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속죄양이 되비추는 세계의 죄(罪)
당황한 표정이었던 두 군인의 얼굴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남자는 여전히 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애원이었다. 사람에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간절한 애원이었다. 남자의 손은 마침내 군인의 총에 닿았다. 그가 잡으려 한 것은 총이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몸이 기우뚱거렸다. 군인이 개머리판으로 그의 머리를 찍은 것이었다. 힘없이 쓰러지는 남자의 몸이 보였다.
“이 자식 미친놈 아냐.”
한 군인은 중얼거리듯 말했고, 다른 군인은 핼쑥한 표정으로 쓰러진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총과 진압봉을 든 그들의 손이 축 늘어졌다.
- 「완전한 영혼」, p. 38
이 책은 작가가 집요하게 탐구해온 인간 근본에 대한 성찰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이 사유를 현실과 밀접하게 잇는 실천적 행위로서 내놓은 결과물이다. 표제작 「완전한 영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요 모티프로 다루며, 당시 군인들의 무차별적 폭행으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된 장인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사회변혁운동가로서 끔찍한 고문을 견뎠던 화자나 지성수와 같은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식자공 출신의 ‘무사상적 인간형’인 장인하가 가장 이상적 모델로 제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장인하는 위의 인용에서 볼 수 있듯 사회에 의해 철저하게 훼손되고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 비명과 애원으로써 단순하고도 명확하게 본말적인 인간애의 경종을 울리고, 그들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소설이란 인간들이 저지르는 훼손과 풍요에 대한 반성의 사유”라고 밝힌 바 있는 작가 정찬은, 자본주의와 전체주의로 물든 세계 아래 핍박받는 무고한 피해자이자 동시에 훼손된 인간을 반성과 자각으로써 되돌릴 수 있는 구원의 가능성인 장인하에 주목한 것이다.
권력과 사랑에 대한 놀라운 통찰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권력의 욕망이 제거된 정신이다. 권력이 없는 정신. 너는 이런 정신을 보았는가. 권력의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본능이 제거된 정신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인간의 정신에서 권력을 제거할 수 있다니…… 그 소름 끼치도록 깊고 완강한 욕망을 지워버릴 수 있다니…… 이것은 기적과 같다.” [……] “권력이란 살아 있는 생명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인간의 정신 속에 또 하나의 살아 있는 생명체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사실이. [……] 모든 사람은 죽었고, 오직 자신만이 살아 있다는 감각. 이것이야말로 권력의 심장이며, 상상할 수 없는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알겠는가? 그대가 맛보았던 불꽃같은 황홀의 정체를. 그 황홀을 맛본 자는 평생 잊지 못한다. 그 불꽃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은 물론 우주의 전 생명이라도 기꺼이 바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얼음의 집」, pp. 167~69
“나는 권력과 예술의 관계를 드러내는 상징을 찾아내었고, 그 상징을 소설을 통해 형상화하고 싶었다”(「신성한 집」, p. 89)는 서술에서 볼 수 있듯, 정찬은 인간을 추동하는 가장 큰 욕망 중 하나인 권력욕에 대한 통찰을 꾸준히 소설화해온 작가 중 하나다. 이 책에 수록된 중편 「얼음의 집」은 권력을 향한 본능적 욕망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장 생생하게 담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에 막노동꾼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간 화자가 1923년 간토대지진 이후 일어난 대규모 조선인 학살의 피바람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이후 간절한 권력욕을 키우게 되며 시작된다. 이 욕망은 당시 신과 동일시되던 천황을 살해하고 그 위에 서고자 하는 의지로 전환되어 화자는 박열과 후미코 등이 소속되어 있던 불령사에 가담하였으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체포되어 극악의 고문을 당한다. 이후 고문 사상가이자 고문 기술자 하야시 세이카에게 경도되어 화자 또한 고문 기술자로 성장하게 되는 서사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결국 후반에 이르러 하야시가 자신의 아들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얼음과도 같던 권력-욕망의 집이 허물어져버렸음을 고백하게 한다. 결국 이 소설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사랑의 힘에 주목함으로써, 권력의 본질과 바람직한 힘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1990년대 관념소설의 주요 유형으로 자리매김한 정찬의 『완전한 영혼』은, 세계의 훼손과 황폐의 모습을 떠받들고 있는 기둥이자 뿌리인 욕망, 그중에서도 특히 ‘권력’을 면밀하게 탐구하고 점검한 보고서와도 같다. 이를 소설가의 장인 정신으로 견고하게 재현해냄으로써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한 역사를 바로 보고, 세계의 폭력을 자각하게 하여 말 그대로 ‘완전한 영혼’을 향하게 하는 소설집이 26년 만에 새롭게 정비되어 독자 앞에 섰다.
작가 소개
저 : 정찬
JONG,CHON,鄭贊, 본명 : 정찬동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정찬동이다. 부산 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범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였다. 가족관계는 역시 소설가인 부인 양순석씨와 1남 1녀를 두고 있다. 1983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중편소설 「말의 탑」으로 등단했다. 이후 몇 차례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88년 문예중앙에 단편 「푸른 눈」을 발표하여 다시금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동안 상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는지, 90년 이후 동인 문학상에만도 『수리부엉이』, 『얼음의 집』 등 4차례나 올랐지만 후보로만 만족해야 했다.
데뷔 이래로 줄곧 권력과 인간의 관계, 신과 구원의 문제 등 주로 관념의 세계를 치밀하게 천착해온 그는 「슬픔의 노래」로 1995년 제26회 동인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002년에는 국어문화운동본부에서 주는 올해의 문장상을 단편소설부분에서 「숨겨진 존재」로 수상하였다. 그 다음해에는 「베니스에서 죽다」로 제16회 동서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부산에서 태어났으나 '5월의 광주'로 기억되는 작가가 된 사연은 이렇다. 1980년 5월, 작가는 동아일보 출판국 월간지 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광주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작가에게 광주항쟁은 문학적 소재로 매우 강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작가가 그토록 오랫동안 광주를 들여다본 것은 죽음에 에워싸인 인간의 모습 때문이다. 광주가 정치적 사건이긴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넘어서서 사람이 죽고 죽이는 긴장 속에서 죽음에 대항하는 인간의 모습에 주목한 것. 그리고 죽음이 인간의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광주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그 결산이 2002년 1월 세상에 펴낸 장편 『광야』다.
『광야』는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었다. 저자 정찬은 이 광야를 그려내기 위해 각종 자료 심도있게 수집했고 그를 바탕으로 광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깊이 있게 그려 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광주항쟁을 죽음의 문제를 화두 삼아 종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서 이 작품의 또 다른 가치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이처럼 광주에 대해 그린 작품은 비단 『광야』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2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슬픔의 노래』또한 광주의 5월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과거를 영혼의 상처를 앓고 있는 연극배우를 중심으로 세속의 권력과 인간의 악을 향한 욕망, 진정한 선의 의미 등을 성찰하고 있다. 이 소설은 광주의 문제를 소설 깊이 깔고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지만, 광주가 표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예술, 생명, 종교 등과 그곳에서 유기자가 만난 박운형이라는 사람의 이야기 속에 묻혀 숨 쉬고 있다.
이처럼 광주를 소재로 소설을 써온 그에게 그 이유를 묻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저는 작가로서 광주에 대해서 짐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계속 광주를 다루어왔어요. 그런데 단편은 광주의 한 모습만을 담아내는 거거든요. 쓰면서도 총체적으로, 전체적으로 담아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것이 이번 『광야』로 이어져왔죠. 『광야』를 통해 작가로서 광주에 대한 힘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광주에 대해 많이 써왔고, 또 이번에 내가 가진 것을 다 담아냈으니 아마 당분간은 광주에 대해 안 쓸 거예요.”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설가 정찬은 여전히 책이 출간될 때마다 현대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인간의 편에 서서 고통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공감하게 되는 소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폭력에 노출된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추적해 나가는 작품으로 여전히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목 차
패랭이꽃
신성한 집
길 속의 길
영산홍 추억
얼음의 집
초판 해설 권력과 인간에 대한 집요한 탐구?홍정선
신판 발문 신자유주의 시대 체현의 윤리?정희진
초판 작가의 말
신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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