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이미 20여년 전부터 이성적으로 예견하고 꾸준히 경고를 보냈던 한 사람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일본에서‘1인 대안언론’으로까지 불리는 저널리스트겸 논픽션 작가이자 반핵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인 히로세 다카시.
지난 해 출간된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을 필두로 올해 들어 <원전을 멈춰라>와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저서들이 뒤늦게나마 국내에 하나 둘씩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그의 유일하다시피 한 한 권의 소설이 새롭게 글을 다듬은 개정판을 통해 다시금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바로 <체르노빌의 아이들 チェルノブイリの少年たち>이 문제의 그 책이다.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그러나 기이하게도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에 관해 서술한 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저자가 차곡차곡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사고가 발생한 2년 뒤인 1988년 일본 신쵸샤(新潮社)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책은 그 해에만 1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등 일본 사회에서 망각된 의제에 불과했던 ‘핵 반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림으로써 반핵운동의 새 지평을 연 화제작이자, 지금까지도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말했다시피 ‘소설’의 형식을 빌어 그 사고를 재구성하고 고발한 진정한 의미의 르포르타주이다.
이 책은 결코 소설적 재미나 구성에 치중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핵사고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더불어 원전 건설의 위험성과 무모함을 부각시키려 애쓴 작품이다.
책은 1986년 4월 26일 운명의 그 날, 우크라이나의 밤하늘에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키예프 북쪽에 있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었던 그 때, 죽음의 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하였지만 끝내 죽음을 맞게 되는 이 비극의 중심엔 발전소 책임자인 안드레이 세로프의 가족이 있다. 당국의 명령에 따라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화재 진압을 위해 발전소로 돌아갔다가 마침내 죽게 되는 아빠 안드레이, 그러나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희생되고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그들은 인생을 채 꽃 피워보지도 못한 채 죽음과 맞닥뜨려야 했고, 살아남은 자는 질병과 싸워야 했으며 미래마저도 저당 잡혀야 했다. 아이들은 쓰러져 죽고 가축들도 죽어나가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이 스러져간다. 간호사에게 오빠를 찾거든 건강하게 살아 있다고 전해달라며 차가운 시체가 되어 버린 딸 이네사, 사고로 눈이 실명되어 낯선 병원에 수용되었다가 당국의 지시에 의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끝내 생을 마감하는 아들 이반. 끝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 타냐는 아이들만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부러진 팔과 방사능에 오염된 몸뚱이, 그리고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 자식들의 생사를 끝내 알지 못해 애끓는 심장이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또 억울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던 지를 세세히 묘사하며 핵의 위험성을 알리는 한편으로 당시 소련 당국이 얼마나 비인도적으로, 그리고 무책임하게 그들을 방치하고 또 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후기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핵발전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비극 속으로 몰고 가는가”를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적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은 막은 올랐지만 전혀 내릴 생각이 없는 연극처럼,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은 최소한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고 그 이후에도 그것이 멈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이 사건을 ‘과거’라 치부하고 무시하며 안심하고 생활해도 되는 것일까. 그런 점을 인식한다면, 이 책은 오래 전 우크라이나만의 이야기도, 현재 일본의 이야기만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때 하늘을 덮었던 버섯 구름, 그때 날라간 방사능 먼지는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지금도 서식하고 있다. 결국 체르노빌 사고는 그때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아직도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건설 중인 이 시점에서 누구라도 안전하거나 자유로울 수는 없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분명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등장인물들이 결코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이 책의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고. 원자력 발전소 추진책은 에너지 부족 문제가 아니라 독점 자본의 이익과 결부된 문제인 거라고. 진실은 그렇게 뒤바뀌어 감춰졌다…… 이 책의 독자 가운데 한 사람인 시인 이상희 씨의 글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를 읽고 알게 된 것이 후회스럽다. 이것이 그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진저리치게 만들어 보려고, 어느 예민한 영혼이 상상해서 빚어낸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인류에게 헌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 어떤 전쟁무기보다도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떨릴 뿐이다. 무엇보다도, 진정되지 않는 손으로 검색해 본 바 이 사건의 진실과 교훈이 대체로 축소되고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 더욱 두렵고 끔찍하다.”
저자 후기 가운데
내가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 계기는 십여 년 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원자력의 날’ 특집기사였다.
기사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미래상을 그리며 앞으로 세계에서 건설될 원자력 발전소는 수천 기로, 1기 당 사고의 위험성은 2만 년에 한 번이라고 나와 있었다. 얼핏 읽어 보면 2만 년에 한 번은 극히 적은 횟수 같이 여겨지지만, 만약 2천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고 계산하면 10년에 한 번 사고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분야를 공부한 탓도 있겠지만, 당시 나는 방사선 관련 서적 번역일도 꽤 했기 때문에 방사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특집 기사를 읽은 나의 첫인상은 ‘이렇게 무서운 내용을 신문은 태연하게 잘도 쓰고 있구나’였다. 그 후 얄궂게도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문헌의 번역 의뢰가 나에게 쇄도했다. 그들 문헌에는 예외 없이 핵발전의 위험성이 극명하게 씌어 있었다. 번역을 하면서 점점 무서워진 나는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결론을 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중략).....
이 책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금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끝장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대사고’라는 말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겠지만, 실제로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알게 된다면 원자력 발전소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위해 어쩌면 실제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들을 소설 형태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원자력공학자가 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그저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핵발전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비극 속으로 빠뜨려 가는가를 절실히 알리고 싶었다. 이 소설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의 공포를 현실의 일로 느낀 독자들이 늘어났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부디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 작가 소개
저자 히로세 다카시
‘1人 대안언론’이라고 불리는 히로세 다카시는 자신이 발언한 내용만큼이나 그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저널리스트겸 논픽션 작가이다. 또한 일본 우익과 재벌의 공공연한 위협과 폭력에 항거하는 평화활동가이자 다방면에 걸친 취재를 통해 심도 있는 분석을 펼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무욕의 사상을 몸으로 깨우치며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아이마냥 순수한 호기심에 가득 차 그저 자신이 발명한 현미경으로 미생물의 세계를 관찰하는 즐거움에 빠져 일상을 보냈다던 네덜란드 과학자 레벤후크처럼 안빈낙도의 삶을 닮고 싶다는 그는, 그러나 현재는 아쉽게도 일련의 저작을 통해 세계는 물론 일본의 정재계 인맥메커니즘까지 실명을 거론하며 그 흑막을 집요하게 폭로함으로써 그 당사자들에겐 이미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심지어 반핵운동가답게 핵발전을 통해 공급되는 도쿄전력의 전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집을 손수 뜯어고치는 괴짜의 면모까지 드러낼 정도로.
1943년 일본 도쿄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나 와세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자신의 업무가 알게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책감으로 회사를 나와 홀연히 귀농을 택했던 그는 이즈음부터 생계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의학ㆍ기술서적에 관한 한 일급번역가로 명성이 점점 쌓여가던 때, 경제경영서적은 물론 우연찮게도 대기업의 사내 중요 문서들까지 번역하게 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과 실제의 행태 간에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30여 년 간에 이르는 필생의 작업 과제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하나는 이미 범지구적으로 사슬처럼 엮여진 거대 자본의 동향을 추적ㆍ조사하며 그 실태를 지속적으로 고발하는 저술활동과, 또 하나는 그들의 투기 수단일 수도 있을 핵의 위험성에 대해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며 그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설계해 나가는 현장 활동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80년대 초반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그의 논픽션들은 출간될 때마다 독서계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크나큰 충격과 파장을 낳았는데, 그것은 이제껏 정사의 테두리 안에서 온존하던 상식적 수위의 역사들을, 객관적 사료를 토대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가차없이 허물어뜨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논픽션들을 두고 ‘날카롭고도 불편한,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진실로 가득찬 걸작’이라고 종종 평하는 것도 결코 과장된 표현만은 아닐 것이다. 요컨대 그의 논픽션에서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닌 자본의 시선으로 역사를 새롭게 분석해 봐야 한다는 주제의식이 각 페이지에 걸쳐 절절하게 녹아 있다.
‘역사서는 발로 뛰어가며 써야 한다’는 철칙 아래 세계를 순례하며, 때론 해당 지역의 언어까지 학습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은 채 전 세계에 사슬처럼 얽혀 있는 자본가들의 계보를 맵핑하며 그들의 과거 행각 및 현재 동향을 쉼없이 추적하는 히로세 다카시. 지금도 그의 작업실엔 여전히 각종 역사서와 평전, 그리고 세계 각지의 인명록과 사회연감, 뉴스 기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는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세계 각 지역에서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중대 사건들의 배경이나 주요 인물들의 감춰진 이력에 대해 주류 언론에서는 쉬 제공하기 힘든 정보들을 폭로하는 한편, 나아가 과거 200년의 역사와 등장인물을 자신만의 특수한 방법으로 결합시키는 새로운 역사관도 정립해 나가고 있다. 그 방법이란 산업혁명 이후 인류를 지배하게 된 비즈니스를 중심에 놓고서 세계의 사건들을 해석하고, 그 중심인물들의 자본의 흐름을 가계도 속에서 읽어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와 같은 작업을 거쳐 그는 어떻게 한 줌의 자본가들이 전 세계를 흡사 그물눈처럼 세세하게 감싸며 광범위한 규벌을 이루어냈는지 그 실태를 고발한다.
현재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저작들로는 미국의 자본가를 중심으로 세계 근현대사를 심층취재한 《제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를 비롯하여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움직이는 소수 집단에 대한 보고서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이 있다. 또한 핵자본과 저널리즘, 그리고 꼭두각시 같은 과학자집단이 얽힌 핵 관련 복마전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원전을 멈춰라》도 최근 새롭게 출간되었다.
▣ 주요 목차
운명의 금요일
죽음의 대초원
둘째 날 밤의 방문객
위험지대로부터의 탈출
외로운 소년
검문
병동
수색
키예프의 하늘 아래
탈출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이미 20여년 전부터 이성적으로 예견하고 꾸준히 경고를 보냈던 한 사람이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일본에서‘1인 대안언론’으로까지 불리는 저널리스트겸 논픽션 작가이자 반핵평화운동가로 활동 중인 히로세 다카시.
지난 해 출간된 <제1권력 :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을 필두로 올해 들어 <원전을 멈춰라>와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저서들이 뒤늦게나마 국내에 하나 둘씩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그의 유일하다시피 한 한 권의 소설이 새롭게 글을 다듬은 개정판을 통해 다시금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바로 <체르노빌의 아이들 チェルノブイリの少年たち>이 문제의 그 책이다.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그러나 기이하게도 사고가 발생한 지 25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에 관해 서술한 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저자가 차곡차곡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사고가 발생한 2년 뒤인 1988년 일본 신쵸샤(新潮社)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책은 그 해에만 1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등 일본 사회에서 망각된 의제에 불과했던 ‘핵 반대’의 신호탄을 쏘아올림으로써 반핵운동의 새 지평을 연 화제작이자, 지금까지도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는 히로세 다카시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서 말했다시피 ‘소설’의 형식을 빌어 그 사고를 재구성하고 고발한 진정한 의미의 르포르타주이다.
이 책은 결코 소설적 재미나 구성에 치중한 책이 아니다. 그보다는 핵사고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뜨리는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더불어 원전 건설의 위험성과 무모함을 부각시키려 애쓴 작품이다.
책은 1986년 4월 26일 운명의 그 날, 우크라이나의 밤하늘에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키예프 북쪽에 있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제4호 원자로에서 방사능이 누출되었던 그 때, 죽음의 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하였지만 끝내 죽음을 맞게 되는 이 비극의 중심엔 발전소 책임자인 안드레이 세로프의 가족이 있다. 당국의 명령에 따라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화재 진압을 위해 발전소로 돌아갔다가 마침내 죽게 되는 아빠 안드레이, 그러나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희생되고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그들은 인생을 채 꽃 피워보지도 못한 채 죽음과 맞닥뜨려야 했고, 살아남은 자는 질병과 싸워야 했으며 미래마저도 저당 잡혀야 했다. 아이들은 쓰러져 죽고 가축들도 죽어나가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이 스러져간다. 간호사에게 오빠를 찾거든 건강하게 살아 있다고 전해달라며 차가운 시체가 되어 버린 딸 이네사, 사고로 눈이 실명되어 낯선 병원에 수용되었다가 당국의 지시에 의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끝내 생을 마감하는 아들 이반. 끝으로 남편을 잃은 아내 타냐는 아이들만이라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부러진 팔과 방사능에 오염된 몸뚱이, 그리고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 자식들의 생사를 끝내 알지 못해 애끓는 심장이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또 억울하게 죽어나가고 있었던 지를 세세히 묘사하며 핵의 위험성을 알리는 한편으로 당시 소련 당국이 얼마나 비인도적으로, 그리고 무책임하게 그들을 방치하고 또 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는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후기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핵발전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비극 속으로 몰고 가는가”를 알리고 싶어서였다고 적고 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건은 막은 올랐지만 전혀 내릴 생각이 없는 연극처럼,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다.
UN보고서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영향은 최소한 20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고 그 이후에도 그것이 멈출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이 사건을 ‘과거’라 치부하고 무시하며 안심하고 생활해도 되는 것일까. 그런 점을 인식한다면, 이 책은 오래 전 우크라이나만의 이야기도, 현재 일본의 이야기만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때 하늘을 덮었던 버섯 구름, 그때 날라간 방사능 먼지는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지금도 서식하고 있다. 결국 체르노빌 사고는 그때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게다가 전 세계에서 아직도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고 건설 중인 이 시점에서 누구라도 안전하거나 자유로울 수는 없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이 분명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등장인물들이 결코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리라.
이 책의 저자 히로세 다카시는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고. 원자력 발전소 추진책은 에너지 부족 문제가 아니라 독점 자본의 이익과 결부된 문제인 거라고. 진실은 그렇게 뒤바뀌어 감춰졌다…… 이 책의 독자 가운데 한 사람인 시인 이상희 씨의 글로 끝을 맺는다.
“이 이야기를 읽고 알게 된 것이 후회스럽다. 이것이 그저 우리를 놀라게 하고 진저리치게 만들어 보려고, 어느 예민한 영혼이 상상해서 빚어낸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인류에게 헌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문명의 이기라는 것이 어떤 전쟁무기보다도 끔찍한 악행을 저질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떨릴 뿐이다. 무엇보다도, 진정되지 않는 손으로 검색해 본 바 이 사건의 진실과 교훈이 대체로 축소되고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 더욱 두렵고 끔찍하다.”
저자 후기 가운데
내가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 계기는 십여 년 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원자력의 날’ 특집기사였다.
기사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미래상을 그리며 앞으로 세계에서 건설될 원자력 발전소는 수천 기로, 1기 당 사고의 위험성은 2만 년에 한 번이라고 나와 있었다. 얼핏 읽어 보면 2만 년에 한 번은 극히 적은 횟수 같이 여겨지지만, 만약 2천 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고 계산하면 10년에 한 번 사고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대학에서 엔지니어링 분야를 공부한 탓도 있겠지만, 당시 나는 방사선 관련 서적 번역일도 꽤 했기 때문에 방사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특집 기사를 읽은 나의 첫인상은 ‘이렇게 무서운 내용을 신문은 태연하게 잘도 쓰고 있구나’였다. 그 후 얄궂게도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문헌의 번역 의뢰가 나에게 쇄도했다. 그들 문헌에는 예외 없이 핵발전의 위험성이 극명하게 씌어 있었다. 번역을 하면서 점점 무서워진 나는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결론을 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중략).....
이 책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쓰기 시작한 것은 ‘지금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끝장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대사고’라는 말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겠지만, 실제로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알게 된다면 원자력 발전소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위해 어쩌면 실제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들을 소설 형태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원자력공학자가 되기 위함이 결코 아니다. 그저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핵발전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떤 비극 속으로 빠뜨려 가는가를 절실히 알리고 싶었다. 이 소설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의 공포를 현실의 일로 느낀 독자들이 늘어났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부디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 작가 소개
저자 히로세 다카시
‘1人 대안언론’이라고 불리는 히로세 다카시는 자신이 발언한 내용만큼이나 그 책임을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저널리스트겸 논픽션 작가이다. 또한 일본 우익과 재벌의 공공연한 위협과 폭력에 항거하는 평화활동가이자 다방면에 걸친 취재를 통해 심도 있는 분석을 펼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될 수만 있다면 언젠가는 무욕의 사상을 몸으로 깨우치며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아이마냥 순수한 호기심에 가득 차 그저 자신이 발명한 현미경으로 미생물의 세계를 관찰하는 즐거움에 빠져 일상을 보냈다던 네덜란드 과학자 레벤후크처럼 안빈낙도의 삶을 닮고 싶다는 그는, 그러나 현재는 아쉽게도 일련의 저작을 통해 세계는 물론 일본의 정재계 인맥메커니즘까지 실명을 거론하며 그 흑막을 집요하게 폭로함으로써 그 당사자들에겐 이미 눈엣가시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심지어 반핵운동가답게 핵발전을 통해 공급되는 도쿄전력의 전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집을 손수 뜯어고치는 괴짜의 면모까지 드러낼 정도로.
1943년 일본 도쿄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나 와세다 공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중, 자신의 업무가 알게 모르게 환경을 파괴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책감으로 회사를 나와 홀연히 귀농을 택했던 그는 이즈음부터 생계를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번역가의 길로 들어서며 본격적인 집필활동을 시작했다. 그 후 의학ㆍ기술서적에 관한 한 일급번역가로 명성이 점점 쌓여가던 때, 경제경영서적은 물론 우연찮게도 대기업의 사내 중요 문서들까지 번역하게 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들의 모습과 실제의 행태 간에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후 30여 년 간에 이르는 필생의 작업 과제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하나는 이미 범지구적으로 사슬처럼 엮여진 거대 자본의 동향을 추적ㆍ조사하며 그 실태를 지속적으로 고발하는 저술활동과, 또 하나는 그들의 투기 수단일 수도 있을 핵의 위험성에 대해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며 그 대안을 함께 모색하고 설계해 나가는 현장 활동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80년대 초반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그의 논픽션들은 출간될 때마다 독서계를 뛰어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크나큰 충격과 파장을 낳았는데, 그것은 이제껏 정사의 테두리 안에서 온존하던 상식적 수위의 역사들을, 객관적 사료를 토대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가차없이 허물어뜨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논픽션들을 두고 ‘날카롭고도 불편한, 그래서 외면하고 싶은 진실로 가득찬 걸작’이라고 종종 평하는 것도 결코 과장된 표현만은 아닐 것이다. 요컨대 그의 논픽션에서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아닌 자본의 시선으로 역사를 새롭게 분석해 봐야 한다는 주제의식이 각 페이지에 걸쳐 절절하게 녹아 있다.
‘역사서는 발로 뛰어가며 써야 한다’는 철칙 아래 세계를 순례하며, 때론 해당 지역의 언어까지 학습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은 채 전 세계에 사슬처럼 얽혀 있는 자본가들의 계보를 맵핑하며 그들의 과거 행각 및 현재 동향을 쉼없이 추적하는 히로세 다카시. 지금도 그의 작업실엔 여전히 각종 역사서와 평전, 그리고 세계 각지의 인명록과 사회연감, 뉴스 기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는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세계 각 지역에서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는 중대 사건들의 배경이나 주요 인물들의 감춰진 이력에 대해 주류 언론에서는 쉬 제공하기 힘든 정보들을 폭로하는 한편, 나아가 과거 200년의 역사와 등장인물을 자신만의 특수한 방법으로 결합시키는 새로운 역사관도 정립해 나가고 있다. 그 방법이란 산업혁명 이후 인류를 지배하게 된 비즈니스를 중심에 놓고서 세계의 사건들을 해석하고, 그 중심인물들의 자본의 흐름을 가계도 속에서 읽어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와 같은 작업을 거쳐 그는 어떻게 한 줌의 자본가들이 전 세계를 흡사 그물눈처럼 세세하게 감싸며 광범위한 규벌을 이루어냈는지 그 실태를 고발한다.
현재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저작들로는 미국의 자본가를 중심으로 세계 근현대사를 심층취재한 《제1권력: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왔는가》를 비롯하여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움직이는 소수 집단에 대한 보고서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이 있다. 또한 핵자본과 저널리즘, 그리고 꼭두각시 같은 과학자집단이 얽힌 핵 관련 복마전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원전을 멈춰라》도 최근 새롭게 출간되었다.
▣ 주요 목차
운명의 금요일
죽음의 대초원
둘째 날 밤의 방문객
위험지대로부터의 탈출
외로운 소년
검문
병동
수색
키예프의 하늘 아래
탈출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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