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왜 ‘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까?
시와 그림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
시 좋아하세요? 그림은요? 대뜸 “글쎄, 시는 어려워서….”, “좋아하긴 하지만, 그림은 그냥 보고 느끼면 되는 거 아냐?”라는 대답도 들립니다. 그래서 그런 이들을 위해 시나 그림을 읽어 주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란 무엇이며 어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책, 그림을 둘러싼 맥락과 사연을 설명해 주는 책들 말입니다. 하지만 시·그림에 대해 말할 때는 어떤가요? 시라면 평론가처럼 ‘객관적’인 분석을 곁들여, 그림이라면 미술사 관련 배경지식을 섞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인·화가의 생애와 관련된 몇몇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아는 척을 해 본다거나, 깔끔하게 시 한 구절, 그림 한 점만 SNS에 올려놓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말이에요. 혹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해지기 바라는 것, 시나 그림이 대신 전달해 주기를 원하는 것은 시에 얽힌 ‘나’의 기억과 감정, 그림에 반응하는 당신의 마음은 아닌가요?
그리고 여기, 시·그림과 함께, 그 둘을 겹쳐서, 에두르지 않고 그냥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있습니다. 시도 좋아하지만 그림도 역시 좋아하는 오랜 친구가 손으로 써서 보낸 편지를 받은 기분입니다. 따스한 햇볕 아래서 편지를 읽는 기분에 휩싸이게 하는 이 책의 제목은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입니다. 물론 이 책은 작가 및 작품에 관한 이해를 돕는 문학·미술사적 설명도 담고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 개인의 경험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저자는 시 「빨래 너는 여자」에 그림 「빨래 너는 여인」을 포개어 젊은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 저편의 시간을 떠올립니다. 샤갈의 「생일」과 이해인의 「꽃밭 편지」를 엮어서 생일 선물에 관한 유년기의 추억을 끄집어내고요. 고영민의 「꼬리는 개를 흔들고」에 고야의 「모래에 묻히는 개」를 연결해 실패하고 몹시 힘들었던 청춘의 어느 시절을 고백합니다. 그렇게 시와 그림은 잊은 줄 알았던 시간으로 저자를 데려다 놓거나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를 어루만집니다. 그러나 이 사적인 체험의 언어는 마냥 주관적인 ‘남’의 이야기로 남지 않습니다. 시와 그림을 거치면서 보편성을 획득하며, 우리에게도 “나도 저런 적 있는데….” 또는 “나도 그런 감정 알아.” 하는 일깨움, 나아가 감성적인 충만함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를 읽고 나면, 당신도 분명 당신을 움직였던 시와 그림에 대해 아주 담담하고 편안하게,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겨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 시와 그림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이 책은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시와 그림을 겹쳐 읽는 기쁨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에는 ‘고흐 씨’가 등장할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 드려야 합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하얀 석고상과 이젤, 물감 자국에 매료되어서 화실을 동경하던 소녀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지만, 저자가 겪었던 청춘도 마냥 반짝이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든가 잊히고 말 줄 알았는데 위로받지 못한 마음들은 예상하지 못한 때에 나를 찌르곤 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시로 썼지만(저자는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시인이기도 합니다), 더 깊은 곳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할 때, 우연히 고흐의 「슬픔」을 만났습니다. “벌거벗은 여자가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연필 스케치를 보는 순간, 그냥 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흘렀”고, 그 이후 “어떻게 그림이 내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던 건지, 다른 그림들도 그런 건지 알고 싶어서” 더 많은 그림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자는 그림에서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발견했고, “그날의 위안을 내 안의 고흐에게, 시 한 편의 시간으로라도 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이런 제목을 불러왔습니다.
따라서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에는 ‘고흐 씨’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고흐 씨’는 이 책의 출발점이자 숨은 청자/수신자/독자인 셈입니다. 이렇게 이 책은 마음이 시를, 다시 그림을(또는 마음이 그림을, 다시 시를) 만나는 특별한 순간에 주목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색채와 글자라는 차이가 있을 뿐”, 그림과 시가 주는 감동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둘이 만나면 “서로의 빈 곳을 채워 주”며 “더 커다란 울림을 전”해 줍니다. “그 안에서 문득 나를 만나기도 하고, 잊혔던 옛 추억에 눈물 어린 미소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마음의 어떤 매듭이 풀려 자유로워지는 시간”도 있고 “아주 사소하고 잠깐의 마주침으로도 정신이 소스라치는 날”도 있습니다. 시가 내 마음에 응답하고, 그림은 그 응답을 증폭시킬 때,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우리의 삶은 더욱더 풍성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그림-마음 읽기는 “그림 속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시처럼 읽고, 시인이 쓴 이미지를 한 폭의 그림처럼 상상”하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당신에게, 시와 그림이 알아챈 마음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안내해 줄 뿐만 아니라, 시와 그림을 겹쳐 읽는 기쁨, 그것을 위한 새로운 시·그림 읽기의 기술을 소개해 줄 것입니다. 이 책을 차분히 따라가며 우리의 마음과 공명하는 시와 그림, 나아가 다른 예술 작품들로 연결된 세계를 발견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결코 혼자 누리거나 짊어져야 할 몫은 아닐 것입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당신은 어른입니까? 당신이 꿈꾸던 어른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최근 ‘어른’에 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그렇게 괜찮은 척 하는 대한민국 ‘어쩌다 어른’ 여러분”을 위한 특강 쇼 「어쩌다 어른」, 엄연히 어른의 나이이건만 엄마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싱글 남자들의 이야기 「미운 우리 새끼」가 TV에서 인기를 끌었고, 작년부터 ‘어른’을 제목으로 내건 책들이 유독 눈에 띕니다. 이 책들은 ‘어쩌다 어른’이 되어서 ‘어른인 척’하면서 ‘어른이라는 거짓말’을 하는 ‘겁이 많’은 어른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른이 되기는 글렀’다고 자조하거나,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 탐구해 보거나, ‘어른 연습’을 권하는 등 저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합니다. 어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며, 어른이라면, 어른이니까 당연히 요구되는 것대로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어른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입니다. 이 책 또한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빨래하는 엄마 곁에서 비누 거품 놀이를 하고, 친구의 새 운동화를 질투하고, 거울을 보며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될 것 같니?’라고 묻던 아이는 “표정을 감추고 나를 쳐다보는 세상”에 던져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혼자 견뎌야 할 감정들만 많아질 뿐”이었고, “어른이니까”라는 이유로 “눈물을 꽉 막고 있었던” 날들이 지속되었습니다(「눈물의 맛, 눈물의 농도」). 어른의 시간이란 “무심하고 무덤덤한 하루가 점점 늘어나 작은 감정들은 쉽게 놓치”고(「숨기고 싶고 고백하고 싶은」),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동화[『벌거벗은 임금님』] 속의 신하들처럼” “더러 그런 속 쓰린 일을 겪”어야 합니다(「한밤중의 맨발」). 이때, 시는, 그리고 그림은 “눈시울을 적시고 코끝을 닦으며 울던 일이 오래전의 기억이 되어 버린” 저자에게 “샘물을 다시 채우는 기분”을 안겨 주고, “가슴에 온기를 지켜 줄 만큼의 비밀”을 소망하게 하고, “자기 맨발을 보며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시와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견디고 감추고 지우는 것을 ‘어른답다’고 여기는 관점에 균열을 냅니다. 아울러,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조차 시간에 지워져 희미해질 때” “그것들을 다시 느끼게 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줍니다. 사실 이 책은 나이가 들면서 아련해지고 끝내 잊히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발견한 순간에 출현하는 기쁨과 슬픔, 애도와 성숙의 문장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적습니다. 시와 그림은 “삶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도록, 슬픔으로부터 조금 더 빨리 회복되도록, 그리고 아픔을 보다 잘 견디도록 해 주었”다고요.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위로’나 ‘행복’이라는 흔한 말에 안주하는 당신에게 외로움, 그리움, 미움, 놀라움 등 마음의 무한한 영토를 탐험하는 시의 효용, 그림의 쓸모를 환기시킬 것입니다. 나아가, 이 책이 열어 놓은 무수한 시간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고 ‘어른이라서’ 더욱 소중한 일상이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운진
나라는 존재의 작은 맥박을 들려주고 싶었으나, 세상에 늘 지곤 했다. 눈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슬픔이 쌓이면서 시를 쓰는 날이 시작되었다. 힘찬 삶을 꿈꿨던 만큼 지쳐 가던 시절, 화실을 동경하던 어릴 적 마음으로 그림 보는 사람이 되어 시와 그림 사이 어디쯤을 여행하듯 지냈다. 때로는 시가 밤하늘을 그려 주고 때로는 그림이 침묵을 읽어 주었다. 그곳에서는 슬픔도 멋진 동반자였다. 나에게 슬픔을 쓰는 건 슬픔을 포옹하는 일임을 알게 해 준 시와 그림 속 목소리들, 그것을 글로 옮겼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여행처럼 오늘도 마음이 부르는 풍경 속으로 간다.
그동안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과 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를 펴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며 | 다시, 슬픔이 말을 걸면
1 전 시 실
부드러운 햇살이 창턱에 앉아 있고
햇볕 좋은 날
강은교 「빨래 너는 여자」
카미유 피사로 [빨래 너는 여인]
참 특별한 생일 선물
마르크 샤갈 [생일]
이해인 「꽃밭 편지」
엄마의 낡은 스웨터
장 프랑수아 밀레 [뜨개질 수업]
문태준 「두터운 스웨터」
감자 냄새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김선우 「감자 먹는 사람들」
숨기고 싶고 고백하고 싶은
한용운 「비밀」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 [비밀]
러브레터
신용목 「실상사에서의 편지」
요하네스 베르메르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2전시실
가장 밑바닥 감정의 기록
버려진 개
고영민 「꼬리는 개를 흔들고」
프란시스코 고야 [모래에 묻히는 개]
등의 슬픔을 보여 줘
오귀스트 로댕 [다나이드]
서안나 「등」
마음을 태우는 위험한 불꽃
에드바르트 뭉크 [질투]
남진우 「불면」
내가 미워했던 사람
렘브란트 판 레인 [돌아온 탕자]
정호승 「용서의 의자」
눈물의 맛, 눈물의 농도
디르크 바우츠 [울고 있는 마돈나]
성미정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한없이 혼자인 날
김정희 [세한도]
신현정 「적소」
마지막 한 줄로 연주하는 노래
조지 프레더릭 와츠 [희망]
천양희 「희망이 완창이다」
3전시실
사물의 기억, 세상의 약속
나와 나, 그리고 나
윤두서 [자화상]
서정주 「자화상」
한밤중의 맨발
김기택 「맨발」
르네 마그리트 [붉은 모델]
마술 거울
파블로 피카소 [거울 앞의 소녀]
이상 「거울」
작지만 큰 세상, 서재
장한종 [책가문방도]
이선영 「나의 독서」
땅의 숨결을 담은 옛 지도
작가 미상 [전주 지도]
황동규 「옛 지도」
세상의 유명한 사과들
알브레히트 뒤러 [아담과 이브]
폴 세잔 [과일 접시가 있는 정물]
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잔혹한 시간이 지나가고
존 싱어 사전트 [독가스를 먹은 병사들]
최명란 「아우슈비츠 이후」
아카이브 | 인용 작품 리스트
왜 ‘나’의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까?
시와 그림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
시 좋아하세요? 그림은요? 대뜸 “글쎄, 시는 어려워서….”, “좋아하긴 하지만, 그림은 그냥 보고 느끼면 되는 거 아냐?”라는 대답도 들립니다. 그래서 그런 이들을 위해 시나 그림을 읽어 주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란 무엇이며 어떤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책, 그림을 둘러싼 맥락과 사연을 설명해 주는 책들 말입니다. 하지만 시·그림에 대해 말할 때는 어떤가요? 시라면 평론가처럼 ‘객관적’인 분석을 곁들여, 그림이라면 미술사 관련 배경지식을 섞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인·화가의 생애와 관련된 몇몇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아는 척을 해 본다거나, 깔끔하게 시 한 구절, 그림 한 점만 SNS에 올려놓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말이에요. 혹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저절로 전해지기 바라는 것, 시나 그림이 대신 전달해 주기를 원하는 것은 시에 얽힌 ‘나’의 기억과 감정, 그림에 반응하는 당신의 마음은 아닌가요?
그리고 여기, 시·그림과 함께, 그 둘을 겹쳐서, 에두르지 않고 그냥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 있습니다. 시도 좋아하지만 그림도 역시 좋아하는 오랜 친구가 손으로 써서 보낸 편지를 받은 기분입니다. 따스한 햇볕 아래서 편지를 읽는 기분에 휩싸이게 하는 이 책의 제목은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입니다. 물론 이 책은 작가 및 작품에 관한 이해를 돕는 문학·미술사적 설명도 담고 있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저자 개인의 경험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저자는 시 「빨래 너는 여자」에 그림 「빨래 너는 여인」을 포개어 젊은 엄마와 함께했던 기억 저편의 시간을 떠올립니다. 샤갈의 「생일」과 이해인의 「꽃밭 편지」를 엮어서 생일 선물에 관한 유년기의 추억을 끄집어내고요. 고영민의 「꼬리는 개를 흔들고」에 고야의 「모래에 묻히는 개」를 연결해 실패하고 몹시 힘들었던 청춘의 어느 시절을 고백합니다. 그렇게 시와 그림은 잊은 줄 알았던 시간으로 저자를 데려다 놓거나 여전히 남아 있는 상처를 어루만집니다. 그러나 이 사적인 체험의 언어는 마냥 주관적인 ‘남’의 이야기로 남지 않습니다. 시와 그림을 거치면서 보편성을 획득하며, 우리에게도 “나도 저런 적 있는데….” 또는 “나도 그런 감정 알아.” 하는 일깨움, 나아가 감성적인 충만함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를 읽고 나면, 당신도 분명 당신을 움직였던 시와 그림에 대해 아주 담담하고 편안하게, ‘나’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겨날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 시와 그림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이 책은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줄 것입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시와 그림을 겹쳐 읽는 기쁨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에는 ‘고흐 씨’가 등장할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자의 이야기를 들려 드려야 합니다. 그 사연은 이렇습니다. 하얀 석고상과 이젤, 물감 자국에 매료되어서 화실을 동경하던 소녀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지만, 저자가 겪었던 청춘도 마냥 반짝이지는 않았습니다. 저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든가 잊히고 말 줄 알았는데 위로받지 못한 마음들은 예상하지 못한 때에 나를 찌르곤 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시로 썼지만(저자는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시인이기도 합니다), 더 깊은 곳의 마음을 어찌하지 못할 때, 우연히 고흐의 「슬픔」을 만났습니다. “벌거벗은 여자가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연필 스케치를 보는 순간, 그냥 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흘렀”고, 그 이후 “어떻게 그림이 내 마음을 알아챌 수 있었던 건지, 다른 그림들도 그런 건지 알고 싶어서” 더 많은 그림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자는 그림에서 “나를 다독이는 방법”을 발견했고, “그날의 위안을 내 안의 고흐에게, 시 한 편의 시간으로라도 갚아 주고 싶”은 마음이 이런 제목을 불러왔습니다.
따라서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에는 ‘고흐 씨’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고흐 씨’는 이 책의 출발점이자 숨은 청자/수신자/독자인 셈입니다. 이렇게 이 책은 마음이 시를, 다시 그림을(또는 마음이 그림을, 다시 시를) 만나는 특별한 순간에 주목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색채와 글자라는 차이가 있을 뿐”, 그림과 시가 주는 감동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둘이 만나면 “서로의 빈 곳을 채워 주”며 “더 커다란 울림을 전”해 줍니다. “그 안에서 문득 나를 만나기도 하고, 잊혔던 옛 추억에 눈물 어린 미소가 지나가기도” 합니다. “마음의 어떤 매듭이 풀려 자유로워지는 시간”도 있고 “아주 사소하고 잠깐의 마주침으로도 정신이 소스라치는 날”도 있습니다. 시가 내 마음에 응답하고, 그림은 그 응답을 증폭시킬 때,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우리의 삶은 더욱더 풍성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그림-마음 읽기는 “그림 속에 담긴 화가의 마음을 시처럼 읽고, 시인이 쓴 이미지를 한 폭의 그림처럼 상상”하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당신에게, 시와 그림이 알아챈 마음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안내해 줄 뿐만 아니라, 시와 그림을 겹쳐 읽는 기쁨, 그것을 위한 새로운 시·그림 읽기의 기술을 소개해 줄 것입니다. 이 책을 차분히 따라가며 우리의 마음과 공명하는 시와 그림, 나아가 다른 예술 작품들로 연결된 세계를 발견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은 결코 혼자 누리거나 짊어져야 할 몫은 아닐 것입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당신은 어른입니까? 당신이 꿈꾸던 어른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요?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요? 최근 ‘어른’에 관한 이야기가 부쩍 늘었습니다. “슬프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그렇게 괜찮은 척 하는 대한민국 ‘어쩌다 어른’ 여러분”을 위한 특강 쇼 「어쩌다 어른」, 엄연히 어른의 나이이건만 엄마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싱글 남자들의 이야기 「미운 우리 새끼」가 TV에서 인기를 끌었고, 작년부터 ‘어른’을 제목으로 내건 책들이 유독 눈에 띕니다. 이 책들은 ‘어쩌다 어른’이 되어서 ‘어른인 척’하면서 ‘어른이라는 거짓말’을 하는 ‘겁이 많’은 어른들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른이 되기는 글렀’다고 자조하거나,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지 탐구해 보거나, ‘어른 연습’을 권하는 등 저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은 비슷합니다. 어른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며, 어른이라면, 어른이니까 당연히 요구되는 것대로 살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어른의 삶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이에 대한 하나의 대답입니다. 이 책 또한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빨래하는 엄마 곁에서 비누 거품 놀이를 하고, 친구의 새 운동화를 질투하고, 거울을 보며 ‘난 커서 어떤 사람이 될 것 같니?’라고 묻던 아이는 “표정을 감추고 나를 쳐다보는 세상”에 던져진 어른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혼자 견뎌야 할 감정들만 많아질 뿐”이었고, “어른이니까”라는 이유로 “눈물을 꽉 막고 있었던” 날들이 지속되었습니다(「눈물의 맛, 눈물의 농도」). 어른의 시간이란 “무심하고 무덤덤한 하루가 점점 늘어나 작은 감정들은 쉽게 놓치”고(「숨기고 싶고 고백하고 싶은」),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동화[『벌거벗은 임금님』] 속의 신하들처럼” “더러 그런 속 쓰린 일을 겪”어야 합니다(「한밤중의 맨발」). 이때, 시는, 그리고 그림은 “눈시울을 적시고 코끝을 닦으며 울던 일이 오래전의 기억이 되어 버린” 저자에게 “샘물을 다시 채우는 기분”을 안겨 주고, “가슴에 온기를 지켜 줄 만큼의 비밀”을 소망하게 하고, “자기 맨발을 보며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을 생각하”게 합니다. 시와 그림은 자신의 감정을 견디고 감추고 지우는 것을 ‘어른답다’고 여기는 관점에 균열을 냅니다. 아울러,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들조차 시간에 지워져 희미해질 때” “그것들을 다시 느끼게 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줍니다. 사실 이 책은 나이가 들면서 아련해지고 끝내 잊히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발견한 순간에 출현하는 기쁨과 슬픔, 애도와 성숙의 문장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적습니다. 시와 그림은 “삶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도록, 슬픔으로부터 조금 더 빨리 회복되도록, 그리고 아픔을 보다 잘 견디도록 해 주었”다고요.
『고흐 씨, 시 읽어 줄까요』는 ‘위로’나 ‘행복’이라는 흔한 말에 안주하는 당신에게 외로움, 그리움, 미움, 놀라움 등 마음의 무한한 영토를 탐험하는 시의 효용, 그림의 쓸모를 환기시킬 것입니다. 나아가, 이 책이 열어 놓은 무수한 시간들 사이를 거닐다 보면,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고 ‘어른이라서’ 더욱 소중한 일상이 펼쳐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이운진
나라는 존재의 작은 맥박을 들려주고 싶었으나, 세상에 늘 지곤 했다. 눈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슬픔이 쌓이면서 시를 쓰는 날이 시작되었다. 힘찬 삶을 꿈꿨던 만큼 지쳐 가던 시절, 화실을 동경하던 어릴 적 마음으로 그림 보는 사람이 되어 시와 그림 사이 어디쯤을 여행하듯 지냈다. 때로는 시가 밤하늘을 그려 주고 때로는 그림이 침묵을 읽어 주었다. 그곳에서는 슬픔도 멋진 동반자였다. 나에게 슬픔을 쓰는 건 슬픔을 포옹하는 일임을 알게 해 준 시와 그림 속 목소리들, 그것을 글로 옮겼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여행처럼 오늘도 마음이 부르는 풍경 속으로 간다.
그동안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과 에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를 펴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며 | 다시, 슬픔이 말을 걸면
1 전 시 실
부드러운 햇살이 창턱에 앉아 있고
햇볕 좋은 날
강은교 「빨래 너는 여자」
카미유 피사로 [빨래 너는 여인]
참 특별한 생일 선물
마르크 샤갈 [생일]
이해인 「꽃밭 편지」
엄마의 낡은 스웨터
장 프랑수아 밀레 [뜨개질 수업]
문태준 「두터운 스웨터」
감자 냄새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김선우 「감자 먹는 사람들」
숨기고 싶고 고백하고 싶은
한용운 「비밀」
윌리앙 아돌프 부그로 [비밀]
러브레터
신용목 「실상사에서의 편지」
요하네스 베르메르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2전시실
가장 밑바닥 감정의 기록
버려진 개
고영민 「꼬리는 개를 흔들고」
프란시스코 고야 [모래에 묻히는 개]
등의 슬픔을 보여 줘
오귀스트 로댕 [다나이드]
서안나 「등」
마음을 태우는 위험한 불꽃
에드바르트 뭉크 [질투]
남진우 「불면」
내가 미워했던 사람
렘브란트 판 레인 [돌아온 탕자]
정호승 「용서의 의자」
눈물의 맛, 눈물의 농도
디르크 바우츠 [울고 있는 마돈나]
성미정 「눈물은 뼛속에 있다는 생각」
한없이 혼자인 날
김정희 [세한도]
신현정 「적소」
마지막 한 줄로 연주하는 노래
조지 프레더릭 와츠 [희망]
천양희 「희망이 완창이다」
3전시실
사물의 기억, 세상의 약속
나와 나, 그리고 나
윤두서 [자화상]
서정주 「자화상」
한밤중의 맨발
김기택 「맨발」
르네 마그리트 [붉은 모델]
마술 거울
파블로 피카소 [거울 앞의 소녀]
이상 「거울」
작지만 큰 세상, 서재
장한종 [책가문방도]
이선영 「나의 독서」
땅의 숨결을 담은 옛 지도
작가 미상 [전주 지도]
황동규 「옛 지도」
세상의 유명한 사과들
알브레히트 뒤러 [아담과 이브]
폴 세잔 [과일 접시가 있는 정물]
함민복 「사과를 먹으며」
잔혹한 시간이 지나가고
존 싱어 사전트 [독가스를 먹은 병사들]
최명란 「아우슈비츠 이후」
아카이브 | 인용 작품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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