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넙도 선생, 몽골 낙타 타고
변방의 삶을 노래한 육자배기, 어머니의 언어
김진경, 도종환, 안도현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시인이라는 것과 교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교사 출신 시인! 이른 바 그들 교사 시인들이 1990년대에 만든 단체, 교육문예창작회 회장인 나종입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어머니의 언어』를 작은숲에서 출간했다. 그는 “윤선도의 아지트였던 보길도와 전복의 섬인 노화도 옆의 작은섬” 노화중학교 넙도 분교에서 한동안 국어 선생으로 일했는데, 이 시집에는 그 시절을 바탕으로 쓴 시들이 많다. 특히 시집의 발문을 쓴 조현설(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시인은 아마도 “바람과 파도, 파도와 닮은 아이들과 섬에 살면서 방문을 두드리는 시를 맞이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일상인 교사 시인들에게 어쩌면 시는 아이들에게 쓰는 반성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너희 앞에 반성문을 쓴다
나무 등걸같이 살아온 나의 삶이
무에 그리 자랑스럽다고 너희 앞에 서리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비겁하게 못 본 체 도망치려 했던
아내가 쓰다만 헝겊 자투리 같은 생애, 낭떠러지 같은 생애
코가 땅에 닿을 것 같지만
여명같이 다가서는 그리움 같은 삶
희망이라 불러보며
투덕투덕 어깨동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 「반성문」 전문
육지의 변방, 넙도에서 시를 맞이한 시인의 눈은 다시 몽골로 향한다. 그곳에 낙타가 있고 시인은 낙타의 눈에서 먼 바다를 본다. 자신의 꿈을 실어 보낸 바다를 찾는 것이다. ‘몽골시편’이라는 연작시가 여섯 개나 등장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사막을 꿈꾸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시인은 사막 그 모래 속으로 흐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강물이 흘러 만들어 낸 호수를 낙타의 눈에서 만난다. 사막, 바다 그리고 그 머나먼 망망대해를 가는 낙타, 인생...... 그리고 우리들의 삶, 그러나 그 삶은 변방이다.
사막에서 강물은 모래 속으로 흐릅니다
그리하여 그 강물이 모여
낙타의 눈에 호수를 만들었습니다
(중략)
몇 겁의 세월을
날실과 올실로 짜서
연못 한 가운데 풍덩 던져 놓았던
그 아름다움을 끝내 건져 올리고야 말리라
- 「몽골시편 1」 부분
한반도의 변방, 넙도! 그리고 아시아의 변방, 몽골! 넙도에서 시인이 된 그는 몽골 사막으로 가 “아름다움을 끝내 건져 올리고야 말리라”고 다짐하지만, 그에게 포착된 세상은 또한 “뿌리 내리지 못한 삶의 사막”이다. 역시 변방이다. 그는 시인의 눈으로 다시 변방의 삶에 주목한다. 변방에 사는 그들은 “「대학로 노점상」이 형상화한 새끼 식모가 되기 위해 상행선 열차를 탔던 누이, 구로공단에 취직했던 누이, 월남전에 참전했다 절름발이가 된 사내와 결혼한 누이”이다. 연장을 짊어지고 지하철 2호선을 타던 육자배기 가락이 좋던 함평 아재도 그렇다. 그가 이렇듯 늘 변방을 노래한 것은 “삶의 변방에서 울려나오는 육자배기”가 그의 귀에 들리기 때문이다. 그 육자배기는 어머니의 언어로 이어진다.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뉴스를 보시다가
‘엔간이들 허제!’
어린 시절 우리 형제들끼리 다툴 때
항상 하시는 말씀
‘엔간이들 허제!’
아침에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국민들에게 협박을 하고 있으니
또 말씀하셨다
‘엔간이들 허제!’
- 「어머니의 언어」 부분
어머니의 육자배기는 “엔간이들 허제!”다. 시인은 여기에 “어머니의 언어에는 / 상생이 숨어 있다”고 하고, 조현설 교수는 어머니의 언어를 “서로를 보듬어 주는 상생의 언어”라고 규정한다. 즉 이제까지 줄곧 변방의 삶을 주목해 온 시인이 다다른 시의 세계는 ‘상생’이라는 말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고 힘들게 한 대상에게 던지는 어머니의 화법, 어머니의 언어는 “엔겐이들 허제!”, 포기도 아니고, 적대적 관계에 대한 투쟁도 아니고, 그 대상을 껴안는, 그 대상이 본질이 무엇이든 어머니의 언어로 순화시킬 수 있는, 평화와 상생의 언어다.
변방의 삶은 고달프다. 그러나 변방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사막 밑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낙타의 눈에 비친 바다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이다. 그 희망을 찾아 오랜 세월 ‘변방’을 주목해 온 시인의 삶과 그의 시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육자배기에 한번 귀기울여 보자.
추천사 - 넙도 선생 몽골 낙타 그리고 어머니의 언어
나 시인이 낙타의 눈에서 건져 올렸던 아름다움은 그리움일 수도 있고, 백골 위의 역사일 수도 있겠다. 또 몽골에서 길어 올리고 싶었던 아름다움은 그가 넙도에서 만나 가르치며 뒹굴었던 희승이와 같은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 강물과 호수와 바다를 눈망울 속에 간직한 몽골의 낙타는 희승이를 품은 넙도의 선생이어도 좋겠다. 아니 그럴 것이다. (중략) 넙도는 한반도의 변방이다. 유배지에도 끼지 못한 유배지이다. 몽골은 아시아의 변방이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변방의 시인, 작가들이나 동경하는 거친 땅이다. 생각해 보면 넙도와 몽골의 사막만 변방이 아니다. 뿌리 내리지 못한 삶의 사막, 그곳이 변방이다. (중략) 삶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저 직관의 언어와 가락 속에 공부 못하는 넙도 아이들이 다 시인이라는 시인의 육자배기가 있다. 몽골 낙타의 눈 속에서 출렁거리는 바다를 읽어내는 시인의 심안이 있다. 서로를 보듬어 주는 상생의 언어, 어머니의 언어가 있다.
― 조현설(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
작가의 말
두 번째 시집을 낸 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한때 시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도 하였다. 이 암울한 시대에 시가 무슨 힘이 되겠느냐는 자문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이 마음먹은 대로 그들의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 그건 아마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이리라 생각했다. 목구멍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분(?)들이 버젓하게 대통령이 되고, 사회 지도층이 되고 있는 현실, 부동산 투기에 위장전입에 자식들 불법 병역기피, 세금 포탈을 하지 않으면 장관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들이 우습게 아는 3류 인생도 값어치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변방의 삶, 그리고 어머니의 언어
‘사십편시집’이라는 시집을 출판하고는 있지만 내게 시는 쉽지만 않다. 모든 시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짧고 압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이 씹을수록 그 단맛이 나고 영양가가 높은 것처럼 시도 음미할수록 시를 읽는 사람을 깊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어떤 시에서는 한동안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어떤 시는 제목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마음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시에 있음을 20여 권의 시집을 출판하고 나서야 조금 알 듯하다.
시집이 잘 팔리지 않는다. 읽을 만한 시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지만 시보다 더 재미있는 게 많아서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바쁜 일상을 제쳐두고 시를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집을 출판하는 출판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이 시를 독자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시를 아직은 잘 모르는 내게도 ‘발문’은 시를 잘 알릴 수 있는 수단이면서, 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시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지름길임은 분명하다. 발문에는 평론가가 읽는 시의 단면이 잘 드러나 있고,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북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종입 시인의 시집 『어머니의 언어』의 원고를 보자마자 시집 제목부터 그냥 눈이 갔다. ‘어머니’라는 단어 선택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언어’라니! 조금 더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은 시에 관한 관심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집 원고가 책상 한쪽에서 잠자고 있을 무렵, 조현설 교수님의 발문이 도착했다. 그리 길지 않은 그의 발문은 책상 한쪽에 팽개쳐져 있던 시집 원고를 다시 꺼내 읽게 만들었다.
넙도라는 섬. 윤선도의 유배지였던 보길도 근처에 있는, 분교가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그야말로 변방 중의 변방! 그리고 ‘몽골’이라는 또 하나의 변방! 그리고 사막, 그 밑을 흐르는 강물, 그리고 몽골 낙타의 눈에 비친 바다!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변방으로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발문이 인도한 나종입 시인의 시 세계는 ‘변방’이다. 그리고 그 변방의 삶을 여전히 살고 있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던지는 말 한 마디, “엔간이들 허제!”.
조현설 교수는 이를 ‘상생’이라고 보았다. 이것은 나종입 시인이 “어머니의 언어에는 / 상생이 숨어 있다”는 부분과 일치한다. 형제들의 다툼 상황에서도, 국민들을 협박하는 대통령을 보고 그저 툭 던지는 한 마디가 “엔간이들 허제!”이다.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친구]의 “이제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와 오버랩된다. 자칫 체념으로 읽힐 수 있는 이 말이 ‘상생’으로 읽히는 것은, 그것이 ‘어머니의 언어’이기 때문이리라. 어머니만이 가질 수 있는 무한대의 포용! 그것이 변방의 힘이며 바로 우리 시대의 희망이리라.
시인의 말
실컷 울고 난 뒤 편안해졌던 한 때의 기억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떠올리며 용기를 내서 울보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으려 결심했습니다. 울보에게는 습이 되어 이제는 차라리 편안해진 슬픔에게 때 늦었고 어눌하지만 토닥토닥 진심어린 위로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사십여 편의 시를 정리하면서 저는 슬픔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볼 수밖에 없었는데 정리를 한 후에야 알았습니다. 슬픔을 위로한다고 했지만 정작 위로를 받은 것은 저였다는 것을. 저를 자기 긍정에 이르게 한 것은 놀랍게도 슬픔이었다는 것을.
오늘도 슬픔은, 삶에 얼거나 데여 발악하는 저에게 빈 어깨를 슬그머니 내어 준 채, 노을이 비친 저녁 길을 쓸쓸하고 조용하게 바라봅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나종입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한국시』에 시, 계간 『세계의 문학』에 소설이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전남 도립대학, 동신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중화인민공화국 흑룡강성 흑룡강대학 한국어학과 교육부 파견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나주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한편 백호문학회 회장, 교육문예창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주요 목차
제1부
환절기
대설주의보
반성문
꽃지항에서 밀려난 폐선에는
동백장 여관
전화번호를 지우며
무더운 여름날 유선각에 누워
대천항에서
첫 월경
설악(雪嶽)에서 일박(一泊)
강천산 산행
눈 내리는 날은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동심(動心) 끝 ; 부동심(不動心) 시작
가을 소묘
떠도는 혼(魂)
율정별곡
바람이 내게 전하는 말 있어……
김치찌개
제2부
노화도 이포리 선창에서
무더운 여름날 이목리 선창
파도가 괜시리 올라오랴
넙도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안개바다
2006 태풍주의보
넙도 중학교 용희승
넙도 내리에 누워 있는 폐 목선을 위한 시
몽골시편 1
몽골시편 2
몽골시편 3
몽골시편 4
몽골시편 5
몽골시편 6
제3부
겨울 낙화암
아프칸이 공습받던 날
2013년 한국 그리고 인터넷
2000년대에 가보는 80년대 주막집
수박
밭일을 하며
어머니의 언어
대학로 노점상
목포 소묘
2008년 겨울 ; 그리고 청소부 확성기 소리
베트남 고무나무 농장에서
구찌동굴 안내자
세월의 흔적
퇴직
술주정 1
술주정 2
해설 | 넙도 선생 몽골 낙타·조현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넙도 선생, 몽골 낙타 타고
변방의 삶을 노래한 육자배기, 어머니의 언어
김진경, 도종환, 안도현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이 시인이라는 것과 교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교사 출신 시인! 이른 바 그들 교사 시인들이 1990년대에 만든 단체, 교육문예창작회 회장인 나종입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어머니의 언어』를 작은숲에서 출간했다. 그는 “윤선도의 아지트였던 보길도와 전복의 섬인 노화도 옆의 작은섬” 노화중학교 넙도 분교에서 한동안 국어 선생으로 일했는데, 이 시집에는 그 시절을 바탕으로 쓴 시들이 많다. 특히 시집의 발문을 쓴 조현설(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시인은 아마도 “바람과 파도, 파도와 닮은 아이들과 섬에 살면서 방문을 두드리는 시를 맞이했”을 것이라고 추론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일상인 교사 시인들에게 어쩌면 시는 아이들에게 쓰는 반성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너희 앞에 반성문을 쓴다
나무 등걸같이 살아온 나의 삶이
무에 그리 자랑스럽다고 너희 앞에 서리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비겁하게 못 본 체 도망치려 했던
아내가 쓰다만 헝겊 자투리 같은 생애, 낭떠러지 같은 생애
코가 땅에 닿을 것 같지만
여명같이 다가서는 그리움 같은 삶
희망이라 불러보며
투덕투덕 어깨동무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 「반성문」 전문
육지의 변방, 넙도에서 시를 맞이한 시인의 눈은 다시 몽골로 향한다. 그곳에 낙타가 있고 시인은 낙타의 눈에서 먼 바다를 본다. 자신의 꿈을 실어 보낸 바다를 찾는 것이다. ‘몽골시편’이라는 연작시가 여섯 개나 등장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사막을 꿈꾸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시인은 사막 그 모래 속으로 흐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강물이 흘러 만들어 낸 호수를 낙타의 눈에서 만난다. 사막, 바다 그리고 그 머나먼 망망대해를 가는 낙타, 인생...... 그리고 우리들의 삶, 그러나 그 삶은 변방이다.
사막에서 강물은 모래 속으로 흐릅니다
그리하여 그 강물이 모여
낙타의 눈에 호수를 만들었습니다
(중략)
몇 겁의 세월을
날실과 올실로 짜서
연못 한 가운데 풍덩 던져 놓았던
그 아름다움을 끝내 건져 올리고야 말리라
- 「몽골시편 1」 부분
한반도의 변방, 넙도! 그리고 아시아의 변방, 몽골! 넙도에서 시인이 된 그는 몽골 사막으로 가 “아름다움을 끝내 건져 올리고야 말리라”고 다짐하지만, 그에게 포착된 세상은 또한 “뿌리 내리지 못한 삶의 사막”이다. 역시 변방이다. 그는 시인의 눈으로 다시 변방의 삶에 주목한다. 변방에 사는 그들은 “「대학로 노점상」이 형상화한 새끼 식모가 되기 위해 상행선 열차를 탔던 누이, 구로공단에 취직했던 누이, 월남전에 참전했다 절름발이가 된 사내와 결혼한 누이”이다. 연장을 짊어지고 지하철 2호선을 타던 육자배기 가락이 좋던 함평 아재도 그렇다. 그가 이렇듯 늘 변방을 노래한 것은 “삶의 변방에서 울려나오는 육자배기”가 그의 귀에 들리기 때문이다. 그 육자배기는 어머니의 언어로 이어진다.
어머니는 텔레비전을 뉴스를 보시다가
‘엔간이들 허제!’
어린 시절 우리 형제들끼리 다툴 때
항상 하시는 말씀
‘엔간이들 허제!’
아침에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국민들에게 협박을 하고 있으니
또 말씀하셨다
‘엔간이들 허제!’
- 「어머니의 언어」 부분
어머니의 육자배기는 “엔간이들 허제!”다. 시인은 여기에 “어머니의 언어에는 / 상생이 숨어 있다”고 하고, 조현설 교수는 어머니의 언어를 “서로를 보듬어 주는 상생의 언어”라고 규정한다. 즉 이제까지 줄곧 변방의 삶을 주목해 온 시인이 다다른 시의 세계는 ‘상생’이라는 말이다.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고 힘들게 한 대상에게 던지는 어머니의 화법, 어머니의 언어는 “엔겐이들 허제!”, 포기도 아니고, 적대적 관계에 대한 투쟁도 아니고, 그 대상을 껴안는, 그 대상이 본질이 무엇이든 어머니의 언어로 순화시킬 수 있는, 평화와 상생의 언어다.
변방의 삶은 고달프다. 그러나 변방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사막 밑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낙타의 눈에 비친 바다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이다. 그 희망을 찾아 오랜 세월 ‘변방’을 주목해 온 시인의 삶과 그의 시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육자배기에 한번 귀기울여 보자.
추천사 - 넙도 선생 몽골 낙타 그리고 어머니의 언어
나 시인이 낙타의 눈에서 건져 올렸던 아름다움은 그리움일 수도 있고, 백골 위의 역사일 수도 있겠다. 또 몽골에서 길어 올리고 싶었던 아름다움은 그가 넙도에서 만나 가르치며 뒹굴었던 희승이와 같은 아이들일 수도 있겠다. 강물과 호수와 바다를 눈망울 속에 간직한 몽골의 낙타는 희승이를 품은 넙도의 선생이어도 좋겠다. 아니 그럴 것이다. (중략) 넙도는 한반도의 변방이다. 유배지에도 끼지 못한 유배지이다. 몽골은 아시아의 변방이다. 한때 세계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변방의 시인, 작가들이나 동경하는 거친 땅이다. 생각해 보면 넙도와 몽골의 사막만 변방이 아니다. 뿌리 내리지 못한 삶의 사막, 그곳이 변방이다. (중략) 삶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저 직관의 언어와 가락 속에 공부 못하는 넙도 아이들이 다 시인이라는 시인의 육자배기가 있다. 몽골 낙타의 눈 속에서 출렁거리는 바다를 읽어내는 시인의 심안이 있다. 서로를 보듬어 주는 상생의 언어, 어머니의 언어가 있다.
― 조현설(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
작가의 말
두 번째 시집을 낸 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한때 시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도 하였다. 이 암울한 시대에 시가 무슨 힘이 되겠느냐는 자문 때문이다. 기득권자들이 마음먹은 대로 그들의 세상이 되어버린 현실. 그건 아마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결과이리라 생각했다. 목구멍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분(?)들이 버젓하게 대통령이 되고, 사회 지도층이 되고 있는 현실, 부동산 투기에 위장전입에 자식들 불법 병역기피, 세금 포탈을 하지 않으면 장관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들이 우습게 아는 3류 인생도 값어치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변방의 삶, 그리고 어머니의 언어
‘사십편시집’이라는 시집을 출판하고는 있지만 내게 시는 쉽지만 않다. 모든 시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짧고 압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이 씹을수록 그 단맛이 나고 영양가가 높은 것처럼 시도 음미할수록 시를 읽는 사람을 깊게 만든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어떤 시에서는 한동안 상념에 잠기기도 하고 어떤 시는 제목만으로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마음을 울리고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시에 있음을 20여 권의 시집을 출판하고 나서야 조금 알 듯하다.
시집이 잘 팔리지 않는다. 읽을 만한 시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없지는 않지만 시보다 더 재미있는 게 많아서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바쁜 일상을 제쳐두고 시를 음미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시집을 출판하는 출판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이 시를 독자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시를 아직은 잘 모르는 내게도 ‘발문’은 시를 잘 알릴 수 있는 수단이면서, 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시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지름길임은 분명하다. 발문에는 평론가가 읽는 시의 단면이 잘 드러나 있고,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북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나종입 시인의 시집 『어머니의 언어』의 원고를 보자마자 시집 제목부터 그냥 눈이 갔다. ‘어머니’라는 단어 선택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의 ‘언어’라니! 조금 더 궁금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쁜 일상은 시에 관한 관심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집 원고가 책상 한쪽에서 잠자고 있을 무렵, 조현설 교수님의 발문이 도착했다. 그리 길지 않은 그의 발문은 책상 한쪽에 팽개쳐져 있던 시집 원고를 다시 꺼내 읽게 만들었다.
넙도라는 섬. 윤선도의 유배지였던 보길도 근처에 있는, 분교가 있는 아주 작은 섬이다. 그야말로 변방 중의 변방! 그리고 ‘몽골’이라는 또 하나의 변방! 그리고 사막, 그 밑을 흐르는 강물, 그리고 몽골 낙타의 눈에 비친 바다!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삶의 변방으로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발문이 인도한 나종입 시인의 시 세계는 ‘변방’이다. 그리고 그 변방의 삶을 여전히 살고 있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던지는 말 한 마디, “엔간이들 허제!”.
조현설 교수는 이를 ‘상생’이라고 보았다. 이것은 나종입 시인이 “어머니의 언어에는 / 상생이 숨어 있다”는 부분과 일치한다. 형제들의 다툼 상황에서도, 국민들을 협박하는 대통령을 보고 그저 툭 던지는 한 마디가 “엔간이들 허제!”이다. 오래 전 인기를 끌었던 영화 [친구]의 “이제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와 오버랩된다. 자칫 체념으로 읽힐 수 있는 이 말이 ‘상생’으로 읽히는 것은, 그것이 ‘어머니의 언어’이기 때문이리라. 어머니만이 가질 수 있는 무한대의 포용! 그것이 변방의 힘이며 바로 우리 시대의 희망이리라.
시인의 말
실컷 울고 난 뒤 편안해졌던 한 때의 기억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떠올리며 용기를 내서 울보의 기록을 세상에 내놓으려 결심했습니다. 울보에게는 습이 되어 이제는 차라리 편안해진 슬픔에게 때 늦었고 어눌하지만 토닥토닥 진심어린 위로를 해 주고 싶었습니다.
사십여 편의 시를 정리하면서 저는 슬픔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볼 수밖에 없었는데 정리를 한 후에야 알았습니다. 슬픔을 위로한다고 했지만 정작 위로를 받은 것은 저였다는 것을. 저를 자기 긍정에 이르게 한 것은 놀랍게도 슬픔이었다는 것을.
오늘도 슬픔은, 삶에 얼거나 데여 발악하는 저에게 빈 어깨를 슬그머니 내어 준 채, 노을이 비친 저녁 길을 쓸쓸하고 조용하게 바라봅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나종입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한국시』에 시, 계간 『세계의 문학』에 소설이 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전남 도립대학, 동신대학교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중화인민공화국 흑룡강성 흑룡강대학 한국어학과 교육부 파견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나주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한편 백호문학회 회장, 교육문예창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주요 목차
제1부
환절기
대설주의보
반성문
꽃지항에서 밀려난 폐선에는
동백장 여관
전화번호를 지우며
무더운 여름날 유선각에 누워
대천항에서
첫 월경
설악(雪嶽)에서 일박(一泊)
강천산 산행
눈 내리는 날은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동심(動心) 끝 ; 부동심(不動心) 시작
가을 소묘
떠도는 혼(魂)
율정별곡
바람이 내게 전하는 말 있어……
김치찌개
제2부
노화도 이포리 선창에서
무더운 여름날 이목리 선창
파도가 괜시리 올라오랴
넙도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나
안개바다
2006 태풍주의보
넙도 중학교 용희승
넙도 내리에 누워 있는 폐 목선을 위한 시
몽골시편 1
몽골시편 2
몽골시편 3
몽골시편 4
몽골시편 5
몽골시편 6
제3부
겨울 낙화암
아프칸이 공습받던 날
2013년 한국 그리고 인터넷
2000년대에 가보는 80년대 주막집
수박
밭일을 하며
어머니의 언어
대학로 노점상
목포 소묘
2008년 겨울 ; 그리고 청소부 확성기 소리
베트남 고무나무 농장에서
구찌동굴 안내자
세월의 흔적
퇴직
술주정 1
술주정 2
해설 | 넙도 선생 몽골 낙타·조현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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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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