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현대의 흑사병 ‘우울’…우리는 왜 그토록 우울한가?
우리는 지금 ‘우울, 애도, 멜랑꼴리’에 봉착했다
그 어느 때보다 ‘우울’과 ‘애도’라는 단어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우울을 먹고 마시며, 애도가 일상이 된 나날을 살고 있다. 인간은 매일같이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한다. 개인적인 상실은 물론, 사회 구성원이 커다란 상실을 ‘함께’ ‘한순간에’ 경험한 이후엔 애도와 우울은 쉽사리 그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심리적·정신적 질환으로 정신과나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또한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심리 상태를 진단해 보고자 할 만큼 우울은 현 시대의 편만한 정서·감정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실 가운데, 맹정현의 본격 정신분석 입문 시리즈 [프로이트 커넥션]에서는 그 첫 시작으로 ‘애도, 우울, 멜랑꼴리’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우울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관점을 엄밀히 보여 준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은 심리학적 관점과는 다르다. 심리학에서는 우울증을 하나의 병명으로 확립했지만, 정신분석에서는 우울을 하나의 기분, 감정으로 본다. 우울은 다양한 질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일 뿐이지 그 자체로 병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감정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만큼, 정신분석요법은 기분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바는, 병리적인 감정으로서 일시적 혹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우울한 감정이 아니라 그러한 우울한 감정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는 주체의 포지션들이다. 우울한 감정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층위들을 골라내고 그것을 주체의 포지션, 즉 타자와의 관계,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주체가 취하는 고유한 자세나 태도 속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울이 무엇인지를 ‘구조적으로’ 규정하고, 우울한 감정을 둘러싼 주체의 다양한 포지션들을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추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둘째, 프로이트의 [애도와 멜랑꼴리]라는 저술을 치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이후 정신분석학파의 ‘대상’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발명되는지를 살펴본다. 프로이트의 [애도와 멜랑꼴리]는 정신분석학사에서 다양한 학파들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칼 아브라함을 거쳐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관계이론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학파인 라깡주의(대상 a)가 태동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주요한 학파의 분수령이 되는 이 글을 거쳐, 후기 정신분석학파가 어떻게 이 글을 기점으로 정신분석 경험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분절해 나가는지를 볼 수 있다.
이 책의 구성방식은 다음과 같다. 초반에는 정신분석학에서 우울증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프로이트의 두 논문, [애도와 멜랑꼴리]와 [자아와 이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물론 프로이트의 저술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프로이트의 논리에는 멜랑꼴리에 대한 해결되지 않는 모순들이 발견된다. 바로 거기서부터 라깡을 경유한 멜랑꼴리에 대한 탐구에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중반부에는 그러한 모순점들을 라깡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멜랑꼴리의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후반부에는 그동안의 논의들을 토대로, 애초에 이 책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주제, 즉 우울에 대한 주체의 여러 가지 포지션들을 검토한다. 우울과 불안은 어떻게 다른지, 신경증적인 우울증과 정신병에서의 우울증은 어떻게 다른지, 신경증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들은 무엇인지, 또 동일하게 정신병의 범주에 속하는 멜랑꼴리와 편집증의 유사성과 차이는 무엇인지 등의 세부적인 문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라깡주의 정신분석가의 탄탄한 이론과 임상 경험이 녹아든 본격 정신분석 입문서
현재 한국 출판 시장의 정신분석 관련 서적들은 대개 번역서로서 프로이트, 융, 라깡, 또는 대상관계이론학파 분석가들의 역서들이다. 또한 국내 저자의 정신분석 관련 서적으로는 정신분석가들이 환자들의 사례들을 엮어 증상을 설명한 심리대중서 또는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문화를 읽는 인문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정신분석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에서 정신분석을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할 만한 국내 서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신분석가인 맹정현의 두 번째 저작인 이 책은,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들 역시 정신분석에 학문적· 체계적으로 다가가기에 좋은 본격적인 정신분석 입문서가 될 것이다. 200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의 탁월한 번역 능력으로도 이미 인정받은 저자는 학자로서의 성실함, 탄탄한 이론과 정신분석가의 윤리에 기반한 임상 실천, 라깡 정신분석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으로 한국 정신분석학계에 견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하여, 라깡 ‘세미나’ 시리즈의 편집자이자 라깡의 사위이며 라깡 저작물의 모든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자끄-알랭 밀레(파리 8대학 정신분석학과 학장)의 제자인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저자의 종합적 이해와 치밀한 논리, 범상치 않은 문제 제기를 들여다보면, 정신분석 텍스트에 대한 그의 장악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정신분석의 본질에 맞닿은 미학적 언어는 유독 돋보인다.
정신분석에 대한 연구가 철학이나 문예 이론, 문학 비평가들의 몫이 되어 버린 현실 가운데 저자는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분석 실천을 토대로, 정신분석학이 여타 학문에 기생하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장, 정신분석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 정신분석가 양성을 추구해 오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설립한 서울정신분석포럼(SFP)에서 진행해 온 강의를 엮어낸 결과물로서, 의사, PD, 소설가, 상담가, 인문학도 등, 정신분석가 지망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열띤 호응으로 대중성과 완성도가 입증된 강의에 기반하고 있다. 강의를 매개로 한 청중과의 소통을 위해 작성된 원고이기에 더욱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게 집필되었다.
정신분석의 ‘텍스트’로 돌아가다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분석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를 읽는 법까지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곧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이트로 돌아가다”가 라깡의 전제인 만큼, 저자는 무엇보다 프로이트의 텍스트로 돌아가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읽어나갈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을 이야기하기 위해 정신분석의 텍스트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이트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신분석학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프로이트가 남겨 놓은 길을 따라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땅에 첫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우리의 발을 내딛기 위해서다. 이것은 이미 개념의 형태로 주어지는 완제품으로서의 지식으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경험이다.”(프롤로그 중에서)
무엇보다 정신분석에서, 글로 쓰인 텍스트를 잘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간이라는 텍스트를 제대로 읽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텍스트 읽기는 분석의 훈련과 맞닿아 있다. 분석은 언어를 다루는 것이기에 인간의 경험도 하나의 텍스트로 볼 수 있다. 또한 정신분석학에서의 논문은 결론 제시에 불과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에 과정을 따라가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이트의 텍스트에는 이해되는 지점들이 있는 한편 이해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면, 그 지점에는 프로이트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며, 한편 그것은 프로이트의 난점이기도 하다. 이 지점은 그 당시 프로이트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봉착한 난점에 대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를 단지 ‘이해’하려 하지 않고 프로이트를 제대로 ''읽는'' 것이 그 난점을 회피하지 않고 다음 문제 제기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프로이트의 텍스트들은 주제와 내용, 결론 정리보다도, 그가 왜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왜 하필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왜 하필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없는지 등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보다 비판의 결과만 취하는 우리나라 방식의 공부에는 더 진전된 연구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론이 변화되어 가는 맥락, 분석가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짚어 가는 데 큰 특징이 있으며, 이를 위해 ‘최초의 정신분석가’인 프로이트로 돌아가서 프로이트에게 어떤 난제가 있었는지 꼼꼼히 해체해 봄으로써 정신분석 연구의 근본적 방법을 보여 줄 것이다.
정신분석의 언어를 익히다
무의식, 그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지워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재 모습을 결정한 삶의 흔적들이다. 자신 안에 있는 낯선 타자, 무의식이란 존재는 어떤 신비로운 초자연적인 힘이나 야만적인 힘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했지만 잊어야 했던 연인들의 흔적이며, 우리가 되고자 했지만 될 수 없었던 이상의 흔적들이고, 우리를 낳아 준 사람들, 우리를 길러 준 사람들이 건넨 말과 욕망의 흔적들이다. 우리 안의 타자, 무의식이란 개념은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타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곧 우리의 내부를 구성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왔고, 타자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라고 오해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이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안에 있는 타자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면, 그렇게 낯선 타자의 모습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그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마치 운명처럼 결정된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타자와의 분리를 함축하는 ‘성숙’이란 자신 안에서 타자를 발견하는 것을 전제한다. 자신의 무의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은 자신이 지식으로 쌓아 올린 방어벽의 뒤에 있는 맨얼굴을, 타자의 욕망 앞에서의 불안을 맨눈으로 목도하는 것을 함축한다. 따라서 무의식에 귀를 기울이는 인간은 자신 안에서 타자를 발견하고,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타자와 분리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모색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무의식의 관문이 열린 지 120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정신분석의 언어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프로이트가 열어 준 무의식이라는 관문을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열어 줄 수 있는 한, 정신분석의 언어는 낡은 언어가 아닌 늘 새로운 언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정신분석의 언어를 익히는 이 책의 의미다.
‘프로이트 커넥션’ 시리즈의 첫 책
명쾌한 시선, 조탁된 언어로 만나는 맹정현의 프로이트-라깡주의 정신분석 시리즈로, 서울정신분석포럼(SFP)의 강의를 책으로 펴낸다.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을 첫 책으로 ≪트라우마란 무엇인가≫(가제) 등이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맹정현
서강대에서 학사를 마치고, 파리 8대학에서 정신분석학 석사, 파리 7대학에서 정신분석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파리 섹션클리닉, 파리 콜레주클리닉 등에서 정신분석학과 정신병리학을 공부한 후, 서울대, 서강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에서 정신분석학을 강의했다. 현재 [정신분석클리닉 혜윰]에서 정신분석가로 임상을 실천하고 있으며, 서울정신분석포럼(SFP)을 설립하여 국내에 정신분석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정신분석가를 양성하기 위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Forums du Champ lacanien-France 회원, Internationale des Forums 회원이며 [인문예술잡지 F]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리비돌로지≫(문학과지성사), ≪프로이트 패러다임≫(근간), ≪개념의 건축학≫(근간) 등이, 역서로 ≪자크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새물결),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민음사)이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들어가는 글: 감정의 거짓말
1강. 애도, 슬픈 노동
2강. 대상의 그림자에 갇히다
3강. 당신을 먹고 당신이 되다
4강. 멜랑꼴리, 초자아의 만찬식
5강. 감정의 민간요법에서 우울의 정신분석으로
6강. 멜랑꼴리의 검은 구멍
7강. 죽어 있는 삶인가, 살아 있는 죽음인가
찾아보기
현대의 흑사병 ‘우울’…우리는 왜 그토록 우울한가?
우리는 지금 ‘우울, 애도, 멜랑꼴리’에 봉착했다
그 어느 때보다 ‘우울’과 ‘애도’라는 단어는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우울을 먹고 마시며, 애도가 일상이 된 나날을 살고 있다. 인간은 매일같이 크고 작은 상실을 경험한다. 개인적인 상실은 물론, 사회 구성원이 커다란 상실을 ‘함께’ ‘한순간에’ 경험한 이후엔 애도와 우울은 쉽사리 그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심리적·정신적 질환으로 정신과나 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다. 또한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심리 상태를 진단해 보고자 할 만큼 우울은 현 시대의 편만한 정서·감정이 되어 버렸다.
이런 현실 가운데, 맹정현의 본격 정신분석 입문 시리즈 [프로이트 커넥션]에서는 그 첫 시작으로 ‘애도, 우울, 멜랑꼴리’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첫째, 우울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관점을 엄밀히 보여 준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은 심리학적 관점과는 다르다. 심리학에서는 우울증을 하나의 병명으로 확립했지만, 정신분석에서는 우울을 하나의 기분, 감정으로 본다. 우울은 다양한 질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일 뿐이지 그 자체로 병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감정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는 만큼, 정신분석요법은 기분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바는, 병리적인 감정으로서 일시적 혹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우울한 감정이 아니라 그러한 우울한 감정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는 주체의 포지션들이다. 우울한 감정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층위들을 골라내고 그것을 주체의 포지션, 즉 타자와의 관계,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주체가 취하는 고유한 자세나 태도 속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울이 무엇인지를 ‘구조적으로’ 규정하고, 우울한 감정을 둘러싼 주체의 다양한 포지션들을 정신분석학적인 관점에서 추출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둘째, 프로이트의 [애도와 멜랑꼴리]라는 저술을 치밀하게 살펴봄으로써 이후 정신분석학파의 ‘대상’에 대한 개념이 어떻게 발명되는지를 살펴본다. 프로이트의 [애도와 멜랑꼴리]는 정신분석학사에서 다양한 학파들이 갈라지는 분기점이다. 칼 아브라함을 거쳐 멜라니 클라인의 대상관계이론이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학파인 라깡주의(대상 a)가 태동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즉, 우리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주요한 학파의 분수령이 되는 이 글을 거쳐, 후기 정신분석학파가 어떻게 이 글을 기점으로 정신분석 경험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분절해 나가는지를 볼 수 있다.
이 책의 구성방식은 다음과 같다. 초반에는 정신분석학에서 우울증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프로이트의 두 논문, [애도와 멜랑꼴리]와 [자아와 이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물론 프로이트의 저술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주진 않는다. 프로이트의 논리에는 멜랑꼴리에 대한 해결되지 않는 모순들이 발견된다. 바로 거기서부터 라깡을 경유한 멜랑꼴리에 대한 탐구에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 중반부에는 그러한 모순점들을 라깡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멜랑꼴리의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다.
후반부에는 그동안의 논의들을 토대로, 애초에 이 책의 목표라 할 수 있는 주제, 즉 우울에 대한 주체의 여러 가지 포지션들을 검토한다. 우울과 불안은 어떻게 다른지, 신경증적인 우울증과 정신병에서의 우울증은 어떻게 다른지, 신경증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이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들은 무엇인지, 또 동일하게 정신병의 범주에 속하는 멜랑꼴리와 편집증의 유사성과 차이는 무엇인지 등의 세부적인 문제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라깡주의 정신분석가의 탄탄한 이론과 임상 경험이 녹아든 본격 정신분석 입문서
현재 한국 출판 시장의 정신분석 관련 서적들은 대개 번역서로서 프로이트, 융, 라깡, 또는 대상관계이론학파 분석가들의 역서들이다. 또한 국내 저자의 정신분석 관련 서적으로는 정신분석가들이 환자들의 사례들을 엮어 증상을 설명한 심리대중서 또는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문화를 읽는 인문 서적들이 대부분이다. 정신분석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소개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에서 정신분석을 체계적으로 깊이 있게 공부할 만한 국내 서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신분석가인 맹정현의 두 번째 저작인 이 책은,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들 역시 정신분석에 학문적· 체계적으로 다가가기에 좋은 본격적인 정신분석 입문서가 될 것이다. 200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의 탁월한 번역 능력으로도 이미 인정받은 저자는 학자로서의 성실함, 탄탄한 이론과 정신분석가의 윤리에 기반한 임상 실천, 라깡 정신분석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으로 한국 정신분석학계에 견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하여, 라깡 ‘세미나’ 시리즈의 편집자이자 라깡의 사위이며 라깡 저작물의 모든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자끄-알랭 밀레(파리 8대학 정신분석학과 학장)의 제자인 점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저자의 종합적 이해와 치밀한 논리, 범상치 않은 문제 제기를 들여다보면, 정신분석 텍스트에 대한 그의 장악력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또한 정신분석의 본질에 맞닿은 미학적 언어는 유독 돋보인다.
정신분석에 대한 연구가 철학이나 문예 이론, 문학 비평가들의 몫이 되어 버린 현실 가운데 저자는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분석 실천을 토대로, 정신분석학이 여타 학문에 기생하지 않고 자생할 수 있는 장, 정신분석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 정신분석가 양성을 추구해 오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노력의 산물이라 볼 수 있다. 이 책은 그가 설립한 서울정신분석포럼(SFP)에서 진행해 온 강의를 엮어낸 결과물로서, 의사, PD, 소설가, 상담가, 인문학도 등, 정신분석가 지망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열띤 호응으로 대중성과 완성도가 입증된 강의에 기반하고 있다. 강의를 매개로 한 청중과의 소통을 위해 작성된 원고이기에 더욱 이해하기 쉽고 명료하게 집필되었다.
정신분석의 ‘텍스트’로 돌아가다
이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분석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를 읽는 법까지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곧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방법을 습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로이트로 돌아가다”가 라깡의 전제인 만큼, 저자는 무엇보다 프로이트의 텍스트로 돌아가 한 문장 한 문장 꼼꼼히 읽어나갈 것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정신분석을 이야기하기 위해 정신분석의 텍스트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프로이트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신분석학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프로이트가 남겨 놓은 길을 따라 무의식이라는 미지의 땅에 첫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우리의 발을 내딛기 위해서다. 이것은 이미 개념의 형태로 주어지는 완제품으로서의 지식으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경험이다.”(프롤로그 중에서)
무엇보다 정신분석에서, 글로 쓰인 텍스트를 잘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간이라는 텍스트를 제대로 읽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텍스트 읽기는 분석의 훈련과 맞닿아 있다. 분석은 언어를 다루는 것이기에 인간의 경험도 하나의 텍스트로 볼 수 있다. 또한 정신분석학에서의 논문은 결론 제시에 불과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일련의 과정이기 때문에 과정을 따라가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이트의 텍스트에는 이해되는 지점들이 있는 한편 이해되지 않는 지점들이 있다. 이해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면, 그 지점에는 프로이트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며, 한편 그것은 프로이트의 난점이기도 하다. 이 지점은 그 당시 프로이트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봉착한 난점에 대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프로이트를 단지 ‘이해’하려 하지 않고 프로이트를 제대로 ''읽는'' 것이 그 난점을 회피하지 않고 다음 문제 제기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프로이트의 텍스트들은 주제와 내용, 결론 정리보다도, 그가 왜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왜 하필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왜 하필 다른 이야기는 할 수 없는지 등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보다 비판의 결과만 취하는 우리나라 방식의 공부에는 더 진전된 연구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론이 변화되어 가는 맥락, 분석가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섬세하게 짚어 가는 데 큰 특징이 있으며, 이를 위해 ‘최초의 정신분석가’인 프로이트로 돌아가서 프로이트에게 어떤 난제가 있었는지 꼼꼼히 해체해 봄으로써 정신분석 연구의 근본적 방법을 보여 줄 것이다.
정신분석의 언어를 익히다
무의식, 그것은 우리가 살아오면서 지워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재 모습을 결정한 삶의 흔적들이다. 자신 안에 있는 낯선 타자, 무의식이란 존재는 어떤 신비로운 초자연적인 힘이나 야만적인 힘이 아니다. 우리가 사랑했지만 잊어야 했던 연인들의 흔적이며, 우리가 되고자 했지만 될 수 없었던 이상의 흔적들이고, 우리를 낳아 준 사람들, 우리를 길러 준 사람들이 건넨 말과 욕망의 흔적들이다. 우리 안의 타자, 무의식이란 개념은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타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가 곧 우리의 내부를 구성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왔고, 타자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라고 오해하면서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이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안에 있는 타자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면, 그렇게 낯선 타자의 모습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그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마치 운명처럼 결정된 현재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타자와의 분리를 함축하는 ‘성숙’이란 자신 안에서 타자를 발견하는 것을 전제한다. 자신의 무의식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것은 자신이 지식으로 쌓아 올린 방어벽의 뒤에 있는 맨얼굴을, 타자의 욕망 앞에서의 불안을 맨눈으로 목도하는 것을 함축한다. 따라서 무의식에 귀를 기울이는 인간은 자신 안에서 타자를 발견하고, 그럼으로써 진정으로 타자와 분리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모색하는 인간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무의식의 관문이 열린 지 120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정신분석의 언어들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프로이트가 열어 준 무의식이라는 관문을 통해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열어 줄 수 있는 한, 정신분석의 언어는 낡은 언어가 아닌 늘 새로운 언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정신분석의 언어를 익히는 이 책의 의미다.
‘프로이트 커넥션’ 시리즈의 첫 책
명쾌한 시선, 조탁된 언어로 만나는 맹정현의 프로이트-라깡주의 정신분석 시리즈로, 서울정신분석포럼(SFP)의 강의를 책으로 펴낸다.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을 첫 책으로 ≪트라우마란 무엇인가≫(가제) 등이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맹정현
서강대에서 학사를 마치고, 파리 8대학에서 정신분석학 석사, 파리 7대학에서 정신분석학 박사를 취득했으며, 파리 섹션클리닉, 파리 콜레주클리닉 등에서 정신분석학과 정신병리학을 공부한 후, 서울대, 서강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에서 정신분석학을 강의했다. 현재 [정신분석클리닉 혜윰]에서 정신분석가로 임상을 실천하고 있으며, 서울정신분석포럼(SFP)을 설립하여 국내에 정신분석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정신분석가를 양성하기 위한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Forums du Champ lacanien-France 회원, Internationale des Forums 회원이며 [인문예술잡지 F]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리비돌로지≫(문학과지성사), ≪프로이트 패러다임≫(근간), ≪개념의 건축학≫(근간) 등이, 역서로 ≪자크 라캉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새물결), 브루스 핑크의 ≪라캉과 정신의학≫(민음사)이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들어가는 글: 감정의 거짓말
1강. 애도, 슬픈 노동
2강. 대상의 그림자에 갇히다
3강. 당신을 먹고 당신이 되다
4강. 멜랑꼴리, 초자아의 만찬식
5강. 감정의 민간요법에서 우울의 정신분석으로
6강. 멜랑꼴리의 검은 구멍
7강. 죽어 있는 삶인가, 살아 있는 죽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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