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고양이처럼 -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괜찮은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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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로만 무라도프
출판사항미래의창, 발행일:2018/08/17
형태사항p.215 46판:20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989535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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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고양이처럼 하나
꼭 출발점과 목적지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보통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간다. 길을 걸을 때도 마찬가지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때로 길을 잃으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스러워한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만약 출발점과 목적지가 없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은 ‘무한대’로 늘어난다고. 그렇기에 가끔은 길을 잃고 배회하며 표류해보는 게 좋다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직선 경로에서는 상상력이 배제되기 십상이다. 이때 길은 최단 시간의 최적 경로로 제한되고, 길을 따라 펼쳐져 있는 공간들과 이야기들은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이탈로 칼비노가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말한 것처럼 수많은 도시들은 늘 ‘우리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다. 잠시 멈춰 서서 유심히 바라보지 않는다면 숱한 공간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 없이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저자는 길을 걷는 행위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걷는다는 건 목적지를 상실한 아무 의미 없는 행위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느끼는 급진적 행위가 된다.
목적지 없이 걷는다는 것, 더 나아가 길을 잃는다는 것은 실제 물리적인 행위로서의 의미를 넘어 삶의 메타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레베카 솔닛은 《길 잃기 지침서》에서 “길을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카프카가 말했듯 ‘자아를 찾으려면 우선 자아를 잃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베르토 볼라뇨는 말한다. “카프카는 여행과 섹스, 책이 자아의 상실 외에 그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길을 가야 하고 자아가 상실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뭔가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자아를 잃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해서 (…) 운이 좋다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일 테지만.”

고양이처럼 둘
관점을 바꾸면 매일 걷는 길도 매 순간 달리 보이겠지

클로드 모네는 1892년부터 1894년까지 루앙 대성당 건너편 같은 위치에서 바라본 성당의 모습을 서른 점 넘게 남겼다고 한다. 모네가 그린 그림 속 루앙 대성당은 모두 다른 루앙 대성당이다. 삶의 대부분은 모네의 그림처럼,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반복과 그 반복 사이를 메우는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삶이란 ‘살면서 우리가 쏟은 노력의 헛됨’으로 정의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삶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그 텅 비어 있는 시간과 공간 속에 형체와 온기를 부여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친 듯 목적을 향해 질주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혹은 그 시간에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것은 삶에 새로운 색깔을 더해준다. 10년 동안 주기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그려준 도미니크 고블레 모녀의 행위는 언뜻 사소한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거기에는 시간의 흐름 속에 서로가 성장하고 경험한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고, ‘1974년 한 해 동안 자신이 먹은 음식 목록’을 기록한 조르주 페렉의 글은 있는 그대로 보면 아무 의미 없어 보이지만, 별 특징 없는 일상의 영역을 색다르고 특별하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자 밖에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는 늘 ‘가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사실 ‘단독’으로 존재하는 가치란 없다. 가벼움은 무거움이 있어야 존재하고, 무거움은 가벼움이 있어야 존재하며, 어느 한순간 떠오른 영감은 이전까지의 오랜 기다림 덕분에 빛을 발한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본다는 것은 책 읽기에서도 중요한 행위다. 새로운 책, 많은 책을 읽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상에서는 이미 읽은 작품을 다시 읽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다시 읽기는 작품이 담고 있는 발상과 노력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해준다. 따라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좋은 독자, 상위의 독자,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독자는 다시 읽는 독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매일 걷는 길도 매일, 매 순간 다른 길이다. (…) 남아 있는 삶 내내 그 길만 지켜보며 보낸다고 하더라도, 길은 우리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시 써나가며 우리의 감시를 벗어날 것이다.”

고양이처럼 셋
조용히 해봐! 정말 많은 소리가 들릴 거야

아방가르드 작곡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는 3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인데, 기이하게도 무대에 오른 연주자들은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존 케이지의 설명이 흥미롭다. “완벽한 정적 같은 것은 없습니다. (…) 들을 줄 몰라서 그럴 뿐 우연의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1악장에서는 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습니다. 2악장에서는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렸고, 3악장에서는 관객들이 서로 대화를 하거나 밖으로 나가며 온갖 흥미로운 소리를 만들어냈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에 빠져 정적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이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꽤나 많다.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고, 나아가 자기 자신과 대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작가 메리 루에플은 언뜻 시간의 낭비처럼 보이는 침묵의 순간이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하며 친밀한 형태로 이루어진 자신과의 대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가만히 침묵에 빠지기보다, 침묵 속에서 하는 행동에 담긴 소리에 귀 기울여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저자는 글을 쓰는 조용한 행위 안에 글씨를 쓰면서 연필심이나 볼펜 촉으로 종이를 긁을 때 나는 소리들이 채워져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미묘한 감각이 글을 쓰는 스타일이나 글을 쓰는 마음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며, 그런 까닭에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면 키보드를 누를 때보다 더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1990년 대 초, 중국의 서예가들이 길거리에 나가 물로 붓글씨를 쓴 일도 흥미롭다. 저자는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행위에 우리가 남기는 삶의 흔적이 얼마나 덧없는가가 극명하게 담겨 있다고 말한다. 소리보다 더 큰 외침을 담고 있는 셈이다.
또 침묵이란 단순한 소리의 부재를 넘어 공백과 여백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글을 읽을 때 단어와 단어, 행과 행 사이의 빈 공간, 영화를 볼 때 장면과 장면, 대사와 대사 사이를 채우는 여백…. 분명한 건, 우리 삶의 배경이 되는 것은 바로 침묵과 여백이라는 점이다. 침묵과 여백이라는 흰 바탕 위에 삶의 소리들을 채워가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침묵과 여백 자체에 집중해보는 일은 오히려 미처 듣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들에 더 귀 기울일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


고양이처럼 넷
별것 아닌 일들이 삶을 환상적으로 만들 수도 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 혹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것은 헛된 시간을 보내거나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능동적일 수도, 수동적일 수도, 양쪽 모두일 수도 있는 행위지만,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해 삶의 색깔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메리 루에플은 책장 정리를 장르별로 할 것이 아니라 ‘책등 색깔’에 따라 정리해볼 것을 제안했고, 조르주 페렉은 생-쉴피스 광장에 앉아 평소 눈여겨보지 않는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버스의 행렬이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기록했으며, 레지널드 브레이는 영국 우편이 무엇까지 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개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우편으로 부치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 모든 일들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삶은 부조리하고 복잡하다. 가끔 삶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삶을 한층 더 복잡하게 만들고 그 결과로 빚어지는 혼란을 즐기는 것이다. 루에플이 제안한 것처럼 물건을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리해보는 건 확실히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색깔을 더해준다.”
매일, 매 순간 무수한 이야기가 우리 눈앞을 지나간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대단치 않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삶의 이야기를 관통해 흐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들, 아무것도 아닌 순간들을 관찰하고 느끼는 일이다. 저자가 말했듯 수많은 관광객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인류가 자랑하는 불가사의도 평범한 배경에 지나지 않게 되지만, 별것 없는 우리의 일상도 인내심과 호기심만 있다면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도, 단풍잎을 모으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작가 소개

저 : 로만 무라도프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아트 칼리지California College of the Arts 교수이기도 하다. 로만의 일러스트 작품은 《뉴요커》 《뉴욕타임스》 《파리 리뷰》 《보그》를 비롯한 유력 매체들에 등장했다. 그는 펭귄랜덤하우스의 많은 책들을 디자인했으며, 그중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Dubliners》 《젊은 예술가의 초상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펭귄 클래식 센테니얼 에디션Penguin Classics Centennial Editions도 포함되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협회로부터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로만은 이번 책에서도 깊이 있고 철학적인 에세이와 함께 자신의 아름다운 그림을 선보인다. 특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더 정확히는 ‘특정 목적에 매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대신 산책과 사색 등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부하게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이 책에서 그의 그림은 상상력의 깊이를 더하게 만든다.

 

역 : 정영은

서강대학교에서 영미문학과 문화를 전공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교육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상근 통번역사로 근무했다. 현재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키르케고르 실존 극장》 《아이들의 시간: 세계 유명 작가 27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 《믿는 만큼 보이는 세상》 《모두에게 사랑받을 필요는 없다》 《적에서 협력자로》 《내게 비밀을 말해봐!》 《레키지: 그 섬에서》 등이 있다.

목 차

프롤로그 _ 나는 오늘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1. 길을 잃는다는 것
_ 길을 잃을 때, 우리는 자신을 잃고 다시 자신을 찾는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다
상상 속 방랑은 다시 실제의 삶과 연결된다
배회와 표류, 목적 없는 산책의 즐거움
사유의 모험, 생각의 길을 걷는다는 것

2. 기다림과 반복의 미학
_ 매일 걷는 길도 매 순간 다른 길이다

예술, 늘 다르면서도 늘 같은 반복의 역사
오마주와 표절 사이, 모방의 예술
예술적 지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시간
완성과 미완성의 차이, 여백을 읽는다는 것
단순한 반복을 넘어선 다시 읽기의 가치
번역 속의 예술, 번역으로서의 예술
상자 밖에서 생각할 때 보이는 것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다
우리의 과거는 어딘가 다른 곳에 있다
매일 그린다고 예술가가 되지는 않지만
삶이라는 헛된 노력에 온기와 형체를 부여한다는 것
일상의 경험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는 통찰력
실수와 실패의 이야기에 담긴 진실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다
반복의 가치, 매일 걷는 길도 매 순간 다른 길이다

3. 침묵이 만들어내는 소리
_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다

침묵 혹은 자신과의 대화
정적은 온갖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쓰기의 감각, 손으로 글을 쓰는 이유
내 안의 수많은 자아와 만난다는 것
침묵 속에서 하는 행동에 목소리를 줄 때

4.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
_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그 무엇일 수도 있는

우둔함과 천재성 사이에 놓인 가는 선 하나

5.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것
_ 부조리하고 복잡한 삶을 이해하는 방법

아무것도 아닌 일을 한다는 건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다
삶이 축적해내는 시간의 경험들
낯선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것
매 순간 무수한 이야기가 우리 눈앞을 지나간다

에필로그 _ 우리의 삶은 대단치 않지만
참고문헌
감사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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