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시인 장석주의 산문, 그 정수를 모으다.
시적 감성이 인문학적 통찰을 만나
황홀하게 피어난 산문들!
독자들을 매료하는 빼어난 감각과 밀도 있는 문장에 빠져들다.
중학교 2학년 때 첫 투고한 시가 당시 유명한 학생 잡지 〈학원〉에 실린다. 7~8편의 시들을 연속으로 발표하고, 이듬해 학원문학상에서 우수작 1석으로 뽑힌다. 고등학생 때 단편소설을 투고하여 활자화된다. 이후 여러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다. 스무 살에 문예지 신인상에 시가, 스물네 살에 시와 평론이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문단에 나온다. 출판사 편집자 생활을 하다 직접 차린 출판사를 크게 키우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필화 사건을 겪은 후 출판사를 접고 호수가 보이는 시골로 내려간다. 분노와 실망을 《노자》와 《장자》를 읽으며 다스린다. 그 후 엄청난 다독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책을 역시나 엄청나게 펴낸다. 시인 장석주에 대한 짧은 이력이다.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는 그동안 장석주가 펴내거나 발표한 글 중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들을 뽑아 새로 제목을 붙여 묶은 책이다. 비록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의 산문들은 빛을 발하고 있으며, 갈수록 웅숭깊어지며 감탄을 부른다.
시인 장석주는 열정적인 독서광이자 우리 시대의 문장가로 자타가 손꼽는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읽은 책 목록은 길다. 책 읽는 일에 꾸준하고 부지런한 까닭이고, 아울러 앎과 슬기를 향한 욕심이 큰 까닭이라고 한다. 새벽 4시면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세끼 밥을 먹고 삽살개와 약수터까지 산책을 한다. 낮에는 음악을 듣고 숲길을 거닐고 찾아오는 벗들을 만난다.”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단조롭고 고요하게, 그러면서 왕성하고 치열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스스로 ‘문장 노동자’라 칭하는 장석주는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7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는 장석주를 ‘펜 노동자라 불릴 만한 생태계 속에서 문장의 드리블을 제대로 구사하는 문체주의자’라고 규정한다. 일상과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세상을 깊게 파고들어 통찰하는 장석주의 문장은 그만큼 유려하고 미쁘다.
다독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통찰은 남과 다른 시각으로 일상과 사물, 개인적 경험 들을 들여다본다. 그는 비 온 뒤 느리게 기어가는 달팽이에서 위빠사나 수행자를 떠올리고 찰나라는 시간을 통찰하는 사람이다. “흘러가 버린 시간과 흘러오는 시간 사이에 찰나가 꽃봉오리를” 열며, “그 찰나에서 삶은 빛난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 시이며 철학이라 할 만하다.
장석주는 자칫 다독이 다변으로 흐를까 경계한다. “말을 줄이고 줄여서 침묵에 닿고자 했던” 자신의 의도가 성공했다면 이 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 한다. “말의 살을 발라내고 앙상한 뼈만 남기는” 산문을 쓰려던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며, “남은 것은 침묵의 잔해 같은” 글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침묵 면전에서의 망설임, 놀라움, 무서움에 마음의 여린 부분이 긁혔다. 가까스로 몇 마디 짧은 말들로 응고된 것들은 그 긁힘의 자국들”이라고 이 문체주의자는 겸손해한다. 김경주가 그의 글을 ‘침묵과 질량이 아름다운 산문’이라고 하는 까닭일 것이다.
하이쿠를 읽어 주는 시인 장석주의 반짝이는 감성.
장석주에게는 한때 하이쿠를 외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에 은둔하며 궁핍과 겨울을 견디던 시절”이라고 한다. 그때 읽은 하이쿠는 그가 한 시절을 견디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이쿠는 이 세상에서 문자 언어를 가장 적게 쓰는 시 형식이다. 따라서 시의 원시적 흔적을 잘 보여 준다. 그에게는 “항상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의미라는 장력”을 보여 주는 시가 좋은 시다. 그는 한 줄 하이쿠를 읽고 자신만의 감상을 남긴다. 하이쿠를 감상하는 글들은 그가 왜 우리 시대의 주요한 시인인지를 알게 한다. 한 줄 하이쿠에서 풀려 나오는 감성의 풍부함이 놀라운 경지를 보인다.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 년 뒤를 생각하네’라는 시키의 하이쿠를 읽고 장석주는 다음과 같이 쓴다.
“추분이 지나고 나면 낮은 짧아진다. 반면에 밤은 길어진다.
서리가 내리고, 곧 얼음이 언다.
초빙과 북풍은 함께 온다.
밤이 기니, 새벽에 깨어나 어두운 밤을 대면한다.
아주 가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괜히 벽에 머리를 쿵쿵 박는다.
우주의 누군가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묻는 것이다.
천 년 뒤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장석주는 시키가 쓴 하이쿠의 앞과 뒤를 모두 읽어 낸다. 그냥 읽어 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자기만의 시라 해도 될 만큼 치환해 버린다. 이 놀라운 치환은 오로지 장석주여서 가능한 하이쿠 감상법이다.
“달은 어둠 속에 하얀 가면을 쓰고 나타난 태양이다.
달의 철학이란 태양에 대한 고찰이고 명상이다.
달은 밤의 야경꾼이다.
달은 어두운 골목골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비추고 돌아다닌다.
달의 반려 동물로 어울리는 것은 단연코 고양이다.
달밤에는 발정 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보들레르 시집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라는 위트 있는 소칸의 하이쿠에서 뻗어 나온 위의 문장들은 또 어떠한가. 오늘 밤이라도 당장 달을 보며 골목을 서성거리고 싶게 만든다.
내밀한 개인사를 통해 세상을 읽다
모두 5부로 구성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는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사물이나 개념을 통찰하여 빼어난 감각과 밀도 있는 문장으로 표현한 부분, 하이쿠를 장석주만의 방식으로 감상하는 부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읽어 내는 부분 등이다.
개인적 경험과 관련한 글 중 〈내 시의 비밀〉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글에 의하면 장석주는 “어떤 시는 빠르게 쓰고, 어떤 시는 더디게 쓴다”고 한다. 어떤 시는 30분 만에도 쓰지만, 몇 년이 걸려도 마음에 들지 않는 시도 있다고 한다. ‘눈썹’이라는 어휘로 시작할 때 시가 빨리 써진다고. 한편으로 “시는 언어를 딛고 언어를 넘어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밝히는 ‘내 시의 비밀’은 다음과 같다.
“도처에서 사자 새끼들이 사자 소리를 내며 운다. 나는 몽둥이를 들어 사자 소리를 내는 것들을 내리친다. 세상이 고요하다. 이게 고요 이후의 고요다. 나는 그 고요에 닿고자 한다. 고요에 닿을 수 없다면 나는 고요를 깨 버릴 것이다. 여기저기서 쫑알거리는 고요들. 몽둥이를 들어 도처에서 고요라고 주장하는 것들의 머리를 깨부술 것이다. 최근 내 시의 비밀이다.”
부록으로 장석주 시인의 자술 연보가 들어 있다. 시인이 말한 시의 비밀을 또 하나 더듬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작가 소개
저 : 장석주
張錫周
스무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서른 해쯤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출판기획자, 방송진행자, 대학교수, 북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읽은 책 목록이 긴 것은 책 읽는 일에 꾸준하고 부지런한 까닭이고, 아울러 앎과 슬기를 향한 욕심이 큰 까닭이라고 한다.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걸어온 사람이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시와 문학평론을 함께 써오고,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방송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일보·출판저널·북새통 등에서 ‘이달의 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월간 「신동아」에 ‘장석주의 책하고 놀자’라는 제목으로 3년 동안 북리뷰를 담당했고, 주간 「뉴스메이커」에 ‘장석주의 독서일기’를 2년간 연재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노자·장자·주역과 작은 것들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긴 책들을 즐겨 찾아 읽고, 제주도·대숲·바람·여름·도서관·자전거·고전음악·하이쿠·참선·홍차를 좋아하며, 가끔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친다고 한다. 2000년 여름,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라는 집을 지어 살면서, 늘 머리맡에 『노자』와 『장자』를 두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이를 계기로 『느림과 비움』 『느림과 비움의 미학』 『그 많은 느림은 어디로 갔을까』 같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13년 영랑시문학상, 2010년 질마재문학상, 2003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졸재’와 서울 서교동 작업실을 오가며 읽고, 쓰고, 사유하는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집 『오랫동안』과 산문집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와 『고독의 권유』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 8
1. 가벼움과 무거움
직립 보행 / 건축 / 문체 /
가벼움과 무거움 / 밥 /
술 / 속물 / 목적 / 취향
반성 / 느림 / 쉼 / 침묵 /
꿈 / 잘-삶 / 숭고 / 가을 /
2. 나는 당신의 활이다
장닭 / 초록거미 / 능구렁이 /
들판 / 벼락 / 외계인 /
이별 / K /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
지구 / 생일 / 독서 / 교련 수업 /
아버지 / 청국장 / 대추나무 /
나는 당신의 활이다 / 시마 /
3. 하이쿠를 읽는 봄밤
번개는 말한다 / 올해도 벚꽃 아래를 걸었으니 /
달에 손잡이를 매달자 / 어쩌다가 인간으로 태어났을까 /
종일 봄비 / 만일 들판에서 죽는다면 /
여름밤의 은둔자들 / 나팔꽃도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
밤은 길고 / 매미 허물 / 숯도 처음부터 검었던 것은 아니었지 /
울지 마라, 풀벌레야 / 가는 봄, 물고기 눈에 눈물이 /
벼룩 씨, 당신의 밤도 길겠지? / 땔감 나무에 싹이 돋네 /
구멍마다 벌레가 울고 있다 / 슬픈 풍경! / 오는 봄이 가는 봄이다 /
달이 부처라도 / 성 가난 / 일획 / 이획 /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 / 하이쿠 /
4. 얼굴을 읽다
얼굴 / 이마 / 눈 / 코 / 입술 /
혀 / 턱 / 뺨 / 관자놀이 /
눈썹 / 이 / 목구멍 / 왼손 /
옷 / 사람 / 타자 / 시간 /
5.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 / 파스타 / 냉면 /
서태지 / 김광석 / 장국영 / 지강헌 / 법 /
가난 / 물병자리 / 물고기들 /
성욕 / 흡연 / 비움 / 다시, 비움 / 음악 /
다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 / 나의 ‘첫’ / 시립 도서관 /
내 시의 비밀 / 또다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 / 낯선 곳으로 떠나라 /
부록. 시시하고 하찮은 자술 연보年譜
시인 장석주의 산문, 그 정수를 모으다.
시적 감성이 인문학적 통찰을 만나
황홀하게 피어난 산문들!
독자들을 매료하는 빼어난 감각과 밀도 있는 문장에 빠져들다.
중학교 2학년 때 첫 투고한 시가 당시 유명한 학생 잡지 〈학원〉에 실린다. 7~8편의 시들을 연속으로 발표하고, 이듬해 학원문학상에서 우수작 1석으로 뽑힌다. 고등학생 때 단편소설을 투고하여 활자화된다. 이후 여러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다. 스무 살에 문예지 신인상에 시가, 스물네 살에 시와 평론이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문단에 나온다. 출판사 편집자 생활을 하다 직접 차린 출판사를 크게 키우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필화 사건을 겪은 후 출판사를 접고 호수가 보이는 시골로 내려간다. 분노와 실망을 《노자》와 《장자》를 읽으며 다스린다. 그 후 엄청난 다독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책을 역시나 엄청나게 펴낸다. 시인 장석주에 대한 짧은 이력이다.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는 그동안 장석주가 펴내거나 발표한 글 중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들을 뽑아 새로 제목을 붙여 묶은 책이다. 비록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의 산문들은 빛을 발하고 있으며, 갈수록 웅숭깊어지며 감탄을 부른다.
시인 장석주는 열정적인 독서광이자 우리 시대의 문장가로 자타가 손꼽는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도 읽은 책 목록은 길다. 책 읽는 일에 꾸준하고 부지런한 까닭이고, 아울러 앎과 슬기를 향한 욕심이 큰 까닭이라고 한다. 새벽 4시면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세끼 밥을 먹고 삽살개와 약수터까지 산책을 한다. 낮에는 음악을 듣고 숲길을 거닐고 찾아오는 벗들을 만난다.”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단조롭고 고요하게, 그러면서 왕성하고 치열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스스로 ‘문장 노동자’라 칭하는 장석주는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7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는 장석주를 ‘펜 노동자라 불릴 만한 생태계 속에서 문장의 드리블을 제대로 구사하는 문체주의자’라고 규정한다. 일상과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세상을 깊게 파고들어 통찰하는 장석주의 문장은 그만큼 유려하고 미쁘다.
다독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적 통찰은 남과 다른 시각으로 일상과 사물, 개인적 경험 들을 들여다본다. 그는 비 온 뒤 느리게 기어가는 달팽이에서 위빠사나 수행자를 떠올리고 찰나라는 시간을 통찰하는 사람이다. “흘러가 버린 시간과 흘러오는 시간 사이에 찰나가 꽃봉오리를” 열며, “그 찰나에서 삶은 빛난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 시이며 철학이라 할 만하다.
장석주는 자칫 다독이 다변으로 흐를까 경계한다. “말을 줄이고 줄여서 침묵에 닿고자 했던” 자신의 의도가 성공했다면 이 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 한다. “말의 살을 발라내고 앙상한 뼈만 남기는” 산문을 쓰려던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며, “남은 것은 침묵의 잔해 같은” 글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침묵 면전에서의 망설임, 놀라움, 무서움에 마음의 여린 부분이 긁혔다. 가까스로 몇 마디 짧은 말들로 응고된 것들은 그 긁힘의 자국들”이라고 이 문체주의자는 겸손해한다. 김경주가 그의 글을 ‘침묵과 질량이 아름다운 산문’이라고 하는 까닭일 것이다.
하이쿠를 읽어 주는 시인 장석주의 반짝이는 감성.
장석주에게는 한때 하이쿠를 외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에 은둔하며 궁핍과 겨울을 견디던 시절”이라고 한다. 그때 읽은 하이쿠는 그가 한 시절을 견디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이쿠는 이 세상에서 문자 언어를 가장 적게 쓰는 시 형식이다. 따라서 시의 원시적 흔적을 잘 보여 준다. 그에게는 “항상 최소의 언어로 최대의 의미라는 장력”을 보여 주는 시가 좋은 시다. 그는 한 줄 하이쿠를 읽고 자신만의 감상을 남긴다. 하이쿠를 감상하는 글들은 그가 왜 우리 시대의 주요한 시인인지를 알게 한다. 한 줄 하이쿠에서 풀려 나오는 감성의 풍부함이 놀라운 경지를 보인다.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 년 뒤를 생각하네’라는 시키의 하이쿠를 읽고 장석주는 다음과 같이 쓴다.
“추분이 지나고 나면 낮은 짧아진다. 반면에 밤은 길어진다.
서리가 내리고, 곧 얼음이 언다.
초빙과 북풍은 함께 온다.
밤이 기니, 새벽에 깨어나 어두운 밤을 대면한다.
아주 가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괜히 벽에 머리를 쿵쿵 박는다.
우주의 누군가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묻는 것이다.
천 년 뒤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장석주는 시키가 쓴 하이쿠의 앞과 뒤를 모두 읽어 낸다. 그냥 읽어 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자기만의 시라 해도 될 만큼 치환해 버린다. 이 놀라운 치환은 오로지 장석주여서 가능한 하이쿠 감상법이다.
“달은 어둠 속에 하얀 가면을 쓰고 나타난 태양이다.
달의 철학이란 태양에 대한 고찰이고 명상이다.
달은 밤의 야경꾼이다.
달은 어두운 골목골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비추고 돌아다닌다.
달의 반려 동물로 어울리는 것은 단연코 고양이다.
달밤에는 발정 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보들레르 시집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라는 위트 있는 소칸의 하이쿠에서 뻗어 나온 위의 문장들은 또 어떠한가. 오늘 밤이라도 당장 달을 보며 골목을 서성거리고 싶게 만든다.
내밀한 개인사를 통해 세상을 읽다
모두 5부로 구성된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는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사물이나 개념을 통찰하여 빼어난 감각과 밀도 있는 문장으로 표현한 부분, 하이쿠를 장석주만의 방식으로 감상하는 부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읽어 내는 부분 등이다.
개인적 경험과 관련한 글 중 〈내 시의 비밀〉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글에 의하면 장석주는 “어떤 시는 빠르게 쓰고, 어떤 시는 더디게 쓴다”고 한다. 어떤 시는 30분 만에도 쓰지만, 몇 년이 걸려도 마음에 들지 않는 시도 있다고 한다. ‘눈썹’이라는 어휘로 시작할 때 시가 빨리 써진다고. 한편으로 “시는 언어를 딛고 언어를 넘어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밝히는 ‘내 시의 비밀’은 다음과 같다.
“도처에서 사자 새끼들이 사자 소리를 내며 운다. 나는 몽둥이를 들어 사자 소리를 내는 것들을 내리친다. 세상이 고요하다. 이게 고요 이후의 고요다. 나는 그 고요에 닿고자 한다. 고요에 닿을 수 없다면 나는 고요를 깨 버릴 것이다. 여기저기서 쫑알거리는 고요들. 몽둥이를 들어 도처에서 고요라고 주장하는 것들의 머리를 깨부술 것이다. 최근 내 시의 비밀이다.”
부록으로 장석주 시인의 자술 연보가 들어 있다. 시인이 말한 시의 비밀을 또 하나 더듬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작가 소개
저 : 장석주
張錫周
스무살에 시인으로 등단하여 서른 해쯤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때로는 출판기획자, 방송진행자, 대학교수, 북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읽는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 읽은 책 목록이 긴 것은 책 읽는 일에 꾸준하고 부지런한 까닭이고, 아울러 앎과 슬기를 향한 욕심이 큰 까닭이라고 한다.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걸어온 사람이다.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시와 문학평론을 함께 써오고, 동덕여대 경희사이버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방송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한 조선일보·출판저널·북새통 등에서 ‘이달의 책’ 선정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월간 「신동아」에 ‘장석주의 책하고 놀자’라는 제목으로 3년 동안 북리뷰를 담당했고, 주간 「뉴스메이커」에 ‘장석주의 독서일기’를 2년간 연재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국악방송에서 ‘행복한 문학’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노자·장자·주역과 작은 것들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 담긴 책들을 즐겨 찾아 읽고, 제주도·대숲·바람·여름·도서관·자전거·고전음악·하이쿠·참선·홍차를 좋아하며, 가끔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점을 친다고 한다. 2000년 여름, 서울 살림을 접고 경기도 안성의 한 호숫가에 ‘수졸재’라는 집을 지어 살면서, 늘 머리맡에 『노자』와 『장자』를 두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이를 계기로 『느림과 비움』 『느림과 비움의 미학』 『그 많은 느림은 어디로 갔을까』 같은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13년 영랑시문학상, 2010년 질마재문학상, 2003년 애지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졸재’와 서울 서교동 작업실을 오가며 읽고, 쓰고, 사유하는 삶을 꾸려가고 있다.
시집 『오랫동안』과 산문집 『지금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와 『고독의 권유』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 8
1. 가벼움과 무거움
직립 보행 / 건축 / 문체 /
가벼움과 무거움 / 밥 /
술 / 속물 / 목적 / 취향
반성 / 느림 / 쉼 / 침묵 /
꿈 / 잘-삶 / 숭고 / 가을 /
2. 나는 당신의 활이다
장닭 / 초록거미 / 능구렁이 /
들판 / 벼락 / 외계인 /
이별 / K /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
지구 / 생일 / 독서 / 교련 수업 /
아버지 / 청국장 / 대추나무 /
나는 당신의 활이다 / 시마 /
3. 하이쿠를 읽는 봄밤
번개는 말한다 / 올해도 벚꽃 아래를 걸었으니 /
달에 손잡이를 매달자 / 어쩌다가 인간으로 태어났을까 /
종일 봄비 / 만일 들판에서 죽는다면 /
여름밤의 은둔자들 / 나팔꽃도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
밤은 길고 / 매미 허물 / 숯도 처음부터 검었던 것은 아니었지 /
울지 마라, 풀벌레야 / 가는 봄, 물고기 눈에 눈물이 /
벼룩 씨, 당신의 밤도 길겠지? / 땔감 나무에 싹이 돋네 /
구멍마다 벌레가 울고 있다 / 슬픈 풍경! / 오는 봄이 가는 봄이다 /
달이 부처라도 / 성 가난 / 일획 / 이획 /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 / 하이쿠 /
4. 얼굴을 읽다
얼굴 / 이마 / 눈 / 코 / 입술 /
혀 / 턱 / 뺨 / 관자놀이 /
눈썹 / 이 / 목구멍 / 왼손 /
옷 / 사람 / 타자 / 시간 /
5. 내가 사랑하는 것들
내가 사랑하는 것들 / 파스타 / 냉면 /
서태지 / 김광석 / 장국영 / 지강헌 / 법 /
가난 / 물병자리 / 물고기들 /
성욕 / 흡연 / 비움 / 다시, 비움 / 음악 /
다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 / 나의 ‘첫’ / 시립 도서관 /
내 시의 비밀 / 또다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 / 낯선 곳으로 떠나라 /
부록. 시시하고 하찮은 자술 연보年譜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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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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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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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