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그런데 그 책은 아직까지 주인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내 책장에 꽂혀 있다. 그 책은 바로 인수대비(소혜왕후)가 쓴 『내훈』으로, 한문 원본과 그 번역을 함께 실어놓은 것이었다. 역사 공부를 막 시작한 터라 내심 그 책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모양이다. 조금만 먼저 읽어보고 주려던 욕심에 선배언니에게는 결국 다른 책을 선물했고, 그 책은 나의 소유가 되었다. 인수대비와는 그렇게 우연히 만났다.
그 후 나는 신분이니 저항이니 하는 사회사에 더 관심을 두느라 이 책이 내 책장에 꽂혀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고, 책을 찾다가 눈에 띄어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여성사에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고, 이것을 쓴 인수대비에 대해서도 좀 더 살펴보고 싶었다.
여성에게 문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여성이 여성을 위해 책을 썼다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로웠다. 이 책이 바로 우리나라 여성이 쓴 최초의 책이라는 점도 매우 놀라웠다. 인수대비는 어떤 삶을 살았으며, 왜 이 책을 썼을까? 이러한 의문에서 오래 전에 썼던 논문이 「소혜왕후의 생애와 『내훈』」(2005)이라는 글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내용이 소략하고 그때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도 많이 생겼다.
이후 왕실 여성들의 삶과 지위에 대해 관심이 발동하면서 폐비 윤씨의 처지를 살펴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폐비 윤씨는 인수대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악연이 된 그녀의 며느리였다. 폐비 윤씨는 왜 폐비가 되고 죽임까지 당하게 되었을까? 왜 폐비의 죽임문제를 두 여성의 고부갈등으로만 보려는 시각이 강할까? 다른 면은 없을까? 무엇이 가장 큰 원인이었을까? 두 왕실 여성에 대한 이해는 서로 미묘한 상반된 입장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결코 투기나 고부갈등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때 쓴 논문이 「조선 초기 성종비 윤씨 폐비ㆍ폐출 논의 과정」(2006) 「조선 성종대 폐비 윤씨 사사사건(賜死事件)」(2007) 「연산군대 폐비윤씨 추봉존숭(追封尊崇) 과정과 갑자사화」(2008) 등이다. 이 글들에서도 인수대비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인수대비는 어떤 가문의 출신이며,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의 일환으로 그녀의 아버지 한확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한확은 두 명의 누이를 명나라에 공녀로 보낸 뒤 누이들이 명 황제의 후궁이 되자 황제의 친척으로서 명 황제의 총애를 받으며 명나라에서 관직을 지냈다. 또한 조선으로 돌아와 관직생활을 하면서 명과 조선을 잇는 외교관 역할을 했고, 세종대에서 세조대까지 걸쳐 조선 왕실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그의 일생을 살펴본 논문이 「조선 초기 한확의 생애와 정치활동」(2012)이다. 이러한 연구 중심에는 인수대비가 있었다. 그녀는 성종대를 전후한 조선 초기 정치사를 이해하고, 왕실 여성들의 삶과 권력관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또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드라마나 소설 등을 통해 인수대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는지 여러 차례 특강도 하게 되었다. 논문이나 특강내용이 여기저기 블로그에 올라있거나, 무단으로 인용되기도 했다. 인수대비의 생애에 대해 책으로 내보면 어떻겠느냐는 주변의 권유도 있었다. 이참에 인수대비의 삶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대비의 생애를 최대한 복원해가는 과정은 당시 왕실의 역사를 살펴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수백 년 전에 죽은 인물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 복원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며, 진실에 가까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럴수록 기록들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하여 객관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얻은 또 하나의 글이 「조선 초 명 선덕제 후궁 공신부인 한씨가 조선에 끼친 영향」(2017)이다. 인수대비의 고모로 명나라에 공녀로 가서 황제의 후궁이 된 공신부인은 친정인 청주 한씨 가문뿐만 아니라 조선 왕실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인수대비는 21살에 어린 3남매의 어머니이자 청상과부가 되는 매우 고통스러운 운명적 순간에도 좌절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왕실의 맏며느리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자신의 어린 아들을 성군으로 만들고 그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옥 같은 며느리를 얻기 위해 『내훈』을 썼고, 왕실 여성들의 부덕과 기강을 강화하기 위해 며느리 폐비 윤씨의 죽임에 깊이 관여했다. 또 국가의 억불정책에도 불구하고 왕실의 안녕을 위해 불교를 숭상했다. 그리하여 언관들로부터 ‘임금이 부인의 말을 쓰면 닭이 요물을 낳는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을 쓰면서 그녀의 야망과 삶은 결과적으로 조선 왕실을 지켜내고 15세기 조선왕조의 발전을 뒷받침한 역사적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백컨대, 그 동안 인수대비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해 왔던 것은 오만이었다. 인수대비와 작별하고 원고를 탈고해야 하는 이 시점에도 아직 그녀에 대해 모르는 점이 더 많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현재 그녀에 대한 평가가 ‘『내훈』을 쓴 조선 최고의 여성 지식인’, 혹은 ‘며느리를 죽인 악독한 시어머니’ 라는 매우 상반된 면을 보이고 있지만 글을 써갈수록 인수대비는 점점 더 팔색조같이 여러 개의 낯선 얼굴로 다가왔다. 68년에 걸친 그녀의 긴 인생은 매우 다양한 여러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책머리에)
작가 소개
저 : 한희숙
숙명여자대학교 문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숙명여자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시대 사회사와 여성사를 연구하고 있다. 여성사 관련 저서와 논문 외에 조선시대 사회사, 인물사 관련 논문이 다수 있다.
여성사 관련 저서
2010, 『조선여성의 일생』, 글항아리(공저).
2012, 『의녀-팔방미인 조선 여의사』, 문학동네.
2014, 『조선의 역사를 지켜온 왕실 여성』, 글항아리(공저).
여성사 관련 논문
1994, 「양반사회와 여성의 지위」, 『한국사 시민강좌』 15, 일조각.
2005, 「조선 초기 소혜왕후의 생애와 『내훈』」, 『한국사상과 문화』 27.
2005, 「조선 초기 성종비 윤씨 폐비 폐출 논의 과정」, 『한국인물사연구』 4.
2006, 「조선 초기 성종비 폐비 윤씨 사사 사건」, 『한국인물사연구』 6.
2006, 「구한말 순헌황귀비 엄비의 생애와 활동」, 『아시아여성연구』 45-2.
2007, 「중종비 폐비 신씨의 처지와 복위논의」, 『한국인물사연구』 7.
2007, 「조선 전기 봉보부인의 역할과 지위」, 『조선시대사학보』 43.
2007, 「한국사 속의 섭정을 통해 본 어머니 리더십」, 『숙명리더십연구』 6.
2008, 「연산군대 폐비 윤씨 추봉존숭 과정과 갑자사화」, 『한국인물사연구』 10.
2008, 「조선후기 양반여성의 생활과 여성리더십-17세기 행장을 중심으로-」, 『여성과 역사』 9.
2010, 「조선 태조ㆍ세종대 세자빈 폐출 사건의 의미-현빈 유씨, 휘빈 김씨, 순빈 봉씨를 중심으로-」, 『한국인물사연구』 14.
2012, 「조선 성종 8년 친잠례의 시행과 그 의미」, 『아시아여성연구』 51-1.
2013, 「소혜왕후, 최초의 여성 저술가」, 『 『도서관』 387, 국립중앙도서관.
2015, 「조선 초기 대군들의 이혼사례와 처의 지위」, 『여성과 역사』 22.
2017, 「조선 초 명 선덕제 후궁 공신부인 한씨가 조선에 끼친 영향」, 『여성과 역사』26
목 차
여는 글: 왜 인수대비인가? 15
1 당대 최고의 가문에서 태어나다 29
- 고려 말 조선 초 거가대족(巨家大族) 청주 한씨 31
- 명 황제의 후궁이 된 고모들 40
- 명과 조선을 오가며 출세한 아버지 한확 53
- 왕실·명문가 자녀와 혼인한 형제들 71
2 왕비가 될 꿈, 그 꿈이 무너지다 75
- 수양대군의 맏아들 도원군과의 혼인 77
- 세조의 즉위와 세자빈 책봉 81
- 남편 의경세자의 죽음과 출궁 86
- 자녀들의 혼인 97
3 다시 찾은 꿈, 왕의 어머니가 되다 103
- 왕이 된 아들 성종, 다시 궁궐로 101
- 수렴청정은 할 수 없었지만… 111
- 세자빈에서 인수대비로 116
4 당대 최고의 여성 지식인, 『내훈(內訓)』을 쓰다 131
- 옥 같은 며느리를 얻기 위해 133
- 「내훈」의 내용들 144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저술가 156
5 왕권강화의 걸림돌, 폐비 윤씨를 죽이게 하다 159
- 윤씨의 입궁과 왕비 책봉 161
- 윤씨 폐비 논의와 폐출 168
- 새 왕비 정현왕후 윤씨의 책봉 183
- 폐비 윤씨의 처우를 둘러싼 성종과 대간의 대립 191
- 폐비 윤씨를 죽인 이유는 왕권강화 때문 195
6 성종의 왕권강화를 위해, 두 여성의 힘을 빌리다 199
- 수렴청정하는 시어머니, 정희왕후 윤씨 201
- 조선 왕실의 비선(秘線), 명 황제의 후궁 공신부인 한씨 213
7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 자식들을 가슴에 묻다 227
- 고명 딸, 명숙공주의 죽음 229
- 맏아들, 월산대군의 죽음 232
- 삶의 버팀목, 성종의 죽음 239
8 왕실의 안녕을 위해, 불교를 숭상하다 245
- 가족과 왕실을 위한 불교신앙 숭배 247
- 사경(寫經)과 불서(佛書) 간행 지원 251
- 사찰의 중수·중창 지원과 불상 조성 260
- 도첩제 폐지 반대 26
9 무너지는 태평성대의 꿈, 쓸쓸한 죽음을 맞다 281
- 손자 연산군의 폐행을 막으려 했지만… 283
- 막을 수 없는 연산군의 생모 추숭사업 293
- 갑자사화 와중에 맞은 쓸쓸한 죽음, 초라한 상례 302
책을 마치며 312
참고문헌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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