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고독하고 슬프고 따뜻한 소설!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장편소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김영하, 조경란, 박현욱, 박민규, 정한아…… 매번 한국 소설문학의 신선한 돌풍을 예감케 한 문학동네작가상이 또 한 명의 재능있는 신인을 내보낸다. 수상자는 바로 장은진. 그녀는 이미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신예작가로 일찌감치 문단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던 기대주였다. 그런 그녀가 감칠맛 나는 문장과 여운을 남기는 압축적 구성이 돋보인 장편소설『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로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눈먼 개와 모텔을 전전하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독한 삶에 대한 묘한 아픔과 추억 속 한 켠의 잔잔한 슬픔을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녀만의 문체로 어루만지고 있다. 장은진이 선사하는 따뜻하고 슬프고 고독한 삶에 대한 통찰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빛내줄 또 한 명의 믿음직한 신인을 발견했음을 확신케 한다.
생의 따뜻한 긍정, 아프고 고독한 삶의 위로
소설 속 ‘나’는 여행자다. 발길 닿는 곳으로 혹은 버스나 기차가 멈추는 대로 정처 없이 ‘나’는 어디든 여행한다. 삼 년 동안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나’는 만난 사람을 일련번호로 호칭한다. 숫자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친구를 밀어서 식물인간으로 만든 아이 239, 바닥에 버려진 껌딱지로 예술을 하는 사람 99, 첫사랑을 잊지 못해 기차에 머무는 사람 109, 자살을 결심한 사람 32, 자기 책을 파는 여자 소설가 751 등등. ‘나’는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 다양한 슬픔의 무늬를 바라본다. 그리고 모텔로 돌아와 ‘나’는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며 아프고 고독한 그들의 삶을 위로한다. ‘나’ 또한 외롭기 때문에 외로운 그들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에게 답장하지 않는다.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소설은 ‘나’와 자기 책을 팔러 다니는 여자소설가 751과의 여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나’에게는 눈먼 개 ‘와조’와 여자소설가 751이 함께한다. ‘와조’는 맹인안내견이었으나 사고로 시력을 상실한 ‘맹견’이 되었고, 여자소설가 751은 엉성한 사건이 들통 나서 ‘나’와 동행을 하게 된다.
눈먼 개 와조와 ‘나’가 그 여행에서 하는 일이라곤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편지를 쓸 뿐이다. 때때로 ‘나’는 가족에게 편지를 쓴다. 타인의 슬픔을 어루만지면서 ‘나’는 더더욱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 누구 하나 ‘나’에게 답장하지 않는다. 왜 ‘나’는 답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도시의 미로를 헤맨단 말인가. 집과 가족을 포기한 채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가. 언제까지 그럴 것인가. ‘나’는 결심한다. 누군가에게 단 한 통의 편지가 오면 이 여행을 중단하겠다고 말이다.
편지를 받을 사람이 있고 또 답장을 보내줄 사람이 있다면, 생은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 한사람뿐이라 하더라도._ 본문 p. 277
생의 따뜻한 긍정을 느낄 수 있는 ‘나’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 누구 하나 편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멈춰지지 않는다. 답장이 도착할 때까지 ‘나’의 방황은 계속되고 편지쓰기 또한 계속된다. 아무도 ‘나’에게 편지하지 않지만, 만났던 그들이 답장을 보내줄 거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오지 않는 편지를 매일매일 확인하며 절망을 실감하지만 ‘나’는 답장이 올 것이라는 희망은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그렇다. 소설 속 ‘나’에게 편지는 희망인 것이다. 세상을 향해 닿아 있는 희망의 끈.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동시에 그 창을 통해 세상에 나갈 수 있는 출구인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편지쓰기를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외로운 삶을 껴안는 묘한 아픔
그런데 왜 ‘편지’일까? 이메일, SMS, 인터넷, 디지털 통신수단을 회피한 채 왜 하필 ‘나’는 아날로그적인 ‘편지’에 집착하는 것일까?
내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그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하루가 존재했다는 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 편지는 공유되는 것이다. (……) 편지는 둘 이상이 보관하는 것이다. 편지에 유난히 집착하게 된 건 ‘둘’이란 개념에 민감해지면서부터였다. _본문 p. 20-21
다시 새롭게 드러나는 편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둘’이 포함되어 있다는 편지의 속성이 작가에 의해 고스란히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외면하고 소홀히 여기지만 끝끝내 편지쓰기를 포기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 자못 상징적이다. 주인공의 상징적인 편지쓰기 행위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의 열망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말하고 있고 또한 작가가 소설에 입혀 놓은 삶에 대한 명징한 ‘관계에 대한 열망’을 유추해볼 수 있는 키워드인 것이다.
그렇게 소설 속 ‘나’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편지쓰기로 소통의 길을 모색한다. 그리고 머물지 않고 부쳐지는 편지봉투 속의 하루는 타인을 만나고 싶어하는 ‘나’의 외로움을 봉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된다. 말하자면 주인공의 편지쓰기는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보내는 연서이다. 우리 모두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이자, 서로의 외로움에 대한 확인에 다름 아니다.
즉, 누구나 타인을 통하지 않고서는 자신을 느낄 수 없다고 소설은 묵직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숨어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단 한 권의 답장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처럼, 뭔가가 내 엉덩이를 툭 건드리자 한꺼번에 말문이 터져버린 것이었다. 말문이 터져버린 나는 답답해서 더이상 집에 머물 수 없었다. _ 본문 p. 97
소설이 결말에 다가갈수록 ‘나’의 환경이 점점 드러난다. 말을 심하게 더듬어 사람들과 자유롭게 말하는 걸 피해 우편배달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나’, 학생들에게 악명 높은 수학선생이었던 어머니, 전교 일등 모범생 형, 모든 삶의 조건을 쇼핑중독에 건 여동생, 막중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발명가 아버지. 서로 전혀 소통하지 못하던 가족…… 소설은 결말에 이르러서야 요동치며 이야기들의 실타래가 풀어진다. 갇혀 있던 편지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기다리던 응답에 마음이 한번 휘청, 거린다. 답장을 받은 우리들은 이 한 편의 소설이 지금 막 도착한 한 통의 편지임을 서서히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깨닫게 된다.
작가 소개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지리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굴 속의 두 여자〉가, 2004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에 〈키친 실험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키친 실험실》 《빈집을 두드리다》,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날짜 없음》을 펴냈다.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았다.
목 차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수상소감
수상작가 인터뷰_ 정한아(소설가)
편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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