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교수 스님이 되다

▣ 출판사서평

작가의 약력을 보면 다채롭다. 대학교수로서 여러 편의 저술집을 펴냈고 학문 탐구와 학생 지도가 본업이다. 물론 수필은 작가의 본업과 상관없이 쓸 수 있는 문학의 한 장르다. 직업은 삶의 한 방편이다. 어떤 글들은 자기분야에서 삶을 성찰하기도 하지만 이 작가는 그보다 살아가는 이야기들에서 이런저런 낙수를 줍는다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이 수필들은 한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라 말하고 싶다.
작가는 10여년 전, ‘초회추천’이라는 작은 발걸음으로 습작기를 벗어난다. 그리고 오늘 등단과 더불어 그간 열정을 쏟으며 품어온 삶의 이야기들을 모아 세상에 내놓는다. 그만큼 번데기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볼 때 독자들의 기대 또한 클 것이다.
〈운전면허증〉을 보면 근년에 등단하기 위해 꽤나 공을 들인 걸 알게 된다. 아마도 다른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서문〉에서 작가는 “살아오며 품어 온 얘기들”이며, “인생의 묘미를 알아 갈 나이쯤 되어야 수필을 제대로 쓸 수 있다” 고 했다. 삶은 어차피 만족스럽지 않은 것, 불만인 채로 삶을 포기할 수 없어 계속되었다는 그의 글쓰기에서는 도전의 열정이 엿보인다. 첫 수필집 이후의 글들은 그래서 좀 더 깊은 성찰의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 수필집을 읽다 보면 교수라는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주어진 삶에 성실하게 다가서려는 한 개인의 애환을 마주치게 된다. 필명으로 수필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어릴 때의 가난과 소년시절 부모님을 여의어야 했던 지독한 상실의 아픔을 담담하게 회상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읽는 사람도 저절로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일생을 통해 고난과 상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감추고 싶은 과거와 상처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객관화 시킬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으로부터 해방되고 서서히 새살이 돋아날 것이므로.
작가의 가감 없는 고백적 글에서 우리는 치유의 과정을 같이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기억의 고통이라는 벽을 넘어서 소소한 삶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결국 삶에 감사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소유와 행복〉에서 읽을 수 있듯이 소유욕보다 주어진 삶의 조건에 만족하면서 살고 싶어 한다. 그것은 〈스님이 되다〉 〈겨울나무〉 〈우산을 주워 보니〉 같은 글에서 끊임없이 자아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나의 편견〉 〈우리는 사기 공범〉 〈할머니의 삶〉에서는 생의 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진실의 편린 또한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숏다리의 설움〉 〈아내의 김치〉 〈평생 최고의 점심〉등에서 생의 근저에 달라붙는 해학과 페이소스를 건져낸다면 그건 덤으로 얻는 독자의 행운이 분명하다.

▣ 주요 목차

수필집을 펴내며
수필의 매력. 4


1부 샛길이 좋다

커피국을 끓이다 16
샛길이 좋다 21
우산을 주워 보니 24
삼백 원 29
스님이 되다 34
약수터 취향 39
죄와 벌 45
모기 조의(弔意) 49
진산이의 자유 54


2부 청소도 팔자인가

청소도 팔자인가 60
아내의 김치 65
여인의 향기 70
누나의 술친구 76
아버지의 과제 82
우리는 사기 공범 86
행복의 길 91
계란찜의 희망 95


3부 숏다리의 설움

일출을 보며 100
썰매의 강 105
운전면허증 110
카네이션 한 아름 116
잉크와 인생 121
숏다리의 설움 126
막걸리 한 잔 131


4부 나의 편견

미녀 사랑법 138
할머니의 삶 143
주인님의 시중 147
상대성이론 151
나의 편견 156
평생 최고의 점심 160
겨울산에서 164
삼일동지회 169
송년회에서 우리는 173



5부 억새의 꿈

봉정암의 달 178
갈대의 속삭임 181
사려니숲길 186
오름의 발견 190
돌문화공원 196
김영갑갤러리 201
백록담 깔따구 205
억새의 꿈 210


6부 교수의 직업병

봄으로부터 216
국밥집 횡재 222
바비큐 파티 226
콧수염의 변명 229
머리숱의 비밀 235
교수의 직업병 241
교수로 살아가기 247
소유와 행복 255
겨울나무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