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평범했던 한 소녀, 꿈과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다!
때는 1890년대. 김점동은 딸만 넷인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평생 일만 죽어라 하면서 집안 살림을 꾸려가는 엄마도 할머니에게는 구박의 대상이기만 했다. 엄마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점동은 어느 날 거리에서 고운 색 치마 교복을 입은 이화학당 학생들을 만난다. 당시에는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 학생들을 뽑는 건 잘 먹였다가 살이 오르면 피를 빨아먹기 위해서라는 믿지 못할 소문을 진짜라고 믿던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동은 그곳에 가면 조선의 보배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이화학당에 들어가고자 마음을 먹는다.
“무슨 소리! 서양 여자가 하는 말을 들으니, 조선이 강해지려면 여자도 배워서 힘을 길러야 한다더구먼. 학당에 다니면 조선의 보배가 된다나 어쩐다나.”
……
‘내가 조선의 보배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엄마처럼 살기 싫다. 아들만 낳으라고 타박하는 시어머니도 만나기 싫다. 언니처럼 억지로 시집보내려고 하면 도망가 버릴 테다.’
수동적인 여성상을 강조하던 때에 점동은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개척해 나간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학교인 이화학당에 입학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꿈과 소명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한다.
당시 이화학당 구내에 개설되었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여관’이 있었다. 이곳은 아픈 곳이 있어도 의사에게는 물론 가족에도 보여 주기를 꺼렸던 조선의 여성들을 위해 진료를 하던 곳이다. 점동은 이곳에서 의사로 일하던 로제타 셔우드 선생을 도와 일을 시작한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된다. 점동의 열망대로 셔우드 선생은 이화학당에 의료 관련 과목을 개설한다.
점동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이 꿈을 가져도 되는지. 잘해 낼 수 있는 일인지. 하지만 그때마다 적극적인 자세로 그 운명과 마주한다. 어린 시절 아픈 몸으로 살아야 했던 셔우드 선생이 치료를 받은 뒤 아픈 사람들에게 아프지 않고 눈을 뜨는 아침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이야기에 점동은 결심한다. 아, 드디어 자신이 꿈을 가져도 된다고 말이다.
셔우드 선생님이 상급반에 들어왔다.
“저는 오늘 여러분의 도전을 위해 왔어요. 제가 조선에 온 지 2년이 지났어요. 그동안 조선에 살면서 느낀 건, 이제 조선의 여성들이 일어나야 할 때라는 겁니다. 여성을 위한 의료 사업은 여성의 손으로 해야 합니다! 자원하는 학생들에게 저는 약물학과 생리학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지금 제 말이 여러분의 가슴을 뛰게 한다면 당장 신청해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날 밤, 점동은 간난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
“조선의 이 작은 내가 꿈을 가져도 되오…….”
타국에서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 선교사의 삶을 들여다보다
김점동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가 되기까지 그녀의 삶에는 큰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국에 와서 의료 활동으로 자신의 신앙을 실천한 선교사들이다. 그들은 그저 종교적인 차원에서만의 실천이 아닌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무당에 의존하거나 온전히 아픔을 견뎌내야만 했던, 특히 이 땅의 여성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가지고 있었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인류애를 온몸으로 실천한 사람들이다. 오채 작가는 서울 합정동에 있는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 간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선을 사랑했던 외국인 선교사들의 영상을 보게 된다. 그 영상에서 김점동을 만난다. 최초의 여의사라니 그저 유복한 삶을 살았겠거니 짐작만 하던 작가는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다가 서른세 살의 짧은 나이를 살다가 간 김점동의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
작가는 김점동과 여러 선교사들의 삶에 이끌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외국인선교사묘원을 찾았다. 그리고 운명처럼 우리나라의 첫 여의사인 김점동과 조선의 아픈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쳤던 선교사들의 삶을 소재로 한 이 소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자매애와 인간애를 보여 준 언니와의 편지글과 조력자였던 남편 박유산
책 속에는 점동이 이화학당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언니와 계속해서 나눈 편지가 계속해서 나온다. 작가는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운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어 어린 나이에 시집가서 아이를 낳고 사는 언니에 대한 점동의 연민을 보여 준다. 점동은 편지를 통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고단함과 고민을 나누기도 하지만 재주 많았던 언니가 아이를 기르고 난 뒤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도록 응원하기도 한다. 그리고 언니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를 마치고 교사가 된다. 조선의 두 자매가 편지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해 가는 과정을 보면 어느 시절이든 여성들의 연대는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여성만이 아니다. 김점동이 의사가 되기까지 그림자 같은 존재로 점동의 삶을 응원하고 도운 남편 박유산이란 인물이 있다. 유산은 양반 가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점동의 집안에서는 탐탁지 않아 했지만 결혼을 꼭 해야 한다면 이 사람과 하겠다며 점동이 선택한 인물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 미국에 가서 공부하려는 점동을 순수하게 응원하고 도운 사람이기도 하다. 유산은 미국까지 함께 가 기꺼이 농장에서 일을 하며 점동의 뒷바라지를 자처한다. 결국 과로와 폐결핵으로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하면서도 점동을 끝까지 응원했던 한 사람이다.
이처럼 조선의 아픈 여성을 사랑했던 점동 뒤에는 점동을 아끼고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을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김점동은 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뒤에는 세례명에 따라 김에스더가 되었고, 결혼을 한 뒤 남편의 성을 따라 박에스더가 되어 남은 생을 끊임없이 아픈 이들을 위해 살아간 것이다.
작가 소개
저 : 오채
노을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안마도에서 출생하였습니다. 벽면 가득 책이 꽂혀 있던 교실 구석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었던 어두운 교실 구석, 그 자리를 잘 간직하며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는 『날마다 뽀끄땡스』의 저자입니다. 그 작품으로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목 차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계집 … 13
따뜻한 서양 귀신 … 27
달콤 쌉싸름한 모찌 … 44
꿈을 가져도 되오? … 60
은밀한 해골 수업 … 73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 90
전쟁이 남긴 것들 … 107
이방인이 되어 … 123
나귀 타고 온 손님 … 143
목련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히던 날 … 160
작가의 말 …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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