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치킨이 아닌 닭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닭 뼈로 기억될 ‘치킨 행성’ 지구를 들여다본다
기후 변화와 인류세에 주목하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꾸준히 기록해 온 환경 저널리스트 남종영 작가가 청소년을 위해 쓴 책 『치킨 행성의 비밀』(발견의 첫걸음 13)이 출간되었다.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닭과 인간이 뒤엉킨 3000여 년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으로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저술상을 수상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남종영 작가는 치킨 상자 너머의 닭, 양계장 철망 너머의 닭, 수천 년 역사 너머의 닭을 소환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닭이라는 동물을 낯설게 조명한다. ‘K-치킨’의 흥행 사례를 시작으로 닭과 인간이 문화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어떻게 얽혀 왔는지 다채롭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가 이끄는 ‘닭’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 푸드덕 날개를 휘젓는 그 우아함에 마음을 사로잡히고 나면, 어느 틈에 오늘날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닭을 중심으로 인류세, 기후 위기, 공장식 축산, 동물권 등 쉽지 않은 주제들을 연결해 내고, 청소년 눈높이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환경 위기의 시대, 청소년으로 하여금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고민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계유오덕, 베드로의 수탉…….
3000여 년을 뒤엉켜 살아온 인류의 오랜 친구
‘치킨민국’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오늘의 한국에서 “치킨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우리의 추억과 감정을 함께하는 동반자”(14면)가 되었다. 이 책은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치킨집 창업에 뛰어든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어떻게 K-치킨이라는 문화로 성장했는지 보여 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연 과학과 사회 과학의 관점에서, 인류의 문화사와 사회?경제사를 넘나들며 닭과 인류가 뒤엉켜 살아온 시간들을 주목한다. 닭이 처음 인간의 곁에서 살게 된 약 3600년 전의 사건을 생물고고학자들의 최신 연구 결과와 함께 꼼꼼히 살피는가 하면, 중국에서 발견된 화석을 통해 닭이 사실은 공룡의 후손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닭을 가축화한 최초의 목적은 닭싸움’이라고 볼 정도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닭싸움에 열광해 온 인류의 역사, 닭의 다섯 가지 미덕에서 배움을 얻는 계유오덕(?有五德), 성경 속의 베드로와 닭 울음 이야기 등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의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한 닭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마당을 지키다 때에 맞추어 울며 인간에게 여러 깨달음을 주었던 닭. 그런데 왜 오늘의 닭들은 공장식 축산 농장에 갇히게 된 것일까?
닭 뼈로 기억될 시대
인류세의 치킨들
작가는 ‘인류세(Anthropocene)’ 개념을 소개하며, 1950년대를 기점으로 지질 시대를 새로 정하자는 주장이 있을 만큼 인류가 지구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는 점을 설명한다. 어떤 과학자들은 인류세를 대표하는 표식 후보로 닭 뼈를 제안했다. 세계 어디에나 닭 뼈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닭 10억 마리가 죽는다. 지구 전체로는 700억 마리가 죽는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닭들이 죽고 있다.
닭의 공장식 축산은 1923년 미국 동부의 한 농가에서 우연히 시작됐다. 산란용 암평아리 50마리를 주문했는데 업체가 실수로 500마리를 부쳐 준 것. 농부는 “그래, 한번 키워 보자!” 마음먹었고, 좋은 값에 고기용 닭을 팔게 된다. 농부는 점차 사육 규모를 키웠고, 주변 이웃들도 고기용 닭 사육에 뛰어든다. 정부와 자본이 개입하고, 선의와 탐욕이 교차하며 인간들은 더 많은 닭을 더 효율적으로 키우게 된다. 살이 많고 부드러운 닭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교배하고, 항생제도 잔뜩 먹였다. 그 덕분에 현대의 인류는 싼 값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고, 가난과 영양실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닭들은 급속도로 불행해졌다. 고기가 될 운명의 닭들은 비대한 가슴살과 약한 다리를 지닌 채 한 달도 안 되어 도축장으로 실려 갔다. 암탉들은 A4 용지 한 장 크기의 케이지에 갇혀 하루에 거의 한 알씩 계란을 낳았다. 너무도 많은 닭고기와 달걀을 먹고 있는 인류에 조용하게 위협이 닥치고 있다. 이 책은 조류 인플루엔자의 변이와 항생제 내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단순한 진실을 상기한다. “닭이 아프면 인간도 아플 수 있다는 점을.”(107면)
기후 위기와 동물권 딜레마
복잡한 함정들 속의 고민
이 책이 던지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은 기후 위기와 동물권의 딜레마이다. 어떤 이들은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해 “소고기 대신 닭고기에서 단백질을 섭취하자.”라고 주장한다. 닭고기 1킬로그램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고기의 4분의 1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같은 양의 고기를 얻으려면 소보다 200배 많은 닭을 죽여야 한다. 게다가 전 세계 닭들의 상당수가 공장식 농장에서 사는 반면, 호주나 뉴질랜드의 소들은 방목하는 게 일반적이다. 평균적으로 소들이 닭들보다 약간은 나은 삶을 사는 것이다. 불행한 삶에 불행한 죽음을 더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해법은 모호해진다.
인류에 저렴한 닭고기를 선물한 공장식 축산이,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한 누군가의 노력이 닭에게는 불행을 선사했다. “세상은 정말 복잡하다”(117면). 작가는 하나의 해답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개인적 차원에서 고기 소비를 줄이고, 기업 차원에서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정부 차원에서 채식과 동물 복지를 장려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노력이 있음을 분명히 한다.
남종영 작가는 세계를 여행하며 만났던 ‘길 닭’을 소개한다. 그늘이 드리운 주차장과 풀숲에서 쉬다가 인간이 내놓은 물과 모이를 먹기도 하는 ‘길 닭’들은 자연스러운 도시 생태계의 일원이었다. 어쩌면 우리 주변의 닭들에게도 새로운 방식의 삶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말한다. “적지 않은 사람이 마당 닭을 키우고 거리에서 길 닭을 마주치는 시간이 축적”된다면(141면)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작가 소개
남종영
환경 저널리스트이자 KAIST 인류세연구센터 참여연구원. 영국 브리스틀대학교에서 인간-동물 관계를 공부했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북극과 남극, 적도를 오가며 기후 변화로 고통받는 인간과 동물을 기록한 ‘지구 종단 3부작’ 시리즈와 수족관에 갇혀 돌고래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고향 바다로 돌아가게 한 기사를 쓴 것을 인생 최고의 보람으로 여긴다. 『북극곰은 걷고 싶다』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 『안녕하세요, 비인간동물님들!』 『동물권력』 『다정한 거인』 등을 썼다. 2023년 한국출판문화상 교양 부문 저술상을 받았다.
목 차
프롤로그 닭 뼈로 기억될 시대
1장 닭에 얽힌 사람들
2장 야생 닭이 마을로 간 까닭은?
3장 공룡들의 배틀 로열
4장 닭에게는 다섯 가지 덕목이 있으니
5장 ‘내일의 닭’과 공장식 축산
6장 인류세와 치킨들의 행성
7장 닭으로 흥한 자, 닭으로 망하리라
8장 기후 위기와 동물권 딜레마
9장 ‘더 나은 닭’과 동물 복지
에필로그 플로리다의 길 닭이 가르쳐 준 것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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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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