하는 길이다. “덕후가 된다는 것은, 간절히 좋아하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것은, 힘든 현실에서 도망치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반짝반짝』의 주인공은 괴로운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기 위해서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찾음으로써 사랑을 받고자’ 애썼다. 다만 그 방법을 몰라서 이기적이 되었고, 그게 주변에 상처 주는 걸 알면서도 멈추질 못했을 뿐이다.
‘덕후’ 그들의 은밀한 세계
『반짝반짝』에는 덕질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자신의 반짝이는 ‘스타’를 이제 막 사랑하기 시작하는 입덕부터, 오로지 ‘스타’만을 바라보며 ‘사생’을 뛰는 아이들 그리고 탈덕에 이르기까지 덕후의 여러 버전들이 등장한다. 그러한 덕후들을 그려내는 상황이나 사건의 묘사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의 말투와 은어까지도 요즘 아이들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 있어 작가의 관찰력과 묘사력에 감탄할 정도다.
이 책의 이야기는 단 5분이면 콘서트 전좌석이 마감되는 ‘티켓팅 전쟁’에서부터 시작한다. 피 튀기는 티켓팅이라는 신조어인 ‘피켓팅’ 속에서 기적에 가까운 번호인 ‘사생 구역’의 자리를 얻어내며 ‘금손’으로 등극한 ‘류주연’. 류주연의 티켓을 둘러싸고 ‘어썸 사생’인 최미란과 ‘선플라워 사생’인 정지원이 으르렁거린다. 그러나 둘은 지금은 단절된, 사연 있는 과거의 절친 사이다. 주인공 미란이는 자신의 행복을 찾아 덕후가 되었고, 미란의 친구 지원이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에 대해 다른 덕후들보다 더 많이 알고 으스대고 싶은 마음에 사생팬이 되었다. 덕질이나 팬질과는 전혀 상관없던 티켓팅의 주인공 주연이는 이 둘을 가까이에서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관찰자이자 자신 스스로 덕후의 길에 슬그머니 발을 들여놓으며, ‘덕후’를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데려다주는 인물이다.
여기에 정지원의 라이벌인 반장 지혜가 사생들의 대척점에 서 있다. 작가는 덕질을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고딩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경쟁심으로 똘똘 뭉쳐 오로지 ‘너’를 밟아야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위에서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가기 위해 애쓰는 인물인 지혜를 통해 뼈아프게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친구의 핸드폰을 훔쳐내 라이벌의 사생 동영상을 손에 넣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그로 인한 교내의 흙탕물 싸움으로 인해 덕질과 현실 사이에서 커다란 혼란을 겪은 아이들은 세상과 자신의 덕질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며 진정한 우정을 차츰 찾아가기 시작한다.
현실 고딩에게는 아스라이 먼 ‘사랑’과 ‘행복’
그러나 꿈을 찾아가는 길
작가는 현실 고딩 지혜와 사생팬인 지원의 대결을 통해 선의도 믿음도 친구라는 단어조차도 없어져버린 고딩들의 세계를 지원의 한마디로 아프게 보여준다. “세상이 미친 거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괴물로 만드니까.”
‘친구’마저 입시라는 단어 앞에서 바스러지고 마는 이 시대, 가족마저 ‘사랑’이 아닌 ‘관리’의 대상이 되는 이 미친 세상에 이 아이들은 괴물이 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선택하고 ‘덕후’가 되었다. ‘내’가 없는 일방적인 지독한 짝사랑일지언정 ‘사랑’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의 몸짓은 애처롭지만 아름답다. 입덕부터 탈덕까지 자신의 의지로 나아가며 ‘나’다움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아이들이 안쓰럽지만, 한편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한 뼘쯤 자란다. 내 마음이 가리키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이는 현실 속이라도 아이들은 쉬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고 ‘꿈’을 찾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이다.
‘어둠’이 당연한 밤에도 도시의 인공적인 ‘빛’이 너무 환해서 보이지 않았던 별처럼, 아직은 자신이 ‘별’인지 모르는 아이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빛’을 찾는 날이 오기를…『반짝반짝』의 마지막 문장처럼 누군가의 별을 좆지 않아도, 자신의 별을 믿으면 된다는 걸 아이들이 알게 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빛을 낼 수 없으니까 대신 빛이 나는 존재를 찾았던 두 사람, 탁한 공기를 뚫고 까만 하늘을 지나 별과 닿길 원했던 저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네온사인의 빛으로 가득한 인위적인 세상에서, 진짜 ‘별’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직 그 별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언젠가는 인공위성과는 차원이 다른 빛을 반짝반짝 뿜고 있겠지.
작가 소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대학원 졸업
신이 무엇을 넣을까 고민 중 덕력을 조금… 넣으려다 쏟아 버린 작가
목 차
작가의 말 5
사랑이 뭔데? 11
반짝반짝 작은 별 28
돈과 덕질의 상관관계 : 왕관을 쓰려거든 무게를 견뎌라 56
입덕의 문턱에 있는 자를 위한 지침 82
입덕과 탈덕 사이에 무엇이 있나 98
현타 125
꿈이라는 이름의 문제 152
누구에게나 빈틈은 있다 170
거짓말 196
반짝반짝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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